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요. 그믐에서 읽었던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노변의 피크닉> 주인공 레드도 떠오르고, <신이 되기는 어렵다> 방에서도 붉은 머리와 차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나네요.
[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
D-29

향팔

ifrain
“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들고 세계 역사를 바꾼 감자
감자 역병으로 인한 대기근은 아일랜드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식량이 바닥나고 굶주림으로 고통받던 아일랜드 사람들은 고향을 버리고 신천지로 여겨졌던 미국을 향해 길을 떠났는데 그 수가 400만 명에 달했다.
19세기 중·후반 미국은 서부개척을 끝내고 바야흐로 본격적인 공업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었다. 이 시기에 미국으로 이주한 수많은 아일랜드인은 대규모 노동자 집단으로 변신해 미국 공업화와 근대화에 크게 기여했다. 결국 대규모 노동력 유입으로 국력을 키운 미국은 초강대국 영국을 앞지르며 세계 최고의 공업 국가로 발돋움했다.
대기근으로 인한 미국으로의 이주민 중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로 J.F. 케네디의 할아버지 패트릭 케네디가 있다. 마흔세 살의 젊은 나이에 제35대 미국 대통령이 된 J.F. 케네디는 달 탐사 계획을 추진한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케네디 가문은 J.F. 케네디 대통령 외에도 저명한 정치가와 기업가를 여럿 배출한 대표적인 미국 명문가 중 하나다. 그 밖에 레이건과 클린턴, 오바마 등 여러 대통령도 아일랜드계이고 디즈니랜드를 만든 월트 디즈니와 맥도날드의 창업자인 맥도날드 형제 역시 아일랜드계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J.F. 케네디의 할아버지 패트릭 케네디와 수많은 아일랜드인이 대기근으로 인해 미국으로 이주하지 않았다면 제35대 미국 대통령 J.F. 케네디를 비롯한 여러 대통령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달 탐사 게획도 추진되지 않았을 것이며 전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한 인류 최초의 달 착륙도 없었을지 모른다. 감자라는 식물이 미국 역사와 더 나아가 세계 역사를 그리고 우주과학의 역사를 송두리째 뒤바꿔놓은 셈이다. ” ”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pp.53~55,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모든 것은 ‘후추’에서 비롯되었다. 아니, 같은 무게의 순금과 맞먹는 가격에 거래될 만큼 엄청난 가치를 지녔던 검은색 향신료 후추를 손에 넣어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싶었던 개인과 국가의 들끓는 욕망에서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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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미국 역사에서 아일랜드인들의 활약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아일랜드인이 미국으로 이주하지 않았다면 인류의 달 탐사도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아니면 늦어졌거나.. 그런데 그 모든 것이 감자 기근 때문이라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역시 '식량 문제'는 지구의 역사를 바꿀 정도로 중요합니다.
책 내용은 2부에서 제가 올렸던 부분입니다. ^^

