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5. <쇳돌>

D-29
"광산이 시장 자체가 작으니까. 그냥 없애면 되지, 수입하면 되지, 반도체 많이 팔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답답하다. 마땅히 없어져도 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은 그들이 현재 처한 노동의 어려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도록 만든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498쪽, 이라영 지음
복지광산은 화력발전소에도 석회석을 납품한다. 석탄을 때면 황이 나오는데 석회석이 황을 잡는 역할을 한다. 석탄 화력발전에는 석회석도 필수적인 광물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석탄 발전소를 줄이는 정책을 마련하면서 석회석을 납품하는 물량이 줄어들었다. "환경 문제에서 저희는 약점"이 있다면서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 정부 정책 자체는 이해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게 정부, 환경단체 등 여러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분명히 필요한 자원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도 눈치 보는 위치에 있게 되니 그들은 할 말이 많았다. "석회석 원석을 우리가 쓰기 편한 상태로 만들려면 구워야 해요. 소석을 해야 해요.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어야 자체적으로 안정을 취하려고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우리가 필요한 상태가 되거든요. 석회석을 굽는데, 그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발생하는 거죠. 석회석의 44퍼센트가 시오투CO₂."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정책으로 관련 산업의 규모를 줄여가는 과정에서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지 않겠냐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498-499쪽, 이라영 지음
김 소장은 "생각할 때는 그냥 밤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막상 들어가보면 밤이 아니에요. 암흑이죠." 말을 안 해도 내 생각을 읽은 듯 김 소장이 먼저 공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하다 보면 조용할 때가 있어요. 혼자 암흑 속에 있는데 조용하죠. 차라리 그냥 조용하면 괜찮은데, 갑자기 물 떨어지는 소리가 뚝 들려요. 그럼 그게 아주 기분이 이상한 거지. 그게 익숙해지면 괜찮은데, 적응이 안 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일하기 힘들죠. 잘 보고 아무튼 잘 알려줘요."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06쪽, 이라영 지음
식당에 들어서자 낯선 향이 가득했다. 식당에 자리를 잡자 버너 위에 두부가 담긴 팬을 올려놓는다. 두부 위에 얹힌 녹색 기름이 뭐냐고 물으니 산초기름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산초기름이 잔기침에 좋아요. 감기 예방도 되고, 기관지에 좋거든요. 야산에 많아요"라며 이 근처에서 많이 먹는다고 했다. 산초는 주로 깊은 산에서 많이 자란다. 대부분 광산이 산지에 있다 보니 깊은 산골에서 많이 구할 수 있는 산초를 활용한 산초기름 두부구이를 즐겨 먹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07쪽, 이라영 지음
여성은 그 가치를 지키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만 정상적인 어머니로 인정받는다. 다른 자원이 없는 여성에게 모범적인 어머니 되기는 중요한 가치다. 1980년 사북항쟁에서도 자식 때문에 참여하지 않은 여성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집단생활이나 다름 없는 지역에서 투쟁에 참여하지 않는 아내/어머니의 복잡한 입장이 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272p,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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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애가 10대 때 미술을 하고 싶지만 할 수 없었다는 것. 익숙한 이야기다. 이것은 단지 소득의 문제가 아니라 삶에 대한 상상력의 문제다. 제 삶의 가능성에 대한 상상력을 말한다. "여기에 있으면 그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는 지금도 지역의 문화 다양성에 대해 비슷한 상황이라며 "문화예술 다양성에 대해, 그게 뭐고 그게 왜 중요한지 설명을 너무 해야 하는 거예요. 그 작업을 4, 5년 했어요."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453, 이라영 지음
단장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연극 공연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광부댁 사람들은 안산 사람들에게 깊은 연대감을 표현했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감정이었다. 단원들은 안산으로 이주한 출향 강원도민을 "우리 사람들"이라 칭하며 정선을 떠난 사람들과 여전히 과거를 바탕으로 연결된 정서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정선을 떠난 사람들의 고통에까지 연결되고자 했다. 세월호 참사로 안산에 다수의 희생자와 유가족이 생긴 사건은 그들에게도 고통을 안겼다. 안산에는 강원도민 출신이 17만 명 정도 거주한다. 나는 그제서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중에 강원도민 출신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실제로 강원도민 출신 재안산 주민의 자녀 22명과 교사 1명이 희생되었다. 고통이 이렇게 이어졌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474, 이라영 지음
480쪽에 언급된 애싱턴 그룹의 작품을 훑어 봤는데 올리버 킬번의 이 작품이 무척 강렬하네요. https://share.google/xJVFGaKCSGlT2Oqq4
노동의 위계는 단지 임금의 차이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사회적 인식은 중요하다. 노동자는 돈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울분이 쌓인다. ...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신분사회를 만든다. 노동계층의 사회적 위치는 단지 소득만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497, 이라영 지음
가까이에서 알면 알수록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보였다. 그 다양한 삶을 자칫 잘못 다뤘다가는 오히려 단순한 이미지의 반복만 만들어내지 않을까 우려되어 망설이게 되었다. ...... 이 다양한 목소리들을 어떻게 직조하느냐가 관건이다. 무언가를 기록하고 말한다는 건 한편으로는 그 기록 바깥으로 어떤 세계를 밀어내기도 한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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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님의 문장 수집: "가까이에서 알면 알수록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보였다. 그 다양한 삶을 자칫 잘못 다뤘다가는 오히려 단순한 이미지의 반복만 만들어내지 않을까 우려되어 망설이게 되었다. ...... 이 다양한 목소리들을 어떻게 직조하느냐가 관건이다. 무언가를 기록하고 말한다는 건 한편으로는 그 기록 바깥으로 어떤 세계를 밀어내기도 한다."
