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5. <쇳돌>

D-29
YG님의 대화: 내일 6월 8일 월요일에는 7장 '노조로 항하기'와 8장 '여자들의 부업'을 읽습니다. 저자 아버지의 중요한 정체성이 노동조합 활동가였다는 사실도 이 책이 특별한 이유 가운데 하나죠. 오늘 읽을 부분의 시간대도 1980년을 전후한 시점이니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 거예요. 저자는 그렇게 아버지가 "노조 일"할 때 실제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의 이야기도 병렬 배치했답니다.
이번 책, 너무 흥미(?)롭습니다! 주제가 낯설어 걱정이 많았는데, 웬걸. 작가님 필력 덕분인지 이 가족의 기구한 서사와 치열한 노동의 현실이 절절하게 느껴져서 몰입감이 어마어마하네요. 문장 수집도 계속 늘어가고... (하하)
YG님의 대화: @오구오구 네, 결이 참 다른 작가이죠. 일단 두 작가는 출생 연도와 집안 배경부터 차이가 있습니다. 황석영 작가는 1943년생으로 초등학교 때 한국 전쟁을, 10대 때 전후의 혼란기를 온몸으로 겪었습니다. 1962년 고등학교를 자퇴한 해 11월, 단편 「입석 부근」이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면서 등단했죠. 이후 1966년부터 1969년까지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문열 작가는 1948년생이라 한국 전쟁과 전후의 혼란기를 영유아기로 보냈습니다. (참고로 스티븐 킹이 1947년생, 무라카미 하루키가 1949년 1월생이니 이들과 동년배 작가인 셈입니다.) 이문열 작가 역시 1966년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2년 남짓 부산에서 방황하는 청소년기를 보내다가, 1968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대학 역시 끝내 중퇴하게 되는데, 월북한 아버지를 둔 탓에 ‘연좌제’에 묶여 어차피 출세할 수 없는 삶이라는 좌절감이 컸을 겁니다. 그러다 1979년(만 31세)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새하곡」이 당선되며 중앙 문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0대에 '소년 급제'한 황석영 작가와 비교하면 데뷔가 꽤 늦은 편이었죠. 하지만 같은 해 곧바로 『사람의 아들』(1979)을 발표하며 문단과 대중의 주목을 동시에 받는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습니다. * 황석영 작가는 이미 이 시점에 대체 불가능한 스타였습니다. 특히 「객지」(1971), 「삼포 가는 길」(1973) 같은 리얼리즘 중단편은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지요. 저 역시 황석영 작가가 1970년대에 발표한 중단편들은 지금도 가끔 찾아 읽을 정도로 애정합니다. 이 단편들에는 그가 20대 시절 일용직 노동 등을 전전하며 몸으로 체화한 현장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반면 이문열 작가는 대중적인 ‘관념 소설’ 혹은 ‘사변 소설’, 그리고 ‘지식인 소설’이 장기였습니다. 『사람의 아들』만 해도 인간 존재의 근원, 신의 존재 이유, 절대적 자유와 고통 같은 형이상학적 주제를 정면으로 건드렸으니까요. 이후 주목받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87) 역시 권력과 대중의 속성을 성장 소설의 틀을 빌려 쓴 작품이고요. 여기에 더해 이문열 작가는 월북한 아버지와 연좌제라는 굴레, 그 안에서 방황하는 아들의 정체성을 ‘지식인 소설’의 형식으로 집요하게 변주해 왔습니다. 대하소설 『영웅시대』(1984)와 『변경』(전 12권)이 대표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영웅시대』는 흥미롭게 읽었지만, 『변경』은 읽다가 중도 하차했던 기억이 나네요.) * 황석영 작가는 1989년 평양 방문 이후 옥고를 치르고 나와 발표한 『오래된 정원』(2000) 『손님』(2001)부터 최근의 『철도원 삼대』(2020)에 이르기까지, 2000년대 이후에는 주로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궤적을 배경에 깔고서 (세계 무대 쉽게 말하면 노벨 문학상을 염두에 둔) 다양한 형식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문열 작가는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보수 이데올로그의 대표 작가로 각인되면서 발표하는 작품도 시원치 않아졌고, 좋은 작품을 쓰더라도 독자와 만나는 접점이 좁아진 듯해요. 