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

D-29
아!? 그렇다면 선댄스 영화제, <내일을 향해 쏴라>의 ‘선댄스’ 키드도 원주민의 ‘태양 춤’ 의식에서 가져온 이름일까요? 오늘 새로운 걸 많이 배우는군요.
내일을 향해 쏴라1890년대 미국 서부.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는 갱단을 이끌고 은행만 전문적으로 터는 은행 강도들로, 사람들을 해치는 것을 최대한으로 피하는 양심적인 강도들이다. 보스인 부치는 머리 회전이 빠르고 인심은 좋지만 총솜씨는 별로 없고 반면, 선댄스는 부치와는 정반대로 구변은 별로 없지만 총솜씨는 당해낼 사람이 없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돈이 생기면 써버리고 없으면 은행을 터는 그들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매우 낙천적이며 낭만적이기도 하다. 그러다 모처럼 몇차례 열차를 턴 것이 화근이 되어 추적을 받게 된 부치와 선댄스, 선댄스의 애인 에타는 하는 수 없이 볼리비아로 간다. 하지만 볼리비아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가난한 나라로 영어가 통하지 않아 부치와 선댄스는 에타에게서 스페인어를 배운다. 볼리비아에서도 털고 도망치고를 반복하는 은행 털이가 순조롭게 이어지는데..
유전자 하나 또는 소수의 유전자 집합(한 염색체 위에서 연관되어 있는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수준에서 일어나는 진화로 유전자 빈도가 변하는 것을 생물학자들은 소진화microevolution라고 하는데, 이 진화는 자연 과정으로서 무한히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주와 인종 간 혼인이 소진화의 압도적인 원동력으로 작용하면서 유전자의 세계적인 분포를 균질화해 가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이 힘들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지역 집단들 내의 유전적 변이를 유례없이 극적으로 증가시킴으로써 인류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집단 내 유전적 변이가 이렇게 증가하면 집단 사이의 차이는 줄어든다. 이론상 이 흐름이 충분히 오래 이러진다면, 스톡홀름에 사는 인류 집단은 시카고나 라고스에 사는 집단과 유전적으로 똑같아질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전반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유전형들이 더 많이 생성되고 있다. 인류의 진화사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이 변화는 전 세계 다양한 집단들에서 유전형을 엄청나게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그러면서 외모와 예술적 및 지적 재능도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다.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적 균질화는 막을 수 없는 듯이 보이지만, 때가 되면 또 다른 힘, 아마도 진화의 최종 힘인 의지 선택volitional selection이 그것을 압도할 것이다. 곧 실험실에서 유전자 치환을 통해 배아를 조작하는 일은 곧 현실이 될 것이고, 그 뒤에는 그 기술이 유전병에 맞서 싸우는 데 쓰이게 될 것이다. 이윽고 그것은 의료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치료 절차가 될 것이다. 그 후, 격렬하게 벌어질 것이 확실한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윤리 논쟁이 어떤 식으로 판가름나느냐에 따라, 배아 단계에 있는 정상아의 유전적 개조가 생의학 산업의 주요 분야가 될 수도 있다.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도덕적인 이유에서 이런 식의 우생학적 조작을 인류가 결코 허용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럴 것이라고 믿고 싶다. 왜냐하면 족벌주의와 특권 의식에 사로잡힌 이들은 그러한 우생학적 조작 기술을 이용하려 들 것이고 그것은 결국 사회를 좀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정복자 -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pp.122~123,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최재천 감수
더 나아가 나는 가까운 미래에 로봇의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고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널리 퍼진 믿음도 내치고 싶다. 가공되지 않은 기억, 연산, 정보의 종합 같은 영역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 확실하다. 언젠가는 감정 반응과 인간의 의사 결정 과정을 모사하는 알고리듬을 작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기술이 극단적으로 발달한다고 할지라도, 그 인공물들은 여전히 로봇일 것이다. 과학의 힘으로 끼워 맞춘 인간 조건의 그림에서 무언가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은 선사 시대에 이루어진 진화 과정의 결과 우리 종이 정서와 사유 양쪽으로 극도로 특이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특정한 경로를 따라 진화 미로를 헤쳐 나가면서 모든 주요 단계마다 우리 DNA에 자취를 남겼다. 인류는 사실 독특하다. 아마 상상 이상으로 독특한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 이 행성에서 우리가 독특하기는 해도, 정신적으로 볼 때 우리는 과거에 출현했을 수도 있는, 혹은 우리가 스스로를 소멸시킨다면 앞으로 수십억 년 안에 생물권에 출현할 수도 있는 인간형 생물humanoid이나 그것보다 수준 높은 수많은 종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과학자들은 감정, 생각,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잠재 의식의 신경 경로와 내분비계 조절 양상을 이제 겨우 탐구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마음은 이 내면 세계만이 아니라 몸의 모든 부위로 흘러들거나 모든 부위에서 흘러 나가는 감각과 메시지로도 이루어진다. 로봇에서 인간으로서의 발전 사이에는 엄청나게 어려운 기술적 난제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굳이 그런 시도를 할 이유가 과연 있을까? 우리가 만든 기계가 우리의 정신 능력을 훨씬 초월한 이후라고 해도, 그런 기계는 인간을 닮은 마음 같은 것은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그런 로봇이 필요하지 않으며, 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생물학적 인간의 마음은 우리의 영토이다. 그 모든 기벽, 비합리성, 위험한 산출물, 온갖 갈등과 비효율성을 지닌 생물학적 마음은 인간 조건의 본질이자 의미 자체이다.
