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

D-29
난방용으로 다시 사용되기 시작한 석탄은 이후 그 사용량이 급증했습니다. 석탄은 전 세계적으로 비교적 골고루 매장되어 있는 편이지만, 특히 영국에는 쉽게 석탄을 구할 수 있는 노천 탄광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노천 탄광뿐만 아니라 땅속의 탄광에서도 석탄을 채굴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점점 더 깊이 땅을 파고 들어가다 보니, 한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지하수가 광산으로 스며드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갱내로 흘러드는 지하수를 효과적으로 퍼내기 위한 기술이 개발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증기기관입니다. 1712년에 영국 기술자 토머스 뉴커먼이 피스톤의 왕복운동을 통해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증기기관을 발명해 영국의 석탄 생산량을 2배 이상 증가시켰습니다. 1769년에는 제임스 와트가 뉴커먼의 증기기관에서 냉각기를 분리시켜 효율적으로 개량했고, 탄광에서의 석탄 생산량은 연간 1억 5,000만 톤 이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김서형의 빅히스토리 Fe연대기 pp.141~142, 김서형 지음
인류는 위기 속에서 변화에 적응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서 각종 택배 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음식 배달업이 급증한 것처럼 소빙기로 인한 난방의 요구로 석탄의 사용이 급증했습니다. 코로나가 지나갔지만 여전히 집에서 배달 음식을 주문해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어요. 회사에서는 줌으로 회의하고 면접을 보고 사람들이 온라인 교류를 즐기는 것도 이제는 일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전에도 석탄을 이용할 수는 있었지만 권장되지 않았는데 전지구적인 극심한 추위로 인해 목재의 수급 문제까지 겹치니 난방을 위해 석탄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네요.
전 지구적으로 발생했던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석탄을 사용하면서 인류 사회는 급속하게 변화했습니다. 새로운 동력 사용은 일련의 기술 발전을 초래했고, 이는 오늘날 현대사회가 발전하는 토대로 기능했습니다. 산업혁명과 더불어 철은 근대화에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물질이 되었습니다. 철제 증기선과 기관차, 철도 등과 같은 제철공업의 발달은 유럽과 미국이 전 지구적인 패권을 가지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었습니다. 결국 철로부터 현대사회의 정치.경제적 질서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김서형의 빅히스토리 Fe연대기 pp.156~157, 김서형 지음
미네소타의 북쪽 히빙Hibbing과 치좀Chisholm 두 마을에 걸쳐 광산이 있었다. 메사비 철산맥Mesabi Range이라 불리는 미네소타 북동부에 위치한 광산 지역으로, 철광석이 대량으로 매장된 길쭉한 지형을 따라 형성되어 있다. 노천 광산이기에 광산을 가장 잘 내려다볼 수 있는 마인 뷰mine view를 만들어놓고 방문객들이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그곳에서 내려다보면 파헤쳐진 땅 위를 오가는 커다란 마인트럭들이 보인다. 벤치컷으로 깎여나간 속살이 드러난 땅의 모습은 흡사 협곡처럼 보였다. […] 자연의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협곡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파헤쳐진 붉은 땅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 땅에서 얼마나 많은 철광석이 채굴되었는지 막연하게나마 느낄 수 있다. 간간히 단체 여행객들이 '미네소타의 그랜드캐니언'을 보기 위해 이 광산을 방문한다. 인간에게 필요한 광물을 내어준 땅은 지층의 아름다운 색깔로 이제는 풍경이 되어 사람들을 맞이한다. 갱도가 있는 광산이 폐광 후에 '동굴'이 된다면 노천 광산은 '협곡'이 된다. 문명을 위해 모든 것을 내주고 황폐해진 자연은 그제서야 인간에게 자연의 이름으로 불린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부 3장 닫히는 광산, 열리는 광산, 이라영 지음
우리 책 모임 2부에서 @ifrain 님께서 미네소타 히빙, 메사비 아이언레인지의 철광산에 관해 문장수집 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밥 딜런의 North country blues도요.
