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8.신의 화살, 치누아 아체베

D-29
대답을 하든 말든 그건 너 좋을 대로 해라. 하지만 너한테 해 주고 싶은 말은, 이게 야자 술 때문에 발생한 첫 번째 사건이지만 이건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는 거야. 사람을 죽이는 죽음도 작은 욕망에서 시작하는 법이란다.
신의 화살 162p,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책의 350p에서 언급되는 '아가바' 가면을 찾아봤습니다. 굉장히 위협적이고 무시무시하게 생겼는데요. 가젤이나 영양 같기도 하고, 악마를 묘사한 걸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에제울루의 고양된 기분에는 씁쓸함도 서려 있었다. 이 빗줄기는 그가 지금까지 겪었기에 앞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아 내야 하는 고통의 일부였다. 그가 지금 겪는 고통이 크면 클수록 복수의 기쁨도 그만큼 더 클 것이다. 마음속으로 그는 다른 모든 불만 위에 쌓아 놓을 새로운 노여움을 찾고 있었다. (320쪽) 에제울루는 말은 거의 하지 않고 대부분의 인사에 눈으로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할 때가 아니었다. 그는 우선 극도로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왜냐하면 싸울 때 두려움을 주는 것은 먼저 극한에 이르기까지 고통을 감내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아프리카 독사가 무서운 까닭이었다. 그것은 어떠한 도발도 견뎌 낼 것이고 심지어 적이 자신의 몸통을 짓밟아도 내버려 둘 것이다. 일곱 개의 어금니가 하나씩 하나씩 모두 다 드러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런 다음 그는 자신을 괴롭히던 자를 향해 말할 것이다. 내가 여기 있노라! (322-323쪽)
신의 화살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이건 신들의 싸움이었다. 에제울루는 신의 활시위에 걸려 있는 화살에 불과했다. 에제울루는 야자 술 같은 이런 생각에 취해 있었다. 새로운 생각들이 서로 뒤엉켰고 과거의 사건들이 새롭고도 흥미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어째서 오두체는 상자 속에 비단 뱀을 가두었을까? 그것은 백인의 종교에서 저주받은 동물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기 때문이었나? 오두체 또한 울루의 손에 들린 화살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백인의 종교 그리고 심지어 백인 자신은 어떠한가? 이런 생각은 불경스럽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이제 에제울루는 끝까지 추적해 보고 싶었다. 그래, 백인 자신은 어떠한가? 결국 그는 과거에 에제울루의 편을 들었더랬다. 그리고 최근에도 그를 감옥에 집어넣어 그의 적들과 맞서 싸울 무기를 그의 손에 들려 주었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또다시 그의 편을 들어 준 게 아닌가. 만일 울루 신이 맨 처음부터 백인을 동지로 점찍은 것이었다면 많은 게 설명될 수 있다. 백인의 관습을 습득하도록 오두체를 보낸 에제울루의 결단도 설명될 것이다. 에제울루가 자신의 결정에 대해 다른 설명을 내놓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당시에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이었다. 에제울루의 반은 인간이고 다른 반은 음모, 즉 신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 반쪽을 중요한 종교적 의식이 있을 때마다 백묵으로 칠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여태껏 행한 모든 일의 반은 이 신령한 부분이 행한 것이었다.
신의 화살 336-337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그는 경찰들에게 말했다. “우리의 풍습은, 우리 이웃의 빚쟁이에게 그의 움막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 주지 않는 겁니다. 그러니까 나는 당신들과 함께 들어갈 수 없어요.”
신의 화살 268p,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이 부족의 공동체적 특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라 놀랐어요. 이래서 외부인이 부락에 들어갈 때 항상 위험해지는구나 하고 했답니다.
저도요. 경찰이 묻다 묻다 결국은 짜증이 나서 ‘두번다시 나한테 어느 에제울루냐고 묻지 마란 말이야! 한번더 물으면 강냉이를 털어버릴라’ 이러는데 슬쩍 웃음도 나왔어요.
작품 초중반에 에제울루가 백인들이 우리의 마을에 어떻게 찾아왔겠냐며, 우리가 그들을 인도했으니 걸어 들어왔다고 말하는 부분이 생각나네요. 단순한 말 같지만 외적보다 더 위험한 건 내부의 위협이라는 걸 말한 부분이었겠죠.
"때때로 우리는 어린아이에게 얌 한쪽을 주고는 그 아이에게 한 입만 달라고 구걸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실제로 그게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이를 시험해 보고 싶기 때문에 하는 행동입니다. 우리는 그 아이가 성장해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될는지 아니면 모든 것을 혼자 움켜쥐는 그런 사람이 될는지 알고 싶은 겁니다."