지구의 정복자 -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pp.123~124,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최재천 감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일찍이 생명체조차도 자유롭게 개작한 거대 산업 문명은, 불의 7일 간이라고 불려졌던 세계대전으로 붕괴했다. 1,000년 후 산업폐기물의 녹과 세라믹 조각에 뒤덮힌 대지에 퍼져있는 것은 광대한 숲 부해腐海. 그 안에는 유해한 독기를 갖고 있는 포자를 날리는 식물과 헤비케라, 얀마, 우시아부라고 하는 커다란 곤충들이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부해는 인간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들어가면 5분도 안 되서 폐가 썩어 죽어버리게 되는 공간이고, 간신히 살아남은 인류의 거처도 계속해서 잠식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부해를 태우려고 시도해보지만, 그 때마다 부해의 주인인 왕충王蟲, 즉 오무의 무리가 대지를 모두 메워 모든 것을 파괴하며 몰려온다. 모든 것을 파괴하고 끝없이 폭주한 왕충들은 이윽고 기아飢餓로 생명이 다하고, 그 시체에서는 포자가 자라서 다시 부해가 만들어지게 된다. 그런 무서운 시기에,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간신히 유독한 공기로부터 지켜지고 있는 바람계곡이라고 하는 인구 500명도 채 되지 않는 평화로운 농업공동체가 있었다. 풍차로 지하수를 퍼올려 논밭에 공급하고 있는 바람계곡. 그 족장의 딸로 커다란 풍차가 있는 거대한 성에 사는 바람을 다루는 나우시카. 그녀는 방독 마스크를 쓰고, 소형 엔진을 1개 탑재한 12kg짜리 경량의 애용기 메베Mehve를 써핑 보드나 스키처럼 몰며 부해를 여행한다.
미야자키 하야오論 pp.21~22, 키리도시 리사쿠 지음, 남도현 옮김, 송락현 감수
미야자키 하야오論문화평론가로 활동해온 지은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인터뷰를 중간중간 삽입해가며, 그의 작품세계를 세세히 관찰한다. 책의 구성은 시대순으로 배열되어 있지 않는데, 먼저 스튜디오 지브리 시절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이제 16살이지만 소녀이면서도 소년과 같은 냉정함을 지닌 나우시카는 계곡 사람들로부터 추앙 받고 있었다. 그녀는 부해의 독에 오염되어 신체가 돌처럼 굳어지기 시작하여 성에서 추방된 노인들의 손을 근면한 사람의 아름다운 손이라고 하며 불쌍히 여기고, 부해의 곤충들에 대해서도 겁내기는 커녕 친구처럼 생각한다. 어느 날 밤, 검은 구름 속에서 무수한 곤충이 들러붙어 새집 같은 모습이 된 거대한 운송함이 추락한다. 나우시카는 그것을 부해의 밖까지 유도하고, 포로가 되어 운송함에 수용되어 있던 페지테국의 라스텔공주는 그녀에게 간호를 받다가 죽고 만다. 그 운송함의 소유자인 군사국가 토르메키아의 황녀 크샤나가 거느린 군대는 그 즉시 계곡에 침공하고, 아버지 질의 죽음에 분노한 나우시카는 토르메키아 병사를 죽인다. 하지만 그녀의 스승인 전사 유파가 중재에 나서서 나우시카는 마을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항복을 한다. 크샤나가 집착했던 것은 일찍이 유전자공학과 기계공학의 융합에 의해 탄생된, 불의 7일간으로 구세계를 멸망시켰던 최종병기 거신병巨神兵, 트로메키아가 거신병의 알(태아)이 발굴된 페지테를 습격해 탈취한 것이 두 나라 간 전쟁의 발단이었다. 