저는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1998) 같은 단편은 아주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저도 2000년대 이후에는 이문열 작가의 소설을 따로 챙겨 읽지 않았네요.) * 앞에서 언급했듯이, 개인적으로는 1970년대에 황석영 작가가 발표한 단편을 좋아합니다. 2000년대 이후의 장편은 시간이 지날수록 제 문학적 감각과는 조금 거리가 생기는 듯합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젠 그만 노벨 문학상 집착을 내려놓으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문열 작가의 작품 중에는 몇 편의 중단편, 그리고 무엇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입학 전에 읽었던 『젊은 날의 초상』(1981)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수없이 이사를 다니면서도 버리지 않고서 챙겨 온 청춘 소설입니다. 「하구」 「우리 기쁜 젊은 날」 「그해 겨울」 세 편의 중편을 묶어서 펴낸 책입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10대 후반, 20대 초반이었던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녹여 쓴 소설이죠. 오래전에 읽고서 다시 펼쳐보진 않았지만, 처음 읽었을 때의 강렬했던 감정이 각인돼 있어서 계속 소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민음사 판으로 가지고 있는데, 지금은 출판사를 옮겨 나오는 것 같더군요. 다시 읽어도 그때만큼 좋을지는 모르겠습니다. :)
오, 그러고보니 황석영 소설도 저는 읽은 게 몇권 없네요. 어릴 때 <오래된 정원>(읽다가 말았음), <손님>(좋게 읽었음)밖에는…. 그때는 <장길산>이랑 <무기의 그늘>도 읽어보고 싶었건만 여태껏 시도조차 못했네요. YG님 글을 읽고 일단 <삼포 가는 길>, <객지>,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을 킵해 뒀어요. 감사합니다.
연해님의 대화: 이번 책, 너무 흥미(?)롭습니다! 주제가 낯설어 걱정이 많았는데, 웬걸. 작가님 필력 덕분인지 이 가족의 기구한 서사와 치열한 노동의 현실이 절절하게 느껴져서 몰입감이 어마어마하네요. 문장 수집도 계속 늘어가고... (하하)
여담이지만, 저는 토요일에, 지난달 벽돌 책 모임에서 @YG 님이 극찬(더 정확히는 YG님의 작은 동거인분이 극찬)하신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고 왔답니다. 이제 거의 막차 분위기라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거의 없었는데, 아슬아슬하게 찾아서 다녀왔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원작을 읽지 않고 봐서 그런지, 주인공들이 죽으면 어쩌나 싶어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요. 웃다가 울다가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광활한 우주의 모습도 경이롭고 아름다웠어요. 심지어 OST도! (주말내내 듣고, 오늘 출근길에도 들었다지요) 참, @향팔 님이 말씀해주셨던 <쇼생크 탈출>도 드디어! 봤답니다.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주변에서 극찬하셨던 분들도 많았는데, 이제서야 봤네요. 제목에서 오는 느와르적(?)인 느낌과 달리, 제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진지하고 철학적인 영화였어요. 인간에게 자유란 무엇인지, 믿음과 사랑, 우정과 관계 등에 대해서도 천천히 생각해보게 됐고요. 주인공의 운명이 안타깝고, 절절했지만 결말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근데 이 사람 정말 영리하지 않나요? 보는 내내 감탄...).
