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5. <쇳돌>

D-29
기억하고 이야기 나누는 사람이 있다면 역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언뜻 보기에 지역은 느리게 흘러가는 듯하다. 도시에서 멀어질수록 평균 연령이 높고,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고, 과거의 생활양식을 유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지역은 시대 변화에 민감하다. 세계의 산업 지형 변화의 영향은 지역이 크게 받는다. 새롭게 커다란 시설이 들어왔다가 한순간에 사라진다. 지역은 전혀 정체된 장소가 아니다. 밀물처럼 사람이 몰려들다가 썰물처럼 빠진다. 그 밀물과 썰물 사이에서 수많은 생명이 영향을 받는다. 정부 정책에 따라 산과 강이 달라진다. 올림픽이 열리고, 엑스포가 열리기 위해 수백 년 된 나무가 사라지고 동물들의 서식지가 사라진다. 화려한 국제 행사 뒤에 황폐해진 자연은 오롯이 지역이 감당하는 애물단지가 된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조선소가 들어오고 조선소가 사라진다. 광산이 생겼다가 광산이 사라진다.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이 몰려왔다가 일자리가 사라져서 사람들이 떠나간다. 기후위기의 영향을 받아 작물의 이동을 체감하는 장소도 지역이다. 쓰레기 매립지, 핵폐기물장, 비행장, 태양광, 사드처럼 꾸준히 외부에서 이 장소를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지역은 한 번씩 관심을 받는다. 찬성하거나 반대하거나, 어느 쪽이든 지역민은 이기적이거나 한심하다는 시선을 받곤 한다. 핵폐기장까지 유치하다니, 정말 한심하다. 핵폐기장을 거부하다니, 지역 이기주의다. 주목을 끄는 사안에만 반짝 관심을 얻지만 그 전에도 그 후에도 그곳에서 사람이 살며 일상이 이어지고 싸움이 계속된다. 지역 소멸은 조용하게 벌어지지 않는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사라지는 사람들, 사라지는 직업들, 최종적으로는 사라지는 세계들. 그러나 광업은 사라지는 세계가 아니다. 점점 보이지 않는 세계일 뿐이다. 우리 생활에 배터리는 점점 늘어났다. 땅속의 광물은 여전히 인간에게 많이 사용된다. 자본주의는 채굴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또한 광산이 없어져도 또 다른 막장이 만들어진다. “철 든 동네였지만 철 없어진 지 오래인 장승리”에서 여전히 채굴의 소리가 들린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회고는 증언이 될 수 있는가. 기억은 증명될 수 있는가. 기억은 왜곡되고 진술은 윤색될 위험을 늘 안고 있다. 나는 인간의 기억을 종종 의심한다. 평소 나는 독자로서 의심이 많아 자전적 이야기를 온전히 신뢰하는 편이 아니다. 사실을 기억한다기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해석이 개입된 채 왜곡된 기억을 갖기 쉽다. 내 기억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어떤 삶은 적당한 망각이 생명줄이다. 망각 덕분에 버티는 삶을 함부로 파헤치지 않는 것도 필요했다. 침묵으로 말하기도 하나의 방식임을 존중해야 한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동시대를 살지만 광산노동자들은 마치 과거에나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지면서 자신들이 동시대인으로 존중받지 못한다는 감정을 갖는다. ....“어차피 해봤더니 안되더라” “정부는 반도체나 인공지능에나 관심있지”.... 결국에는 ‘나와 가족’ 중심으로 살아야겟다는 마음을 먹는다. “안전모를 쓴 보수주의자”의 탄생이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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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a님의 문장 수집: "동시대를 살지만 광산노동자들은 마치 과거에나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지면서 자신들이 동시대인으로 존중받지 못한다는 감정을 갖는다. ....“어차피 해봤더니 안되더라” “정부는 반도체나 인공지능에나 관심있지”.... 결국에는 ‘나와 가족’ 중심으로 살아야겟다는 마음을 먹는다. “안전모를 쓴 보수주의자”의 탄생이다."