거신병이 병기로 사용되어지는 것을 저지하려고 하는 공방도시국가房都市國家 페지테와, 강대한 힘을 타국이 가지게 되는 것을 겁내 거신병을 사용해서 열강을 지배하려고 하는 제국주의국가 토르메키아. 그러나 페지테도 거신병을 탈환해서 부해를 모조리 태워버리고 인간중심의 세계를 회복하려고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나우시카 입장에서 보면 양쪽 모두 구세계의 최종병기에 의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미야자키 하야오論 p.22, 키리도시 리사쿠 지음, 남도현 옮김, 송락현 감수
나우시카는 부해의 밑바닥에는 청정한 호수가 있어서 언젠가 그것이 지상을 정화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깨끗한 물과 땅에서는 부해의 나무들도 독을 뿜어내지 않는다. 더럽혀져 있는 것은 사실 땅이었던 것이다. 부해의 나무들은 이 세계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대지의 독을 신체에 빨아들여 깨끗한 결정체로 만든 후 죽어서 모래가 되고, 곤충들은 그 숲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윽고 페지테는 토르메이카를 무너뜨리기 위해, 유충에게 상처를 입혀서 화가 난 왕충의 무리를 유도해 바람계곡을 습격하도록 한다. 이에 대항하는 크샤나는 거신병을 소생시킨다. 그러나 너무 빨리 부화된 거신병은 몸이 용해되고, 곧 죽어버리고 만다. 왕충의 유충을 구한 나우시카는 바람계곡 쪽을 향해 폭주해 가는 왕충의 무리 앞을 가로막아 서고, 그들에게 부딪혀 공중으로 튀어 오른다. 모두들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한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 무수한 왕충에게서 뻗어나온 촉수가 나우시카의 몸을 들어올리고 소생시킨 것이다. 그녀가 페지테에게 붙잡힌 후 탈출할 때 입었던 붉은 옷은 왕충 유충의 체액으로 푸르게 물들여져 있다. 촉수는 아침의 태양빛에 의해 금빛으로 빛나고, 그 위에 선 푸른 옷의 나우시카는 마치 황금색 초원을 걷고 있는 듯 보인다.
미야자키 하야오論 p.23, 키리도시 리사쿠 지음, 남도현 옮김, 송락현 감수
‘그 사람, 푸른 옷을 입고 황금의 들판으로 내려 올 것이다’라고 하는 전설은 나우시카에 의해 현실이 된 것이다. 며칠 후 크샤나는 병사를 철수시킨다. 바람계곡엔 평화가 되돌아오고, 사람들은 새로운 우물을 파고 새 묘목을 심는다. 그리고 부해의 밑바닥에는 이전에 나우시카가 쓰던 헬멧이 떨어져 있다. 그 옆에는 나무의 싹이 자라고 있고 모든 생물의 재생을 암시하는 듯이 영화는 매듭 되어진다.
미야자키 하야오論 p.23, 키리도시 리사쿠 지음, 남도현 옮김, 송락현 감수
2년 전에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찍어놓은 이미지입니다. 2월부터 지구에 대한 책을 읽어 와서인지.. 지구환경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서 최근 집에 있는 <미야자기 하야오論>을 들추었어요. 투명한 돔 형태의 뚜껑이 오무가 탈피한 후 남긴 허물에서 눈 부분을 덮고 있던 껍데기였죠. 이걸 비행선 조종석의 캐노피로 만드는 설정이 재미있었어요. 오무의 눈 껍데기를 유리처럼 사용하다니.. 석영으로 이루어져 있었나봅니다.
