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

D-29
우리 조상들이 아프리카의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했듯이, 환경 변화가 우리 현생 인류의 진화에 관여했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지구 역사를 보면, 생물은 단순히 환경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생물은 환경을 변모시키는 데 기여하며, 인간도 이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물론 우리가 다르긴 하지만, 그 차이는 우리가 지구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커서 그렇다. 호모 사피엔스는 출현한 이래로 죽 주변 세계를 변모시켜 왔으며, 지금은 유례없는 방식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243쪽,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1만 3,000년 전~1만 년 전 북아메리카가 온대 기후대에 들어감에 따라서 식물들은 북쪽으로 이주했고, 그럼으로써 오늘날 보는 것과 다른 군집이 형성되었다. 많은 과학자들은 환경 변화와 낯선 식생 때문에 포유류 개체군이 급감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환경 스트레스가 정말로 포유류 멸종의 무대를 마련했을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그 이전에 100만 년 동안 비슷한 기후 변동이 되풀이하여 일어났음에도 종이 대폭 줄어드는 현상은 나타난 적이 없었다. 그러니 다른 무언가가 있었던 듯하다. 그 무언가란 바로 호모 사피엔스였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245쪽,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지금은 농경이 사냥과 채집을 대체함으로써 오히려 일은 더 많이 하면서 영양 섭취량은 줄어들고 식량 사정도 더 불안정하게 되었다고 보는, 즉 이 문화적 전환을 한탄하는 관점이 유행하고 있다. 아마 그럴지도 모르지만, 스마트폰을 쓰고 영화를 즐기고 암에 걸리고도 살아남는 우리 같은 이들은 농업 혁명이 일으킨 사회적 재편의 덕을 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더 적은 사람들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다른 이들은 예술, 발명, 상업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247쪽,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그리하여 지금의 간빙기가 시작되었다. 이 시기를 “후빙기”가 아니라 “간빙기”라고 부르는 이유는 지난 100만 년 동안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면서 일어나는 주기적인 변화에 따라서 10만 년을 주기로 빙하로 뒤덮이는 추운 시기와 따뜻한 간빙기 사이를 오갔기 때문이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244,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I call this interval “interglacial rather than “postglacial” because for the past million years, Earth has oscillated between glacial cold and interglacial warmth on a 100,000-year timescale dictated by metronomic variations in Earth’s orbit around the sun.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209,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그 무언가란 바로 호모 사피엔스였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아프리카와 유라시아에 살고 있었지만, 신대륙에 들어간 것은 마지막 빙하기가 수그러들 무렵이었다. 최근에 고고학자들은 1만 6,500년 전~1만 6,300년 전에 아이다호의 샐먼강 주변에서 인류가 살았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아마 아시아 동북부로부터 최초로 이주한 이들이 태평양 연안을 따라서 내려간 흔적일 것이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245,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That something was Homo sapiens. While humans have a long history in Africa and Eurasia, they didn’t arrive in the New World until the waning stages of the last ice age. Recently, archaeologists reported evidence that humans lived along the Salmon River in Idaho 16,500 to 16,300 years ago, recording a first wave of migration from northeastern Asia, probably along the Pacific coast.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210 ,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a first wave of migration’ 이주의 흔적을 물결wave 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물결’이라는 단어 안에 생명의 역동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에너지가 퍼져나가는 일렁거림을 연상시키기도 하고요. 단발성으로 부딪히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밀려오는 연속된 이미지를 상상하게 합니다. 북아메리카를 적시는 호모 사피엔스의 물결이겠죠.
1880년대에 지질학자 워런 업튼Warren Upton은 이 잃어버린 호수의 흔적을 조사했다. 그는 능선처럼 구불구불한 고대 해안선을 지도에 표시했다. 이는 엄청난 작업으로 7년이 걸렸다. 걸어서, 또는 말과 수레로 1만 8,000킬로미터를 이동하면서 조사했다. 호수는 정말 거대했으며 남쪽 미네소타에서 서스캐처원까지 북쪽으로 뻗어 있었다. 그는 빙하기의 발견자 중 한 명인 스위스의 지질학자 루이 아가시의 이름을 따서 아가시즈 호수라고 불렀다. 그의 현장 조사는 엄청났으며, 그의 연구를 정리한 논문은 분량이 772쪽에 달했다. 지도를 보면 아가시즈 호수는 거대한 해빙 호수였음을 알 수 있다. 약 2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서서히 물러간 후, 북미 대륙에 우뚝 솟은 거대한 얼음 보호막에 녹은 물이 고였다. 빙하로 인해 호수는 매년 커졌고 가장 컸을 때는 거의 50만 제곱킬로미터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인 카스피해보다 약간 더 컸다. 호수는 불규칙하게 성장했다. 때때로 호수가 터져 엄청난 양의 담수가 바다로 흘러들기도 했다.