프로젝트 헤일메리눈을 떠보니 아득한 우주의 한가운데에서 깨어난 중학교 과학교사 그레이스는 희미한 기억 속에서 자신이 죽어가는 태양으로부터 지구와 인류를 살릴 마지막 희망으로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잃어버린 기억으로 인해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그레이스는 우연히 우주 한복판에서 같은 목적으로 온 뜻밖의 존재 로키를 만나게 되고 그레이스와 로키는 각 두 행성의 운명을 건 마지막 미션을 수행하러 떠나게 되는데…
쇼생크 탈출촉망받는 은행 간부 앤디 듀프레인은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다. 주변의 증언과 살해 현장의 그럴듯한 증거들로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악질범들만 수용한다는 지옥같은 교도소 쇼생크로 향한다. 인간 말종 쓰레기들만 모인 그곳에서 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억압과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간수의 세금을 면제받게 해 준 덕분에 그는 일약 교도소의 비공식 회계사로 일하게 된다. 그 와중에 교도소 소장은 죄수들을 이리저리 부리면서 검은 돈을 긁어 모으고 앤디는 이 돈을 세탁하여 불려주면서 그의 돈을 관리하는데...
연해님의 대화: 여담이지만, 저는 토요일에, 지난달 벽돌 책 모임에서 @YG 님이 극찬(더 정확히는 YG님의 작은 동거인분이 극찬)하신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고 왔답니다. 이제 거의 막차 분위기라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거의 없었는데, 아슬아슬하게 찾아서 다녀왔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원작을 읽지 않고 봐서 그런지, 주인공들이 죽으면 어쩌나 싶어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요. 웃다가 울다가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광활한 우주의 모습도 경이롭고 아름다웠어요. 심지어 OST도! (주말내내 듣고, 오늘 출근길에도 들었다지요) 참, @향팔 님이 말씀해주셨던 <쇼생크 탈출>도 드디어! 봤답니다.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주변에서 극찬하셨던 분들도 많았는데, 이제서야 봤네요. 제목에서 오는 느와르적(?)인 느낌과 달리, 제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진지하고 철학적인 영화였어요. 인간에게 자유란 무엇인지, 믿음과 사랑, 우정과 관계 등에 대해서도 천천히 생각해보게 됐고요. 주인공의 운명이 안타깝고, 절절했지만 결말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근데 이 사람 정말 영리하지 않나요? 보는 내내 감탄...).
@연해 와, 주말이 행복하셨겠네요. 두 작품 모두 영화도 명작이지만 책도 훌륭하니 꼭 챙겨 읽으시길.
향팔님의 대화: 오, 그러고보니 황석영 소설도 저는 읽은 게 몇권 없네요. 어릴 때 <오래된 정원>(읽다가 말았음), <손님>(좋게 읽었음)밖에는…. 그때는 <장길산>이랑 <무기의 그늘>도 읽어보고 싶었건만 여태껏 시도조차 못했네요. YG님 글을 읽고 일단 <삼포 가는 길>, <객지>,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을 킵해 뒀어요. 감사합니다.
@향팔 님, 『젊은 날의 초상』은 제가 만 19세 때 그러니까 30년 전에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꼭 꼭 꼭 기억해 주세요. :)
부끄럽지만, 저는 요즘 주말에는 무협 웹 소설 정주행에 정신이 없답니다. 『절대회귀』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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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님의 대화: 부끄럽지만, 저는 요즘 주말에는 무협 웹 소설 정주행에 정신이 없답니다. 『절대회귀』라는;
왜 부끄럽나요? 재미있는 무협소설 추천 부탁 드려요~ 저에게 무협소설은 인생의 아이스크림 같은 존재예요.
향팔님의 대화: 오, 그러고보니 황석영 소설도 저는 읽은 게 몇권 없네요. 어릴 때 <오래된 정원>(읽다가 말았음), <손님>(좋게 읽었음)밖에는…. 그때는 <장길산>이랑 <무기의 그늘>도 읽어보고 싶었건만 여태껏 시도조차 못했네요. YG님 글을 읽고 일단 <삼포 가는 길>, <객지>,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을 킵해 뒀어요. 감사합니다.
