[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5. <쇳돌>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6월 22일 월요일은 4부를 마무리합니다. 6장 '지금-여기의 광산'을 읽습니다. 지금 운영 중인 석회석 광산을 직접 방문하고 나서 쓴 부분입니다. 사실상 4부까지가 본문이고, 내일부터 읽을 5부에서는 책 전체를 정리합니다.
연해님의 대화: "요즘 수능 잘보려면 출제자의 의도만 남기고, 자신의 생각을 지워야 하던데."라는 말씀에 요즘 제가 읽고 있는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이라는 책이 떠오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0년을 일하다가 스스로 그만둔 전직 서기관이 썼는데, 공직 사회의 무의미한 행정 낭비를 찬찬히 고발하고 있어요. 참미르님 말씀처럼 그 집단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지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다들 윗사람의 심기를 맞추는 데만 혈안이 되어있더라고요. 이 책을 읽다보면 교육현장뿐만 아니라 각종 정책들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탁상공론에 불과한지 한숨이 나옵니다. 무섭기도 하고요.
네. 공무원, 관료, 봉사자이자 심부름꾼인데, 유독 권위적인 것 우리사회 특징인것같습니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겨우 이뤘지만, 구체적 삶의 국면에 민주주의 자리 잡지 못한것 같아요. 그게 가장 심한 곳 중 하나가 공직인것같고요. 연해님 말대로 출제자의 의도만을 남기고 자기 생각을 계속 지우는 교육을 해온 탓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아직도 도시의 경우 학급당 인원수 스물 다섯 정도에 맞춰지고 있다니, 교육현장에서 사고력을 기르고 질문하는 힘을 기르기는 힘들고요. 2000년대초 호주에 조기유학갔다가 다시 하고 싶은 일이 한국에 있다며 돌아온 친구가, 호주의 학교 수업중 최대 인원이 15명을 넘지 않았다고 했는데...사실 교사가 개별학생의 성장을 관찰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최대규모가 15명이라고 봅니다. 이외에는 자기 생각을 지우는 일방적 강의나 문제풀이 훈련으로 흐를수밖에 없죠. 더구나 윗분들(교육관료, 행정가)이 정해준 교육과정, 진도 맞춰야 할테니. 학령인구 줄고 교육세도 많이 걷히는데도, 교사수 안늘리고, 학급당 학생수 안 줄이니, 사교육없이 교육이 불가능한 구도로 계속 가기도 하고요. 대형강의도 있지만, 대부분 사교육 강점이 7명 이내 소규모 수업 효율성이니까요. 사교육 거대자본의 입김이 공교육 행정에 미치는거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소개해주신 책 드물게 지금 우리 문제를 직면하고 있단 생각이 드네요. 읽어보겠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폐광촌에 마련된 과거의 광산모습을 본다. 1980년대 탄광에서 집단의 기억이 멈춰버렸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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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a님의 문장 수집: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폐광촌에 마련된 과거의 광산모습을 본다. 1980년대 탄광에서 집단의 기억이 멈춰버렸다."
현재 우리나라 광산의 숫자가 이렇게 많은줄 몰랐네요. 직접 광산을 다녀온 방문기와 사진으로 간접 체험을 했습니다. '석회석 광산'을 검색하니 얼마전에도(26년 4월) 매몰사고로 한 분이 사망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라벤더 꽃과 호수로 폐광 후 개발된 곳 소개도 나와서 그 대비가 아이러니해 보였습니다. 탄소 줄이는 정책을 이해하지만 "필요한 자원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도 눈치보는 위치"라고 하는 대목에서 세상이 돌아가는 데 꼭 필요하지만 도덕적으로 문제라고 생각하는 일을 세상이 어떻게 잘 숨기고 돌아가게 하는지 저 또한 들춰보려면 심호흡 한 번 하고 바라봐야 할테지요. '더티 워크'가 생각났는데, 5부에도 저자가 언급하고 있더라구요.
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교도소 정신병동·대규모 도살장·드론 전투기지처럼 사회의 뒤편으로 숨겨진 노동 현장부터 바다 위 시추선과 실리콘밸리의 첨단 테크기업에 이르기까지, 현대 사회 곳곳의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필수노동을 다룬다.
