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8.신의 화살, 치누아 아체베

D-29
저도 <어둠의 심장>이 떠올랐어요. 윈터바텀 대위의 출신이나 지위를 생각해 보면 상아를 모으던 커츠가 생각납니다. 조지프 콘래드의 책에서 커츠는 문명과 이성을 믿고 아프리카로 갔다가 오히려 자기 자신의 광기에 잠식 당하는 모습이죠. 빛과 어둠의 대조가 굉장히 강렬한 작품이었고요. 반면 <신의 화살>은 보다 현실적이고 실제 있었을 법한 인물상입니다. 타지에서의 주재 생활에서 느끼는 부담과 압박감, 그럼에도 버티는 사명의식, 당시 주류 지배층이었던 백인으로서의 시각을 모두 가진 입체적인 조연이기도 하고요.
저녁 식사 시간까지는 아직 한 시간 이상 남았는데도 토니 클라크는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옷을 차려 입는다는 게 이런 무더위에는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이것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사항이라는 말을 경험이 풍부한 수많은 연안 사람들에게서 들은 터였다. 그들은 이런 것이 도덕적으로 타락한 이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들이켜야 하는 통상적인 강장제라고 말했다.
신의 화살 p.6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67p에서 언급되는 '니제르 강 하류 원시 종족의 평정'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에서도 언급되었는데요. 전작의 주인공인 오콩코의 저항을 영국에서 온 치안판사는 그저 한낱 기행이나 흥미로운 일화로 보고 자신의 여행길에 실을 구상을 합니다. 그는 영국으로 돌아가면 책을 쓰겠다고 생각하며 소설은 마무리 되는데요. 그 제목을 '니제르 강 하류 원시 종족의 평정'으로 써야겠다고 마음 먹습니다. 작가가 이번에도 이전 작품과의 연결고리를 남겨놓았네요.
도서관에 들르면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다시 확인하고 왔어요. 역시 치안판사가 작성한 책이었군요.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오비 오콩코의 죽음이 그저 책에 실릴 별난 일화 중 하나로 치부되는 모습, 그리고 그걸 읽는 후대의 백인들을 보며 대물림이 되는 느낌입니다.
제가 이제야 읽기 시작하는데... 가족 관계도 잘 참고해보겠습니다👍 아프리카 이름이라 확실히 낯설게 느껴지네요.
전 지금 너무 헷갈려서 A4용지에 가족관계도 그려보려고요. 전의 두 작품은 이렇게까지 헷갈리지 않았는데, 이번엔 책도 좀 두껍고 헷갈리네요. 그래도 세계관이 비슷해서인지 친근합니다.
인도에서 영국인을 이 세상의 법률가, 설립자, 기술자로 만들어 놓은 사람들을 위해 이 새롭고도 오래된 땅은 크나큰 보상과 명예로운 일을 비축해 놓고 있다.
신의 화살 p.67~68,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저들이 햇수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다고 하시는 건…….” “계절은 잘 알고 있다네. 그런 뜻은 아니었어. 하지만 여기 사람에게 나이를 한 번 물어보게나. 이들은 그런 개념을 가질 생각이 아예 없으니까.”
신의 화살 p.7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자네는 진보적인 것 같군. 자네도 알렌만큼 이곳에서 오랜 기간 지내면서 토착민들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면 아마도 약간은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보게 될지도 모르지. 만일 자네가 나처럼 독수리를 유일하게 위해 멀쩡하게 산 사람의 머리 위에 불에 구운 얌 한 조각을 올려놓고 목까지 땅속에 파묻어 놓은 모습을 보게 된다면……. 글쎄, 그만두세."
신의 화살 p.72,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그것 참 재미있네요. 우무아로란 마을이 여기서 먼가요?" 클라크는 무지해 보이면 보일수록 유리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신의 화살 p.74,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그러니까 자네도 토착민들을 다룰 때 반드시 명심해 둬야 할 점은 이 사람들이 어린아이들처럼 대단한 거짓말쟁이라는 거야. 그들은 단지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세. 어떤 때는 무의미한 거짓말로 좋은 상황을 망치기도 하지. 유일하게 한 사람, 그러니까 우무아로의 사제이자 왕이라고 할 수 있는 단 한 사람만이 마을 사람들과 반대되는 증언을 했다네. 그게 뭔지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내 생각에 그 사람한테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어떤 강력한 금기사항이 있는 게 틀림없네. 하지만 그 사람은 상당히 인상적인 인물이었어. 피부색은 밝은 편이었는데 거의 붉은색에 가까웠지. 이따금씩 이보 사람들 가운데서 그런 사람들이 발견된다네. 그래서 난 아주 먼 옛날에 이보 사람들이 아메리칸 인디언과 똑같은 피부색은 니그로가 아닌 어떤 소규모 종족과 융화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이론을 갖게 되었다네."
