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가 쓴 번역에 대한 에세이.
모름지기 두 사람 이상의 추천을 받았다면 일단 읽어보는 편이 좋더라.
[2026 June]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D-29
강가울모임지기의 말
강가울
“ 원문을 있는 그대로 번역하지 않고 훼손하거나 왜곡했을 때, 번역자의 의도, 편견, 취향, 속셈이 개입했을 때 배신이 일어났다고 느낀다. 특히 성격처럼 중대한 텍스트를 번역할 때는 역자의 미묘한 손길이 닿은 한 단어가 엄청난 문화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p.55, 홍한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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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울
번역에 가해지는 배신이라는 비난은 '충실성' 개념과 맞물려 있다. 그래서 성경처럼 충실성이 특히 중요시되는 텍스트와 관련해 배신을 논할 때가 많다.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p.58, 홍한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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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울
[배신]
매 장마다 느끼는 거지만 하나의 키워드로 번역의 특징과 역사, 관련 담론을 비유하고 설명하는 게 대단하다. 내용도 유익하지만 형식적으로도 즐거움을 주는 글이다.
성경 번역의 역사가 예시로 다루어졌는데 흥미로웠다.
강가울
“ 나도 번역이라는 일이 탐정이 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탐정소설 속 탐정의 목표는 범죄가 왜, 누구에 의해, 어떻게 저질러졌는지를 설명하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일이다. 탐정이 모든 정황과 맥락을 고려해 가장 그럴듯한 한 가지 서사를 완성하듯이, 번역가도 단어들의 단서를 모아 매끈한 하나의 문장, 빈틈없는 하나의 줄거리를 만든다. ”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pp.65-66, 홍한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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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울
그러나 안타깝지만 번역은 거의 언제나 미완의 감각을 더 많이 남긴다.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p.66, 홍한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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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울
직역과 의역, 축어역과 의미역 대립항에 충실성과 가독성 개념이 연결되었다.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p.68, 홍한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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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울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번역이라는 일이 단어든 의미든 텍스트만 가지고 씨름하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에게 밥 안 먹었냐고, 재 미없냐고 묻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물었는지 행간을 헤아리는 것까지가 번역의 일이다. 험프티 덤프티의 말처럼 의도가 모든 것을 결정할 때도 있다. ”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p.78, 홍한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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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울
[나는 내가 의미하는 걸 말해] 걸리는 것 없이 자연스럽게 읽히는 걸 좋아해 확신의 의역파라고 생각했는데 이 장의 예시들을 보니 나는 그저 작품 나름, 번역 나름이었다. 마음껏 골라 읽을 수 있도록 번역가분들이 미완의 감각을 조금만 더 견뎌주시길 바라본다.
강가울
샤일록이 필사적으로 지키려했던 기표와 기의의 결속이, 존재 자체가 위장인 가짜 판사에 의해 끊어진다. 기호는 하염없이 증식하며 의미는 흩어진다.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p.86, 홍한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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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울
번역은 기표와 기의의 불일치를 드러내는 순간이다.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p.89, 홍한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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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울
“ 언어의 본질은 변화다. 언어는 고정되지 않는다. 아무리 샤일록이 “맹세, 맹세, 나는 하늘에 맹세했소. 내 영혼이 위증을 해야 하오?”라며 자신의 계약을 신에게 한 맹세에 동일시하며 신성시하려고 하더라도 계약이 언어로 이루어져 있는 한, 해석의 차이는 필연이다. 그 차이를 통합하고 이해하려면 자비가 필요하다. ”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p.93, 홍한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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