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용_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

D-29
조선의 문맹률이 무려 80퍼센트에 이르렀던 데다가, 역시 근대시라는 외래의 운문 장르가 근본적으로 심미적 취향과 근대문학에 대한 상당한 감식안을 공유하는 고급예술이었기 때문이다.
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 - 시와 유행가요의 경계에 선 시인들 p.72, 구인모 지음
즉 1920년대 후반 조선의 음반산업은 미국의 기술과 자본, 일본의 생산시설과 판매망, 그리고 조선의 레퍼토리 발굴과 음반기획이 상호 결합하여 이루어졌던 것이다.
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 - 시와 유행가요의 경계에 선 시인들 p.99, 구인모 지음
동시대 다국적 기업의 콘텐츠 제작과 비슷한 메커니즘이기도 한듯
특히 그는 자유시의 내재율을 비판하고 부정하면서 '격조시형'이라는 매우 엄격한 정형시의 외형률을 고안함으로써 결론적으로는 음악화하기에 가장 적합한 창작의 요건을 제시했던 것이다.
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 - 시와 유행가요의 경계에 선 시인들 p.100, 구인모 지음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열심히 시를 분석하면서 외재율/내재율, 자유시/정형시를 따졌던 게 오랜만에 떠오른다. 이제 보니 내재율이라는 풀어진 형식은 시가 '글'일 때 유효했던 거구나 알게 된다. 이전의 시조/민요 어찌됐는 정해진 율격을 맞춰야 했으니.
시조를 배울 때 한자로 맞춘 걸 한글로 번역된 걸로 읽었어서 그 특징이 선명하게 다가오진 않았던 듯.
이러한 자기만족과 감격이 김억으로 하여금 본격적으로 '유행시인'의 길, 즉 전문 작사가의 길로 나아가게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 - 시와 유행가요의 경계에 선 시인들 p.121, 구인모 지음
201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가수 밥 딜런이라든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싱어송라이터를 활동하고 있는 한로로의 행보가 스쳐지나간다. 물론 둘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이면서 곡과 가사를 쓰는 것에 가깝지만. +한로로는 현대시인론을 잘 들었다고 https://blog.naver.com/dreamkonkuk/223246219881 +최근에 한로로가 작사한 엔믹스 신곡 헤비세라네가 아주 취향에 맞습니다 https://youtu.be/nxgosX_DHsY?si=XchnoEOLB_dqdkxb
반주를 수반한 노래(歌)든 반주가 없는 노래든(謠), 근대적인 의미의 '시' 즉 'poetry'는 아닐 터인데, 이 세 가지 개념이 한데 뒤섞인 '가요시'를 언표하면서, 이하윤은 이미 근대적인 의미의 '시'의 관념을 거스르거나 혹은 넘어서고 있었다.
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 - 시와 유행가요의 경계에 선 시인들 p.130, 구인모 지음
조선총독부가 주도한 국민개창운동이 절정에 이른 1943년경부터는 식민지 조선에서는 오로지 군가와 시국가요만 울려 퍼지게 되었다.
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 - 시와 유행가요의 경계에 선 시인들 p.139, 구인모 지음
그러니까 음성-청각매체를 활용해 대중화와 조서 시의 개량을 꾀했던 것도 1920~1930년대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음악화를 염두에 둔 민요풍의 시를 쓰거나 음반으로 취입된 곡을 다시 지면에 게재하는 쌍방향으로 작용
결국 김억, 이하윤, 유도순이 선택한 시인·작사자의 길은 실상은 음반산업의 기획에 철저히 부합하는 관계자, 즉 직인이 되는 길에 다름없었다.
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 - 시와 유행가요의 경계에 선 시인들 p.155, 구인모 지음
이 가운데에서 우선 고한승, 구왕삼, 강승한 등 1920·30년대 이후 아동 문학, 특히 동요에 매진했던 이들이 별건곤의 현상모집에 응모했던 사정에 주목해보자.
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 - 시와 유행가요의 경계에 선 시인들 p.163, 구인모 지음
문학 '시'를 주제로 음반 매체가 엮이니 민요부터 유행가요(번안/잡가 창가 등), 동요까지 다양한 노래들이 딸려온다.
당시 '신춘문예현상모집'을 비롯한 노랫말 현상공모 행사와 이를 통한 작가 발굴 제도에는 유행가요를 비롯한 노랫말이 '문학' 혹은 '시'로서 인준되고 있었다.
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 - 시와 유행가요의 경계에 선 시인들 p.173, 구인모 지음
화단은 중앙집중적으로 조선총독부의 주관 아래 전람회가 이루어졌는데, 문단은 신문~잡지사와 음반사를 중심으로 등단 제도가 마련된 게 또 달리 보인다.
어쨌든 문학계에서는 결코 '시'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언론으로부터는 사회교화를 공한하는 한에서는 '시'로 인정받고, 또한 음반업계로부터는 유행가요로서 격조, 미감, 흥행성의 요소를 갖춘 한에서는 '시'로 인정받는 글쓰기, 그것이 바로 그들의 유행가요 가사 창작이었다.
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 - 시와 유행가요의 경계에 선 시인들 p.188, 구인모 지음
문인의 교양이었던 시 창작이 직업의 반열이 되었을 때, 글을 쓸 수 있는 모두가 지을 수 있지만 모두가 시인은 아닌 상황에서 제도적인 차원에서 '시인'은 등단으로 공인되어야 했다.
신민요를 통해 김억이 재현하고 있는 것은 서도잡가의 주조를 이루는 이별과 실연, 방랑의 삶과 그로부터 비롯한 고독과 비애의 정서였다.
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 - 시와 유행가요의 경계에 선 시인들 p.224, 구인모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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