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님의 대화: @향팔 남종영 기자님께서 그 역설을 이 책에서 지적하셨더라고요. (저는 깊이 고민하지 않았던 문제라 '아!' 했었답니다.) 이 책 소개를 제가 공유해드렸었던가요?
[‘착한 선택’의 딜레마]
“기후 위기에 평범한 소시민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기후 위기’를 주제로 놓고서 강의할 때마다 꼭 나오는 질문입니다. 그때마다 세 가지를 언급하곤 합니다. 첫째, 가능한 한 버스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이용하기. 둘째, (유기농에 집착하지 말고) 국내산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생활협동조합 이용하기. 셋째, 육식을 줄이기. 단, 육식을 줄이기가 어렵다면 비싼 소고기라도 멀리하기.
여기에 기회가 있으면 태양광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에 관심을 가져볼 것도 권합니다. 이렇게 열거한 네 가지를 얘기할 때는 살짝 목소리도 커집니다. 왜냐하면, 모두 제가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거든요. 저는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고, 생활협동조합에서 먹을거리를 구매하고, 아예 육식을 끊지는 않지만(사실 좋아하기도 하지만), 소고기는 그다지 즐기지 않아요.
결정적으로, 전라남도 영암군의 할아버지 댁에서 소규모 태양광 발전을 합니다. 고향의 부모님 댁과 세 남매 가족 모두가 연간 쓰는 전력량 정도를 생산하죠. 여기에 새 옷에 집착하지 말라는 얘기를 덧붙이기도 하는데, 저를 실제로 만나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겁니다. 패스트 패션 제품을 마치 명품처럼 수년간 입고 다니니까요.
제목이 우스꽝스러워서 손이 안 간다고요? 특히,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 북극곰의 파업을 막아라』는 대놓고 청소년 대상의 “기후 픽션”이라고 광고도 하고 있어요(뒷 표지). 책을 펼쳐보면 더욱더 당황스럽습니다. ‘한국출판문화상 교양 부문 저술상’까지 받은 저자라면 한 우물만 팔 것이지 이른바 ‘병맛’의 황당무계한 픽션을 입혀 놓았거든요.
책을 끝까지 읽고서야 저자의 의도를 파악했습니다. 저자가 흠모하는 중요한 현대 철학자 가운데 도나 해러웨이가 있습니다. 20세기 페미니즘과 과학기술학의 도발적인 철학자로 주목받았던 해러웨이는 21세기에는 지구를 공유하는 인간과 비인간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인류세의 철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조명받고 있습니다.
이 해러웨이가 2010년대 초에 이런 제안을 한 적이 있습니다. 기후 위기와 같은 지금의 난국을 우리가 함께 헤쳐 나가려면 모두 ‘SF 쓰기’에 나서야 한다고요.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고요? 모두 SF 작가가 되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과학자가 내놓은 숫자에만 매몰되거나, 그들이 해결책을 내놓으리라고 맹신하지 말고 각자가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자는 거예요.
어차피 ‘세상은 망해’(기후 파멸론)와 ‘세상을 과학기술이 구원할 거야’(테크노-낙관주의) 같은 양극단 모두 거부하고,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해러웨이는 이런 시도를 다양한 글쓰기 실천으로 지칭하는데 그 가운데 ‘사변적 우화(speculative fabulation)’가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런 글쓰기를 보여주고 싶었답니다.
묵직한 질문과 수많은 정보를 요령 있게 정리하면서도 도발적인 시각을 잃지 않은 책인데도 인간과 동물이 대화를 나누고, 소설과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등장하고,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나오는 게 이 때문입니다. 저자의 ‘사변적 우화’ 쓰기가 성공했는지도 직접 확인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