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 - 팔레오세부터 인류세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기후의 역사 pp.206~207, 레이다르 뮐러 지음, 황덕령 옮김
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 - 팔레오세부터 인류세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기후의 역사지구의 기후 역사는 리듬과 템포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끝없는 음악 작품과 같다. 기후의 변화하는 리듬을 이해하면 현재 지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미래에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불과 얼음이 번갈아 지배했던 지구 기후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현재 인류에게 닥친 기후 위기를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8,400년 전 어느 날, 결국 댐(자연 댐 역할을 하고 있는 빙하)이 완전히 무너졌다. 물의 압력으로 얼음 속에 갈라진 틈이 생겨 넘쳐흐른 물이 얼음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폭포는 점점 커졌고 마침내 댐이 무너진 것이다. 대규모의 굉음과 함께 엄청난 양의 얼음처럼 차가운 담수가 허드슨해협을 거쳐 대서양으로 단시간에 쏟아져 나왔다. 이 사건은 기후과학자들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아가시즈 호수와 그로 인한 홍수가 지형을 바꾼 것뿐 아니라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1990년대에 연구자들은 노르웨이 해역에서 해양 퇴적물 코어를 채취했다. 길이 5미터의 코어층을 분석한 결과, 약 8,200년 전에 추위를 좋아하는 작은 유공충류인 네오글로보콰드리나 파치더마의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바다의 온도가 최소 2도 이상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일랜드의 동굴에 있는 석순도 같은 현상을 보였다. 온도가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빙핵을 통해 그린란드의 온도가 3도 이상 떨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노르웨이의 도브레에서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소나무가 꽃을 피우지 않고 씨앗을 맺지 않았다. 추위와 함께 가뭄이 닥쳤다. 오만, 아랍에미리트, 베네수엘라에서는 강수량이 줄어들고 사막이 확산되는 징후가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이 그로부터 몇백 년 전에 일어난 아가시즈 호수의 붕괴와 연관 지어 ‘8,200년 사건’이라고 부르는 기간 동안에는 더 춥고 건조해졌다. 그렇다면 왜 기후가 변했을까?
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 - 팔레오세부터 인류세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기후의 역사 pp.207~208, 레이다르 뮐러 지음, 황덕령 옮김
한 가설에 따르면 아가시즈 호수의 엄청난 담수량이 기록적인 속도로 대서양으로 흘러들어 가면서 멕시코만류의 열염순환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해류와 그에 따른 열의 북상 이동이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멕시코만류는 빙하기 동안 여러 번 멈췄다. 오늘날과 다른 점이라면 더 ’따뜻한 세상‘이었다는 것이다. 얼음과 눈이 빠르게 녹아 생명에 중요한 멕시코만류가 다시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의 훨씬 더 뜨거운 지구에 대한 무서운 시나리오다. “큰 홍수가 40일 동안 땅에 임하니…… 크고 강한 홍수가 땅에 임하여 하늘 아래의 모든 높은 산을 덮었더라”고 <창세기>에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신화와 종교에 등장하는 많은 홍수 중 하나이다. 실제로 일어난 일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일까?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한 홍수는 기후를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신화와 종교적 신념을 통해 우리의 집단적 상상력에 불을 지폈을지도 모른다. 아가시즈 호수가 붕괴됐을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해수면이 몇 미터 상승했다. 페르시아만의 해안선은 10킬로미터 이상 내륙으로 이동했다. 영국이 영국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분리된 것도 이 시기였다. 당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이었을 것이며, 아마도 성경에 나오는 대홍수 신화의 기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 - 팔레오세부터 인류세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기후의 역사 p.208, 레이다르 뮐러 지음, 황덕령 옮김
눈과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 발생하는 현상.. 역시 멕심코만류의 열염순환에 영향을 주는군요. 이 열염순환으로 적도에서 남아도는 열이 극지방으로 갈 수 있는 것인데 빙하가 녹은 담수가 대량으로 대서양으로 흘러들어와서 이 순환을 멈추게 만든 것입니다. 극지방은 더 추워지면서 얼어붙게 되고요. 최근에도 그린란드의 빙하가 급격히 녹으면서 담수가 북대서양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바닷물의 염분이 옅어지고 있죠. 바닷물의 밀도가 낮아져서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멕시코 만류의 순환 속도가 느려진 상태입니다. 열염순환이 멈추어 북반구에 빙하기가 찾아오는 시나리오에 바탕을 두고 만든 것이 영화 <투모로우>이고요.
