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8.신의 화살, 치누아 아체베

D-29
"악수가 지나쳐서 팔꿈치로 올라가면 말이다, 그건 다른 문제로 바뀐다는 걸 잘 알아야 해."
신의 화살 p.33~34,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그게 모두 그 백인 때문이잖아요. 그가 마치 싸우고 있는 두 어린아이들을 타오르는 어른처럼 내가 여기 있는 동안은 절대로 싸워서는 안 된다고 하니까 둘 중 더 어리고 나약한 게 의기양양해져서 잘난 척하는 거지요."
신의 화살 p.45,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아쿠칼리아의 사체가 우무아로 마을로 운반되었을 때 모두 아연실색했다. 우무아로의 사자가 타지에 나가 살해당하다니, 예전에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다.
신의 화살 p.53,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주인공의 직계 가족만 해도 상당히 많아서 등장인물이 헷갈리네요. 현재까지 읽은 내용에서 확인된 에제울루의 구성원을 정리했습니다. 에제울루의 집에 같이 동거하는 중인 인물은 노란색으로 표시했어요.
오! 어렴풋이 은화님이 올려주신 게 기억이 나서 확인했더니 이렇게 훌륭한 정리가 있었네요^^
읽다 보니 오두체를 중간에 빼먹었네요; 주요 조연인 윈터바텀과 경쟁자인 에지데밀리도 넣었습니다. 우무아로는 1년 365일에 따른 나이 개념이 없어서 형제자매들의 위아래는 정확하게는 파악이 안되네요. 생각해 보면 각 문화나 문명마다 과거에는 고유한 역법과 시간의 체계가 존재했죠. 현재 세계 표준으로 인정받는 그레고리우스력도 서구 기준이기도 하고요. 계절의 순환과 지구의 공전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지긴 했지만 사실 우리가 개념적으로 요일과 시간을 인지하고 있어서 그렇지 하루하루를 놓고 보면 연속적이죠. 중간에 우무아로는 요일을 4개로 구분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부분도 신기했습니다. “저들이 햇수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다고 하시는 건…….” “계절은 잘 알고 있다네. 그런 뜻은 아니었어. 하지만 여기 사람에게 나이를 한 번 물어보게나. 이들은 그런 개념을 가질 생각이 아예 없으니까.” p.71
오! 제가 딱 어제 이 부분까지 읽었어요. 80몇 페이지에서 윈터바텀이 주요인물로 등장해서 좀 흥미진진했습니다. 정리 감사합니다! ^^
그의 침구는 흠뻑 젖었고 베개는 오목하게 파인 채 땀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불안하나마 한차례 빠져든 첫잠에서 깨어나면 대위는 멀리서 둥둥 울려오는 북소리에 사로잡힐 때까지 뜬눈으로 뒤척거렸다. 이 밤에 입에 담기도 무서운 어떤 의식이 숲에서 거행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저것은 캄캄한 아프리카의 심장박동일까? 그는 잠자리에 누워 생각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대위는 나이지리아의 어느 지역에 있든지 간에 밤중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깨어 있을 때마다 항상 목소리가 포착하기 어려운 거리에서 일정하게 들려왔다는 생각이 갑자기 머리가 떠올랐다. 그러자 겁에 질려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심장박동 소리는 열병에 사로잡힌 자신의 머리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단 말인가? 그는 미소로 그런 생각을 떨쳐 버리려고 시도했지만 얼굴 피부가 굳어 버린 것 같았다. 악몽으로 가득한 이 사랑스러운 땅이여!
신의 화살 p.62,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이 대목에서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장>이 연상되네요. 윈터바텀 대위가 콘래드풍의 시선(“멀리서 둥둥 울려오는 북소리”, “입에 담기도 무서운 어떤 의식”, “캄캄한 아프리카의 심장박동” 등)으로 아프리카를 대하고 있다는 걸 말하는 듯해요.
"나는 그 마력을 깨뜨려보려 애썼어. 망각된 난폭한 본능을 일깨우고 충족된 괴물 같은 열정의 기억을 되살림으로써 그를 그 냉혹한 가슴으로 끌어들이는 듯한 그 마력을 말일세. 그를 숲의 가장자리로, 덤불로, 어슴푸레 빛나는 모닥불로, 고동치는 북소리로, 기이한 주문의 웅얼거림으로 내몬 것은 오직 그 마력이었다고 나는 확신했지."