전 무협소설에 빠져 있던 것 때문인 것 같은데, 고등학생 때 '임꺽정'이랑 '장길산', 그리고 조정래 작가님 책 등을 많이 읽었어요. 그 당시엔 동네 서점에 구비 되어 있던 '장길산'을 용돈 생길 때마다 한권 한권 사 모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기억이 좋아, 지금도 아이의 책은 절대 한 질을 사준다거나 인터넷으루 주문하지 않고, 구여구여 서점에 끌고 가서 딱 한 권씩만 감질나게 사줘요.) 이문열 작가님 책은 하나도 안 읽어 봤고, 황석영 작가님 책은 '돼지꿈(단편모음집)', '바리데기', '철도원 삼대'를 읽었는데, 돼지꿈/철도원 삼대/바리데기(이 책은 비추) 순으로 좋았어요. '장길산'은 수십년 전에 읽은 거라 아주 재미있었다는 기억밖에 안 나 잘 모르겠어요;;; 요새 주변에서 자꾸 '할매'를 추천해 주시는데, 바리데기의 트라우마 땜에 읽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연해님의 대화: 여담이지만, 저는 토요일에, 지난달 벽돌 책 모임에서 @YG 님이 극찬(더 정확히는 YG님의 작은 동거인분이 극찬)하신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고 왔답니다. 이제 거의 막차 분위기라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거의 없었는데, 아슬아슬하게 찾아서 다녀왔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원작을 읽지 않고 봐서 그런지, 주인공들이 죽으면 어쩌나 싶어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요. 웃다가 울다가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광활한 우주의 모습도 경이롭고 아름다웠어요. 심지어 OST도! (주말내내 듣고, 오늘 출근길에도 들었다지요) 참, @향팔 님이 말씀해주셨던 <쇼생크 탈출>도 드디어! 봤답니다.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주변에서 극찬하셨던 분들도 많았는데, 이제서야 봤네요. 제목에서 오는 느와르적(?)인 느낌과 달리, 제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진지하고 철학적인 영화였어요. 인간에게 자유란 무엇인지, 믿음과 사랑, 우정과 관계 등에 대해서도 천천히 생각해보게 됐고요. 주인공의 운명이 안타깝고, 절절했지만 결말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근데 이 사람 정말 영리하지 않나요? 보는 내내 감탄...).
<쇼생크 탈출>의 엔딩 장면, 정말 아름답고 뭉클하지요? (저는 브룩스 할아버지와 그의 벗 까마귀 제이크 때문에 많이 울었답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책도 영화도 아직 못 봤는데 서둘러야겠네요. (이런 영화는 연해님처럼 극장에서 봐 줘야 제맛이겠죠!)
YG님의 대화: @향팔 님, 『젊은 날의 초상』은 제가 만 19세 때 그러니까 30년 전에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꼭 꼭 꼭 기억해 주세요. :)
하하하, 네 꼭 감안하겠습니다.
YG님의 대화: 부끄럽지만, 저는 요즘 주말에는 무협 웹 소설 정주행에 정신이 없답니다. 『절대회귀』라는;
ㅋㅋ 그러셨군요. 저는 주말에 드뎌 새폴스키의 <행동>을 빌려 왔습니다. (두께를 보고 기절할 뻔! 그동안 저도 벽돌 책의 외양과 무게에 쫌 익숙해졌나, 했었는데 전혀 아니었나 봅니다.) 앞부분 조금 읽었는데 너무 웃기고 재미있네요.