오대호 중에서도 커다란 호수인 슈피리어호를 따라 만들어진 메사비 철산맥은 미국 철강 산업의 핵심적인 발판이었다. 1866년에 처음 채굴이 시작된 이곳은 그 유명한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를 만들어낸 철산맥이다. 유난히 붉어 보이는 흙은 이 땅이 얼마나 많은 철분을 함유했는지 보여주었다. 내가 기억하는 양양 장승리 철광산은 자철석magnetite 매장지였기에 짙은 회색과 검은색 돌무더기가 쌓여 있었다면, 적철석hematite이 매장된 미네소타의 철광산은 검붉은색에 가까웠다. 적철석은 자철석보다 순도가 높은 철광석이다. 광활한 붉은 땅을 보며 근대 자본주의는 땅을 체계적으로 자기 체제 속으로 복속시키는 일과 함께 시작됐다고 말한 루이스 멈퍼드의 주장을 떠올렸다. 이 땅에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아왔으며, 이 땅에서 목숨을 잃었다. 반면 이 땅 덕분에 누군가는 철강왕이 될 수 있었다. 이 철광산은 미국의 대표적인 제철 회사 유에스스틸U. S. Steel에서 소유했던 곳이다. 20세기 미네소타의 대표적인 산업이었던 철광 산업은 20세기 중반을 넘기며 쇠락했다. 여전히 채굴을 하지만 기계화가 된 노천 광산에는 예전처럼 많은 노동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미국의 제철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장소지만 노동자들이 떠난 현재는 조용하기 그지 없다. 점심 먹을 식당을 찾느라 거리를 걷는 내가 눈에 띄는 낯선 존재처럼 여겨질 정도로 조용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부 3장 닫히는 광산, 열리는 광산, 이라영 지음
'금속metal'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 '메탈레우에인metalleuein'에서 유래했다. 메탈레우에인은 '채굴하다'는 뜻이다. 곧 금속은 그 어원부터 채굴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인간이 채굴을 통해서 얻어낸 자원이기 때문이다. 그 자원으로 인류는 많은 문명을 만들었다. 석탄과 철의 합작으로 인류는 짧은 시간 획기적인 변화를 이루었다. 강철은 높은 빌딩, 자동차, 비행기 등의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시대마다 주요 광물의 종류를 조금씩 달리하며 인류는 꾸준히 채굴에 의지해왔다. 조지 오웰은 "서구 세계의 신진대사에서 석탄 광부보다 중요한 존재는 땅을 일구는 농부밖에 없다"고 했다. 이기영의 소설에서 농업과 광업이 꾸준히 비교되듯이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많은 것이 땅에서 나온다. "그들이 없으면 지상의 세계도 없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에서 대서양을 건너는 것, 빵 굽는 것에서 소설을 쓰는 것까지, 모든 게 석탄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오웰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석탄이든 철이든 땅에서 직접 광물을 캐는 사람들의 노동 없이 우리가 누리는 문명은 불가능하다. 철, 석탄, 석유, 희토류 등으로 인류의 문명이 필요로 하는 광물은 시대마다 다른 모습을 하지만 이 광물을 직접 캐는 노동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광산노동자는 꾸준히 없어져왔고 선진국일수록 '없어질 직업'에 해당된다. 그러나 선진국일수록 없어지는 이 직업이 여전히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에는 존재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 광물은 선진국으로 향한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5부 3장 닫히는 광산, 열리는 광산, 이라영 지음
폐광산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예들이 하나 둘 생기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폐채석장 활용의 성공 사례가 포천아트밸리입니다. 몇 년 전에 직접 가봤는데 아름답더군요. 우리나라에서 질이 좋은 3대 화강암이 있다고 하는데 포천석, 거창석, 황등석(익산)입니다. 포천아트밸리가 그 유명한 포천석을 캐내고 수명이 다한 채석장을 관광자원화한 곳이고, 황등석이 나오는 익산의 황등석산(고도 100미터 정도의 야트막한 구릉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지하로 백 미터 정도 파헤쳐져 산은 온데 간데 없습니다) 채석장도 거의 수명이 다 되어 가서, 역시 관광자원으로 만들기로 하고 우선 채석장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제1전망대을 만들었는데 포토존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 광산들의 속살까지 파헤쳐져있는 모습은 보기 괴롭습니다. 두렵기도 하고요. 구리의 세계 최대 광산인 칠레의 추키카마타 광산 모습을 보면 그 거대함과 적나라함에 경악할 정도죠. 그곳은 나중에 역할을 다 하고 나면 어떻게 복원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포천아트밸리 홈페이지와 황등석산 채석장 기사, 그리고 칠레 추키카마타 광산 소개 동영상을 링크합니다. https://artvalley.pcfac.or.kr/sub01/sub02_01.html https://www.asiae.co.kr/article/2025120716064084505 https://youtu.be/WDaMQTZCY08?si=ArLcR7oNUamquUG4
포천아트밸리와 포천석을 처음 알았습니다. (새로 배워가는 게 참 많네요.) 사진으로만 봐도 참 아름답네요. <쇳돌>에도 폐광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한 예들로 정선 삼탄아트마인, 동해 무릉별유천지, 태백 철암탄광역사촌, 문경에코월드, 광명동굴 등이 소개돼 있더라고요.