ifrain
“ 아일랜드인 100만 명을 대기근의 지옥으로 몰아넣은 감자 역병
앞서 말했듯 영국에서는 엘리자베스 1세가 감자의 독성분인 솔라닌 중독으로 고생하는 바람에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감자 보급이 훨씬 늦어졌다. 영국인들이 본격적으로 감자를 식량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에 접어들어서였다. 다만 잉글랜드 북부의 아일랜드만은 예외였다. 이곳에서는 황량한 토지에서도 잘 자라는 감자가 귀중한 작물로 대접받으며 널리 퍼져 나갔다. 아일랜드에 감자가 보급된 시기는 17세기 무렵이었는데, 시기 면에서 유럽 대륙의 다른 나라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아일랜드 인구는 감자 덕분에 19세기 초 300만 명에서 800만 명까지 늘어났다.
행복한 상황은 그리 오래 지속하지 않았다. 1840년대에 들어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아일랜드 전역에 감자 역병이 창궐해 지독한 흉작이 이어졌다. 그 무렵 아일랜드에는 감자가 주식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상태였기에 감자가 없으면 꼼짝없이 굶는 수밖에 없었다. 대기근이 닥쳤고 100만 명에 달하는 많은 사람이 굶주림으로 고통받으며 죽어갔다.
감자 역병 원인 조사 결과 감자의 증식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감자는 영양 번식계 작물로 씨감자를 심어 키우는데 그 과정에 증식이 일어난다. 아일랜드에서는 전국적으로 수확량이 많은 단일 품종을 선택해 감자를 재배했다. 한데 이처럼 품종이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은 그 품종이 특정 질병에 취약할 경우 전국의 감자가 모두 그 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태는 더욱더 심각해졌다. 급기야 감자 역병으로 인해 아일랜드 전역의 감자가 그야말로 씨가 마르는 사태가 일어났다. 그때 이미 농약이 존재했으나 그것은 와인용 포도를 위해 개발한 제품이라 신종 작물인 감자에 생긴 역병에는 효과가 없었다.
감자의 원산지인 남미 대륙의 안데스 지역에서는 감자가 병에 걸려 전멸하지 않도록 여러 품종을 섞어서 심었다. 품종이 다양하면 어떤 병원균이 덮쳐도 그중 살아남는 강인한 품종이 있게 마련이다. 안타깝게도 아일랜드에서는 이 고장에서 저 고장으로 감자를 전해주는 과정에 품종을 깐깐하게 선별했다. 그리고 결국 한정된 품종만 재배하여 전국의 감자가 역병에 걸리는 참사를 맞이하게 된 것이었다.
원래 아일랜드는 기근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었다. 더구나 감자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던 아일랜드인에게 감자 흉작은 그야말로 치명적인 사건이었다.
먹을 것이 없어 아일랜드 사람들이 비참하게 굶어 죽어가는 동안 영국은 팔짱 낀 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냉담하고도 무심하게 대응했다. 당시 영국은 아일랜드를 같은 나라라기보다는 속국으로 간주했다. 영국의 그런 태도를 목격한 아일랜드 사람들은 영국 정부와 시민들에 강한 불신감을 품었고 이는 훗날 아일랜드 독립으로 이어졌다. ” ”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pp.50~53,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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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아일랜드 대기근(1845~1852)은 영국의 냉담함을 넘어선 가혹함도 한 몫 했습니다. 이 시기 아일랜드를 탈출한 이들이 훗날 미국 대륙 동쪽에서 시작하는 유니언 퍼시픽 철도를 건설(1863~1869)하는 노동자들이 됩니다.
아일랜드 대기근
https://namu.wiki/w/%EC%95%84%EC%9D%BC%EB%9E%9C%EB%93%9C%20%EB%8C%80%EA%B8%B0%EA%B7%BC
아일랜드 대기근
https://ko.wikipedia.org/wiki/%EC%95%84%EC%9D%BC%EB%9E%9C%EB%93%9C_%EB%8C%80%EA%B8%B0%EA%B7%BC



밥심
이쯤 되면 스웨덴 작가 헨닝 망켈의 소설 <빨간 리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미국 철도에 동원되었던 수많은 노동자들 중엔 아일랜드인 외에도 중국인도 많았고요, 이 소설에서는 중국인 노동자들이 당했던 인간 이하의 대접이 원인이 되어 수 세대 후 복수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여기서는 아일랜드인들이 중국인들보다 여러모로 더 부족한 사람들로 묘사되었는데 정말 당시에 그런 인식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빨간 리본스웨덴과 아프리카를 오가며 작가 및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스웨덴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헨닝 망켈이 노예제도와 식민주의가 성행하던 1863년과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2006년을 넘나들며 그려낸 작품으로, 출간 즉시 독자와 평단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 며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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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 미국 서쪽에서 출발하는 센트럴 퍼시픽 철도Central Pacific Railroad는 태평양을 건넌 중국인들이 대거 투입되었어요. 그러고 보면 골든 스파이크는 낯선 방향으로 다가온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었는지도요.
밥심
돌과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생각나지 않고 <쇼생크탈출>하면 탈출하고 팔 벌려 비 맞는 장면하고 징계를 각오하고 클래식 음악(아마 모차르트의 곡이었던 것 같았는데요)을 들으며 행복해하던 장면만이 기억에 남아있어요.

향팔
네, 둘 다 명장면이죠.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의 ‘편지의 2중창’, 저도 참 좋아하는 음악입니다. 영화에서는 음악의 감동이 두 배가 되는 연출을 보여줬지요.
https://youtu.be/zdpVz_Sqi7s?si=jDC-nDzDsT5R2ZM_
밥심
하.. 영화의 그 장면 링크 감사합니다. 역시 감동적이네요.
듣고 싶은 음악 있으면 바로 찾아 들을 수 있는 저에게 주어진 자유에 대해 새삼 감사하게도 되네요.