그렇네요.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은 자연과의 공존을 키워드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도 그렇고 원령공주라는 제목으로소개되었던 <모노노케 히메>도 그런 성향이 매우 강한 작품이죠. 그의 대부분 작품들이 다 좋지만 중년 남자인 저에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역시 <붉은 돼지>입니다. 그 허세와 쓸쓸함이란… ㅎㅎ
'숲'의 재현 미야자키는 스태프 15명과 함께 조엽수림이 남은 최우의 장소 야쿠시마(屋久島)로 야외 촬영을 나섰다. 영화에 등장하는 시시신(シシ神)이 사는 숲을 인적이 닿지 않은 순도 높은 자연으로 묘사하기 위해 참고하기 위해서였다. 이전에 이 장소를 방문했던 것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등장하는 부해의 이미지의 근원이 됐다고도 한다. 조엽수림이란 것은 녹나무, 모밀잣밤나무 등 광택이 있는 잎을 가진 상록 활엽수를 말한다. 주로 도토리를 생산해서 그것이 인간의 식료품이 되었다고 하는 설도 있다. 『이웃의 토토로』에서도 사쯔키와 메이가 토토로를 만나기 전에, 반드시 예고라도 하듯 도토리를 먼저 발견하는데, 이전에 일본의 서쪽 지역은 조엽수림이 널리 퍼져있었다고 한다. 미야자키 일행이 야쿠시마에 간 한편 『이웃의 토토로』이래 미술감독을 맡고 있는 오가 카즈오는 너도밤나무의 원시림이 남아있는 시라카미산지(白神山地)로 단독취재를 나섰다. 주인공 아시타카가 사는 에미시 족의 마을을 묘사하는 데 참조하기 위해서다.
미야자키 하야오論 p.91, 키리도시 리사쿠 지음, 남도현 옮김, 송락현 감수
이 작품의 미술감독은 오가 카즈오 외에도 야마모토 니조(山本二三), 타나카 나오야 (田中直哉), 다케시게 요지 (武重洋二), 쿠로다 사토시 (黒田聡)가 참여하여, 애니메이션 역사상 유례가 없는 5인 체제가 되었다. '그림 같은 풍경이면 좋겠지만, 그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미야자키의 감수를 토대로 작업은 진행되었다. 이 작품의 숲과 자연은 회화적인 무대장치가 아니라 그것 자체가 작품을 지탱하고 있는 또 하나의 주역이다. 시시신의 숲은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빽빽이 서있고 줄기부터 뿌리, 그리고 지면까지 빈틈없이 이끼가 자라고 무수한 물방울이 표면을 뒤덮는다. 지표면은 거의 보이지 않고 군데군데 꿇린 구멍은 물을 채운다. 수중에는 서로 뒤얽혀있는 뿌리가 묘사되어 있고, 이끼 사이에서는 호리호리한 작은 꽃이 피어 있다. 풀고사리가 우거져 나무뿌리가 들뜨고 반짝이는 이끼는 푸르스름한 빛을 발한다. 그밖에는 잡목림이나 마을에 자라있는 소나무 등, 식생에 따라 수목을 나눠 그리고 있다. 음을 만드는 효과 스태프는 아이치현愛知県 호라이정鳳来町의 깊은 산 속에 공기 소리를 녹음하러 갔다. 나무들이 희미한 소리를 발생시키는 것을 효과음으로 사용함으로써, 완전히 소리가 없는 것보다도 안정된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한다 - 『로망 앨범 모노노케 공주』수록, 효과 이토 미치히로(伊藤道光) 인터뷰에서.
미야자키 하야오論 pp.91~92, 키리도시 리사쿠 지음, 남도현 옮김, 송락현 감수
바닷가의 모래 해변에서 붉은 와인을 마시며 느긋하게 쉬고 있는 선글라스를 낀 남자. 인적 없는 햇빛이 내리 쬐는 석회암 동굴의 작은 만에는 사보이아S-21 시험작 전투정의 새빨간 기체가 멈춰서 있다. 그곳에 전화가 울려 퍼진다. 펼쳐진 영화 잡지가 덮혀 있어 자세히 알 수 없었던 그의 얼굴이 관객에게 모습을 드러내자, 그것은 돼지의 얼굴이었다. ... "홍수가 나면 비행정으로 학교에 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줄곧 공상하곤 했습니다." 선전자료 『석간 돼지(夕刊ブタ)』수록 인터뷰에서 다른 기체도 현실의 것을 모델로 제작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제2차 세계대전 때까지는 아직 주 날개의 고양(高揚) 장치와 엔진이 미발달했기 때문에, 활주로의 제한을 받지 않는 비행정이 활약했다. 곧 건설기술의 발달에 의해 육상 이륙기의 시대가 되었지만, 미야자키는 불완전해서 불안한 비행정에 마음이 끌렸다. ... 1920년대 말, 전쟁 중에 있는 이탈리아의 아드리아해. 예전의 공군 에이스 파일롯 포르코 롯소는 스스로 마법을 걸어 돼지가 되어 버린 채 사회에 등을 돌리고, 지중해에서 새빨간 애용기를 날리고 있다. '스스로 마법을 걸었다'는 설정은 미야자키가 그림 콘티 작업 중에 작화감독 카가와 아이(賀川愛)와 말을 주고받는 데서 착안했다고 한다. 그녀는 『마녀의 특급배달』의 등장인물 우르슬라의 모델인 듯도 하다.