강철이 세상의 뼈대를 세우고 콘크리트가 살을 붙인다면, 구리는 문명을 이루는 신경계라 할 수 있다.
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p.313,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스마트폰의 알림음부터 에어컨의 윙윙거림까지, 우리가 활동 혹은 에너지라고 분류할 수 있는 것은 상당수가 자석과 금속의 상호작용에서 파생된다. 이런 일들은 구리에서 시작하여, 구리로 연결된 장치까지 (구리와 철심iron core으로 된 수많은 변압기를 통과하여) 구리로 수송되는 전류에 의존한다. 하지만 구리는 대개 전선 피복 밑이나 접근할 수 없는 사회 기반 시설 내부에 감추어져 있으므로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기 어렵다. 현대 전력망을 이루는 발전기와 변압기는 주로 강철과 구리로 만들어졌는데,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성공적인 발명품으로 손꼽혀야 마땅하지만 컴퓨터나 제트 엔진에 밀려서 무시당하기 일쑤이다.
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pp.314~315,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영국 서머싯주에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 힝클리포인트C Hinkley Point C에는 강력한 증기 터빈이 있다. 그 주인공은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의 아라벨Arabelle 증기 터빈으로, 중심부가 구리 코일로 된 최첨단 발전기이다. 와인딩이라고 부르는 코일은 1분에 1,500회씩 회전하는 바퀴의 빠른 운동을 각 가정에 흐르는 전류로 변환하는 핵심 작업을 수행한다. 이렇게 얽혀 있는 구리는 전력 대부분을 생산해 현대 생활을 지탱하는 대표 일꾼이다. 기존의 발전소, 풍력발전 터빈, 지역 발전소, 수력발전 댐 모두 핵심은 구리이다. 패러데이 방식과는 다른 식으로 전류를 얻는 태양광 패널조차도 내부에 다양한 구리를 갖고 있다. 태양광 패널에 흐르는 전류 대부분은 구리 덕분에 존재한다. 우리 주변의 어떤 장치에서나 스위치를 누른다면 구리의 힘이 소환된다. 만약 세상에서 구리가 사라진다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탱하는 전기 인프라도 같이 사라질 것이다.
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p.317,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그러나 19세기가 지나면서 스완지의 구리 무역 지배력은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고 결국 무너졌다. 미국의 초대형 신규 광산들이 자체적으로 구리를 정제하기 시작하면서 웨일스의 정제소들은 하나씩 문을 닫다가 결국 모두 폐쇄되었다. 오늘날 스완지에 정제소는 단 한 곳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클리다치의 니켈 정제소가 홀로 남아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고 있는데, 아마존 일대에 거대한 철광석 광산을 보유한 브라질 광산기업 발레가 소유한 공장이다.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진 스완지의 시대는 현대 금융시장에 희미한 흔적을 남겼다. 많은 금속이 3개월 단위로 가격이 책정되는데, 이는 칠레에서 스완지까지 구리를 운반하는 데 걸린 기간에서 비롯한 관행이다. 스완지의 진정한 유산은 웨일스가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은 스완지 모델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금속의 매장량이 매우 적더라도 생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오늘날 중국은 전 세계 구리 공급량의 절반을 제련하고 정제하는 강대국이며, 다른 금속들은 말할 것도 없다.
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p.321,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하지만 에디슨은 콘크리트 때 그랬던 것처럼, 전구를 양산용으로 개량했다. 그는 전구나 기발한 전기 기구를 제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그 장치들을 연결할 수 있는 전기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 위해서는 뉴욕 지하에 매설하는 전선을 만들기 위한 구리, 가정과 직장에 들어가는 구리, 발전기 바퀴에 휘감을 구리 등 상당한 양의 구리가 필요했다. 구릿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긴 했지만 워낙 많은 구리가 필요했던 터라 이러다 사업이 망하는 게 아닐까 걱정될 지경이었다. 그래서 에디슨은 얇은 구리선으로 작동하는 전구, 최초 계획과 달리 굵은 구리선이 필요하지 않은 뉴욕 전력망을 고안했다. 하지만 그의 전력 시스템은 뉴욕같이 인구가 밀집한 도심에서는 잘 작동했지만, 도심을 1.6킬로미터 이상 벗어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발전소 부근에 위치하지 않은 저 많은 지역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이 문제는 웨스팅하우스와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가 교류 방식을 개발하면서 해결되었다. 에디슨의 전선에 흐르는 전류는 아래로 흐르는 강물처럼 한 방향으로만 흘렀지만, 웨스팅하우스와 테슬라의 전선에 흐르는 전류는 바다의 파도처럼 고동쳤다. 교류의 비범함은 매우 얇은 전선을 따라서 고압 전류를 송전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전 세계에서 구리가 고갈될 염려가 사라졌고, 더는 발전소가 거주지 근처에 위치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렇게 해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시스템이 탄생했다. 대규모 발전소들이 고압 전선을 통해 도시와 지방으로 교류 전력을 보낸다. 그야말로 구리 위에 세워진 시스템이다.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고개를 든다. 구리는 대체 어디서 오는가?