신의 화살 p.256~257,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우무아로의 역사상 지난번 에제울루만큼 혼자서 사제의 직분을 주술, 마술과 잘 조화시킨 예는 거의 없었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그 사람의 힘은 엄청났다. 오케케 오네니이는 이복형인 현재의 에제우룰와 자신의 사이가 냉랭한 까닭이 그런 능력들을 두 살마이 나눠 갖게 된 것에 대해 에제울루가 분개하기 때문이라고 항상 말했다. "형님은 약초와 안완시에 대한 지식이 날 때부터 인간의 손금에 새겨져 있다는 걸 잊고 있단 말입니다. 아버지가 고의로 자신에게서 그 지식을 빼앗아 나한테 주셨다고 생각하신다니까요. 형님은 사제직이 형한테 돌아갔다고 내가 한 번이라도 불평하는 소리를 들어보셨답니까?"
신의 화살 p.26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에제울루는 옥페리에 있는 동안에는 절대로 초승달을 찾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더랬다. 하지만 탐욕스러운 그의 눈이 주인은 볼 마음이 전혀 없는 걸 슬쩍 훔쳐볼 터였다. 그리하여 에제울루가 감방 밖에서 소변을 보는 동안 그의 두 눈은 부지런히 초승달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하늘은 아주 낯선 모습을 하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하늘의 어느 곳을 가리키며 저기서 달이 나올 것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순간적으로 불안감에 사로잡힌 에제울루는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놀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어찌하여 옥페리의 하늘이 그에게 친숙해야 하는가? 땅마다 저마다의 하늘이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신의 화살 p.279~28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대사제는 목소리를 높여 그들에게 제발 자신의 말을 귀담아 들으라고 호소했지만 그들은 물이 발목까지 찼을 때 퍼내야 한다며 계속해서 듣기를 거부했다.
신의 화살 p.280,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이 사건으로 인해 클라크는 몹시 걱정스러워졌다. 그는 자신이 지나칠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하는 일 없이 중요한 일을 해내는 것 같은 웨이드나 라이트 같은 사람들을 높이 평가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들은 언제나 사물의 밝은 면을 찾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런 감정의 결핍이,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제물을 모독하는 짓은 분명 소름 끼치는 감정의 결핍을 보여 주는 짓거리인데, 이런 게 인생의 밝은 면을 찾는 기질의 일부란 말인가? 만일 그렇다면 사람들은 결국 윈터바텀 대위 같은 사람들의 진지함(그리고 거기에 수반되는 거만함)을 선호하게 되지 않겠는가?
신의 화살 p.283~284,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백인이 우리와 같지 않다는 건 아시죠? 백인이 만약 접시를 이쪽에 놓았는데 저쪽에 가 있으면 그는 화를 낼 거예요. 그래서 저는 날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모든 게 제자리에 있는지 살핀답니다. 하지만 죽는 날까지 하인으로 지낼 마음은 추호도 없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신의 화살 p.298,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서양의 연회나 만찬에서 식기나 다기를 쓰는 절차와 순서를 말하는 부분 같네요. 유럽과 아프리카의 차이가 극명하게 두드러져서 재밌는 문장이었습니다. 백인들에게는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중요한 의식 절차지만 흑인들에게는 의미없는 행위처럼 보일 테니까요. 앞서 윈터바텀의 부하 중 하나가 길에 있던 제단을 아무렇지 않게 훼손하는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하고요.
"오늘날에는 현명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잖아. 게다가 그들에게 있는 건 좋은 지혜가 아니라 직감을 흐리게 하는 그런 것들이지."
신의 화살 p.300~30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하지만 여보게, 그처럼 자부심이 큰 사람은 싸울 마음이 생기면 싸우다가 자기 머리가 진창에 굴러 떨어져도 개의치 않는다네.
신의 화살 371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내 자네에게 한 가지만 말해 주지. 에제울루 같은 사제는 자신의 신을 파멸로 인도할 사람일세. 예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네." "아니, 어쩌면 울루 같은 신이 사제를 파멸로 인도할는지 모르지."
신의 화살 371쪽,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내 자네에게 한 가지만 말해 주지. 에제울루 같은 사제는 자신의 신을 파멸로 인도할 사람일세. 예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네.” “아니, 어쩌면 울루 같은 신이 사제를 파멸로 인도할는지 모르지.”
신의 화살 371p,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결국 역사의 움직임은 문화의 교류와 혼합에서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식민주의 침입자들의 일방적인 승리가 아니라, 침입자들 역시 파괴된 것처럼 보이는 토착 문화에 불가피하게 오염(전이)된다. 이것이 탈식민의 고민거리이고 여기서 ‘대화’의 절대적인 필요성이 대두된다. 식민주의와 근대성은 결국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신의 화살 408p,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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