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때 나에게 아버지란 '내 아버지'라기보다 '양양광업소 노조 사람'이었다. 노조 사람이 우리 집에 사는 것이다. 노조에 몰두했던 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면 지금도 아버지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그때는 그래도 싸우면 오히려 힘이 나. 사장이랑 마주 앉으면 내가 동등해지거든." 오랜 시간 노조에서 싸우느라 늘 '모가지'가 간당간당한 일상을 살아갔으면서도 아버지는 싸웠다는 사실에 자아존중감을 느꼈다. 마주 앉아 싸우는 관계, 정확히 말하면 '싸울 수 있는 관계'는 동등한 시민이라는 기분을 안겼다. 싸움의 결과와 무관하게 싸우고 있다는 것 그 자체,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에서 삶의 감각을 느꼈다. 이러한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노조의 '노' 자도 듣기 싫다며 그 시절을 몸서리치게 기억한다. ”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131쪽,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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