YG님의 대화: @오구오구 네, 결이 참 다른 작가이죠. 일단 두 작가는 출생 연도와 집안 배경부터 차이가 있습니다. 황석영 작가는 1943년생으로 초등학교 때 한국 전쟁을, 10대 때 전후의 혼란기를 온몸으로 겪었습니다. 1962년 고등학교를 자퇴한 해 11월, 단편 「입석 부근」이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면서 등단했죠. 이후 1966년부터 1969년까지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문열 작가는 1948년생이라 한국 전쟁과 전후의 혼란기를 영유아기로 보냈습니다. (참고로 스티븐 킹이 1947년생, 무라카미 하루키가 1949년 1월생이니 이들과 동년배 작가인 셈입니다.) 이문열 작가 역시 1966년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2년 남짓 부산에서 방황하는 청소년기를 보내다가, 1968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대학 역시 끝내 중퇴하게 되는데, 월북한 아버지를 둔 탓에 ‘연좌제’에 묶여 어차피 출세할 수 없는 삶이라는 좌절감이 컸을 겁니다. 그러다 1979년(만 31세)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새하곡」이 당선되며 중앙 문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0대에 '소년 급제'한 황석영 작가와 비교하면 데뷔가 꽤 늦은 편이었죠. 하지만 같은 해 곧바로 『사람의 아들』(1979)을 발표하며 문단과 대중의 주목을 동시에 받는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습니다. * 황석영 작가는 이미 이 시점에 대체 불가능한 스타였습니다. 특히 「객지」(1971), 「삼포 가는 길」(1973) 같은 리얼리즘 중단편은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지요. 저 역시 황석영 작가가 1970년대에 발표한 중단편들은 지금도 가끔 찾아 읽을 정도로 애정합니다. 이 단편들에는 그가 20대 시절 일용직 노동 등을 전전하며 몸으로 체화한 현장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반면 이문열 작가는 대중적인 ‘관념 소설’ 혹은 ‘사변 소설’, 그리고 ‘지식인 소설’이 장기였습니다. 『사람의 아들』만 해도 인간 존재의 근원, 신의 존재 이유, 절대적 자유와 고통 같은 형이상학적 주제를 정면으로 건드렸으니까요. 이후 주목받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87) 역시 권력과 대중의 속성을 성장 소설의 틀을 빌려 쓴 작품이고요. 여기에 더해 이문열 작가는 월북한 아버지와 연좌제라는 굴레, 그 안에서 방황하는 아들의 정체성을 ‘지식인 소설’의 형식으로 집요하게 변주해 왔습니다. 대하소설 『영웅시대』(1984)와 『변경』(전 12권)이 대표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영웅시대』는 흥미롭게 읽었지만, 『변경』은 읽다가 중도 하차했던 기억이 나네요.) * 황석영 작가는 1989년 평양 방문 이후 옥고를 치르고 나와 발표한 『오래된 정원』(2000) 『손님』(2001)부터 최근의 『철도원 삼대』(2020)에 이르기까지, 2000년대 이후에는 주로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궤적을 배경에 깔고서 (세계 무대 쉽게 말하면 노벨 문학상을 염두에 둔) 다양한 형식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문열 작가는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보수 이데올로그의 대표 작가로 각인되면서 발표하는 작품도 시원치 않아졌고, 좋은 작품을 쓰더라도 독자와 만나는 접점이 좁아진 듯해요. 저는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1998) 같은 단편은 아주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저도 2000년대 이후에는 이문열 작가의 소설을 따로 챙겨 읽지 않았네요.) * 앞에서 언급했듯이, 개인적으로는 1970년대에 황석영 작가가 발표한 단편을 좋아합니다. 2000년대 이후의 장편은 시간이 지날수록 제 문학적 감각과는 조금 거리가 생기는 듯합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젠 그만 노벨 문학상 집착을 내려놓으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문열 작가의 작품 중에는 몇 편의 중단편, 그리고 무엇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입학 전에 읽었던 『젊은 날의 초상』(1981)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수없이 이사를 다니면서도 버리지 않고서 챙겨 온 청춘 소설입니다. 「하구」 「우리 기쁜 젊은 날」 「그해 겨울」 세 편의 중편을 묶어서 펴낸 책입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10대 후반, 20대 초반이었던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녹여 쓴 소설이죠. 오래전에 읽고서 다시 펼쳐보진 않았지만, 처음 읽었을 때의 강렬했던 감정이 각인돼 있어서 계속 소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민음사 판으로 가지고 있는데, 지금은 출판사를 옮겨 나오는 것 같더군요. 다시 읽어도 그때만큼 좋을지는 모르겠습니다. :)
역시! 👍 저는 황석영 작가는 안 맞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그 분이 우리나라 문단계에 끼친 영향은 어마어마하죠. 근데 그분도 노벨문학상에 연연하셨나요? 고은 시인이 그렇다는 얘기는 들은 것 같습니다만. 근데 이제 내려놓지 않으셨나요? 그 영광이 까마득한 후배에게로 돌아갔으니. ㅋ 그 보다는 이문열 작가가 좀 충격적이긴 했죠? 2천년들어와선가? 그의 책이 불태워지는 사건 있었잖아요. 그 사건 이후 절필을 선언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본인으로선 굉장히 충격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 무섭긴하죠? 그분이 세운 문학촌은 지금도 운영이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YG님께서 책도 시간의 산물이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한때 기라성 같은 작가의 세상에 없을 작품도 지나놓고나면 큰 맘 먹지않으면 여간해서 읽는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독서에 대한 열의가 예전 같지가 않아서리. ㅠ
borumis님의 문장 수집: "무언가를 '이루는' 삶이 아니라 '견디는' 삶은 이름 없이 소멸하고, 이 삶의 경력은 무수한 노동으로 채워진다."