신의 화살 p.75~7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우무아로의 안에는 복잡하게 얽힌 감정과 이해관계가 섞여있음에도 그걸 그냥 '어린아이의 거짓말'로 치부하는 것에서 윈터바텀이 이 곳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네요. 윈터바텀 대위는 나름 합리적으로 공과 사를 구분해 일을 하는 모습이지만 그 합리성은 여전히 시대적 관점 안에 속해있는 모습이죠.
우무아로를 위해 기도할 때마다 그의 입안에 쓴맛이 올라왔다. 여섯 마을이 분열되면서 적들이 모든 잘못을 그에게 덮어씌우려고 해서 엄청난 분노가 끓어올랐기 때문이다. 무슨 연유에서 그러는가? 그것은 에제울루가 백인 앞에서 진실을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울루의 신성한 지팡이를 잡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거짓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자기 아버지에게 직접 들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하지 않는단 말인가? 윈타보타라는 백인은 어딘지 알지도 못하는 먼 곳에서 왔는데도 이해해 주지 않았던가. 윈타보타는 에제울루만이 유일하게 진실을 증언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의 적들은 화가 났던 것이다. 아버지가 누군지 어머니가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백인이 별안간 나타나 그들이 알고는 있지만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을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말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들은 분노했던 것이다. 그것은 이 세상이 망해 가는 전조였다.
신의 화살 21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얘야, 용감무쌍하고 겁이 없다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때로는 겁쟁이가 되는 게 좋을 수도 있단다. 우리는 종종 겁쟁이의 집에 서서 용감한 사람이 살던 집이 폐허가 된 꼴을 손으로 가리킨단 말이다. 절대로 어느 것에도 굴복하지 않던 사람이 얼마 지나지 않아 무덤에 들어가기 위해 수의에 무릎을 꿇는단다."
신의 화살 29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됩니다.
그러니까 작은 새가 길 한가운데서 춤추는 걸 보면 우리는 근처 수풀 속에서 북을 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신의 화살 p.79~8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과연 이 말이 거짓일지, 진실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애초에 신화와 전설의 이야기에서 참과 거짓을 가리는 건 무의미하다. 사람들은 진실보다 듣고 싶은 바를 듣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긴다. 또 실제로 세상은 그렇게 움직인다.
신의 화살 p.82,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그는 이 종교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백인의 신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는 아들 오두체가 새로운 의식을 배울 수 있도록 그곳에 보내는 걸 신성했던 것이다. 그는 또한 아들이 백인의 지혜를 습득하기를 원했다. 에제울루는 윈타보타를 직접 보았을 뿐만 아니라 백인들에 대하여 들은 이야기도 있었으므로 백인들이 상당히 지혜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에제울루는 이제 새로운 종교가 마치 나병 환자라도 되는 것처럼 점차 두려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나병 환자에게 악수를 허용하면 그는 포옹을 원한다. 날마다 점점 더 낯설게 느껴지기만 하는 아들에게 에제울루는 벌써 강력하게 말해 두었다. 어쩌면 그 아이를 다시 데려와야 할 때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수많은 신탁이 예견한 것처럼 만일 백인들이 들어와 이 땅과 통치권을 빼앗아 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런 경우에는 가족 중 한 사람이라고 그 패거리에 끼어 있는 게 현명할 것이다.
신의 화살 p.83~84,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그는 모제스가 그를 위해 만들어 준 상자를 열고 조끼와 수건을 꺼낸 다음 비단뱀을 그 안에 넣고 자물쇠로 잠갔다. 그는 마음속으로 커다란 안도감을 느꼈다. 비단뱀은 공기가 부족해서 죽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신은 비단뱀을 제 손으로 죽였다는 죄책감 없이 죽음에 대한 책임감 지게 될 것이다. 오두체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상당히 훌륭한 타협안이었다.
신의 화살 p.97,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그래, 너는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떻게 했느냐?" "제가 어떤 행동을 했어야 하나요?" 아버지의 말투에 에도고는 깜짝 놀란 동시에 조금은 분노가 치밀었다.
신의 화살 p.10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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