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제울루는 생각했다. '성미가 격하다고 오비카를 나무라지만, 냉혹한 재 같은 이놈보다는 그래도 격한 성미가 백배는 더 낫구나!'
『신의 화살』 p.102,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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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책의 중간을 읽고 있는데 오비카 문제는 에제울루가 어느 정도 자초한 게 아닌가 싶네요. 에제울루 본인이 마음에 들어하는 아들의 편의를 봐주고, 철없음을 숫기로 치부하고 넘겨오다가 결국 지금의 문제아로 자라난 느낌이 듭니다. 에제울루는 에도고가 답답하다고 생각하고, 오비카는 조심성이 없어도 남자답다고 좋아하지만 이 두 아들의 성격은 그들의 타고난 본성 못지 않게 아버지가 그런 방향으로 유도한 결과물처럼 보이네요.
전형적인 일찍 철이 들고, 형제들 사이에서 첫째로서의 위치와 면모를 보여야만 하는 맏이들의 운명이 에제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아버지의 돌직구 같은 성격을 피하려고 그만큼 더 조심스럽고 행동하고 말하기 이전에 생각하는 습관이 몸에 베었을 듯 하고요.
그래서 에제울루의 자녀에 대한 태도가 모순적으로 느껴집니다. 본인의 호불호와 태도가 자녀들의 경향을 더 부추겼음에도 정작 그 결과물을 보고 자녀에 대한 애착을 다시 구분 짓는 모습이 인과관계가 뒤바뀐 모습으로 보였거든요.
사실 오비카만이 아니라도, 에제울루가 첫째 부인과 둘째 부인을 대하는 태도도 비슷합니다. 첫째 부인에게는 유달리 쌀쌀맞고 퉁명스럽게 대하면서 둘째 부인에게는 별다른 간섭이 없죠. 그런데 그런 에제울루의 태도가 이 둘의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기존의 문제를 더 꼬아놓고 있죠.
달바
"당신은 내 말을 전혀 귀담아 듣지 않는구려. 이 집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당신한테는 그것이 화롯불을 끌 수 있는 개의 방귀 정도로 들리는가 보군..."
별거 아니지만, 이런 의미의 말도 문화마다 다르게 표현하는 게 재미있어서 적어봤어요.
저는 전자책으로 읽고 있어서 실제 책으로는 몇 페이지인지 알 수가 없네요.
이런 경우에 문장 수집 페이지는 보통 어떻게 쓰나요? 그냥 전자책 기준으로 쓰면 되는 걸까요?
은화
저는 전자책을 안보지만 문장 수집 기능이 페이지를 입력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문장이나 문단은 자유롭게 쓰시면 될 것 같네요!
향팔
7장의 호박잎 축제 묘사가 몹시 인상적이네요.
전작보다 이번 책을 더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은화
https://demandafrica.com/food/recipes/how-to-prepare-and-cook-pumpkin-leaves/
찾아보니 나이지리아에서는 호박잎을 요리로 자주 먹는다고 하네요. 우리나라도 호박잎으로 쌈을 싸먹긴 하지만 요리 여기저기에 넣는 정도는 아닌데 아프리카에서는 각종 수프나 스튜에도 넣는다고 해요. 호 박잎은 비타민 A가 많고 항암효과가 뛰어나 특히 유방암이나 전립선암에 좋다고 합니다. 이런 잎채소들이 그렇듯 섬유질은 많으면서도 칼로리는 매우 낮아 비만과 체형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고요.
우리와 정반대의 대륙인데도 호박잎 축제에서 어떤 익숙함이 느껴졌습니다. 운동회와 시골의 장날을 합친 듯한 느낌이랄까요... 호박잎으로 액땜도 하고, 자리를 빌어 사람들이 회합과 놀이도 하는 모습을 보며 전세계 어디나 축제의 본질은 비슷하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되요.