어둠의 심장 p.157, 조지프 콘래드 지음, 황유원 옮김
어둠의 심장폴란드 태생이지만 영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의 반열에 오른 조지프 콘래드의 대표작. 시인이자 현재 가장 주목받는 영문학 번역가인 황유원이 ‘어둠의 심장’이란 좀 더 자연스러운 제목을 붙였고, 또한 오늘날의 독자들이 깊고 짙은 콘래드 문체의 숲을 부드럽게 통과할 수 있도록 새롭게 번역했다.
"하지만 야생은 일찌감치 그를 발견해서 그의 기상천외한 침입에 대해 끔찍한 복수를 가한 터였어. 내 생각에 야생은 그에게 그가 모르는 자신에 대한 사실, 그가 그 거대한 고독과 상의하기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한 사실을 속삭여준 것 같아. 그리고 그 속삭임은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었던 거지. 그 속삭임은 그의 내면에서 큰 소리로 울려 퍼졌는데, 왜냐하면 그는 속이 텅 비어 있었거든……."
어둠의 심장 p.138, 조지프 콘래드 지음, 황유원 옮김
저도 <어둠의 심장>이 떠올랐어요. 윈터바텀 대위의 출신이나 지위를 생각해 보면 상아를 모으던 커츠가 생각납니다. 조지프 콘래드의 책에서 커츠는 문명과 이성을 믿고 아프리카로 갔다가 오히려 자기 자신의 광기에 잠식 당하는 모습이죠. 빛과 어둠의 대조가 굉장히 강렬한 작품이었고요. 반면 <신의 화살>은 보다 현실적이고 실제 있었을 법한 인물상입니다. 타지에서의 주재 생활에서 느끼는 부담과 압박감, 그럼에도 버티는 사명의식, 당시 주류 지배층이었던 백인으로서의 시각을 모두 가진 입체적인 조연이기도 하고요.
저녁 식사 시간까지는 아직 한 시간 이상 남았는데도 토니 클라크는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옷을 차려 입는다는 게 이런 무더위에는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이것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사항이라는 말을 경험이 풍부한 수많은 연안 사람들에게서 들은 터였다. 그들은 이런 것이 도덕적으로 타락한 이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들이켜야 하는 통상적인 강장제라고 말했다.
신의 화살 p.66,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67p에서 언급되는 '니제르 강 하류 원시 종족의 평정'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에서도 언급되었는데요. 전작의 주인공인 오콩코의 저항을 영국에서 온 치안판사는 그저 한낱 기행이나 흥미로운 일화로 보고 자신의 여행길에 실을 구상을 합니다. 그는 영국으로 돌아가면 책을 쓰겠다고 생각하며 소설은 마무리 되는데요. 그 제목을 '니제르 강 하류 원시 종족의 평정'으로 써야겠다고 마음 먹습니다. 작가가 이번에도 이전 작품과의 연결고리를 남겨놓았네요.
도서관에 들르면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다시 확인하고 왔어요. 역시 치안판사가 작성한 책이었군요.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오비 오콩코의 죽음이 그저 책에 실릴 별난 일화 중 하나로 치부되는 모습, 그리고 그걸 읽는 후대의 백인들을 보며 대물림이 되는 느낌입니다.
제가 이제야 읽기 시작하는데... 가족 관계도 잘 참고해보겠습니다👍 아프리카 이름이라 확실히 낯설게 느껴지네요.
전 지금 너무 헷갈려서 A4용지에 가족관계도 그려보려고요. 전의 두 작품은 이렇게까지 헷갈리지 않았는데, 이번엔 책도 좀 두껍고 헷갈리네요. 그래도 세계관이 비슷해서인지 친근합니다.
인도에서 영국인을 이 세상의 법률가, 설립자, 기술자로 만들어 놓은 사람들을 위해 이 새롭고도 오래된 땅은 크나큰 보상과 명예로운 일을 비축해 놓고 있다.
신의 화살 p.67~68,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저들이 햇수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다고 하시는 건…….” “계절은 잘 알고 있다네. 그런 뜻은 아니었어. 하지만 여기 사람에게 나이를 한 번 물어보게나. 이들은 그런 개념을 가질 생각이 아예 없으니까.”
신의 화살 p.7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자네는 진보적인 것 같군. 자네도 알렌만큼 이곳에서 오랜 기간 지내면서 토착민들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면 아마도 약간은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보게 될지도 모르지. 만일 자네가 나처럼 독수리를 유일하게 위해 멀쩡하게 산 사람의 머리 위에 불에 구운 얌 한 조각을 올려놓고 목까지 땅속에 파묻어 놓은 모습을 보게 된다면……. 글쎄, 그만두세."
신의 화살 p.72,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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