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8.신의 화살, 치누아 아체베

D-29
"그것 참 재미있네요. 우무아로란 마을이 여기서 먼가요?" 클라크는 무지해 보이면 보일수록 유리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신의 화살 p.74,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그러니까 자네도 토착민들을 다룰 때 반드시 명심해 둬야 할 점은 이 사람들이 어린아이들처럼 대단한 거짓말쟁이라는 거야. 그들은 단지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세. 어떤 때는 무의미한 거짓말로 좋은 상황을 망치기도 하지. 유일하게 한 사람, 그러니까 우무아로의 사제이자 왕이라고 할 수 있는 단 한 사람만이 마을 사람들과 반대되는 증언을 했다네. 그게 뭔지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내 생각에 그 사람한테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어떤 강력한 금기사항이 있는 게 틀림없네. 하지만 그 사람은 상당히 인상적인 인물이었어. 피부색은 밝은 편이었는데 거의 붉은색에 가까웠지. 이따금씩 이보 사람들 가운데서 그런 사람들이 발견된다네. 그래서 난 아주 먼 옛날에 이보 사람들이 아메리칸 인디언과 똑같은 피부색은 니그로가 아닌 어떤 소규모 종족과 융화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이론을 갖게 되었다네."
신의 화살 p.75~7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우무아로의 안에는 복잡하게 얽힌 감정과 이해관계가 섞여있음에도 그걸 그냥 '어린아이의 거짓말'로 치부하는 것에서 윈터바텀이 이 곳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네요. 윈터바텀 대위는 나름 합리적으로 공과 사를 구분해 일을 하는 모습이지만 그 합리성은 여전히 시대적 관점 안에 속해있는 모습이죠.
우무아로를 위해 기도할 때마다 그의 입안에 쓴맛이 올라왔다. 여섯 마을이 분열되면서 적들이 모든 잘못을 그에게 덮어씌우려고 해서 엄청난 분노가 끓어올랐기 때문이다. 무슨 연유에서 그러는가? 그것은 에제울루가 백인 앞에서 진실을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울루의 신성한 지팡이를 잡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거짓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자기 아버지에게 직접 들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하지 않는단 말인가? 윈타보타라는 백인은 어딘지 알지도 못하는 먼 곳에서 왔는데도 이해해 주지 않았던가. 윈타보타는 에제울루만이 유일하게 진실을 증언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의 적들은 화가 났던 것이다. 아버지가 누군지 어머니가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백인이 별안간 나타나 그들이 알고는 있지만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을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말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들은 분노했던 것이다. 그것은 이 세상이 망해 가는 전조였다.
신의 화살 21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얘야, 용감무쌍하고 겁이 없다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때로는 겁쟁이가 되는 게 좋을 수도 있단다. 우리는 종종 겁쟁이의 집에 서서 용감한 사람이 살던 집이 폐허가 된 꼴을 손으로 가리킨단 말이다. 절대로 어느 것에도 굴복하지 않던 사람이 얼마 지나지 않아 무덤에 들어가기 위해 수의에 무릎을 꿇는단다."
신의 화살 29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됩니다.
그러니까 작은 새가 길 한가운데서 춤추는 걸 보면 우리는 근처 수풀 속에서 북을 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신의 화살 p.79~8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과연 이 말이 거짓일지, 진실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애초에 신화와 전설의 이야기에서 참과 거짓을 가리는 건 무의미하다. 사람들은 진실보다 듣고 싶은 바를 듣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긴다. 또 실제로 세상은 그렇게 움직인다.
신의 화살 p.82,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그는 이 종교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백인의 신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는 아들 오두체가 새로운 의식을 배울 수 있도록 그곳에 보내는 걸 신성했던 것이다. 그는 또한 아들이 백인의 지혜를 습득하기를 원했다. 에제울루는 윈타보타를 직접 보았을 뿐만 아니라 백인들에 대하여 들은 이야기도 있었으므로 백인들이 상당히 지혜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에제울루는 이제 새로운 종교가 마치 나병 환자라도 되는 것처럼 점차 두려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나병 환자에게 악수를 허용하면 그는 포옹을 원한다. 날마다 점점 더 낯설게 느껴지기만 하는 아들에게 에제울루는 벌써 강력하게 말해 두었다. 어쩌면 그 아이를 다시 데려와야 할 때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수많은 신탁이 예견한 것처럼 만일 백인들이 들어와 이 땅과 통치권을 빼앗아 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런 경우에는 가족 중 한 사람이라고 그 패거리에 끼어 있는 게 현명할 것이다.
신의 화살 p.83~84,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그는 모제스가 그를 위해 만들어 준 상자를 열고 조끼와 수건을 꺼낸 다음 비단뱀을 그 안에 넣고 자물쇠로 잠갔다. 그는 마음속으로 커다란 안도감을 느꼈다. 비단뱀은 공기가 부족해서 죽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신은 비단뱀을 제 손으로 죽였다는 죄책감 없이 죽음에 대한 책임감 지게 될 것이다. 오두체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상당히 훌륭한 타협안이었다.
신의 화살 p.97,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그래, 너는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떻게 했느냐?" "제가 어떤 행동을 했어야 하나요?" 아버지의 말투에 에도고는 깜짝 놀란 동시에 조금은 분노가 치밀었다.
신의 화살 p.10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에제울루는 생각했다. '성미가 격하다고 오비카를 나무라지만, 냉혹한 재 같은 이놈보다는 그래도 격한 성미가 백배는 더 낫구나!'