향팔
오! 저도 어렸을 때 할머니가 호박잎을 쪄서 밥이랑 싸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늙은호박 속을 박박 긁어내 죽을 쑤기도 하셨지요. 꼬꼬마 입맛엔 별로 좋아라 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무지 먹고 싶네요.
꽃의요정
“ 얘야, 용감무쌍하고 겁이 없다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때로는 겁쟁이가 되는 게 좋을 수도 있단다. 우리는 종종 겁쟁이의 집에 서서 용감한 사람이 살던 집이 폐허가 된 꼴을 손으로 가리킨단 말이다. 절대로 어느 것에도 굴복하지 않던 사람이 얼마 지나지 않아 무덤에 들어가기 위해 수의에 무릎을 꿇는단다. ”
『신의 화살』 29p,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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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프랑스 사람들을 보게나. 그들은 자신들이 맡고 있는 미개한 종족에게 자신의 문화를 가르치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네. 그러니까 부족 지도자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아주 분명하지. 그들은 부족 지도자에게 말한다네. '당신들은 이 땅을 소유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이 강했기 때문에 이 땅은 당신들의 소유였다. 그와 같은 이유로 이제 이 땅은 우리의 것이다. 그 점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나와서 우리와 싸워라.' 그런데 영국인들은 어떻게 하나? 우리는 한 방편에서 완전히 반대되는 방편으로 바꿔 가며 갈팡질팡하지. 우리는 예전의 야만스러운 폭군들에게 왕좌, 아니, 더러운 짐승 가죽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지, 그러니까 우리는 그런 폭군들에게 왕좌를 확보해 주겠다고 약속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예전에도 전혀 없던 족장이란 걸 일부러 만들어 내느라 야단이지 않은가. 골치가 지끈거린다니까. ”
『신의 화살』 72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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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백인들이 찾아왔어. 고통이 찾아와 문을 두드릴 때 앉을 자리가 하나도 없다고 말하면, 고통은 자기가 앉을 의자를 가져왔으니 걱정은 붙들어 매라고 말할 걸세. 백인들이 바로 그렇다네. 이 자리에 모인 자네들이 다리 사이를 천으로 묶을 나이가 되기도 전에 나는 내 두 눈으로 백인이 아바메에 무슨 짓을 했는지 똑똑히 보았다네. 그때 나는 피할 길이 전혀 없다는 걸 알았지. 새벽이 어둠을 몰아내듯이 백인들은 우리의 모든 관습을 없앨 걸세. ”
『신의 화살』 155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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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맞아, 우리는 지금 백인의 도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야. 하지만 지붕과 벽이 무너져 내리는데 천장이 그대로 서 있지는 못하잖아. 백인, 새로운 종교, 군인들, 신도로, 이게 모두 다 같은 거란 말이야. 백인한테는 총, 칼, 활이 있고 입에는 불을 넣고 다니지. 그들은 한 가지 무기만으로 싸우는 게 아니야. ”
『신의 화살』 155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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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뭔가 읽으면서 옛날 국사 과목 시간에 개화기 시기의 유학자들이 생각나는 대목이었어요. 서구의 병기와 문물만을 받아들이자는 학자들도 있었지만 그런 시도들이 제대로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던 거로 기억합니다. 형식은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존재하고, 내용은 형식에 의해 펼쳐진다는 말이 있죠. 문명의 이기利器는 단지 몇 가지 겉으로 보이는 요소들만을 가져온다고 체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이루는 정신과 사상도 이해해야 하니까요.
결국 나중에 일본과 서구로 유학을 가고 그들의 학문을 배우는 사람들이 생겨났듯이, 이 대사에서도 서구인들이 아프리카와 다른 대륙을 지배할 수 있던 본질이 무엇인지를 꿰뚫고 있네요.
꽃의요정
저는 여기서 '입에 불을 넣고 다니지'가 어떤 비유인지 궁금했어요.