광산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해왔으나 광산 바깥의 사람들에게 광산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는 너무 좁은 범위에 머물러 있다. 그 이미지와 인식은 과거의 석탄광에 한정되어 있기에 석탄광이 거의 닫힌 현재에도 여전히 많은 광산이 한국에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 현재도 우리는 땅을 파헤치며 살아간다. 각종 첨단장비를 이용하는 광산은 과거와는 환경이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곡괭이를 들고 암벽을 부수는 1980년대 이전의 채굴 방식으로 기억된다. […] 국내에 300여 개의 광산이 가행 중이다. 광산은 크게 석탄/금속/비금속으로 분류한다. 현재 국내에 있는 광산 중에서 석회석만 100여 개이니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광산은 석회석 광산이라 할 수 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481-482쪽, 이라영 지음
도심을 벗어나 밭이 많이 보이자 김석진은 이 지역이 육쪽마늘이 유명하다고 알려준다. 지역의 광물과 농산물은 꽤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석회석 토양은 마늘 재배에 좋다. 한반도 중부지역에 석회암 퇴적층이 발달되어 있어 주로 충북과 강원도를 중심으로 석회석 광산이 개발되었다. 한반도 중부 내륙에 동굴이 많은 이유다.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베트남 하롱베이의 동굴도 석회암 동굴이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483-484쪽, 이라영 지음
제천, 삼척, 정선, 단양, 영월, 충주 등 우리나라의 중부 지역에 석회석 지대가 꽤 풍부하게 형성되어 있다. 석회석은 우리 일상 곳곳에서 쓰인다. 저품위 석회석은 시멘트 원료로 쓰이고 고품위는 제철이나 제강에 필요하다. 복지광산은 한 대기업에 이 고품위 석회석을 납품한다. 철광석과 함께 석회석, 코크스를 용광로에 넣으면 광석의 불순물이 분리되면서 철이 만들어진다. 석회석은 염기성을 가지고 있기에 정화, 정수 등에도 중요하게 쓰인다. 구제역 같은 전염병으로 동물들을 매장할 때도 석회는 소독 용도로 사용된다. 브라운관, 유리, 플라스틱 고형분에도 석회석은 필수적이고 칼슘을 추출해 비료와 제약에도 쓰인다. 색깔이 밝고 좋은 것들은 하얀색 종이나 페인트 등에 들어간다. 김석진은 사무실에 쌓인 에이포A4 용지를 흔들며 말했다. 내가 쓰는 책을 만들기 위한 종이에도 석회석이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석회석은 원석이 아니라 가공해서 수출한다. 미국에 시멘트로 수출하거나 중국에 비료로 많이 수출한다. 각 용도에 맞게 크기를 만들기 위해 석회석 광산은 분주하게 채굴하고 분체 공장은 야간에도 돌아가지만 수익성이 크지 않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486-487쪽, 이라영 지음
또한 노동의 위계는 단지 임금의 차이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사회적 인식은 중요하다. 노동자는 돈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울분이 쌓인다. 조지 오웰은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나는 광부의 수입보다 벌이가 별로 낫지 않지만, 적어도 내 은행계좌에 그것을 신사답게 지급받아 원할 때 찾아 쓸 수 있다. 그리고 내 계좌가 바닥이 나도 은행 사람들은 여전히 그런대로 공손하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부르주아라는 내 신분에 매달릴 특정한 권리"를 갖는 현실에 대해 솔직하게 말한다.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신분사회를 만든다. 노동계층의 사회적 위치는 단지 소득만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496-497쪽, 이라영 지음
진폐나 규폐는 탄광만의 문제가 아니다. 광물에 산화규소가 얼마나 있느냐에 달렸다며 여러 현장에서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질병이라고 호소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497쪽, 이라영 지음
"광산이 시장 자체가 작으니까. 그냥 없애면 되지, 수입하면 되지, 반도체 많이 팔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답답하다. 마땅히 없어져도 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은 그들이 현재 처한 노동의 어려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도록 만든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498쪽, 이라영 지음
복지광산은 화력발전소에도 석회석을 납품한다. 석탄을 때면 황이 나오는데 석회석이 황을 잡는 역할을 한다. 석탄 화력발전에는 석회석도 필수적인 광물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석탄 발전소를 줄이는 정책을 마련하면서 석회석을 납품하는 물량이 줄어들었다. "환경 문제에서 저희는 약점"이 있다면서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 정부 정책 자체는 이해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게 정부, 환경단체 등 여러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분명히 필요한 자원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도 눈치 보는 위치에 있게 되니 그들은 할 말이 많았다. "석회석 원석을 우리가 쓰기 편한 상태로 만들려면 구워야 해요. 소석을 해야 해요.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어야 자체적으로 안정을 취하려고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우리가 필요한 상태가 되거든요. 석회석을 굽는데, 그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발생하는 거죠. 석회석의 44퍼센트가 시오투CO₂."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정책으로 관련 산업의 규모를 줄여가는 과정에서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지 않겠냐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498-499쪽, 이라영 지음