세상이 변화하고 발전하면서 직업도 사라지고 새로 생겨난다. 어떤 직종은 어차피 '없어질' 직업이기에 사라지는 수순으로 가는 게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그러나 직업이 사라진다고 해서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사라지진 않는다. 직업은 사라져도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고 어디론가 꾸준히 이동한다. 그들이 다 죽을 때까지 사회가 그들의 이동경로에 무심할 뿐 사람들 대부분은 사는 동만 꾸준히 일을 바꿔가며 생존한다. 무언가를 '이루는'삶이 아니라 '견디는'삶은 이름없이 소멸하고, 이 삶의 경력은 무수한 노동으로 채워진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실제로는 거의 마주하지 않지만 은유 속에서는 풍성하게 존재하는 광산, 광부, 막장 등에 대한 실제 목소리를 들리게 하는 작업이다. 누군가의 삶을 은유 속에 가둘 수 없다. 사회에서 보이지 않았기에 이동과 사라짐도 보이지 않는, 그러나 이 사회를 지탱해온 어떤 존재들의 움직임과 목소리를 추적하기로 한다. 한 사람의 노동이동에는 한 시대와 장소의 변화가 담긴다.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는 그들의 생각과 감정이 숨어 있다. 노동자의 입과 노동자의 발을 따라갔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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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미르님의 문장 수집: "실제로는 거의 마주하지 않지만 은유 속에서는 풍성하게 존재하는 광산, 광부, 막장 등에 대한 실제 목소리를 들리게 하는 작업이다. 누군가의 삶을 은유 속에 가둘 수 없다. 사회에서 보이지 않았기에 이동과 사라짐도 보이지 않는, 그러나 이 사회를 지탱해온 어떤 존재들의 움직임과 목소리를 추적하기로 한다. 한 사람의 노동이동에는 한 시대와 장소의 변화가 담긴다.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는 그들의 생각과 감정이 숨어 있다. 노동자의 입과 노동자의 발을 따라갔다."
뒤늦게 참여해서 읽기 시작했어요. 누군가의 삶을 은유속에 가둘 수는 없다... 와닿네요. 더구나 개인적 경험이 아닌 근대사의 중요한 순간의 집단적 경험이니까 말입니다.
50 쪽에서 현재 한국광산은 석회석이나 백운석 등 비금속 광산이라는 언급이 있어서 알아보았습니다. 삼척, 영월, 단양, 제천 등에 있는 노천광이고 이주노동자가 다수이며, 내국인 노동자는 60~70대가 주를 이룬다 하네요. 하청구조 문제도 있고, 분진 소음 등 노동환경 열악하고, 그골격계 부담 문제가 크다는군요. 석회석, 백운석은 주요 건축자재이자 마감제로 쓰인다고 합니다. 광산노동자 구성이 건설노동자와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 건설은 노조의 오랜 노력으로 내국인 젊은이들도 조금씩은 유입되고 있는듯 합니다.
