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사역자, 현대신학 정복하기!

D-29
역사서술은 과거의 사실을 모으고 배열하는 노동을 넘어, 다양한 타자의 디채로운 과거와 엮이며 서로의 삶의 지평이 만나는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운 지적작업이다.
신학의 영토들 - 서평으로 본 현대 신학 225, 김진혁 지음
'타자의 타자성을 인정 못하는 태도'를 저도 가지고 살아왔었고, 또 지금 공동체에서도 저 태도를 가져서 타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많음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참 연약한 존재이다 싶습니다. 나의 주체성을 세우기는 어려우니 타자의 타자성을 무시함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든든하게 보이는 척이라도 하고 싶은게 아닐까요.
2천 년 긴 물길 속에는 자갈, 진흙, 쓰레기들이 수없이 쌓여 있다. 그러나 수원의 물이, 많은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정말 완전히 썩어버렸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그리스도교의 요체, 곧 개개인과 신앙 공동체의 구체적 삶을 위한, 또한 동료 인간과 사회 그리고 마침내 하느님과의 관계를 위한 본보기요 지향점이요 척도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일이 소멸되지 않고 언제나 다시금 뚜렷이 식별될 수 있었던가?
신학의 영토들 - 서평으로 본 현대 신학 201p, 큉, 김진혁 지음
신학사는 '복음의 헬레니즘화 혹은 철학화'로, 교회사는 '제자 공동체의 로마화 혹은 제도화'로 희화화되었다.
신학의 영토들 - 서평으로 본 현대 신학 228, 윌리엄스, 김진혁 지음
정말 부끄럽지만, 이 한 문장이 교회를 향한 나의 과거 사유의 흐름을 정확하게 꼬집는 것 같다. 철학적 신학, 합리적 신학을 추구한다는 명목 하에, 나 역시도 '복음'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복음 덕분에 생명을 얻은 구원받은 피조물인 주제에, 복음은 이런 것이며, 교리는 이러저러하게 망가져왔으며, 신학은 이런저런게 아쉽다고 말만 번지르르했다. 교회를 위해서 헌신하고 교회를 사랑하기보다는, 교회의 민낯을 들춰내며 제도화되었다며 손가락질만 했다. 막상 나 역시 생생하게 살아있는 공동체를 만들지도 못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대안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을 만나서 참 감사하고, 반대로 이 공동체에서도 여전히 재판관 노릇 하고싶어하는 나의 본성에 진절머리가 나기도 한다. 낯섦과 다름을 받아들이는 넓은 태도와 열린 정체성을 추구하는 겸손함을 갖고 싶다. 내가 노력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지금도 영으로 역사하시는 성령의 도우심을 구하고자 한다.
실제 카페츠는 특정 학파나 교파가 생산하고 유포해 온 '영향력 있는 ' 선입견을 걷어내고는, 과거의 신학자들이 실제 남긴 자료를 꼼꼼하게 분석함으로써 그들의 역사적 위치와 공헌을 가능한 정당하게 평가하고자 노력한다.
신학의 영토들 - 서평으로 본 현대 신학 278p, 카페츠, 김진혁 지음
카페츠의 태도를 오늘날 우리의 사역에 연결시켜보고 싶다. 현 나들목 네트워크를 바라보는 사역자들의 관점, 그리고 우리가 비판적으로 대하고 있는 소위 '친 나들목'적인 사람들의 관점이 어쩌면 둘 다 '영향력 있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주에 김형국 목사님이 최근에 쓰신 서평을 하나 읽었다. 꽤나 오랜만에 직접 글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내용이 좋다는 것에 놀랐다. 동시에 그 서평 속에서 본인이 직접 언급하고있는 한계와 문제점들이 자신이 세운 교회에도 똑같이 있는데, 왜 그건 못보시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제 눈 속 들보는 못 보는 인간의 한계가 그 분에게도 드러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상'을 분석하는 시선은 여전히 날이 서있지만, 그 시선으로 스스로를 읽어내는 법은 잊으신 것이 아닌가 싶다. 김형국 목사님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김형국의 글을 읽지 않는다. 그런데 키페츠를 따르자면, 우리도 비판을 할거면 대충 뭉뚱그려서 해석하는게 아니라 실제 텍스트를 읽어가며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반대로 김형국 목사님을 과도하게 좋아하는 사람들도, 김형국을 읽지 않는 것 같다. 과거에 경험했던 막연한 감정과 향수에만 젖어있을 뿐, 지금 생산되고 있는 그 분의 텍스트에 어떤 이상함이 담겨있는지 읽어내질 못한다. 꼼꼼히 읽어보면, 분명히 과거의 통찰력있던 사유가 많이 녹슬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들도 읽지 않는다. 결국 모두가 게으르다. 굳이 김형국 목사님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신학도로서 나도 너무 게으르다. 루터는 대충 이런 사람, 슐라이어마허는 대충 이런 사람, 바르트는 대충 이런 사람이라고 뭉게고 지나갈 뿐, 진짜로 읽지 않는다. 카페츠가 이런 나의 태도에 경종을 울려주는 것 같다.
