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님의 대화: <기획회의> 658호(2026년 6월 20일) ‘이 주의 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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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돌’로 쓴 어느 가족의 이력서
미국 작가 애니 프루를 좋아합니다. 작가 이름만 듣고서 고개를 갸우뚱한 독자라면 비운의 배우 히스 레저가 주연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2005)의 원작 작가로 기억해도 좋겠습니다. 미국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 사이에서는 단편 「브로크백 마운틴」이 포함된 소설집(Close Range: Wyoming Stories)만큼이나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 『시핑 뉴스』도 유명하죠.
영화의 유명세에 기대 동명의 단편이 포함된 『브로크백 마운틴』이 2006년 번역되자마자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정작 제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은 「브로크백 마운틴」이 아니라 세 번째로 배치된 「어느 가족의 이력서」였어요. (2017년에 새로 나온 한국어판은 「경력」으로 번역했습니다.) 1947년 와이오밍에서 태어난 ‘리랜드 리’의 고단한 삶을 다룬 단편입니다.
마지막에 리가 50대에 뜻밖에도 요리에 재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스테이크 집을 여는 일로 끝나죠. 안타깝게도 그 스테이크 집도 실패로 끝났을 겁니다. 몇 년이 지난 2003년 12월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니까요. 마지막 문장 “아무도 뉴스를 들을 시간이 없었다”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까닭이죠.
서사 뒤에 숨은 저자, 다음 책을 기다리는 독자
물론 한 가지 불만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저자 ‘이라영’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와 고모, 아버지, 어머니에 이은 저자의 이야기가 이 책에서 감춰져 있습니다. 가족 서사의 배경으로 흐릿하게 존재하거나, 아버지의 과거와 다른 행보를 슬쩍 비판하는 모습으로만 자기를 드러낼 뿐입니다.
사회학자 노명우가 저자와 비슷하게 경기도 파주에서 주한 미군을 상대로 클럽을 운영했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을 추적한 책 『인생극장』에서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독일로 유학을 간 자기 이야기를 가족 서사의 한 축으로 배치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저자도 비판적으로 언급하는 디디에 에리봉과 아니 에르노가 자기를 전면에 드러낸 것과도 다르고요.
노명우, 에리봉, 에르노와 겹칠 만한 경험을 한 저자가 지역의 노동 계급 출신으로서 소수자를 옹호하는 지식인으로 거듭난 자신의 이야기를 가족 서사에 겹쳤다면 이 책이 훨씬 더 확장성을 가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던 대목이죠. 저자가 에리봉이나 에르노를 “망설임 없이 옹호하지 못한다”(442쪽)고 그 한계를 지적했기에 더욱더 그렇습니다.
저자가 뒤에 길게 붙여 놓은 「이 책을 쓰기까지」의 행간에서 읽히는 아쉬움과 망설임을 읽고 나서는 이런 마음도 들었습니다. ‘아, 저자는 이 책과는 아예 다른 기획으로 “양양으로 돌아가다” 같은 제목의 후속 작업을 해야겠구나!’ 여러분도 이 책을 덮고 나면, 분명히 저자의 다음 책을 기다리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