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

D-29
자연사박물관의 아이콘, 아프리카코끼리 '헨리' 여기에 전시된 거대 코끼리는 1955년 헝가리 출신의 게임 헌터* 조셉 페니코비가 아프리카에서 잡아 스미스소니언에 기증한 것이다. 그는 1954년 코뿔소를 사냥하러 나섰다가 앙골라 남동부의 미개척지 쿠이토 강가에서 이 코끼리를 처음 보았다. 그리고 1년 후 다시 탐험대를 조직해 이 코끼리를 찾아 나섰다. 1955년 11월 13일 이 코끼리를 다시 찾아냈고, 총알을 16발이나 발사해 결국 사냥에 성공했다. 그는 편지와 함께 이 코끼리의 가죽과 두개골, 다리뼈 등을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기증했다. 요즘과 달리 당시엔 이런 행동들이 영웅 대접을 받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증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이 코끼리를 '페니코비 코끼리'라고 불렀다. 하지만 지금 코끼리 사냥은 범죄행위다. 이름도 박물관이 공모해 정한 '헨리'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헨리는 스미스소니언의 초대 대표 조셉 헨리의 이름이기도 하다. 스미스소니언 아카이브 센터의 기록을 보면, 헨리는 몸무게가 11톤에 가죽 무게만 2톤이었다. 이를 보존 처리하는 데만 트럭 한 대 분량의 소금이 들어갔다. 이것을 아프리카에서 워싱턴으로 이송하는 것도 큰 문제였다. 결국 트럭, 기차, 배 등을 거쳐 1956년에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 도착했다. 스미스소니언의 박제 전문가들이 이걸 전시용 표본으로 만드는 데만 16개월이 걸렸다. 이 작업에 들어간 점토만 약 5톤이다. 그 당시 복원기술이 얼마나 좋았는지, 지금도 마치 살아 있는 코끼리를 보는 것 같다.
박물관이 살아 있다 - 세계 최대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이야기 pp.49~50, 권기균 지음
길이 8미터에 몸무게 7톤, 매일 싸는 똥만 50~100킬로그램 당시 코끼리 헨리는 55살이었다. 코끼리는 평균 수명이 60~70살이다. 사람은 어른이 되면 몸이 더 이상 자라지 않지만, 코끼리는 살아 있는 동안 몸집이 계속 성장한다. 보통 아프리카코끼리는 수컷이 높이 4미터에 몸길이 8미터, 몸무게는 7톤까지 자란다. 암컷은 키가 2.6미터, 몸무게는 3톤 정도다. 참고로 중생대 최상위 포식자였던 백악기 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의 추정 몸무게가 6.5톤 정도다. 코끼리는 식사량도 엄청나다. 매일 200킬로그램 이상을 먹는다. 매일 싸는 똥이 50~100킬로그램이다. 몇 년 전 새끼 코끼리 사진 몇 장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었다. 어미를 바짝 따라가던 새끼 코끼리가 어미가 싸는 똥에 맞아 휘청거리며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장면의 사진이다. 원주민들 얘기로는 엄마 코끼리의 똥이 새끼 코끼리의 면역력을 높여준다고 한다. 물도 매일 190리터를 마신다. 장 길이는 19미터나 된다. 당연히 소화 시간도 길다. 하지만 먹는 것들을 완전히 다 소화하지 못한다. 그게 오히려 다행이다. 건기에 코끼리들은 초원에서 먹이와 물을 찾아 하루 60킬로미터를 이동한다. 계속 이동하면서 식물들의 씨를 먹고 똥을 싼다. 그때 소화가 다 되지 않은 똥 속의 식물 종자들이 널리 퍼뜨려진다. ...