향팔
언제나 어디서나 손가락만 까딱하면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상이라니! 어릴 때는 꿈도 못 꾸던 일이에요. 그런데 음악을 이렇게 쉽게 듣는 세상이 온 뒤로는 제가 어릴 때 음악을 아끼고 귀하게 여기던 마음이 그만큼 옅어지지 않았나, 싶을 때가 있어요.
진달팽이
그러게요. 처음엔 제 방과 함께 라디오 겸용 카세트 플레이어가 생긴 것만으로도 날아갈 것 같았는데요. 수화(수어) 노래 동아리에서 공연 준비하느라 라디오, 휴대용 2채널 스피커, 케이블잭 전선, AA 충전지 같은 걸 저마다 가방에 욱여넣어 와서는 운동장 구석에서 노래 틀어 놓고 옹기종기 연습하던 생각하면 지금도 설레요. 지금은 조막만 한 아이폰SE 하나로 뭐든지 듣고 보고 수다도 떠네요, 전철에 서서든 침대에 누워서든…. 엄마는 텔레비전도 냉장고도 수도도 없었다는데, 얼마나 감사한지요.
제 라디오가 생긴 그날부터 음악이든 라디오든 소리가 없으면 잠도 잘 못들었거든요. 몇 년 전부터 고요 아니면 바깥 소리를 들리는 대로 듣고 싶어지는 때가 시나브로 늘었더라고요. 어째선지 그냥 그러고 싶을 적이 생겨서요. 드디어 철이 들면서 우주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건가 싶었는데… 말씀 들으니 아차, 음악도 라디오도 더 이상 예전만큼 소중하지 않아져서 마음이 떴구나, 깨달았네요. ㅎㅎ 깨달음을 주셔서 또 감사해요.

ifrain
음악은 사람을 진동하게 하여 생명을 흐르게 하는 것 같아요.
피와 에너지가 흐르는 것을 도와주고 감정과 기억도 함께 움직이게 되구요. @진달팽이 님도 종종 음악 공유해주세요. ^^ 감사+감사+감사+감사+감사+감사 ..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ifrain
진달팽이님의 글을 보니 이 노래가 생각났어요. 이 분 목소리가 참 좋아요.
감사할때 내 안 어딘가 불이 켜져
https://www.youtube.com/watch?v=P9XkfeUoaNw

향팔
한웅재 목사님 목소리, 너무 좋습니다. 지금은 하늘로 가고 없는 첫째냥이가 많이 아팠을 때 틀어놓고 따라 부르던 성가들 중에 한웅재찬송가도 많았는데… 예전 생각 나네요.
‘요게벳의 노래’, 한웅재찬송가, 시와그림의 ‘그렇기 때문에’, ‘토기장이’ 같은 노래들로 버티고 또 힘을 내고 그랬었죠.
https://youtu.be/KM7y81ydd8Q?si=W9ptB3KlkkxZWWua

ifrain
'그렇기 때문에' 감동적이네요. '시와 그림'의 노 래들도 참 좋죠.
진달팽이
한웅재 목사님은 목소리도 또렷하고 간결한 느낌이네요. 시와 그림의 노래도 참 따스 해요. 종교 음악을 듣거나 따라 부르면 이따금 벅차면서도 차분해지는데, 노래를 마쳐도 한결같이 그 느낌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험한 소리도 좀 덜 내고….
교회에서 들어 본 노래는 속세에 유행하는 음악처럼 예쁘고 세련되어서 참 편안하더라고요. 물론 성당이나 절에서 들어 본 노래도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었지만요. 기회가 생긴다면 다른 종교의 사원에도 가서 노래를 들어 보고 싶어요.

향팔
성당에서 듣는 곡,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음악 자체도 아름답지만 모차르트와 얽힌 일화로도 유명하죠. 당시 교황이 이 곡을 반드시 시스티나 성당 안에서만 부르도록 명하고 악보 반출을 엄격하게 금지했는데, 꼬꼬마 모차르트가 시 스티나에서 이 곡을 딱 두 번인가 듣고는 전체를 홀랑 외워서 악보로 완벽하게 옮겨 적어 버렸다는…. 원래는 파문에 해당하는 중죄(?)였지만 모차르트의 기막힌 능력에 감탄한 교황이 도리어 훈장을 내렸다고 하더군요.
https://youtu.be/rs5bc_P1kKo?si=BbczJOrY9LeCxna4
알레그리 - Miserere mei, Deus (하느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향팔
이건 제가 어릴 때 자주 듣던 곡이에요. 그레고리안 성가와 현대 사운드의 조화 ㅎㅎ
https://youtu.be/BuYZ-Mc8iTQ?si=oGLv6wlyXJm_tyfp
Enigma - Mea Culpa (내 탓이오)
https://youtu.be/95fxWi7zrTI?si=_ZBaMBtEfDanFUPw
Lesiëm - Liberta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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