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5. <쇳돌>

D-29
폐광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야 했다. 광산은 닫혀도 삶은 지속된다. 보이지 않는 직업, 더욱 보이지 않는 노동자. 이들은 원래 보이지 않았기에 이들이 일하던 장소의 사라짐도 보이지 않는다. 광산이 있다는 것도 몰랐던 사람들에게 광산이 사라진다는 것은 아무런 상실도 안기지 않는다. 단지 보이지 않았던 노동자들이 무관심 속에서 직장을 잃을 뿐이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17쪽,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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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의 문장 수집: "폐광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야 했다. 광산은 닫혀도 삶은 지속된다. 보이지 않는 직업, 더욱 보이지 않는 노동자. 이들은 원래 보이지 않았기에 이들이 일하던 장소의 사라짐도 보이지 않는다. 광산이 있다는 것도 몰랐던 사람들에게 광산이 사라진다는 것은 아무런 상실도 안기지 않는다. 단지 보이지 않았던 노동자들이 무관심 속에서 직장을 잃을 뿐이다."
광산업이 아닌 다른 일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산업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노동자 개개인의 일자리 전환은 보장되지 않는다. 단지 '없어질 직업'이기에 감수하면 될 일일까. 회사가 문을 닫을 때마다 노동자들이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문제다. 광산촌이 폐광촌이 된다는 건 수익성이 떨어지는 장소가 되었다는 뜻이다. 자본의 기준에서 이윤이 나지 않는 동네가 되면 자본은 미련없이 그 장소를 버린다. 그 장소에 살았던 사람들이 이룬 공동체는 그렇게 붕괴된다. 모범산업전사 표창, 대통령 표창장, 대통령 하사품 등으로 추켜세우는 듯 했지만 사람은 끝내 소모품 취급을 받았다. 경제는 성장하고 국가의 위치는 바뀌건만 노동자들은 그저 대체될 뿐이다. 쓰고 버려지고 쓰고 버려지면서 다른 산업에서 같은 문제에 놓인다. 광산에서 다치거나 죽던 노동자들은 건설 현장에서 다치거나 죽는다. 죽고 다치며 일했던 일터의 환경 개선을 위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인간다운 삶을 위해 투쟁하던 이들은 끝내는 일터의 사라짐을 막기 위해 투쟁하는 상황에 놓인다. 투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터를 떠났어도 일의 흔적은 몸에 남았다. 훗날 일부 노동자들은 재해 보상을 위해서도 싸워야 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17쪽, 이라영 지음
어떤 이들은 죽어도 충격적이지 않고, 처음부터 그러한 위험을 알면서도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 여길 뿐이다. 경제를 위해서 인간의 삶과 생명이 희생되는 것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석탄을 꺼내도 사람을 꺼내지 않는다'는 말은 여러 위험한 직종에 적용할 수 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은 경제 발전을 위해서 폐기 가능한 삶이 된다. 그들의 일은 대체 가능해질수록 사회가 좋아진다는 방증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대체될 위험, 폐기될 위험과 늘 만난다. 사람도 곧 자원으로 불린다. 인적 자원. 끝없이 지구의 자원을 캐듯이 국가는 노동력을 캐내어 필요한 만큼 쓴다. 자원이 되어버린 인간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다만 소모될 뿐이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18-519쪽, 이라영 지음
YG님의 대화: <기획회의> 658호(2026년 6월 20일) ‘이 주의 큐레이션’. * ‘쇳돌’로 쓴 어느 가족의 이력서 미국 작가 애니 프루를 좋아합니다. 작가 이름만 듣고서 고개를 갸우뚱한 독자라면 비운의 배우 히스 레저가 주연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2005)의 원작 작가로 기억해도 좋겠습니다. 미국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 사이에서는 단편 「브로크백 마운틴」이 포함된 소설집(Close Range: Wyoming Stories)만큼이나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 『시핑 뉴스』도 유명하죠. 영화의 유명세에 기대 동명의 단편이 포함된 『브로크백 마운틴』이 2006년 번역되자마자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정작 제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은 「브로크백 마운틴」이 아니라 세 번째로 배치된 「어느 가족의 이력서」였어요. (2017년에 새로 나온 한국어판은 「경력」으로 번역했습니다.) 1947년 와이오밍에서 태어난 ‘리랜드 리’의 고단한 삶을 다룬 단편입니다. 마지막에 리가 50대에 뜻밖에도 요리에 재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스테이크 집을 여는 일로 끝나죠. 안타깝게도 그 스테이크 집도 실패로 끝났을 겁니다. 몇 년이 지난 2003년 12월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니까요. 마지막 문장 “아무도 뉴스를 들을 시간이 없었다”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까닭이죠.