향팔
저도 그게 궁금해서 생각해봤는데 여러 의미가 있을 듯해요. 제가 어릴 때 본 만화책에서 인간이 담배를 피우는 걸 처음 본 도깨비 어린이가 “사람은 불을 먹어!” 하면서 무서워하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마찬가지로 백인이 담배 피우는 걸 가지고 입에 불을 넣고 다닌다고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백인들이 입으로 전파하는 “새로운 종교”의 힘을 은유한 것 같기도 하고, 압도적인 화력/무력 행사를 명령할 수 있는 힘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 바로 뒤에 나오는 말에서 “그들은 한 가지 무기만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고 했으니, 하여튼 복합적일 것 같아요.
꽃의요정
역시! 향팔님!
설명해 주신 대로 생각하며 읽어 볼게요. 저도 좀 더 생각해 보고요.
은화
“ 의심할 여지없이 윈터바텀 대위의 마음속에서 족장 이케디는 여전히 부패했고 고압적인 인물이었다. 다만 예전보다 더 교활해졌을 뿐이다. 그가 최근에 마을 사람들에게 행한 짓거리는 자신을 오비 또는 왕으로 추대하게끔 만든 것이었다. 그리하여 지금 그는 옥페리의 왕 이케디 1세로 불리고 있었다. 왕을 혐오하던 사람들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영국 정부가 이보족들 가운데서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이전에는 하나도 없던 왕이 갑자기 버섯처럼 십여 명씩이나 튀어나온 것이다. ”
『신의 화살』 p.11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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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상황적으로 좀 웃기다고 생각한 부분이었는데요. 영국이 의회와 헌법에 기반한 입헌군주국이긴 했어도 대영제국의 이름으로 왕을 모시던 나라였죠. 그런데 이제 옥페리에 왕이 생기는 현실을 보고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개탄하는 백인들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우스웠습니다. 왕이 없던 이보족이 과연 누구를 보고 그런 생각을 고안했을 까요? 제가 보기엔 옥페리와 영국의 차이는 단지, 영국이 좀 더 체계적으로 관료제의 형태를 통해 지배하고 있다는 것 뿐 본질적으로는 다를 바가 없어 보였습니다. 아이가 어른의 행동을 보고 하나하나 배우고 따라하듯, 이보족에게는 영국의 왕이 지배하는 행태를 따라했을 뿐이라고 생각되네요.
향팔
심지어 애초에 그 ‘임명 족장’이라는 것도 ‘간접 통치’를 한답시고 다름아닌 영국인들이 세워서 앉혀놓은 거잖아요. 교육받은 ‘지성인’으로 골라서요. 식민권력을 등에 업은 현지 지배층의 부패와 군림을 영국인들이 부추긴 셈이죠. (우리나라가 겪었던 일들도 연상되네요.)
그래서 인용해주신 문장 중에 이 부분이 와닿았어요.
“영국 정부가 이보족들 가운데서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이전에는 하나도 없던 왕이 갑자기 버섯처럼 십여 명씩이나 튀어나온 것이다.”
향팔
“ 그 친구는 우리가 족장으로 삼을 때까지 철저하게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었다네. 그런데 이제는 자기가 마치 태어났을 때부터 족장이었던 것처럼 처신한다니까. 그건 법원 서기나 심지어 전령들도 마찬가지일세. 그들 모두가 본의 아니게 자신의 동족 위에 군림하는 작은 폭군들로 변신하고 있다는 말이지. 그게 깜둥이들의 속성인 것 같더군. ”
『신의 화살』 193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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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윈터바텀이 승진을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자기 보상의 성격으로, 스스로를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만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공정한 피해자'로 인식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자신보다 상급자와 상위기관의 불합리함에 대해 불평하고 또 한편으로는 흑인들을 무지하다고 은연중에 깔보는 태도가 보입니다. 마치 자기만 잘못 없으며 옳은 사람이라는 듯 행동하죠. 그런데 이런 태도가 에제울루와 서로 맞닿아 있습니다. 적어주신 수집문장(168p)을 보며 윈터바텀이 왜 에제울루 를 은근히 눈여겨보고 마음에 들어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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