박물관이 살아 있다 - 세계 최대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이야기 pp.50~51, 권기균 지음
지구상에 현존하는 코끼리는 3종뿐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코끼리는 모두 3종뿐이다. 아프리카덤불코끼리(African Bush Elephant)와 아시아코끼리(Asian Elephant), 그리고 둥근귀코끼리(African Forest Elephant)의 2속 3종이다. 아프리카코끼리의 귀는 크기가 크고, 모양이 아프리카 대륙처럼 삼각형이다. 아시아코끼리의 귀는 크기가 비교적 작고 모양이 사각형이다. 둥근귀코끼리는 말 그대로 귀 윗부분이 부드럽고 둥글다. 아프리카덤불코끼리는 우리가 보통 얘기하는 아프리카코끼리다. 덩치가 가장 크고,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이남 사바나 지역에서 주로 서식한다. 코끼리의 원래 조상인 에리테리움이 처음 등장한 것은 공룡 멸종 후인 약 6천만 년 전이다. 이후 포스파테리움, 팔리오마스토돈이 나타났고, 약 1,180만 년 전부터 플라티벨로돈, 다이노테리움 기간테움, 740만 년 전부터 프라임엘레파스 등 여러 코끼리 조상들이 멸종과 진화를 계속해왔다. 아프리카덤불코끼리의 조상은 약 2백만 년 전에 나타나 지금까지 살고 있다. 아시아코끼리는 보통 '인도코끼리'라고 부른다. 아시아코끼리도 조상들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가 본류이다. 플라이오세에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서 번성했었다. 성질이 온순해서 가축처럼 길든 지가 오래되었다. 둥근귀코끼리는 주로 콩고 분지의 아프리카 열대우림 지역에 산다. 3종의 코끼리 중에서 가장 작다. 그래서 별명이 '난쟁이 코끼리'다. 전에는 아프리카덤불코끼리와 같은 종인 줄 알았는데, 2010년 DNA 검사를 통해 전혀 다른 종임이 밝혀졌다. 이 코끼리는 다른 코끼리와 달리 상아가 똑바로 자란다. 둥근귀코끼리의 조상은 50만 년 전에 처음 등장했다.
박물관이 살아 있다 - 세계 최대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이야기 pp.53~54, 권기균 지음
15분마다 한 마리씩 죽임을 당하는 코끼리들 코끼리의 무대 아래 벽면에는 코끼리 밀렵과 불법 거래 실태가 낱낱이 고발되어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충격적이다. 상아를 찾는 사람들 때문에 코끼리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 아프리카코끼리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밀렵이다. 15분마다 한 마리씩 아프리카코끼리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 상아는 코끼리의 두개골 깊숙이 들어가 있어서 사슴뿔을 잘라내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상아를 수집하는 것은 곧 코끼리를 죽이는 것이다. 1989년부터는 국제적으로 상아의 거래가 전면 금지되었다. 그런데도 1998년부터 2013년 기간에만 밀렵이 3배가 늘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약 10만 마리의 아프리카코끼리가 밀렵으로 죽었다. 상아 불법 거래상들은 대규모 조직으로 국제적인 범죄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2013년 기준 상아 매매 시장의 크기는 1.중국, 2.미국, 3.태국, 4.이집트, 5.독일, 6.나이지리아,7.짐바브웨,8.수단, 9.에티오피아, 10.일본 순이다.
박물관이 살아 있다 - 세계 최대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이야기 pp.54~55, 권기균 지음
"코끼리가 사라지고 있어요" 1900년도에 아프리카에는 약 1천만 마리의 코끼리가 살았었다. 그러다가 1970년에는 60만 마리, 2014년에는 겨우 43만 마리만 남았다. 96%가 감소한 것이다. 아시아코끼리는 1900년도에 20만 마리였다가 1970년대 5만 마리로, 2014년에는 4만 마리로 80%가 줄어들었다. "당신의 선택이 차이를 만듭니다." 국회의원의 선거 구호가 아니다. 스미스소니언 코끼리 전시의 마지막 호소 문구다. 여기에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상아 수요를 끝장내야 합니다. 상아를 사지 마세요. 말을 퍼뜨리세요. '상아로 만든 물건들은 죽은 코끼리들'이라고. 이 놀라운 동물 코끼리에 대해 더 많이 알아보고, 당신이 코끼리에 대해 알게 된 것들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세요. 그리고 코끼리를 돕는 기관들을 후원하세요." 살육당하는 코끼리들의 수난사를 생각하면 착잡한 생각이 든다.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
박물관이 살아 있다 - 세계 최대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이야기 p.55, 권기균 지음
상아 때문에 코끼리를 하도 죽이다보니, 상아가 애초에 없었던 개체들만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고 있다고 들었어요. 즉 코끼리 상아가 아예 나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가 현재 진행 중이라고 하더군요.