김 소장은 "생각할 때는 그냥 밤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막상 들어가보면 밤이 아니에요. 암흑이죠." 말을 안 해도 내 생각을 읽은 듯 김 소장이 먼저 공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하다 보면 조용할 때가 있어요. 혼자 암흑 속에 있는데 조용하죠. 차라리 그냥 조용하면 괜찮은데, 갑자기 물 떨어지는 소리가 뚝 들려요. 그럼 그게 아주 기분이 이상한 거지. 그게 익숙해지면 괜찮은데, 적응이 안 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일하기 힘들죠. 잘 보고 아무튼 잘 알려줘요."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06쪽, 이라영 지음
식당에 들어서자 낯선 향이 가득했다. 식당에 자리를 잡자 버너 위에 두부가 담긴 팬을 올려놓는다. 두부 위에 얹힌 녹색 기름이 뭐냐고 물으니 산초기름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산초기름이 잔기침에 좋아요. 감기 예방도 되고, 기관지에 좋거든요. 야산에 많아요"라며 이 근처에서 많이 먹는다고 했다. 산초는 주로 깊은 산에서 많이 자란다. 대부분 광산이 산지에 있다 보니 깊은 산골에서 많이 구할 수 있는 산초를 활용한 산초기름 두부구이를 즐겨 먹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07쪽, 이라영 지음
여성은 그 가치를 지키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만 정상적인 어머니로 인정받는다. 다른 자원이 없는 여성에게 모범적인 어머니 되기는 중요한 가치다. 1980년 사북항쟁에서도 자식 때문에 참여하지 않은 여성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집단생활이나 다름 없는 지역에서 투쟁에 참여하지 않는 아내/어머니의 복잡한 입장이 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272p,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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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애가 10대 때 미술을 하고 싶지만 할 수 없었다는 것. 익숙한 이야기다. 이것은 단지 소득의 문제가 아니라 삶에 대한 상상력의 문제다. 제 삶의 가능성에 대한 상상력을 말한다. "여기에 있으면 그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는 지금도 지역의 문화 다양성에 대해 비슷한 상황이라며 "문화예술 다양성에 대해, 그게 뭐고 그게 왜 중요한지 설명을 너무 해야 하는 거예요. 그 작업을 4, 5년 했어요."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453, 이라영 지음
단장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연극 공연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광부댁 사람들은 안산 사람들에게 깊은 연대감을 표현했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감정이었다. 단원들은 안산으로 이주한 출향 강원도민을 "우리 사람들"이라 칭하며 정선을 떠난 사람들과 여전히 과거를 바탕으로 연결된 정서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정선을 떠난 사람들의 고통에까지 연결되고자 했다. 세월호 참사로 안산에 다수의 희생자와 유가족이 생긴 사건은 그들에게도 고통을 안겼다. 안산에는 강원도민 출신이 17만 명 정도 거주한다. 나는 그제서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중에 강원도민 출신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실제로 강원도민 출신 재안산 주민의 자녀 22명과 교사 1명이 희생되었다. 고통이 이렇게 이어졌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474, 이라영 지음
480쪽에 언급된 애싱턴 그룹의 작품을 훑어 봤는데 올리버 킬번의 이 작품이 무척 강렬하네요. https://share.google/xJVFGaKCSGlT2Oqq4
노동의 위계는 단지 임금의 차이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사회적 인식은 중요하다. 노동자는 돈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울분이 쌓인다. ...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신분사회를 만든다. 노동계층의 사회적 위치는 단지 소득만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497, 이라영 지음
가까이에서 알면 알수록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보였다. 그 다양한 삶을 자칫 잘못 다뤘다가는 오히려 단순한 이미지의 반복만 만들어내지 않을까 우려되어 망설이게 되었다. ...... 이 다양한 목소리들을 어떻게 직조하느냐가 관건이다. 무언가를 기록하고 말한다는 건 한편으로는 그 기록 바깥으로 어떤 세계를 밀어내기도 한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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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님의 문장 수집: "가까이에서 알면 알수록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보였다. 그 다양한 삶을 자칫 잘못 다뤘다가는 오히려 단순한 이미지의 반복만 만들어내지 않을까 우려되어 망설이게 되었다. ...... 이 다양한 목소리들을 어떻게 직조하느냐가 관건이다. 무언가를 기록하고 말한다는 건 한편으로는 그 기록 바깥으로 어떤 세계를 밀어내기도 한다."
이것은 김신애가 광산이라는 세계의 다양함을 예술로 다루기 두려워한 것에 대한 문장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라영 작가 자신이 이 책을 쓰면서 느꼈던 인터뷰어의 어려움을 인터뷰이의 고백에서 공감하고 이 책에서도 반영된 게 아닌가 싶어요. 가끔 보면 인터뷰이들의 얘기에서 어떤 것은 다소 불필요한 사족이 아닌가 또는 산으로 가는 게 아닌가 싶으면서도 되도록 빠짐없이 담아내고 기록 바깥으로 그 구체적인 모습들을 밀어내기 싫었던 그녀의 마음이 아니었으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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