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pp.324~325,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아시다시피 AI, 데이터센터로 인해 구리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거라 하더군요. 구글의 노트북LM 써봤는데 학생들은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정도네요. 대학생들은 시험공부를 노트북LM 퀴즈로도 진행한다고 하대요. 대학생들은 무료로 활용한다고... 새로운 앱과 프로그램들이 많아서 조만간 뒤쳐지게 생겼어요
새로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겠네요. ^^ 다만 ai를 main brain으로 활용할지 sub brain으로 활용할지 선택해야 하겠죠. 어디까지 ai를 받아들일지도 사람마다 다 다를 것 같고요.
칠레 광산이 문을 닫으면 AI도 무용지물 요즘 구리가 대세다. 건축물에서부터 초소형 가전제품까지 쓰이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렵지만, 이제는 친환경 에너지와 최첨단 인공지능AI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한 전력망 확대에 엄청난 구리 전선이 필요하고, AI작동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이터센터에도 구리 전선은 필수다. 내연차보다 구리가 네 배 더 많이 필요한 전기차도 시장 점유율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구리는 ‘21세기 석유’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AI와 전기차의 시대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구리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귀한 대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귀한 몸값을 자랑하는 구리 생산의 중심에는 남아메리카의 칠레가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칠레의 구리 매장량은 2022년 기준 1억 9,000만 톤으로 세계 1위다. 2위인 페루보다 50퍼센트 이상 많으며, 생산량 역시 533만 톤으로 2위와 3위인 페루와 콩고민주공화국을 합한 것보다 많다. 구리 수출 규모는 2022년 228억 달러였는데, 이 중 중국 비중이 68퍼센트로 압도적이었으며, 일본과 한국이 각각 17퍼센트와 4퍼센트로 그 뒤를 이었다. 아시아 비중만 94퍼센트에 달하니 칠레와 아시아는 구리에 관한 한 공생관계라 할 수 있다.
강대국은 어떻게 미래를 확보하는가 - 한눈에 보는 원자재 패권 지도 pp.170~171, 오정석 지음
강대국은 어떻게 미래를 확보하는가 - 한눈에 보는 원자재 패권 지도국제 관계가 혼란하여 한 치 앞도 섣불리 전망하기 어려운 때에 원자재의 흐름으로 패권의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다. 미국, 중국, 중동,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현재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알아보자.
흔들리는 칠레의 구리산업 그런데 글로벌 구리 공급망의 시발점인 칠레의 상황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구리 생산량이 2019년부터 내리막을 걷더니 2023년 생산량은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2024년 들어서도 상반기까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국영기업이자 세계 1위 업체인 코델코의 생산량이 좋지 못한 기상 여건과 부실한 재무구조, 광산 시설 개선 프로젝트의 지연 등으로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칠레는 2024년 하반기부터 생산량 회복세를 자신하고 있지만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칠레 구리산업이 직면한 어려움은 먼저 중국의 수요 부진을 꼽을 수 있다. 중국 경제가 중속中速 성장 시대에 진입함에 따라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구리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특히 수요가 많은 건설 부문의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 및 최첨담 산업에서 새로운 수요가 본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칠레 구리산업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강대국은 어떻게 미래를 확보하는가 - 한눈에 보는 원자재 패권 지도 pp.171~172, 오정석 지음
구리 광석의 품질도 문제다. 생산하면 할수록 광석의 품위가 떨어지고 있다. 과거 광석의 구리 함유량이 1퍼센트였다면 현재는 0.5퍼센트 이하로 낮아진 경우가 많다. 여기에 고질적인 물 부족은 생산 차질을 부채질한다. 광산 장비의 냉각, 먼지 제거, 추출 및 세척 과정에서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지만 충분한 수자원 확보가 쉽지 않고, 특히 최대 구리 매장지인 북부 안토파가스타 지역은 물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대국은 어떻게 미래를 확보하는가 - 한눈에 보는 원자재 패권 지도 p.172, 오정석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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