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8.신의 화살, 치누아 아체베

D-29
우무아로의 역사상 지난번 에제울루만큼 혼자서 사제의 직분을 주술, 마술과 잘 조화시킨 예는 거의 없었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그 사람의 힘은 엄청났다. 오케케 오네니이는 이복형인 현재의 에제우룰와 자신의 사이가 냉랭한 까닭이 그런 능력들을 두 살마이 나눠 갖게 된 것에 대해 에제울루가 분개하기 때문이라고 항상 말했다. "형님은 약초와 안완시에 대한 지식이 날 때부터 인간의 손금에 새겨져 있다는 걸 잊고 있단 말입니다. 아버지가 고의로 자신에게서 그 지식을 빼앗아 나한테 주셨다고 생각하신다니까요. 형님은 사제직이 형한테 돌아갔다고 내가 한 번이라도 불평하는 소리를 들어보셨답니까?"
신의 화살 p.26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에제울루는 옥페리에 있는 동안에는 절대로 초승달을 찾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더랬다. 하지만 탐욕스러운 그의 눈이 주인은 볼 마음이 전혀 없는 걸 슬쩍 훔쳐볼 터였다. 그리하여 에제울루가 감방 밖에서 소변을 보는 동안 그의 두 눈은 부지런히 초승달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하늘은 아주 낯선 모습을 하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하늘의 어느 곳을 가리키며 저기서 달이 나올 것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순간적으로 불안감에 사로잡힌 에제울루는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놀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어찌하여 옥페리의 하늘이 그에게 친숙해야 하는가? 땅마다 저마다의 하늘이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신의 화살 p.279~28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대사제는 목소리를 높여 그들에게 제발 자신의 말을 귀담아 들으라고 호소했지만 그들은 물이 발목까지 찼을 때 퍼내야 한다며 계속해서 듣기를 거부했다.
신의 화살 p.28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이 사건으로 인해 클라크는 몹시 걱정스러워졌다. 그는 자신이 지나칠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하는 일 없이 중요한 일을 해내는 것 같은 웨이드나 라이트 같은 사람들을 높이 평가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들은 언제나 사물의 밝은 면을 찾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런 감정의 결핍이,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제물을 모독하는 짓은 분명 소름 끼치는 감정의 결핍을 보여 주는 짓거리인데, 이런 게 인생의 밝은 면을 찾는 기질의 일부란 말인가? 만일 그렇다면 사람들은 결국 윈터바텀 대위 같은 사람들의 진지함(그리고 거기에 수반되는 거만함)을 선호하게 되지 않겠는가?
신의 화살 p.283~284,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백인이 우리와 같지 않다는 건 아시죠? 백인이 만약 접시를 이쪽에 놓았는데 저쪽에 가 있으면 그는 화를 낼 거예요. 그래서 저는 날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모든 게 제자리에 있는지 살핀답니다. 하지만 죽는 날까지 하인으로 지낼 마음은 추호도 없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신의 화살 p.298,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서양의 연회나 만찬에서 식기나 다기를 쓰는 절차와 순서를 말하는 부분 같네요. 유럽과 아프리카의 차이가 극명하게 두드러져서 재밌는 문장이었습니다. 백인들에게는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중요한 의식 절차지만 흑인들에게는 의미없는 행위처럼 보일 테니까요. 앞서 윈터바텀의 부하 중 하나가 길에 있던 제단을 아무렇지 않게 훼손하는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하고요.
"오늘날에는 현명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잖아. 게다가 그들에게 있는 건 좋은 지혜가 아니라 직감을 흐리게 하는 그런 것들이지."
신의 화살 p.300~30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하지만 여보게, 그처럼 자부심이 큰 사람은 싸울 마음이 생기면 싸우다가 자기 머리가 진창에 굴러 떨어져도 개의치 않는다네.
신의 화살 371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내 자네에게 한 가지만 말해 주지. 에제울루 같은 사제는 자신의 신을 파멸로 인도할 사람일세. 예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네." "아니, 어쩌면 울루 같은 신이 사제를 파멸로 인도할는지 모르지."
신의 화살 371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내 자네에게 한 가지만 말해 주지. 에제울루 같은 사제는 자신의 신을 파멸로 인도할 사람일세. 예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네.” “아니, 어쩌면 울루 같은 신이 사제를 파멸로 인도할는지 모르지.”
