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8.신의 화살, 치누아 아체베

D-29
안녕하세요! 아프리카 작가의 작품은 처음입니다. 좋은 기회일 것 같아서 기대돼요!
어서오세요 @달바 님! 환영합니다. 아체베 작가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정반대편에 있는 대륙이지만 이곳에서도 우리와 똑같은 고민과 사회 변화를 거쳐왔음을 느낄 수 있었네요. 한 달 동안 즐거운 독서가 되셨으면 합니다.
구글로 영어책 검색하다 발견해 버린 사진! 전 항상 한국 디자인이 더 맘에 듭니당
한국 판본 겉표지가 더 생동감 넘치네요. 요즘은 해외도 책 표지에 신경 쓰는 느낌이지만 예전 표지들 찾아보면 색 사용도 별로 없고, 사진이나 그림 대신 단색에 글자만 박혀있는 단순한 표지들도 많더라고요. 사진 올려주신 표지는 매우 직설적이군요 ㅎㅎㅎ
에제울루는 절기와 농작물, 그리고 그런 것 때문에 마을 사람들에게 행사하는 자신의 막강한 힘을 생각할 때마다 과연 자기한테 정말로 그런 힘이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호박잎 축제일과 햇얌 축제일을 정한 사람은 다름 아닌 에제울루였지만, 그것을 선택한 건 그가 아니었다. 그는 단지 파수꾼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그의 힘은 단지 자기가 맡은 염소를 돌보는 어린아이의 힘이나 별다를 게 없었다. 염소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자신의 것이므로 아이는 염소에게 먹을 것을 찾아 주고 염소를 돌봐 줄 것이다. 그렇지만 염소가 도살되는 날 그 아이는 염소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곧바로 알게 된다.
신의 화살 p.15,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만일 한 번도 써보지 못할 힘이라면 도대체 그건 어떤 종류의 힘이란 말인가? 차라리 힘이 없다고 말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는가.
신의 화살 p.1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오지우고가 빈 그릇을 가지러 왔을 때 은와포는 수프 그릇을 핥고 있었다. 은와포가 마저 핥을 때까지 그녀는 화가 잔뜩 나서 기다렸다. 그런 다음 그녀는 빈 그릇을 집어 들고 자기 어머니에게로 가서 모두 일러바쳤다. 이런 일은 처음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아니었다. 날마다 그런 일이 일어났다. "독수리가 죽은 고기 위에 앉아 있는 걸 뭐라고 하겠어. 제 어미가 생선 대신 구주콩으로 수프를 끓여 주는데 그 아들이 어떤 짓을 하겠니? 그 여자는 생선 살 돈을 아껴서 상아 팔찌를 사잖아. 그래도 네 아버지는 그 여자의 짓거리가 잘못되었다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을 게다. 만약 그게 나였다면 벼락이 떨어져도 벌써 떨어졌겠지." 마테피가 말했다.
신의 화살 p.26~27,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에제울루의 집 안에서 벌어지는 부인-자식들의 경쟁이 아주 생생하네요. 마을의 사제 위치에 있는 에제울루도 사람이기에 누구를 더 애호하고 그로 인해 가정 내에 미묘한 긴장이 생기는 게 흥미롭기도 하고요. 오비카의 성격을 보면 나중에 크게 일을 벌일 유형인데도 오히려 사고를 덮어주는 모습이 에제울루가 입체적인 인간임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에제울루는 느려 터지고 신중한 달팽이보다는 급히 서두르는 바람에 그릇을 깨어 먹는 기민한 아이를 선호했다.
신의 화살 p.29,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악수가 지나쳐서 팔꿈치로 올라가면 말이다, 그건 다른 문제로 바뀐다는 걸 잘 알아야 해."
신의 화살 p.33~34,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그게 모두 그 백인 때문이잖아요. 그가 마치 싸우고 있는 두 어린아이들을 타오르는 어른처럼 내가 여기 있는 동안은 절대로 싸워서는 안 된다고 하니까 둘 중 더 어리고 나약한 게 의기양양해져서 잘난 척하는 거지요."
신의 화살 p.45,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아쿠칼리아의 사체가 우무아로 마을로 운반되었을 때 모두 아연실색했다. 우무아로의 사자가 타지에 나가 살해당하다니, 예전에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다.
신의 화살 p.53,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주인공의 직계 가족만 해도 상당히 많아서 등장인물이 헷갈리네요. 현재까지 읽은 내용에서 확인된 에제울루의 구성원을 정리했습니다. 에제울루의 집에 같이 동거하는 중인 인물은 노란색으로 표시했어요.
