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5. <쇳돌>

D-29
회사는 우리 집에 광산 사람들이 드나드는지 감시했고, 아버지와 접촉한 사실이 밝혀진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었다. 날마다 우리 집에 몰려오던 '노조 인간들'이 잠시 조용해진 이유였다. 37년 후에 '노조 인간들' 중 한 사람인 이인수를 만나 나는 이 사실을 확인했다. "그때 우리 아무도 못 갔어. 감시가 있으니까. 김학진 씨가 그래서 대단한 거야. 혼자 다녀왔더라고. 그런 사람이었어."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164쪽, 이라영 지음
5장 제목에서 '진짜 일'이란 말이 턱 목에 걸리네요. 우리 사회가 유난히 '진짜일'과 임시로 하는 일, 어쩔 수 없이 잠깐 머무는 일, 피해야 할 일을 구분했고, 그럴수록 그 일들의 작업환경과 조건은 나아지지 못했고, 어떤 면에서 더 나빠지기도 했단 생각, 저의 화두였습니다. 어쩔수 없이 임시로 머무는, 피해야 할 일이 사실은 우리 삶을 떠받쳐주는 필수노동이었음에도 교육은 그 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사다리를 제공하는 것에만 복무했지, 필수노동의 일터에서 보람과 행복을 찾을 수도 있다는 걸 가르치거나 도운 적이 없지 않나... (노동의 귀함과 위계 없음, 권리에 대해 )하는 질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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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6월 10일 수요일은 11장 '양양을 떠나기'와 12장 '하숙촌'을 읽습니다. 저자 가족이 양양에 아버지를 남겨두고 강릉에 정착하고 그곳에서 하숙집을 운영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이제 10대가 된 저자가 전면에 등장하는 (드문) 장입니다. :)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도 오래전 지독하게 현실에서 겪은 사람의 뇌리에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제도는 사라져도 권력은 보이지 않게 지배의 흔적을 남긴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171쪽, 이라영 지음
1988년이면 휴전된 지 무려 35년이 지난 시점인데도 양양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진짜 남한이 아니'라는 배제의 시선이 깔려 있었다. 나는 양양을 떠남으로써 '양양 사람'의 정체성을 얻었다. 수복지역 사람들을 '진짜 시민'으로 보지 않는 시선을 나 역시 경험한 셈이다. '양양하와이'는 지금은 잊혀진 말이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179쪽, 이라영 지음
노동계층에게 개천 용 신화는 절대적이었다. 자수성가라는 개념은 한 줄기 가능성의 빛이다. 현재의 굴욕과 고통을 견디게 해주는 막연한 희망이다. 개인의 노력과 의지로 고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자신의 현실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183쪽, 이라영 지음
누군가가 사회적으로 기록이 남는 싸움을 하는 동안 누군가는 그 싸움이 지속될 수 있도록 세속적인 노동을 한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185쪽, 이라영 지음
사생활은 계급적 산물이다. 소중하고 중요하지만 중산층만이 누릴 수 있는 개념이다. 노동계층은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최선을 다해 내놓아야 겨우 생계를 지탱한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190쪽, 이라영 지음
참미르님의 대화: 5장 제목에서 '진짜 일'이란 말이 턱 목에 걸리네요. 우리 사회가 유난히 '진짜일'과 임시로 하는 일, 어쩔 수 없이 잠깐 머무는 일, 피해야 할 일을 구분했고, 그럴수록 그 일들의 작업환경과 조건은 나아지지 못했고, 어떤 면에서 더 나빠지기도 했단 생각, 저의 화두였습니다. 어쩔수 없이 임시로 머무는, 피해야 할 일이 사실은 우리 삶을 떠받쳐주는 필수노동이었음에도 교육은 그 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사다리를 제공하는 것에만 복무했지, 필수노동의 일터에서 보람과 행복을 찾을 수도 있다는 걸 가르치거나 도운 적이 없지 않나... (노동의 귀함과 위계 없음, 권리에 대해 )하는 질문 말입니다.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읽은 기억이 나네요. 어떤 청년이 커피 매장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고, 본인은 자기 일에 만족하는데 주변에서는 걱정을 한다고요. 언제까지 '알바'만 하고 사냐, '제대로 된 일'을 해야지, 이러면서요. 그리고 노동자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나는 사정상 잠시 '이런 데'서 일하지만 오래 있을 사람이 아니야, 여기서 이러고 썩을 사람이 아니야 하면서 스스로를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속한 사람으로 여기고, 미래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나 부자가 되어 있을 자신에게 '빙의'를 하는 거죠. 그러면 현재 내가 있는 곳의 노동 조건이나 환경을 애써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할 이유가 없죠. 어차피 나는 나갈 거니까.
향팔님의 대화: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읽은 기억이 나네요. 어떤 청년이 커피 매장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고, 본인은 자기 일에 만족하는데 주변에서는 걱정을 한다고요. 언제까지 '알바'만 하고 사냐, '제대로 된 일'을 해야지, 이러면서요. 그리고 노동자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나는 사정상 잠시 '이런 데'서 일하지만 오래 있을 사람이 아니야, 여기서 이러고 썩을 사람이 아니야 하면서 스스로를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속한 사람으로 여기고, 미래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나 부자가 되어 있을 자신에게 '빙의'를 하는 거죠. 그러면 현재 내가 있는 곳의 노동 조건이나 환경을 애써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할 이유가 없죠. 어차피 나는 나갈 거니까.
