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팔님의 문장 수집: ""뭉게뭉게 피어나는 김 속에서 마치 청동과도 비슷한 강건한 근육질들이 땀에 젖어 빛을 발한다. [중략] 옛날 한신 주위에 몰려들었을 장수들은 바로 이런 쿨리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노동자의 몸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보여주는 그의 글에서 노동자의 고통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침묵과 규칙적인 반복 운동은 그들의 운명처럼" 보이며 "그들은 혀가 없는 인간과도 같이 묵묵히 일한다". 무거운 짐을 지고 움직이는 노동자들이 서로 아무 말도 나누지 않는 모습은 그에게 '묵묵히' 일하는 모습일 뿐이다. 나쓰메 소세키가 표현한 대로 노동자들은 '혀가 없는 인간'으로 취급받았다. 노동자들은 침묵한 채 반복적으로 몸을 움직일 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운명'처럼 보이기에 그들의 고된 노동은 마치 자연현상처럼 여겨진다. 그의 글에서 노동자는 그가 스케치하는 풍경의 일부이다. 소세키는 그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
“ 만약에 그 기름에 절은 운전수 모자를 벗겨버린다면 그 사람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바보가 되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 같네. 그만큼 그 모자는 그 사람을, 그 돌부처 같은,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그 사람 전체를 육체의 맨 꼭대기인 머리 위에 서서 감독하면서 그를 속세의 사람과 같이 만들어버리고 있었네. 지금 현재 삽질을 하고 있으니 말일세.
사실 그 사람이 삽질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세.
그 때에 절은 모자가 하고 있는 걸세.
얼마나 위로해야 할 나의 전체의 일부냐!
얼마나 불쌍한 현실의 패자(敗者)냐!
얼마나 몸서리치는 사회의 한 색깔이냐!
그렇다! 저주받아야 할 불합리한 현실이 쓰다 버린 쪽박이다! 쪽박을 쓰기 시작했으면 끝까지 부서지지 않게 잘 쓰든지 아니면 아예 쓰지를 말든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저 무자비하게 사회는 자기 하나를 위해 이 어질고 착한 반항하지 못하는, 마도로스 모자를 쓴 한 인간을, 아니 저희들의 전체의 일부를 메마른 길바닥 위에다 아무렇게나 내던져버렸다. ”
『전태일 평전』 4부 전태일 사상_원섭에게 보내는 편지, 조영래 지음

전태일 평전불꽃 같은 삶을 살다간 노동자 전태일의 일대기. 변호사 조영래가 썼다. 청계천 평화시장의 노동자였전 전태일은 어린 여성노동자들이 비인간적 노동환경에서 쓰러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노동운동에 눈떠간다. 노동법에는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어 있으나 법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 앞에 그는 분신자살로 경종을 울린다. 1970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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