오! 어렴풋이 은화님이 올려주신 게 기억이 나서 확인했더니 이렇게 훌륭한 정리가 있었네요^^
읽다 보니 오두체를 중간에 빼먹었네요; 주요 조연인 윈터바텀과 경쟁자인 에지데밀리도 넣었습니다. 우무아로는 1년 365일에 따른 나이 개념이 없어서 형제자매들의 위아래는 정확하게는 파악이 안되네요. 생각해 보면 각 문화나 문명마다 과거에는 고유한 역법과 시간의 체계가 존재했죠. 현재 세계 표준으로 인정받는 그레고리우스력도 서구 기준이기도 하고요. 계절의 순환과 지구의 공전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지긴 했지만 사실 우리가 개념적으로 요일과 시간을 인지하고 있어서 그렇지 하루하루를 놓고 보면 연속적이죠. 중간에 우무아로는 요일을 4개로 구분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부분도 신기했습니다. “저들이 햇수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다고 하시는 건…….” “계절은 잘 알고 있다네. 그런 뜻은 아니었어. 하지만 여기 사람에게 나이를 한 번 물어보게나. 이들은 그런 개념을 가질 생각이 아예 없으니까.” p.71
오! 제가 딱 어제 이 부분까지 읽었어요. 80몇 페이지에서 윈터바텀이 주요인물로 등장해서 좀 흥미진진했습니다. 정리 감사합니다! ^^
그의 침구는 흠뻑 젖었고 베개는 오목하게 파인 채 땀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불안하나마 한차례 빠져든 첫잠에서 깨어나면 대위는 멀리서 둥둥 울려오는 북소리에 사로잡힐 때까지 뜬눈으로 뒤척거렸다. 이 밤에 입에 담기도 무서운 어떤 의식이 숲에서 거행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저것은 캄캄한 아프리카의 심장박동일까? 그는 잠자리에 누워 생각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대위는 나이지리아의 어느 지역에 있든지 간에 밤중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깨어 있을 때마다 항상 목소리가 포착하기 어려운 거리에서 일정하게 들려왔다는 생각이 갑자기 머리가 떠올랐다. 그러자 겁에 질려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심장박동 소리는 열병에 사로잡힌 자신의 머리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단 말인가? 그는 미소로 그런 생각을 떨쳐 버리려고 시도했지만 얼굴 피부가 굳어 버린 것 같았다. 악몽으로 가득한 이 사랑스러운 땅이여!
신의 화살 p.62,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이 대목에서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장>이 연상되네요. 윈터바텀 대위가 콘래드풍의 시선(“멀리서 둥둥 울려오는 북소리”, “입에 담기도 무서운 어떤 의식”, “캄캄한 아프리카의 심장박동” 등)으로 아프리카를 대하고 있다는 걸 말하는 듯해요.
"나는 그 마력을 깨뜨려보려 애썼어. 망각된 난폭한 본능을 일깨우고 충족된 괴물 같은 열정의 기억을 되살림으로써 그를 그 냉혹한 가슴으로 끌어들이는 듯한 그 마력을 말일세. 그를 숲의 가장자리로, 덤불로, 어슴푸레 빛나는 모닥불로, 고동치는 북소리로, 기이한 주문의 웅얼거림으로 내몬 것은 오직 그 마력이었다고 나는 확신했지."
어둠의 심장 p.157, 조지프 콘래드 지음, 황유원 옮김
어둠의 심장폴란드 태생이지만 영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의 반열에 오른 조지프 콘래드의 대표작. 시인이자 현재 가장 주목받는 영문학 번역가인 황유원이 ‘어둠의 심장’이란 좀 더 자연스러운 제목을 붙였고, 또한 오늘날의 독자들이 깊고 짙은 콘래드 문체의 숲을 부드럽게 통과할 수 있도록 새롭게 번역했다.
"하지만 야생은 일찌감치 그를 발견해서 그의 기상천외한 침입에 대해 끔찍한 복수를 가한 터였어. 내 생각에 야생은 그에게 그가 모르는 자신에 대한 사실, 그가 그 거대한 고독과 상의하기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한 사실을 속삭여준 것 같아. 그리고 그 속삭임은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었던 거지. 그 속삭임은 그의 내면에서 큰 소리로 울려 퍼졌는데, 왜냐하면 그는 속이 텅 비어 있었거든……."
어둠의 심장 p.138, 조지프 콘래드 지음, 황유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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