역시 살아남기 위한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네요.
네, 참 씁쓸하고 슬픈 진화죠.
“어미를 바짝 따라가던 새끼 코끼리가 어미가 싸는 똥에 맞아 휘청거리며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장면의 사진이다. 원주민들 얘기로는 엄마 코끼리의 똥이 새끼 코끼리의 면역력을 높여준다고 한다.” 요즘 의학계에 장Gut과 뇌Brain가 연결되어 있다는 ‘장-뇌 축(Gut-Brain Axis)’ 이론이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데요.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에 있는 미생물을 환자의 장에 이식하는 ‘대변 미생물 이식(FMT, Fecal Microbiota Transplant)’ 치료법이 자폐증 증상을 완화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죠.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에 좋은 상태의 장내 미생물이 함께 떨어져 나오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이 이 건강한 똥을 가공해서 미생물만 걸러낸 뒤 환자의 장에 주입해서 치료하는 것입니다.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의 상당수가 변비, 설사, 복통 등 소화기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아이들의 장내 미생물을 조사해보면 다양성이 크게 떨어지고 유해균이 많다고 해요. 미생물의 독소가 뇌 신경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구요. 건강한 미생물 생태계 이식 치료인 것이죠. 그런 것들을 생각나게 해주는 대목이었어요. 원주민들이 똥이 가진 면역력에 대해 알고 이야기해준 부분이 놀라웠어요.
’현대미술과 자연사 겹쳐보기/ 국립현대미술관‘ 에서 김응빈 교수님도 관련 이야기를 했었죠.
와, 코끼리 새끼가 어미 똥에 휘청거릴 정도라니 놀랍기도하고 우습기도 하네요. 그렇게 많이 먹으면 공룡처럼 멸종될 법도한데 그래도 어쨌든 오늘 날까지 살아 남았어요. 자폐증 아이들이 그런 문제가 있군요. 크론병 아이들도 꽤 많이 힘들어 하더군요. 그것도 장내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일까요?
크론병은 염증성 장질환인데 면역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네요. 면역세포가 자기 편인 장내 미생물을 공격한다고 해요. 입에서 항문에 이르기까지 궤양과 염증을 일으킨다고 하니 너무 힘들 것 같습니다. 유익균이 거의 없고 유해균이 무섭게 증식해서 면역 생태계가 불균형한데 이것이 염증을 악화시키게 되구요. 크론병 환자에게도 대변 미생물 이식FMT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고 다소 도움이 되는 것 같네요. 다만 좀 더 정밀한 접근법으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해야 겠어요. 환자 개개인의 미생물 지형을 분석해서 맞춤형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죠. 똥을 더럽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시각을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크론병은 가수 윤종신이 커밍 아웃을 해서 주목 받은 병이었죠. 요즘엔 약이 잘 나와서 난치병이어도 관리만 잘하면 되는 병인 줄 알았어요. 근데 지난 달인가? <인간극장>에 크론병을 앓고 있는 소년을 다뤘는데 생각보다 심각하더군요. 설사도 잘하지만 수시로 배가 아프고 여느 아이처럼 아무거나 먹을 수도 없고. 그런데도 꿈을 잃지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어찌나 대견하던지. 정말 말씀 하신 것처럼 똥을 더럽게만 보면 안될 것 같아요. 실제로 건강한 똥을 기증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그 얘기 꽤 오래 전에 들었어요.