이것은 김신애가 광산이라는 세계의 다양함을 예술로 다루기 두려워한 것에 대한 문장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라영 작가 자신이 이 책을 쓰면서 느꼈던 인터뷰어의 어려움을 인터뷰이의 고백에서 공감하고 이 책에서도 반영된 게 아닌가 싶어요. 가끔 보면 인터뷰이들의 얘기에서 어떤 것은 다소 불필요한 사족이 아닌가 또는 산으로 가는 게 아닌가 싶으면서도 되도록 빠짐없이 담아내고 기록 바깥으로 그 구체적인 모습들을 밀어내기 싫었던 그녀의 마음이 아니었으까 하네요.
광산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해왔으나 광산 바깥의 사람들에게 광산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는 너무 좁은 범위에 머물러 있다. 그 이미지와 인식은 과거의 석탄광에 한정되어 있기에 석탄광이 거의 닫힌 현재에도 여전히 많은 광산이 한국에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 현재도 우리는 땅을 파헤치며 살아간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1980년대 이후의 광산은 전혀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않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폐광촌에 마련된 과거의 광산 모습을 본다. 1980년대 탄광에서 집단의 기억은 멈춰버렸다. 경제성장과 기술 발전 속에서 과거가 되어버린 광업은 이처럼 현재의 광업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신분사회를 만든다. 노동계층의 사회적 위치는 단지 소득만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꽃의요정님의 문장 수집: "여성은 그 가치를 지키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만 정상적인 어머니로 인정받는다. 다른 자원이 없는 여성에게 모범적인 어머니 되기는 중요한 가치다. 1980년 사북항쟁에서도 자식 때문에 참여하지 않은 여성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집단생활이나 다름 없는 지역에서 투쟁에 참여하지 않는 아내/어머니의 복잡한 입장이 있다."
'작은 아씨들'에서도 독립적인 여성인 둘째 조이의 역할이 부각되지만, 첫째 언니 매기의 입장도 입체적으로 보여줘서 더 깊이가 느껴졌어요. 여기서도 '나서지 못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도 다뤄 이 책이 더 특별히 느껴졌습니다.
또한 노동의 위계는 단지 임금의 차이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사회적 인식은 중요하다. 노동자는 돈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울분이 쌓인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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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석이 일반 생활과 얼마나 밀접한지 모른다고 말하는 그들의 목소리에는 알려지지 않은 노동 현장을 전하고픈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넓은 갱도를 보며 김 감독은 여기는 문을 닫아도 관광지가 되지 않겠냐고 한다. “여름에는 시원하잖아, 겨울엔 따뜻하고.” 수많은 광산들이 폐광 후에는 관광 자원이 되길 바란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아, 정말 공감해요. 인터뷰 내용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편집하는 것도 작가의 중요한 일일 텐데 제가 보기엔 다소 산만해 보여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끌어안았던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살피게 되더라구요.
연해님의 문장 수집: "또한 노동의 위계는 단지 임금의 차이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사회적 인식은 중요하다. 노동자는 돈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울분이 쌓인다."
저도 이문장이 좋더라구요.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한다는 점, 인간을 대상화 한다는 것, 그게 문제인듯합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그에 따라 광산들이 폐쇄된느 절차는 응당 필요한 절차로 보인다. 그런데 기후와 환경을 위해 어떤 국가의 광산은 닫히지만 어떤 국가의 광산은 활발하게 열린다. 친환경을 위해 각광받는 광물이 생겨나고 중국이나 아프리카에서 희토류나 리튬 광산을 열심히 개발 중이다. "아프리카 자원부국과 핵심 광물 협력 모색","중, 리툼 등 핵심 광물 이미 장악, 일은 아프리카에 42조 투자"...독일과 영국 등에서 '마지막 광선 폐쇄' 소식을 전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현상이다. 남미와 아프르카에서는 북반구의 많은 나라들이 앞다투어 광산에 투자하며 자원을 확보하려고 한다. 현재 한국 철광석의 99퍼센트는 수입산이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58, 이라영 지음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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