미야자키 하야오論 pp.75~77, 키리도시 리사쿠 지음, 남도현 옮김, 송락현 감수
'돼지'라는 것의 의미 『붉은 돼재』공개 전년에는 걸프 전쟁이 일어나고, 일본은 자금은 지원했지만 군대는 지원하지 않아 미국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 "이 1, 2년의 정치변동이라든가 역사의 흐름은 저에게는 커다란 보디블로였어요. 굉장히 컸죠. 정말로요. 한동안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을 정도의 느낌이었으니까요. 지금 사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나 나름대로의 사회 복귀 훈련을 했다고 해야 할까, 재개방했다고 해야 할까(웃음)." 『쿠로사와 아키라 ‧ 미야자키 하야오‧키타노 타케시: 일본의 3인의 연출가』수록 인터뷰에서 은행에서 애국채권을 사서 국가에 공헌하도록 권장받지만 '그런 것은 말야, 인간끼리 하라고' 말하는 매정한 포르코. 고매(장물인줄 알면서 구입함) 무기상에서 일하는 소년으로부터 소이탄과 철갑탄을 권유받아도 '전쟁을 하는 게 아니라니까'라며 사용하지 않고, 공군 시절의 동료가 옛날로 돌아오라고 말해도 '파시스트가 되느니 돼지가 되는 쪽이 더 나아' 라고 대답해버린다. 국가나 민족을 등에 업어야만 하늘을 날 수 있는 시대로부터, 돼지가 됨으로써 일부러 물러나 버린 남자가 포르코였다. 그러나 그는 물러났음에도 파시스트 비밀 경찰로부터 쫓긴다. 돼지란 존재 자체가 파렴치한 위험사상의 증거였다. 포르코 롯소는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야비하고 외설스러움', '음란'이라는 욕설로 사용되고 있다. 미야자키는 이탈리아에서는 공산주의자를 포르코 롯소라고 불렀던 시기도 있지 않을까 추측한다. 그런 포르코를 빌어 표현하고자 한 미야자키의 생각은 작품제작의 자세에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종래의 효과음으로는 비행정 소리가 전쟁 소리처럼 들릴 뿐이었으므로, 그는 일본항공을 통해서 알게 된 프랑스의 옛날 비행기 마니아가 사는 곳에 녹음 감독을 파견해서, 단지 이 작품만을 위한 효과음을 녹음해 온다.
미야자키 하야오論 pp.82~83, 키리도시 리사쿠 지음, 남도현 옮김, 송락현 감수
이 영화는 기내의 기압이 일정해서 비상감이 없는 현대의 항공기가 아닌, 아직 풍압이 피부에 느껴지는 시대의 비행정 조종사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의 특징인 비상한다는 것의 해방감을 기대하게 한다. 또한 실제로 그것이 세일즈 포인트가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비교적 공중전과 부양 장면이 억제된 경향을 띠는 이유는, 묘사 자체에 맞추기보다 고급 와인이 담긴 글라스를 기울이는 것처럼, 함축의 묘미와 멋을 즐기는 형태의 영화로 정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야자키 자신은 '여느 때처럼 서비스 과잉은 아닙니다' 라고 말한다 - 『로망 앨범 붉은 돼지』인터뷰에서. 주인공이 임사臨死체험을 하는 회상 장면은 로알드 달의 단편소설을 연상시키고, 그와 같이 상징적인 의미라는 것을 강조시키는 장면은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에서는 희귀하다. 이 장면은 인간으로서의 포르코의 얼굴이 보이는 묘사가 한 장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의 의견을 받아들인 미야자키가 추가 콘티에서 생각한 것이다. 미야자키는 경애하는 작가 생텍쥐베리, 로알드 달 등 많은 모험 비행 작가의 에센스를 가미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도 말한다.
