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5. <쇳돌>

D-29
aida님의 문장 수집: "사라지는 사람들, 사라지는 직업들, 최종적으로 사라지는 세계들. 그러나 광업는 사라지는 세계가 아니다. 점점 보이지 않는 세계일 뿐이다 (...) 자본주의는 채굴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저도 완독하였습니다.! 1996년 학교 프로젝트 덕분에 (그리고 그 프로젝트는 폐광 후 대책을 요구한 그 특별법 덕분이었습니다.) 처음 사북을 가보았는데,, 구불구불 꽤 오래 봉고를 타고 들어갔고, <젊음이의 양지> 드라마를 보고 간 때라 양지다방이 있는 거리, 그리고 처음 본 탄가루가 날릴 듯한 매끈하게 다져진 산. '사양산업' 이라는 말은 이때 처음 인식하며 생각했었습니다. 사양된다는 그 산업이 있던 지역이 소박하고 검은색 회색빛 이미지로 차 있었거든요. 없어져야 할 산업이구나 막연하게 생각했었나 봅니다.가물거리는 기억을 소환하며 이 책을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철광산과 선광부로 기억과 대중매체가 만든 이미지를 부수며며 읽기 시작했었습니다. (30년전 찍었던 사진을 소장하고 있었는데 집을 열심히 뒤져도 못찾아 아쉽네요;;) . 생생한 목소리와 가족사가 담겨 더 술술 읽히고 제 가족사와 거쳐간 직업들에 대해서도 겹쳐보며 읽은 것 같습니다. 같은 시대와 일이 갖는 본질 때문에에 연상되는 것 같아요. 7월 책도 기대됩니다.!
"저 많은 사람들 중 이곳이 모래시계나 해돋이의 명소로 소문나기보다 먼저 검은 탄광촌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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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광부들이 드나들던,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삶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던 석탄이 실려 나오던 그 갱도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막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질과 문명에는 보이지 않는 인간들의 피와 땀이 스며들어 있다. 붉고 검은 흙이 정말 인간의 피로 보인다. 광물 탐사 인공지능의 활용도 점점 현실로 다가온다. 감정이 없어 파업하지 않는 인공지능은 어쩌면 완벽한 노동자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인공지능 훈련에는 상당한 양의 전기와 물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소비하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가. 아무리 첨단을 말해도 핵심 광물을 채굴하는 노동은 여전히 인간의 손을 떠나지 못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아버지의 칠순 생일에 이제 일을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 노트북이 들어간 무거운 가방을 지고 하루종일 걸어다니는 일이 체력적으로 힘에 부쳐 보였다. “일이 없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 그 말에 나는 더 이상 그만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304p,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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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님의 문장 수집: "아버지의 칠순 생일에 이제 일을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 노트북이 들어간 무거운 가방을 지고 하루종일 걸어다니는 일이 체력적으로 힘에 부쳐 보였다. “일이 없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 그 말에 나는 더 이상 그만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
저도 체력이 될 때까지 일을 계속하고 싶어 작가님 아버지의 마음이 더 이해가 갔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체력도 되시고, 생계 때문에 일을 더 하고 싶어 하시는데 길게 봐야 1-2년이면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아쉬워 하십니다.
꽃의요정님의 대화: 저도 체력이 될 때까지 일을 계속하고 싶어 작가님 아버지의 마음이 더 이해가 갔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체력도 되시고, 생계 때문에 일을 더 하고 싶어 하시는데 길게 봐야 1-2년이면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아쉬워 하십니다.
그러게요. 젊었을 땐 일하는 게 고되고 힘든데 막상 은퇴를 앞두면 일을 그만둘게 겁나잖아요. 일을 그만두면 여기저기가 아프고.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하는 거 같습니다.
stella15님의 대화: 그러게요. 젊었을 땐 일하는 게 고되고 힘든데 막상 은퇴를 앞두면 일을 그만둘게 겁나잖아요. 일을 그만두면 여기저기가 아프고.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하는 거 같습니다.
게다가 제가 요새 더더더더 통감하는 게, 사람들이 남는 시간이 너무 많으면 다른 사람들 괴롭힐 생각만 하더라고요. 인간은 적당히 바빠야 해요~ ㅎㅎㅎ
꽃의요정님의 대화: 게다가 제가 요새 더더더더 통감하는 게, 사람들이 남는 시간이 너무 많으면 다른 사람들 괴롭힐 생각만 하더라고요. 인간은 적당히 바빠야 해요~ ㅎㅎㅎ
ㅎㅎㅎ 격하게 동감합니다!