전 세계에서 똥에 대해 거부감이 가장 적은 국가는 중국일 것이다. 중국인들은 분변의 가치를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양배추 밭에 분변을 분사하던 그 농부는 인간의 배설물을 천연 비료로 써온 4000년의 전통을 실천했을 뿐이다. 마야 문명을 포함한 다른 고대 문명의 발상지들은 시간이 흐르며 토양이 피폐해 쇠락했지만, 분뇨를 비료로 사용한 중국의 토양은 4000년간의 집약 농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옥하다. 위생 전문가들은 세계를 ‘분변 혐오 문화’와 ‘분변 애호 문화’로 나눈다. 인도는 전자고(소똥은 예외다), 중국은 의심할 것 없이 후자다. 중국에서 분변은 논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분변과 화장실은 1000년 이상 중국 문학의 단골 소재였다. 정부가 운영하는 베이징의 한 서점에 들어갔을 때 나는 ‘화장실 문화’라는 분야명이 붙은 책장에 관련 도서가 가득 들어차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책장에는 한나라를 건국한 유방의 첩실인 척 부인에 관한 책도 있었다. 정실인 여태후는 척 부인의 눈을 태우고, 사지를 자르고, 귀를 절단한 다음, 변소로 내던지라고 명령했다. 남편이 죽은 뒤 스스로 황후가 된 여태후는 비참한 운명을 맞은 척 부인을 ‘인간 돼지’라고 불렀다. 대부분의 기록은 ‘인간 돼지’라는 말이 척 부인을 외모적으로 모욕하기 위한 표현이었다고 적고 있지만, 나는 돼지우리와 변소가 중국에선 종종 같은 곳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 것인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일부 학자에 따르면, 화장실을 뜻하는 한자 ‘츠어厠’는 원래 돼지우리를 의미했다. 변소에 빠진 소년을 구한 아름다운 처녀 즈옌의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즈옌은 소년을 구하다가 정작 자신을 빠져나오지 못해 죽었고, 하늘의 왕은 그를 ‘변소의 여신’(중국에는 변소의 여신이 여럿이다)으로 부활시켰다. 실제로 중국에서 화장실의 신은 대부분 “돼지, 아니면 미녀”다. 나와 레드는 ‘화장실 문화’ 서가에 꽂힌 많은 책들을 훑어보았지만, 그 이유는 찾지 못했다.
똥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진지하게 - 화장실과 하수도의 세계로 떠나는 인문 탐사 여행 pp.204~205, 로즈 조지 지음, 하인해 옮김
똥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진지하게 - 화장실과 하수도의 세계로 떠나는 인문 탐사 여행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리면 그걸로 모든 게 끝인 걸까? 방금 전 우리 몸에서 나온 그것은 어디로 흘러가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 저널리스트 로즈 조지는 이러한 의문을 품고 분변의 세계를 향한 집요하고도 흥미진진한 여정을 시작한다.
바이오가스는 나무, 채소, 분뇨와 같은 유기 물질이 발효될 때 발생한다. 인간의 위장처럼 혐기성인 바이오가스 소화조에서 미생물이 유기 물질을 당과 산으로 분해하면 가스가 생성된다. 대부분은 메탄이고 나머지는 이산화탄소와 소량의 황화수소로 이루어진 바이오가스는, 주로 조리 기구와 조명에 이용하지만 물을 덥히는 데에도 쓸 수 있다. 게다가 전기로도 전환할 수 있다. 한편 소화 공정에서 발생하는 슬러지sludge*는 처리 공정을 거치지 않은 분뇨보다 안전하고 훌륭한 비료가 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중국 정부의 통계를 신뢰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약 1540만 중국 가구가 변기를 바이오가스 소화조에 연결했고, 이들 가구는 분변이 몇 시간 동안 발효되면서 발생하는 가스로 음식을 조리한다. 사실 1인단 소화조의 수는 네팔이 중국보다 많다. 인도에도 수백만 개의 소화조가 있다. (물론 인도에는 어딜 가든 소가 많으므로 대개 소똥을 재료로 쓴다.) 그러나 중국의 소화조는 그 많은 국민이 값싸고 청정한 에너지원을 무한정으로 공급할 준비가 되어 있는 셈이라는 점에서 다소 특별하다.