YG 님의 글을 읽으면 무언가가 맑게 정리가 됩니다 :) 추천글 감사드려요~
YG님의 대화: @오구오구 님, 고생하셨습니다. :) 7월의 벽돌 책은 로버트 새폴스키 옹의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문학동네)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아주 재미있지만 논쟁적인 책이라서 저도 기대됩니다. 작년(2025년) 1월에 읽었던 새폴스키 옹의 『행동』을 여기 계신 여러분이 즐겁게 읽으셨었죠.
안그래도 요즘 새폴스키 책이 읽고 싶었는데 두꺼울 것 같아 망설이고 있었어요. 기대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ㅎㅎ
사회 곳곳에 이런 노동이 숨어 있다. 내 손에 더러움을 묻히기 싫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고 싶지 않으나 반드시 필요한 노동일 경우 이 노동의 세계를 모르려고 한다. 빌딩마다 투명하게 존재하는 청소노동자, 도로 위를 질주하는 배달노동자도 이에 해당한다. 오늘날 그들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지만 그들의 노동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윤리적 혼란 없이 육식을 즐기는 '선량한' 사람이 되려면 축산노동자에 대해 몰라야 한다. 그처럼 현대사회에서 배터리 없는 일상은 거의 불가능함에도 광산노동자의 삶에는 무관심하다. 그 무관심 속에서 사람들은 생물학적으로 사라진다기보다 인식 속에서 사라진다. 광산도 광산노동자도 '아이티IT 선진국 한국'에서는 '사라졌다'.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우리의 일상을 위한 광물을 캐다가 사라져도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간다. 오히려 광물을 캐는 노동자가 보이는 것에 놀라워한다. 유튜브에서 광산노동을 소개하는 영상 밑에는 이런 댓글이 달려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군요."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21쪽, 이라영 지음
대부분 광산이 사라져가면서 관광에 집중한다. 정동진이 해돋이 명소가 되고 영월은 동강 리프팅으로 알려졌다. 광명은 수도권에서 가장 성공한 폐광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곳에는 가학광산이 있었던 광명동굴이 있다. 이 동굴은 해방 이후 수도권에서 가장 큰 광산이었다. 본래 시흥광산으로 불렸던 이 광산은 현재 광명동굴이 되었다.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29,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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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종이 감소하거나 사라지는 것은 사회적 현상인데 그로 인해 다른 일자리를 찾거나 혹은 실직하게 될 때는 개인적으로 감수하게 된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21-522쪽, 이라영 지음
사라지는 산업 속에서 사라지지 않은 사람들의 삶, 그리고 지역을 보고 싶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22쪽, 이라영 지음
도롱님의 문장 수집: "대부분 광산이 사라져가면서 관광에 집중한다. 정동진이 해돋이 명소가 되고 영월은 동강 리프팅으로 알려졌다. 광명은 수도권에서 가장 성공한 폐광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곳에는 가학광산이 있었던 광명동굴이 있다. 이 동굴은 해방 이후 수도권에서 가장 큰 광산이었다. 본래 시흥광산으로 불렸던 이 광산은 현재 광명동굴이 되었다.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
그렇네요. 수도권에도 광산이 있었네요! 관광지로 접했던 터라 쇳돌을 읽으니 달리 느껴집니다.