태백석탄박물관에서 수많은 광석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원이 아닌 자연으로 존재하는 광석들은 경이로웠다. 반복과 질서, 화려한 색으로 구성된 광석은 그 자체로 강렬한 아름다움을 뿜어냈다. 다이아몬드만이 아니라 모든 광물이 아름다웠다. 인류는 아름다움을 파헤치고 살아왔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37쪽, 이라영 지음
남겨야 하나, 부수어야 하나 논쟁하는 사이, 한국 근현대사의 유구들이 무수히 사라져 갔다. 가까운 역사를 지우는 작업이 계속된다면, 다음 세대는 박물관의 이미지 자료나 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곳 철암 까치발 건물들은 근대 탄광 지역 생활사의 흔적으로 소중히 기억될 것이다. 2013. 12. 20. - 철암탄광역사촌 앞 비석의 비문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37-538쪽,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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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님의 문장 수집: "아버지의 칠순 생일에 이제 일을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 노트북이 들어간 무거운 가방을 지고 하루종일 걸어다니는 일이 체력적으로 힘에 부쳐 보였다. “일이 없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 그 말에 나는 더 이상 그만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
저도 이부분 읽으며 노동의 의미가 사람마다 많이 다르지만, 존재이유, 삶의 이유로 생각할수 있다고 느꼈어요. 사실 저는 노동에서 그렇게 큰 의미를 못 찾는데 (노동이 저의 정체성은 아니라는..) .. 돌아가신 친정아버지도 저자의 아버지처럼 일을 안한다는 것을 고통스러워 하셨던 기억이... 말기 암 진단받고 암보험금을 당시 크게 받으셨는데, 당시 큰 돈을 받으시면서 하신 말씀이.."내가 죽을병에 걸리긴 했나보다, 이렇게 큰 돈을 받다니.." 하셨어요. 말기암이었지만 증상을 크게 못 느끼셨던 탓인지... 그 보험보상비로 사업을 확장하시더라구요. 저는 사업을 접고 삶을 정리하기 바랬지만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그렇게 못하시더라구요. 우리 부모님 세대는 노동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았던게 아닐까 생각이 들고, 저는 다른 세대로,, 아주 다릅니다 .. 그리고 생각해보면 저의 자녀인애들.. 이야기해보면 또 다른거 같아요. 군에 있는 큰애는 "대학에 꼭 가야하나?" "꼭 취직을 해야하나?" 이렇게 생각하더라구요. 자기는 대학생이지만 중학생 동생이 대학을 꼭 가야하는지 모르겠다는 ... 대학, 노동, 직장에 대해 세대마다 다르게 생각할수 있다고 느껴요.
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서러운' 존재로 그려지는 걸 늘 경계해왔다. 여성이 서럽게 재현되고, 장애인이 서럽게 재현되고, 노동자가 서럽게 재현되는 것은 어딘가 찜찜함을 남긴다. 내가 왜 이 서러움이라는 표현을 경계할까 생각해보니 서러움에는 상대적으로 저항성이 적어서다. 서러움보다는 부정의에 대한 분노가 이들의 감정에 대한 더 정확한 표현이지 않을까.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서러움을 넘어선 상상력이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가 분노를 표출하기보다 서러운 존재로 재현될 때 기득권은 더 안전하다. 예를 들어 여성들이 서러움을 표현할 때 가부장제는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한맺힌 '우리 어머니'나 서러운 '딸' 혹은 '며느리' 등은 오히려 가부장제와 공존한다. 희생이 곧 역할이기에 서럽다고 하면서도 자신처럼 희생하지 않는 사람에게 분개한다. 물론 1980년대는 이 서러움을 기반으로 노동자 정체성을 가지고 자신들의 언어를 만들어가던 시기였다. 서러움이 서러움에서 멈추지 않고 이 서러움을 공격의 무기로 전환시키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 감정을 기반으로 연대할 때 투쟁이 가능해진다. 그렇기에 서러움에 저항적 힘이 내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감정은 한계도 명확하다. '덕분에'와 같은 말로 대응해 버리고, 구체적인 문제는 회피할 수 있다. 또한 '나의 서러움'을 바탕으로 분노하지만 '타인의 서러움'에 대한 공감과 연대로 확장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막연한 서러움보다는 정확한 고통의 실체와 부당함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자크 랑시에르는 착취당하는 이들이 겪는 가장 근본적인 부정의로 "시간성 분배의 부정의"를 꼽았다. 