오, 저 향팔님 글 읽자마자 이 책 제목이 떠올라버렸습니다.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 - 월급사실주의 2025동시대 한국사회에서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해,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는 규칙을 공유하며 결성된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단편소설 앤솔러지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 - 월급사실주의 2025』가 출간되었다.
향팔님의 대화: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읽은 기억이 나네요. 어떤 청년이 커피 매장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고, 본인은 자기 일에 만족하는데 주변에서는 걱정을 한다고요. 언제까지 '알바'만 하고 사냐, '제대로 된 일'을 해야지, 이러면서요. 그리고 노동자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나는 사정상 잠시 '이런 데'서 일하지만 오래 있을 사람이 아니야, 여기서 이러고 썩을 사람이 아니야 하면서 스스로를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속한 사람으로 여기고, 미래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나 부자가 되어 있을 자신에게 '빙의'를 하는 거죠. 그러면 현재 내가 있는 곳의 노동 조건이나 환경을 애써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할 이유가 없죠. 어차피 나는 나갈 거니까.
저도 사람들과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하는데요. 어떤 직업을 가졌느냐보다는 그 일을 하면서 어떤 마음이 드는지에 대한 이야기죠. 직업으로만 자신을 설명한다는 건 좀 납작하다는 느낌이 들어서요(진부하기도 하고). 일종의 스펙같달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벽돌 책이 참 좋습니다.
참미르님의 대화: 5장 제목에서 '진짜 일'이란 말이 턱 목에 걸리네요. 우리 사회가 유난히 '진짜일'과 임시로 하는 일, 어쩔 수 없이 잠깐 머무는 일, 피해야 할 일을 구분했고, 그럴수록 그 일들의 작업환경과 조건은 나아지지 못했고, 어떤 면에서 더 나빠지기도 했단 생각, 저의 화두였습니다. 어쩔수 없이 임시로 머무는, 피해야 할 일이 사실은 우리 삶을 떠받쳐주는 필수노동이었음에도 교육은 그 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사다리를 제공하는 것에만 복무했지, 필수노동의 일터에서 보람과 행복을 찾을 수도 있다는 걸 가르치거나 도운 적이 없지 않나... (노동의 귀함과 위계 없음, 권리에 대해 )하는 질문 말입니다.
SNS에서 본 짤이었는데, 육체노동하시는 분들 보고 "공부 안하면 커서 저렇게 된다."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나라라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육체노동을 천시하고, 정규직이 아닌 일들에 대한 차별 때문에, 그 카테고리안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죄다 반쪼가리 취급한다고요. 그래서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되지도 않는 공부 하겠다고 30대까지 대기업/전문직 돼 보겠다고 목매달고 있는.... 저도 차별받는 직종에서 일하지만, 떠들고 싶은 사람들은 마음대로 떠들라지~하면서 삽니다. 안 그럼 이 사회에 견디기 힘든 요소들이 너무 많아서요. ㅜ.ㅜ @향팔 아는 지인은 사람이 너무 괜찮다고 동네에 소문나서 선자리가 부모님을 통해 들어왔는데 카페에서 알바한다는 이유로 선을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 부모님 왈 "진즉에 카페를 차려 줬어야 했는데."였고요.
어머니에게서는 묘하게 노동계층의 문화와 거리를 두려는 태도가 줄곧 읽혔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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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가 사라져도 권력은 보이지 않게 지배의 흔적을 남긴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그의 말대로 양양이 수복지역으로서 겪은 역사는 지역민들의 문화와 의식에 중요한 역향을 끼쳤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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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나는 강원도 말을 '북한 말씨 같다'고 하는 사람들을 볼 때 웃기 어렵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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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은 그곳을 떠날 수 있을 때 성공한 삶이 된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탱구밤이엄마님의 문장 수집: "어머니에게서는 묘하게 노동계층의 문화와 거리를 두려는 태도가 줄곧 읽혔다."
외할아버지의 영향으로 나는 노동계층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일까요 아니면 나는 절대 노동계층으로 추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존심일까요? (둘 다 같은 걸까요?)
탱구밤이엄마님의 문장 수집: "그의 말대로 양양이 수복지역으로서 겪은 역사는 지역민들의 문화와 의식에 중요한 역향을 끼쳤다."
여기 나오는 이 '역향'이라는 단어 말인데요, 처음에 전자책에서 볼 때는 오타라고 생각했는데 종이책에도 역향이라고 표기되어 있더라구요. 역향??
탱구밤이엄마님의 문장 수집: "지금도 나는 강원도 말을 '북한 말씨 같다'고 하는 사람들을 볼 때 웃기 어렵다."
제가 바로 그 사람들 입니다. 강원도 말씨 들을 때마다 북한 사람 같다고 얘기했는데, 이제부터 그러면 안되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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