신의 화살 p.102,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책의 중간을 읽고 있는데 오비카 문제는 에제울루가 어느 정도 자초한 게 아닌가 싶네요. 에제울루 본인이 마음에 들어하는 아들의 편의를 봐주고, 철없음을 숫기로 치부하고 넘겨오다가 결국 지금의 문제아로 자라난 느낌이 듭니다. 에제울루는 에도고가 답답하다고 생각하고, 오비카는 조심성이 없어도 남자답다고 좋아하지만 이 두 아들의 성격은 그들의 타고난 본성 못지 않게 아버지가 그런 방향으로 유도한 결과물처럼 보이네요. 전형적인 일찍 철이 들고, 형제들 사이에서 첫째로서의 위치와 면모를 보여야만 하는 맏이들의 운명이 에제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아버지의 돌직구 같은 성격을 피하려고 그만큼 더 조심스럽고 행동하고 말하기 이전에 생각하는 습관이 몸에 베었을 듯 하고요. 그래서 에제울루의 자녀에 대한 태도가 모순적으로 느껴집니다. 본인의 호불호와 태도가 자녀들의 경향을 더 부추겼음에도 정작 그 결과물을 보고 자녀에 대한 애착을 다시 구분 짓는 모습이 인과관계가 뒤바뀐 모습으로 보였거든요. 사실 오비카만이 아니라도, 에제울루가 첫째 부인과 둘째 부인을 대하는 태도도 비슷합니다. 첫째 부인에게는 유달리 쌀쌀맞고 퉁명스럽게 대하면서 둘째 부인에게는 별다른 간섭이 없죠. 그런데 그런 에제울루의 태도가 이 둘의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기존의 문제를 더 꼬아놓고 있죠.
"당신은 내 말을 전혀 귀담아 듣지 않는구려. 이 집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당신한테는 그것이 화롯불을 끌 수 있는 개의 방귀 정도로 들리는가 보군..." 별거 아니지만, 이런 의미의 말도 문화마다 다르게 표현하는 게 재미있어서 적어봤어요. 저는 전자책으로 읽고 있어서 실제 책으로는 몇 페이지인지 알 수가 없네요. 이런 경우에 문장 수집 페이지는 보통 어떻게 쓰나요? 그냥 전자책 기준으로 쓰면 되는 걸까요?
저는 전자책을 안보지만 문장 수집 기능이 페이지를 입력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문장이나 문단은 자유롭게 쓰시면 될 것 같네요!
7장의 호박잎 축제 묘사가 몹시 인상적이네요. 전작보다 이번 책을 더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https://demandafrica.com/food/recipes/how-to-prepare-and-cook-pumpkin-leaves/ 찾아보니 나이지리아에서는 호박잎을 요리로 자주 먹는다고 하네요. 우리나라도 호박잎으로 쌈을 싸먹긴 하지만 요리 여기저기에 넣는 정도는 아닌데 아프리카에서는 각종 수프나 스튜에도 넣는다고 해요. 호박잎은 비타민 A가 많고 항암효과가 뛰어나 특히 유방암이나 전립선암에 좋다고 합니다. 이런 잎채소들이 그렇듯 섬유질은 많으면서도 칼로리는 매우 낮아 비만과 체형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고요. 우리와 정반대의 대륙인데도 호박잎 축제에서 어떤 익숙함이 느껴졌습니다. 운동회와 시골의 장날을 합친 듯한 느낌이랄까요... 호박잎으로 액땜도 하고, 자리를 빌어 사람들이 회합과 놀이도 하는 모습을 보며 전세계 어디나 축제의 본질은 비슷하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되요.
오! 저도 어렸을 때 할머니가 호박잎을 쪄서 밥이랑 싸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늙은호박 속을 박박 긁어내 죽을 쑤기도 하셨지요. 꼬꼬마 입맛엔 별로 좋아라 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무지 먹고 싶네요.
얘야, 용감무쌍하고 겁이 없다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때로는 겁쟁이가 되는 게 좋을 수도 있단다. 우리는 종종 겁쟁이의 집에 서서 용감한 사람이 살던 집이 폐허가 된 꼴을 손으로 가리킨단 말이다. 절대로 어느 것에도 굴복하지 않던 사람이 얼마 지나지 않아 무덤에 들어가기 위해 수의에 무릎을 꿇는단다.
신의 화살 29p,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프랑스 사람들을 보게나. 그들은 자신들이 맡고 있는 미개한 종족에게 자신의 문화를 가르치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네. 그러니까 부족 지도자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아주 분명하지. 그들은 부족 지도자에게 말한다네. '당신들은 이 땅을 소유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이 강했기 때문에 이 땅은 당신들의 소유였다. 그와 같은 이유로 이제 이 땅은 우리의 것이다. 그 점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나와서 우리와 싸워라.' 그런데 영국인들은 어떻게 하나? 우리는 한 방편에서 완전히 반대되는 방편으로 바꿔 가며 갈팡질팡하지. 우리는 예전의 야만스러운 폭군들에게 왕좌, 아니, 더러운 짐승 가죽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지, 그러니까 우리는 그런 폭군들에게 왕좌를 확보해 주겠다고 약속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예전에도 전혀 없던 족장이란 걸 일부러 만들어 내느라 야단이지 않은가. 골치가 지끈거린다니까.
신의 화살 72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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