정치는 노동자를 다른 장소와 다른 시간대의 살도록 적극적으로 방치함으로써 문화적으로 밀어낸다. 이처럼 정치가 모든 사람의 시간을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음으로써 구조적 불평등을 의도적으로 강화한다. 시간적 불평등은 기본적인 인권 침해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사라지는 사람들, 사라지는 직업들, 최종적으로 사라지는 세계들. 그러나 광업는 사라지는 세계가 아니다. 점점 보이지 않는 세계일 뿐이다 (...) 자본주의는 채굴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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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a님의 문장 수집: "사라지는 사람들, 사라지는 직업들, 최종적으로 사라지는 세계들. 그러나 광업는 사라지는 세계가 아니다. 점점 보이지 않는 세계일 뿐이다 (...) 자본주의는 채굴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저도 완독하였습니다.! 1996년 학교 프로젝트 덕분에 (그리고 그 프로젝트는 폐광 후 대책을 요구한 그 특별법 덕분이었습니다.) 처음 사북을 가보았는데,, 구불구불 꽤 오래 봉고를 타고 들어갔고, <젊음이의 양지> 드라마를 보고 간 때라 양지다방이 있는 거리, 그리고 처음 본 탄가루가 날릴 듯한 매끈하게 다져진 산. '사양산업' 이라는 말은 이때 처음 인식하며 생각했었습니다. 사양된다는 그 산업이 있던 지역이 소박하고 검은색 회색빛 이미지로 차 있었거든요. 없어져야 할 산업이구나 막연하게 생각했었나 봅니다.가물거리는 기억을 소환하며 이 책을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철광산과 선광부로 기억과 대중매체가 만든 이미지를 부수며며 읽기 시작했었습니다. (30년전 찍었던 사진을 소장하고 있었는데 집을 열심히 뒤져도 못찾아 아쉽네요;;) . 생생한 목소리와 가족사가 담겨 더 술술 읽히고 제 가족사와 거쳐간 직업들에 대해서도 겹쳐보며 읽은 것 같습니다. 같은 시대와 일이 갖는 본질 때문에에 연상되는 것 같아요. 7월 책도 기대됩니다.!
"저 많은 사람들 중 이곳이 모래시계나 해돋이의 명소로 소문나기보다 먼저 검은 탄광촌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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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광부들이 드나들던,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삶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던 석탄이 실려 나오던 그 갱도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막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질과 문명에는 보이지 않는 인간들의 피와 땀이 스며들어 있다. 붉고 검은 흙이 정말 인간의 피로 보인다. 광물 탐사 인공지능의 활용도 점점 현실로 다가온다. 감정이 없어 파업하지 않는 인공지능은 어쩌면 완벽한 노동자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인공지능 훈련에는 상당한 양의 전기와 물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소비하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가. 아무리 첨단을 말해도 핵심 광물을 채굴하는 노동은 여전히 인간의 손을 떠나지 못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아버지의 칠순 생일에 이제 일을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 노트북이 들어간 무거운 가방을 지고 하루종일 걸어다니는 일이 체력적으로 힘에 부쳐 보였다. “일이 없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 그 말에 나는 더 이상 그만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304p,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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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님의 문장 수집: "아버지의 칠순 생일에 이제 일을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 노트북이 들어간 무거운 가방을 지고 하루종일 걸어다니는 일이 체력적으로 힘에 부쳐 보였다. “일이 없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 그 말에 나는 더 이상 그만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
저도 체력이 될 때까지 일을 계속하고 싶어 작가님 아버지의 마음이 더 이해가 갔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체력도 되시고, 생계 때문에 일을 더 하고 싶어 하시는데 길게 봐야 1-2년이면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아쉬워 하십니다.
꽃의요정님의 대화: 저도 체력이 될 때까지 일을 계속하고 싶어 작가님 아버지의 마음이 더 이해가 갔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체력도 되시고, 생계 때문에 일을 더 하고 싶어 하시는데 길게 봐야 1-2년이면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아쉬워 하십니다.
그러게요. 젊었을 땐 일하는 게 고되고 힘든데 막상 은퇴를 앞두면 일을 그만둘게 겁나잖아요. 일을 그만두면 여기저기가 아프고.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하는 거 같습니다.
stella15님의 대화: 그러게요. 젊었을 땐 일하는 게 고되고 힘든데 막상 은퇴를 앞두면 일을 그만둘게 겁나잖아요. 일을 그만두면 여기저기가 아프고.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하는 거 같습니다.
게다가 제가 요새 더더더더 통감하는 게, 사람들이 남는 시간이 너무 많으면 다른 사람들 괴롭힐 생각만 하더라고요. 인간은 적당히 바빠야 해요~ ㅎㅎㅎ
꽃의요정님의 대화: 게다가 제가 요새 더더더더 통감하는 게, 사람들이 남는 시간이 너무 많으면 다른 사람들 괴롭힐 생각만 하더라고요. 인간은 적당히 바빠야 해요~ ㅎㅎㅎ
ㅎㅎㅎ 격하게 동감합니다!
태백석탄박물관에서 수많은 광석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원이 아닌 자연으로 존재하는 광석들은 경이로웠다. 반복과 질서, 화려한 색으로 구성된 광석은 그 자체로 강렬한 아름다움을 뿜어냈다. 다이아몬드만이 아니라 모든 광물이 아름다웠다. 인류는 아름다움을 파헤치고 살아왔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37쪽,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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