신의 화살 371p,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결국 역사의 움직임은 문화의 교류와 혼합에서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식민주의 침입자들의 일방적인 승리가 아니라, 침입자들 역시 파괴된 것처럼 보이는 토착 문화에 불가피하게 오염(전이)된다. 이것이 탈식민의 고민거리이고 여기서 ‘대화’의 절대적인 필요성이 대두된다. 식민주의와 근대성은 결국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신의 화살 408p,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도마뱀이 하나씩 둘씩 살던 시절에 나는 태어났네. 이데밀리의 아이로. 하늘이 처음으로 울며 힘들게 떨어뜨린 눈물방울이 내 몸에 반점을 만들었다네. 하늘에서 태어난 나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이 땅을 걸어 다녔고 조문객들은 그들이 가는 길에 똬리를 틀고 있는 나를 보았네. 하지만 최근에는 기묘한 종소리가 처량한 노래를 불러 대고 있다네. 당신의 얌과 코코얌을 내려놓고 학교로 오시오. 이제 나는 서둘러 달아나야 한다네. 아이들이 장난으로 또는 진지하게 소리치네. 조심해! 기독교도가 온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신의 화살 386-387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마지막에 기독교도가 온다. 하하하하 부분 소름끼치네요.
동감입니다. 더 앞에서 울루 신이 에제울루 귀에다 대고 헤헤헤헤 하면서 웃는 장면도 무서웠어요. (진짜 신의 소리인 건지 에제울루가 만들어낸 환청인지 모르겠지만요.)
가슴속에서 불길이 맹위를 떨치기 시작하더니 오비카의 입으로 메마른 씁쓸함이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그는 멀찍이서 또는 그의 입속에 있는 입에서 그 맛을 보았다. 마치 한 사람 위에서 또 한 사람이 달리는 것처럼 그는 자신이 별개의 두 사람인 것만 같았다.
신의 화살 393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우무아로와 그곳의 지도자들만이 최후의 결과를 보았다. 그들에게 이 문제는 단순했다. 그들의 신은 고집스럽고 야망에 찬 사제에 대항하는 부족민들과 한편이 되었다. 그러니까 개인은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부족민들보다 훌륭할 수 없으며 어느 누구도 부족민의 의견에 반하는 결정을 절대로 얻어 낼 수 없다는 조상들의 지혜를 확인시켜 주었다. 만일 상황이 이렇다면 울루 신은 아주 위험한 시기를 선택해 이런 진리를 확인했던 것이었다. 왜냐하면 울루 신은 어머니의 장례식을 자기 손으로 망친 우화에 나오는 도마뱀과도 같이 사제를 파멸시키면서 자신에게도 재난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신이 자신의 사제를 징벌하거나 적들 앞에서 그를 포기하기 위해 이와 같은 순간을 선택했다면 그는 버릇없이 굴라고 사람들을 선동한 것이었다. 그리고 우무아로는 그런 행동을 실행에 옮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신의 화살 399-400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여기서 작가 아체베는 전통 종교의 가치와 지혜를 일방적으로 편들지 않고 객관적으로 역사의 흐름을 관조하듯 묘사한다. 작가의 중립적인 태도는 식민지 수탈론과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두 개의 극단적인 주장 '사이'에 있다.
신의 화살 p.402~403,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피식민지 공간에서 "북으로 어떤 음악을 연주하든지 간에 그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출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양자택일을 한다거나 두 가지 선택을 적당히 타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대사제 에제울루의 비극은 어떤 선택도 완전할 수 없는 식민지 상황이 그의 성격과 결합한 결과다. 식민지 주체인 영국을 위해 친영파가 될 수도, 철저한 부족주의자가 될 수도 없었던 에제울루는 개인적인 결함과 역사적인 상황이라는 두 개의 덫에 동시에 걸린 필연적인 결과를 맞이한다.
신의 화살 p.40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제 아무리 상상력이 뛰어나다 한들 역사적 굴레를 벗기 힘들고, 역사적 상황이 아무리 순조롭더라도 개인적인 욕망을 제어하기란 쉽지 않다.
신의 화살 p.40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당시 내 양가적인 입장 때문에 극심한 정신적 고뇌에 시달렸던 적은 없다. 근거 없는 불안에 떨었던 적도 없다. 내게 기억나는 것은 그 교차로에서 다른 한 팔로 우상에게 떡을 바치던 사람들이 행했던 제식과 삶의 아름다움이었다. 나는 당시 두 가지 것에 매혹되어 있었다. 하나는 호기심이었고 다른 하나는 짧은 거리감이었다. 그들의 삶과 내 삶 사이에 존재하던 거리감, 나의 특별한 탄생 배경으로 인해 조성된 거리감. 그 거리감이 분리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캔버스를 보다 정확하고 충분하게 보기 위해 한 발 물러서 있는 한 명민한 관객의 거리감, 다시 말해 흩어져 있는 것의 종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거리감 같은 것이었다.
신의 화살 p.407,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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