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팔님의 대화: 오, 음악 감사해요. 어린 연해님이 오빠 방문을 두드리며 이 노래를 부르는 상상을 해봤는데 이미지가 왠지 찰떡으로 어울립니다(귀여워요)ㅎㅎ 제 오빠가 조카들에게 매일 불러주던 곡이에요. 저는 오빠가 남자니까 혹시 울 아버지를 닮지 않을까(욕하면서 닮는다는 말도 있잖아요), 내심 우려했는데 웬걸? 오히려 아버지를 닮은 건 오빠가 아니라 저인 것 같아요. 하하하!
제 고모들의 회상에 따르면, 할머니도 시대가 바뀌면서 많이 변하신 거라고 하더라고요. 외아들인 아버지만 교육을 시키고 고모들은 국민학교(초등학교)에도 안 보냈던 할머니가, 손녀 손목을 잡고 가서 피아노 학원에 등록을 하시다니, 이건 진짜 놀라운 일이라고요. 저도 할머니와 같이 오래 살다보니 좋은 기억도 많고, 무엇보다 저희 남매를 키우느라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셔서 늘 감사하고 죄송하죠.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 다 제가 성인이 되기 전에 돌아가셔서 보답할 길이 없다는 게 가슴 아프고요. 최근들어 오빠가 전에는 안 하던 말들을 해요. 어렸을 때 고모부가 오빠에게 사주신 나이키 에어 조던 운동화를 할머니가 깨끗이 빨아서 문밖 골목에 널어 두었는데, 어떤 놈이 홀랑 집어가 버렸다고. 그때 오빠가 할머니에게 화를 많이 냈다고, 그게 두고두고 후회스럽다고...
오빠는 본인이 겪은 일들을 자식들은 절대 겪지 않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흙수저의 성공신화를 일궈낸 인물이라, 연민이 느껴질 때가 많아요. <쇳돌> 서문에 "같은 부모를 둔 유일한 생명"이라는 표현이 나오잖아요. 그 문장이 가슴에 새겨지며 오빠 생각이 나더라고요.
밖에서는 여성 인권을 이야기해도 집에서는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말씀도 공감합니다. 저도 그랬어요. 그냥 혼자 입을 닫고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먼 곳의 일을 판단하고 이야기하긴 쉬워도, 막상 내 울타리 안의 사정을 바꾸기가 가장 어려운 건가 봅니다.
향팔님의 조부모님 이야기에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본인이 겪은 일들을 자식들은 절대 겪지 않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흙수저의 성공신화를 일궈낸 인물"이라는 말씀에서 오빠분에 대한 연민이라고 하셨지만, 애정이 듬뿍 느껴지기도 합니다(헤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가족 서사도 그런 것 같아요. 겉으로는 화목해보여도 다 각자만의 사정이 있는. 저 또한 밖에서는 당차게 말 잘하지만 가족들 앞에서는 입을 꾹 닫고 참을 때가 많았는데요. 그게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기도 해요. 자신의 일이 되면 다 무거워지는... 그래서 (저는) 소설이 좋은가봅니다. 그 이야기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그저 관객으로서 독자로서만 존재하면 된다는 마음이 저를 더 자유롭게 하는 것 같아요. 주인공의 서사를 관망해도 된다는 묘한 안도감이랄까요(너무 무책임한 발언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