시간이 있다는 점에서 능동적 인간으로 불리는 자들의 시간과 시간이 없기에 수동적으로 보이는 자들의 시간은 동일하지 않다. 시간은 정치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시간과 영토 모두 정치적 경계가 생성되는 데 영향을 준다. 시간적 경계는 권리가 차등 부여된 여러 집단으로 국민을 나눈다. 정치학자 엘리자베스 F. 코헨은 "권리를 획득하거나 박탈당할 때 시간이 교환수단이 되는 정치적 거래 시스템을 시간의 정치경제학"이라고 정의하고, 한 사회의 정치 체제가 얼마나 평등한가는 국민의 시간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모든 사람이 물리적으로 같은 장소에 살 수는 없지만, 같은 시대를 살 수는 있다. 그러나 차별이 심할수록 다른 계층 사이에서 '동시대인'의 감각이 형성되기 어렵다. 빈부격차는 이처럼 시대격차를 생산한다. 사회적 위계에 따라 시간은 차등적으로 부여되며 또한 서울과 지역 간에는 다른 시대가 형성된다. 노동자들을 비롯해 사회적 소수자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한국에 광산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평범한 사람들도 '아직도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정치는 노동자들을 다른 장소와 다른 시간에 살도록 적극적으로 방치함으로써 문화적으로 밀어낸다. 이처럼 정치가 모든 사람의 시간을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음으로써 구조적 불평등을 의도적으로 강화한다. 시간적 불평등은 기본적인 인권 침해 중 하나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오구오구님의 대화: 저도 이부분 읽으며 노동의 의미가 사람마다 많이 다르지만, 존재이유, 삶의 이유로 생각할수 있다고 느꼈어요. 사실 저는 노동에서 그렇게 큰 의미를 못 찾는데 (노동이 저의 정체성은 아니라는..) .. 돌아가신 친정아버지도 저자의 아버지처럼 일을 안한다는 것을 고통스러워 하셨던 기억이... 말기 암 진단받고 암보험금을 당시 크게 받으셨는데, 당시 큰 돈을 받으시면서 하신 말씀이.."내가 죽을병에 걸리긴 했나보다, 이렇게 큰 돈을 받다니.." 하셨어요. 말기암이었지만 증상을 크게 못 느끼셨던 탓인지... 그 보험보상비로 사업을 확장하시더라구요. 저는 사업을 접고 삶을 정리하기 바랬지만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그렇게 못하시더라구요. 우리 부모님 세대는 노동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았던게 아닐까 생각이 들고, 저는 다른 세대로,, 아주 다릅니다 .. 그리고 생각해보면 저의 자녀인애들.. 이야기해보면 또 다른거 같아요. 군에 있는 큰애는 "대학에 꼭 가야하나?" "꼭 취직을 해야하나?" 이렇게 생각하더라구요. 자기는 대학생이지만 중학생 동생이 대학을 꼭 가야하는지 모르겠다는 ... 대학, 노동, 직장에 대해 세대마다 다르게 생각할수 있다고 느껴요.
제가 일을 안하고 오래 놀아보니 천국이 따로 없더라고요. 인간들 꼬라지 안 보고, 맨날 읽고싶은 책 읽고 하고싶은거 하고 혼자니까 방해받을 일도 없고, 고양이 배방구 때리믄서 종일 같이 있고. 먹고사는 걱정과 불안이 없다면 남은 평생이라도 일같은 건 계속 안하고 싶더군요. 그러나 제게는 마치 천형과도 같은 게 일이라 이걸 계속 안 하면 굶어죽으니 꾸역꾸역 할 수밖에 없네요.
이번에 <쇳돌>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지도를 펴놓고 같이 보고 있어요. 책에서 지명이 언급될 때마다 제가 우리 지리에 관해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지리보다도 우리 지리를 더 모르는 것 같아요.) 함경도가 동쪽인지 평안도가 동쪽인지 헷갈리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강원 충청 경북 등의 지역에서도 어디가 어디로 통하는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곳들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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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a님의 대화: 이제 알려주실 때도 되지 않았나요 (제가 놓친 걸까요?) '서걱거린 이유' 혹시 노명우, 에리봉, 에르노 와 달리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지 않고 YG님 애정하는 에리봉을 "망설임 없이 옹호하지 못한다고" 해서일까요? 이 대목 읽을때 살짝 생각했던 터라... 그만 풀어주시죠~ ㅋㅋ
저도 이게 계속 궁금해서 이거 읽고 나서 그 책을 읽어보려고 했는데 궁금증을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aida 님!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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