외국에서 광산을 경영하고 국내 광산노동자가 외국인으로 대체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생활용품 중에 광물과 무관한 것을 찾기 어렵다. 세계화는 자본 흐름의 세계화, 소비 활동의 세계화를 구축했지만 노동자는 분산되고 뭉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었다. 만국의 노동자는 단결하기 어렵다. 힘든 직종일수록 노동자들은 고령화되고 외국인화되었다. 외국어를 구사하는 고학력자들은 언어의 장벽을 하나하나 부수고 세계 속의 나를 구축하며 자본의 흐름을 따라가지만 노동계층 외국인은 자신이 노동하는 장소(외국)와 제 모국어 사이에서 단절된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언어 장벽으로 단결이 더 어렵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 들판에서, 축산 농장에서 일하며 사람들을 먹이며 문명의 바닥을 지탱한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22쪽, 이라영 지음
외미내추는 지금까지 문명이 걸어온 방식이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23쪽,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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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쇄석장 건물을 둘러봤을 뿐인데 목이 말랐다. 폭염으로 노인들이 밭에서 사망했다는 뉴스가 들리던 날이었다. 광산의 규모는 굉장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쇄석장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자 카페가 있었으나 이미 사람이 미어터졌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한 가지를 주문했다. 시멘트 아이스크림. 직원 서너 명은 반복 적인 동작을 했다. 한 사람은 계속 우유를 뜯고 부었으며 한 사람은 계속 아이스크림을 내리고 한 사람은 계속 주문을 받았다. 가득한 사람들의 열기 속에서 아이스크림이 순식간에 녹아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작은 공간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 아이스크림은 작은 플라스틱 삽 모양 숟가락과 함께 제공되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34,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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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님의 문장 수집: "이제 겨우 쇄석장 건물을 둘러봤을 뿐인데 목이 말랐다. 폭염으로 노인들이 밭에서 사망했다는 뉴스가 들리던 날이었다. 광산의 규모는 굉장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쇄석장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자 카페가 있었으나 이미 사람이 미어터졌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한 가지를 주문했다. 시멘트 아이스크림. 직원 서너 명은 반복 적인 동작을 했다. 한 사람은 계속 우유를 뜯고 부었으며 한 사람은 계속 아이스크림을 내리고 한 사람은 계속 주문을 받았다. 가득한 사람들의 열기 속에서 아이스크림이 순식간에 녹아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작은 공간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 아이스크림은 작은 플라스틱 삽 모양 숟가락과 함께 제공되었다. "
시멘트 아이스크림이 왜 먹먹하게 다가올까요.
향팔님의 문장 수집: "외미내추는 지금까지 문명이 걸어온 방식이다."
https://m.blog.naver.com/kschung/221586177668 [정선여행]폐광은 살아있다. - 삼탄아트마인
북아메리카에서 기록으로 남은 최초의 파업은 1766년 7월 30일 멕시코에 있는 은광 광부들의 파업이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최초의 파업은 19세기 개항 이후 부두노동자와 광산노동자들의 집단행위였다. 광부는 근대를 만들어낸 대표적인 노동자들이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23쪽, 이라영 지음
aida님의 대화: 이제 알려주실 때도 되지 않았나요 (제가 놓친 걸까요?) '서걱거린 이유' 혹시 노명우, 에리봉, 에르노 와 달리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지 않고 YG님 애정하는 에리봉을 "망설임 없이 옹호하지 못한다고" 해서일까요? 이 대목 읽을때 살짝 생각했던 터라... 그만 풀어주시죠~ ㅋㅋ
aida 님 덕분에 저도 작은 궁금함이 풀립니다 :)
아버지가 20년 넘게 광업소에서 근무했지만 내 친구 중에 부모가 광업소에 있었던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이상함을 넘어 소름끼 치는 일이었다. 분리되어 있는 줄도 모르고 분리 속에서 우리는 살아 간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614, 이라영 지음
완독했습니다! 한 산업의 흥망성쇠와 그 산업을 지탱했던 사람들의 삶을 실제적으로 읽을 수 있어서 뜻 깊었습니다. 저자가 노동계층의 이야기를 이렇게 생생하게 엮은 책은 처음이었어요. 벽돌책과 함께 해서 완독할 수 있었어요. 이번 달도 함께여서 참 감사합니다 :)
사회의 많은 고통들이 연결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방치된 고통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개인의 고통은 정치적이고 제도적으로 발생하지만 무책임한 정치는 이 사회적 고통의 결과를 사적으로 감당하도록 방치한다. 희생하는 노동자라는 감정이 방치되었을 때 나타나는 양상은 꽤 복잡하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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