연해님의 대화: 여담이지만, 저는 토요일에, 지난달 벽돌 책 모임에서 @YG 님이 극찬(더 정확히는 YG님의 작은 동거인분이 극찬)하신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고 왔답니다. 이제 거의 막차 분위기라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거의 없었는데, 아슬아슬하게 찾아서 다녀왔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원작을 읽지 않고 봐서 그런지, 주인공들이 죽으면 어쩌나 싶어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요. 웃다가 울다가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광활한 우주의 모습도 경이롭고 아름다웠어요. 심지어 OST도! (주말내내 듣고, 오늘 출근길에도 들었다지요) 참, @향팔 님이 말씀해주셨던 <쇼생크 탈출>도 드디어! 봤답니다.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주변에서 극찬하셨던 분들도 많았는데, 이제서야 봤네요. 제목에서 오는 느와르적(?)인 느낌과 달리, 제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진지하고 철학적인 영화였어요. 인간에게 자유란 무엇인지, 믿음과 사랑, 우정과 관계 등에 대해서도 천천히 생각해보게 됐고요. 주인공의 운명이 안타깝고, 절절했지만 결말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근데 이 사람 정말 영리하지 않나요? 보는 내내 감탄...).
쇼생크탈출은 책으로 함 읽어보고 싶은데 여간해서 짬이 안 나네요. 킹 아저씨의 책은 <유혹하는 글쓰기>가 유일! 영화는 몇편 봤는데. ㅠ
1935년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여성의 광산 지하노동금지에 관한 협약(1935. 6. 21.)'이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도 공식적으로 여성은 광산의 갱 안에서 일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72조에 명시된 금지사항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될 때부터 여성과 18세 미만인 미 성년자에게 갱 안에서의 노동을 금지했다. 여기에는 굴, 터널 등을만들기 위해 지하 갱도에서 발파, 굴착, 굴진 등을 하는 노동이 포함된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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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이 구절 보며 삐딱한 생각 해봅니다.여성을 '자녀를 낳고 기르는 존재'로 규정하고, 갱도의 열악한 환경이 모성(자궁)을 해친다는 논리를 앞세워 여성을 노동자가 아닌 '국가의 미래 인구 공급원'으로 보는 근대부르주아적 가족주의가 짙게 배인 조항이란... 당시 지배층(부르주아)에게 이상적인 가정은 '남성은 밖에서 돈을 벌고, 여성은 가정에서 가사를 전담하는' 형태였기에, 여성 광부의 존재는 이런 질서를 위협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간주되었을 거고. ​ 그리고 당시 남성 중심의 노동조합도 여성의 지하 노동 금지를 적극 지지했는데, 보호라는 명분 아래 여성이 저임금으로 현장에 투입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남성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방어하려는 계산도 반영되었다고도 볼수 있습니다. ​광산은 전통적으로 '남성적 근력'이 강조되는 장소였고,여성 노동자의 배제는 남성 노동자들의 지위와 정체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했을 거고요. ​어쩌면 이 협약은 여성의 실질적인 삶을 개선하기보다는 '여성을 숙련 노동의 장에서 쫓아내는 결과'를 초래했을 듯합니다. ​당시 여성 광부들은 지상에서의 저임금 가사 노동이나 소규모 수공업으로 밀려나야 했을 테고요. 여성이 원해서 광산에서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합의라는 이름으로 그 일자리를 박탈당하는 과정에서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권은 무시되었고요. 1935년이라면 이런 해석 더 맞지 않을까 싶네요 영국에서 여성이 참정권(투표권)을 획득한 게 1928년이고, 프랑스는 무려 1944년이니까요
참미르님의 문장 수집: "1935년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여성의 광산 지하노동금지에 관한 협약(1935. 6. 21.)'이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도 공식적으로 여성은 광산의 갱 안에서 일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72조에 명시된 금지사항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될 때부터 여성과 18세 미만인 미 성년자에게 갱 안에서의 노동을 금지했다. 여기에는 굴, 터널 등을만들기 위해 지하 갱도에서 발파, 굴착, 굴진 등을 하는 노동이 포함된다."
​ ...위험한 노동현장을 개선한 게 아니라 성별논리로 배제한것,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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