똥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진지하게 - 화장실과 하수도의 세계로 떠나는 인문 탐사 여행 pp.206~207, 로즈 조지 지음, 하인해 옮김
7장 ‘격변의 지구’는 부제 ‘멸종이 생명을 변모시키다‘를 달고 쓰였는데 이제는 독자들에게 저자의 작법 스타일로 익숙해진, 한 곳의 장소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시작합니다. 7장에서는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인 구비오(Gubbio)가 바로 그 장소입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찾아보면 고색창연한 중세시대 건물들이 꽤나 잘 보존되고 있는 멋진 도시네요. 하지만 독자들은 인류가 지은 건축물이 아닌 지구가 만들어낸 지형에 우선적으로 관심이 있고, 저자는 이러한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구비오 인근에 있는 석회암 지층과 점토층을 사진과 함께 떡 하니 내놓습니다. “들어는 봤겠지? 운석 대충돌로 지구 전역에서 우글대던 수많은 암모나이트와 공룡이 어이없게도 멸종해버렸다는 이야기를? 그 증거들이 모여 있는 곳들 중 한 곳이 바로 구비오 점토층이라구.“ 하고 저자가 자신감있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 점토층이 의미하는 바를 적절히 해석해서 학계를 시끄럽게 했던 앨버레즈 부자가 점토층 앞에서 찍은 사진이 돌아다니길래 첨부했으니 한 번 구경하시죠. 누가 아버지고 아들인지는 말씀 안드려도 아실겁니다. 지구는 단어 그대로 ‘격변‘해왔습니다. 내부적 요인인 화산활동이 원인이되거나 외부적 요인인 운석 충돌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지구 냉각화 또는 온난화가 해양산성화, 산소고갈과 함께 지금까지 총 다섯 번의 생물 대멸종을 이끌어냈죠. 그 이야기가 7장에 요약되어 있습니다. 그 방대한 내용을 이렇게 챕터 하나로 짧게 쓴 저자의 재주가 비상하죠. 이 장을 읽으면서 전 113쪽에 수록된 지질연대표를 수시로 들추어 보고 있습니다. 연대표에는 다섯 번의 대멸종이 친절하게 명시되어 있어 7장을 읽는데 큰 도움이 되네요.
그러게요. 부자가 분위기가 비슷하네요. 근데 그 뒷배경이 휘황하네요. 예쁩니다.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 있으세요. ^^
어느새 앤드류 놀 박사님의 작법 스타일까지 파악하셨군요. ^^ 아버지와 아들의 머리카락 색도 비슷하고 안경 스타일, 바지 색상도 비슷하네요. ㅎㅎ 사선 방향의 점토층 양쪽에 서서 포즈를 취한 것도 그림 속의 한 장면 같습니다. 심지어 월터 앨버레즈는 점토층 사이에 손을 갖다대며 웃고 있네요. 저 1cm 밖에 안되는 점토층을 잡아당겨 멸종 역사의 비밀을 우리 앞에 선사하는 자의 미소를 암시하는 듯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113페이지를 열어보니 '멸종'이 다섯 군데에 표시가 되어 있네요. 저는 괜히 색칠을 해보았습니다.
오홋, 색칠까지. 전 책을 대출해서 빌려보기 시작한 이후로는 책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제 책이라도 줄을 긋거나 동그라미를 치거나 하지 않죠. 그러다보니 책이 깨끗해서 좋긴한데 뭔가 치열하게 읽은 것 같지 않은 느낌아닌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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