인류는 20세기 초반 유대인 대학살과 세계대전 등을 통해 세계관 개념이 무기화되었을 때 얼마나 위험한지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극단의 시대를 통과한 현대인은 바빙크와 같은 방식으로 순진하게, 혹은 순수히 학문적이고 변증적 관점에서 세계관 개념을 사용하기 힘든 세계에 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한 감각이 없다면 시대적 위기의 '치유책'으로 바빙크가 제안했던 세계관은 나와 다른 신념과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을 향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신학의 영토들 - 서평으로 본 현대 신학 p.329, 김진혁 지음
확실히 현대 인류는 그리스도교 세계관의 배타적이고 전투적인 성격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다. 아니 그게 꼭 그리스도교 세계관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어떤 한 가지의 관점이 맞고 다른 관점은 다 틀렸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굉장히 몰상식한 태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가만히 보면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도 다양한 스펙트럼에 대한 고려 없이 하나의 정답만 있다는 식의 주장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낀다. 특정 교단의 신학만 정답인양 말하는 목소리에도, 또 나들목이 한국교회의 유일한 해답인양 말하는 목소리에도, 더 나아가 종교화된 교회 안에서만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분리주의자들의 목소리에도 상당한 거부감을 느낀다. 또 그렇다고 모든 세계관, 모든 관점에 틀린 건 없고 그저 자기에게 좋은 방식대로 살면 된다는 식의 상대주의적 주장에도 거부감을 느낀다. 결국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서있는건데 그게 어딘지를 모르겠다. 그래서 내 인생이 혼란스러운건가? 세계관을 명확히 하면 삶의 혼란이 줄어들려나? 아니 애초에 세계관을 명확히 한다는 게 뭐지? 기독교 세계관이라 하는 학문은 뭘 가르치는 걸까? 창조, 타락, 구속, 완성 이 세계관 말고 다른 뭐가 더 있나? 에이 모르겠다. (판넨베르크의 '그리스도교의 특수성'과 '진리의 보편성'사이의 접점을 찾으려 했던 방식과 이 세계관 고민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 같은데... 확실히 현대인들에게, 이 시대 교회에게 보편성과 특수성 사이의 균형 잡힌 생각이 참 중요한 주제인 것 같다.)
저는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될 때 보편성이 확립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늘날 개인의 서사가 거대담론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요. 성경도 사실은 '여러', '한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즉 인류보편적 이야기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흐른 오늘날의 독자에게도 흡입력이 있는 것 아닐까요. 저는 요즘 '명확한' 한 가지가 있다면 "예수 그리스도"이고, 둘 사이의 어떤 "균형잡힌" 한 가지 보다, 애매모호한 둘 사이의 "끊임없는 긴장"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ㅜㅜ
신학의 역사는 그리스도인의 자기 정체성을 구심점으로 삼아 교회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는 폐쇄적 서사로 머물 수 없다.
신학의 영토들 - 서평으로 본 현대 신학 286., 김진혁 지음
신학은 단지 교회의 학문이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리스도인이 수행하는 지적 활동이기도 하다.
신학의 영토들 - 서평으로 본 현대 신학 286., 김진혁 지음
지금 읽는 후카이 토모아키는 신학을 "사회의 다양한 정치, 경제, 문화적 요인과 관계를 주고받는 다면적인 지적활동으로 본다." 라고 하네요. 저도 신학이 가진 유익이 문화로 자리잡으면, 사회가 훨씬 훌륭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용진 목사님의 고민과 비슷하게 신학이 가진 유니크함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후카이 토모아키의 관점은 저에겐 신선하고 흥미롭습니다!
토모아키는 '신학이란 무엇이며 신학이 여전히 (혹은 여기서도) 필요한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왜 현대인은 그리스 비극이나 플라톤의 철학이 아니라 굳이 신학을 교양으로 공부해야 할까. 토모아키에 따르면 신학은 다른 일반 학문으로는 포착될 수 없는 서구 사회의 심층 구조를 인식하게 해준다.
신학의 영토들 - 서평으로 본 현대 신학 298., 김진혁 지음
"바빙크는 현대적 삶을 배척하지 않으며 오히려 포용할 수 있는 개신교 정통신학을 제시했다. 그리스도를 죽음에서 일으키신 하느님은 현대 사회에도 주님으로 계신 만큼, 시대의 자녀가 아닌 그리스도인이란 없다...... 바빙크가 현대적 살믕ㄹ 강조한다고 하여 인간의 자율성이라는 신념에 기초한 근대성 자체를 긍정하지는 않았다.... 교회와 세상의 관계를 단순 대립관계로 보지 않으면서, 둘의 적절한 관계 구도를 제시했다.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구분된다는 말이 분리자들의 논리로 오용되어서는 안 되듯, 교회의 보편성이 모든 차이를 무화하는 연합의 원리로 과장되어서도 안된다." 316. 바빙크는 꽤 익숙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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