@예약좌석 지구에서 빙하가 녹아내리며 발생한 대홍수 사건이 전 세계에서 각종 문화권에서 발견할 수 있는 홍수 신화에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지질학적 대격변이 인류의 집단적인 기억 지층에 강한 흔적을 남긴 것이겠죠. 당시 인지 수준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현상에 ‘인간의 오만’이나 ‘신의 심판’ 등과 같은 원인을 덧붙였을 수 있고요.
그러고보니 대홍수 전설은 인류 최초의 문학이라고 하는 <길가메쉬 서사시> 속 우트나피쉬팀의 홍수 이야기에도 나오죠(훨씬 뒤에 쓰인 성서 속 노아의 방주 이야기와 흡사해요). 그리스 신화에도 인도 신화에도 있고요.
1872년 12월 3일 런던 성서 고고학회에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대영박물관 연구원 조지 스미스가 앗씨리아 토판들 중에 들어 있는 대홍수의 내용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해 가을 스미스가 박물관 수장고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점토판을 하나씩 들추다가 성서의 대홍수 이야기와 유사한 대목을 보고 흥미진진하게 읽게 된 것이었다. 영국의 수상 글래드스턴을 비롯한 모든 청중들은 깜짝 놀랐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대홍수라면 당연히 성서에만 나오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1852년 길가메쉬 서사시가 기록된 점토서판은 앗씨리아의 수도 니느웨에 있던 앗슈르바니팔(Assur-bani-pal) 도서관에서 호르무즈 라쌈에 의해 발굴되었다. 그것은 당시 라쌈에 의해 수집된 2만 4,000여 개나 되는 점토판들 중 일부였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나서야 스미스의 '충격적인 해독'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스미스가 발표한 토판은 불완전한 것이었다. […] 1873년 1월, 런던의 《데일리 텔레그래프》지의 편집장 에드윈 아널드 경은 자신이 소속된 회사가 지원하는 비용으로 스미스가 니느웨에 가서 대홍수가 기록된 토판의 나머지를 발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어 스미스는 발굴 여행을 떠났다. 가장 큰 목적은 대홍수 이야기에서 누락되어 있던 17행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는 기나긴 여행 끝에 티그리스 강변에 있는 모술에 도착했다. 발굴이 시작된 지 불과 5일 만에 대홍수 이야기의 나머지 부분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온 영국인들이 기대하고 있던 일이었다. 1873년 5월 21일 《데일리 텔레그래프》지 1면은 스미스의 기적적인 발견 소식으로 장식되었다. 그는 불과 한 달 동안 384개나 되는 점토판 문서들을 찾아냈다. 젊은 영국인은 대홍수의 '잃어버린 토판'뿐만 아니라 바빌로니아 왕조들의 존속 여부가 기록된 파편들을 발굴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조지 스미스와 길가메쉬 서사시, 김산해 지음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국내 처음으로 수메르어 판본과 악카드어 판본으로 구성된 점토서판 원문 모두를 음역하고 한역하여 길가메쉬 서사시를 소개하는 책이다. 두 판본을 연구, 번역하여 한국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쓴 것이 특징이며, 해설을 두어 설명을 보강했다.