미야자키 하야오論 pp.83~84, 키리도시 리사쿠 지음, 남도현 옮김, 송락현 감수
그러나 인류가 발밑에 묻힌 에너지 자원을 이용하는 법을 배움에 따라서, 인구, 기술 혁신, 환경 영향의 궤적은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247-248,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초중학교 수학시간에 제일 처음 배우게 되는 함수는 선형의 일차함수이지만, 이런 자연현상은 지수함수나 로그함수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아 종종 놀라게 됩니다. 인간은 자극의 변화를 절대적으로 느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느낍니다. 숫자를 생각할 때도 1, 2, 3, 4와 같은 선형의 구조가 아니라 1, 3, ,9, 27과 같은 로그의 구조에 더욱 가깝게 생각한다고 하고요. 이를 베버-페흐너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실상 제 머릿속에서 막연하게 굴러가는 세상의 메커니즘?은 일차함수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일차함수를 너무 많이 봐온 탓일까요ㅎㅎ... 그래서 지수함수로 설명되는 자연현상을 보면 약간의 두근거림이 있네요.
‘베버-페흐너의 법칙’ 처음 들어봅니다. 우리의 감각이 일차함수처럼 정비례하게 작동하면 생존에 불리했을 거라는 이야기네요. 인간이 미세한 자극부터 거대한 충격까지 모두 수용하며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생존 필터라고요.. 최근에 이야기했던 고대인들이 빙하가 녹으면서 물이 들이닥칠 때 엄청 놀랐을 것 같은데.. 돌덩어리도 우르르 쾅쾅 쏟아지고요. 지금 생각하면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견뎠을가 싶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말씀하신 1, 3, 9, 27 로 커지는 숫자의 배열은 지수Exponential 구조입니다. 앞의 수에 계속 같은 수를 곱하면서 커지는 등비수열이고요. 숫자가 커지는 모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죠. 반면에 이 수들을 로그함수에 넣어 보면 0, 1, 2, 3 이 되잖아요. 폭발적으로 커지는 단계를 착착 접어서 얌전하게 만들어주는 것과 같아요. 고대인들이 청각의 자극이 지수적으로 갑자기 커졌더라도(1->3->9->27) 머릿속으로 선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0->1->2->3‘만큼만 커진 것으로요. 인간의 마음과 뇌가 거대하고 충격적인 차이를 동일한 1칸의 차이로 축소해서 정비례하는 것처럼 느끼는 매커니즘이죠.
기온이 변하면 강수 양상도 변할 것이다. 물 부 족은 이미 지정학적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21세기에 더욱더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될 것이다. 미국의 남서부, 중동의 인구 밀집 지 역, 아프리카 남서부, 이베리아반도 등에서는 강수량이 줄어들 것이 라고 예측된다. 계절에 따라 산꼭대기의 빙하가 녹아서 흘러내리는 물에 의지하는 저지대 주민들이 전 세계에 약 20억 명에 달하는데, 빙하가 줄어들다가 이윽고 사라질 것이기에 그들도 심한 물 부족에 직면할 것이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259,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강수량이 변하게 되면, 생존을 위해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SF영화가 현실이 될수도요
‘계절에 따라 산꼭대기의 빙하가 녹아서 흘러내리는 물에 의지하는 저지대 주민들이 전 세계에 약 20억 명에 달하는데..’ 이 부분은 중국이 티베트 고원의 물줄기에 거대한 댐을 짓고 있는 상황을 말하는 것입니다. 중국 자체도 베이징을 포함하나 북부지역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죠. 티베트를 비롯한 남부 고원지대는 히말라야 빙하가 녹아내린 물이 풍부하고요. 중국은 이곳에거대한 댐과 수로를 만들어 물이 부족한 북부 지역으로 끌어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일명 남수북조南水北調 사업입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라는 오명을 씻어내리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주력하고 있죠. 티베트 고원의 가파른 낙차와 풍부한 수량은 수력 발전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고요. 티베트 고원은 아시아 주요 강들의 발원지이기 때문에 중국이 상류에서 물길을 막아버리면 인도, 베트남 등 하류에 위치한 국가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티베트 고원 곳곳에 건설한 댐을 통제하면서 자국의 부족한 물과 전기에너지를 충당하고 아시아의 이웃 나라들에게는 외교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것이죠. 히말라야 빙하가 녹으면서 아시아 대륙 전역으로 뻗어나가 먹여살리는 나라가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입니다. 역시 이 물줄기에 의존하는 중국의 동부, 북부의 인구까지 합하면 지구 전체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20억 명이고요. 결국 중국이 티베트 고원 지대에서 댐 건설을 완성하면 지구 인구의 1/4의 목숨을 손에 쥐고 흔들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지구의 짧은 역사>에도 나왔다시피 빙하가 완전히 녹아 버리면 티베트 댐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20억 명의 인구는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되겠죠. 상황이 그렇게 되면 전쟁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을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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