스미스가 발견한 악카드어의 기록은 길가메쉬 서사시의 여러 판본들로 치자면 최후대에, 달리 말하면 마지막 개작(改作)에 해당되는 것이었지만 성서의 기록보다 적어도 수백 년이나 앞서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학자들은 대단한 혼란에 빠졌다. 인간이 2000여 년 간이나 믿어왔던 '진실의 혼돈'이었다. […] '대홍수 이전 이야기의 기원은 어디에 있는가', '최초의 인간이 살았다는 파라다이스는 어디인가', '대홍수니 방주니 새들이니 하는 이야기는 언제부터 나온 것인가'라는 의문의 해답을 스미스는 설형문자 비문에서 찾고자 했다. 신화의 시작을 찾아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성서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속에 숨어 있는 유사한 전설들과 비교해보아야 한다고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는 '칼데아의 평원'에 신화의 배꼽이 존재하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이곳은 문명의 요람이며 예술과 과학의 산실입니다만, 2000년 동안 폐허로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고대 기록을 포함한 그곳 문학은 우리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앗씨리아인들이 베낀 문헌들을 제외하곤 말입니다. 하지만 그 흙무더기와 폐허가 된 도시들 아래에서, 더 오래된 대홍수 문서들과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의 전설과 역사가 누워, 시방 탐험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스미스의 유명한 논문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었다.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조지 스미스와 길가메쉬 서사시, 김산해 지음
수메르와 히브리의 창조 이야기, 에덴동산 이야기, 대홍수 이야기가 많은 유사점을 보이는 것처럼, 일본 야마토 시조 천손 니니기 강림신화는 고조선의 시조 환웅의 강림신화와 금관가야 '수로'의 강림신화와 비슷하다고 하네요. 야마토가 고조선의 후손인 금관가야의 후손이기 때문인데, 이처럼 같은 신화가 세부 내용만 변주하여 주변국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도 재밌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북쪽의 빙하가 녹으면서 여러 차례 홍수 재해가 발생했다. 고고학자들은 흑해에서 해수면 아래 91미터 깊이의 진흙 속에 묻혀 있던 집의 잔해를 발견했다. 이것은 흑해가 약 7,500년 전에 급격하게 물에 잠겼다는 이론을 뒷받침해주었다. 그 무렵 지중해의 수위는 내륙 빙상이 녹으면서 서서히 상승했고 오늘날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해협을 가로지르는 좁은 육교가 마침내 붕괴되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좁은 해협을 거대한 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것이다. 당시 해안은 물에 잠기고 마을을 매몰되는 등 성경에 나오는 규모의 재앙이 흑해를 강타했다. 극적인 방식으로 흑해는 호수에서 바다로 변했다. 아마도 그것은 경전에 기록되기 전 대대로 모닥불 주위에 모여 이야기했던 홍수였을까? 북유럽 신화에서도 홍수는 인간을 괴롭힌다. 미드가르드 뱀이 라그나로크 전투에 참여하기 위해 바다 위로 솟아오르면서 거대한 해일을 일으켜 모든 땅이 물에 잠겼다고 한다. 이 신화는 남쪽에서 구전되었거나 아니면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대홍수에 대한 막연한 기억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 - 팔레오세부터 인류세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기후의 역사 p.209, 레이다르 뮐러 지음, 황덕령 옮김
마지막 빙하기에는 빙하가 후퇴하면서 엄청난 양의 자갈, 모래, 점토가 노르웨이 해안 바깥으로 밀려와 대륙붕에 쌓였다. 약 8,200년 전 어느날, 스코틀랜드 크기의 해저지층이 붕괴되어 심해로 가라앉았다. 그 후 재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벌어졌다. 해안을 따라 석기시대 사람들은 바다가 물러나고 물고기가 해안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았지만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재앙이 닥쳤다. 거대한 쓰나미가 해변으로 밀려왔고 피오르에서는 해일의 높이가 25미터에 달했다. 연구원들은 노르웨이 서해안 전역의 습지와 호수에서 파도의 흔적을 발굴했다. 올레순 외곽에서는 습지를 시추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쓰나미에 휩쓸린 거대한 통나무들이 쌓여 있었던 것이다. 순뫼레 지역에서는 작은 청어 떼가 파도에 휩쓸려 내륙의 호수에서 발견되었다. 이 대규모 붕괴를 ‘스토레가 해저 산사태’라고 부른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홍수의 기원은 더 오래된 것일까?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스칸디나비아에도 아가시즈 호수와 유사한 지역적 변형이 있었다. 1만 300년 전, 거대하고 넓은 네드레 글롬 호수가 붕괴되어 외스테르달렌 계곡으로 물이 범람했다. 이 격렬한 사건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흔적은 렌달렌에 있는 수 킬로미터 길이의 유툴호게트 협곡이다. 옛사람들은 트롤이 만들었다고 믿을 정도로 거대한 협곡이지만 트롤이 아니라 물이었다.
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 - 팔레오세부터 인류세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기후의 역사 pp.209~210, 레이다르 뮐러 지음, 황덕령 옮김
@ifrain 님과 @향팔 님 덕분에 빙하기가 끝나면서 발생한 지각 변동이 어떻게 해서 각 지역에 전승되어 오던 홍수 신화로 연계되었는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노아의 방주와 관련된 홍수는 지역적으로 가까운 이라크(길가메쉬 서사 지역)와 그리스 신화 홍수와 함께 빙하기가 끝나면서 발생한 흑해의 홍수를 모티브로 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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