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

D-29
'창밖으로는 18세기 건물들 위에 얹힌, 파리의 명물인 파란 함석지붕이 바다처럼 펼쳐졌다. 특히 밤에는 정말 멋진 풍경이었다. ' '파리의 풍광을 더없이 아름답고 독특하게 하는 명물인 함석지붕이 그토록 치명적인 더위를 만들어내는 요인이라니.' 여기서 함석지붕은 아연Zinc을 도금한 '철Iron판'이라고 합니다. 철판의 부식을 막기 위해 아연을 얇게 입힌 것이죠. 이것을 함석Galvanizedd Iron이라고 해요. 보통 시골에서 볼 수 있는 창고지붕에 쓰이는 물결무늬의 은색 판이 그 함석지붕입니다. 그런데 파리의 오스만 건물에 사용된 자재는 순도 99%의 진짜 아연판입니다. 문제는 이 아연판이 도금한 철판(함석)보다 전도율이 1.5~2배 정도 높다는 것이죠. 아연은 가위로 자를 수 있을 정도로 물러서 가공하기가 쉽습니다. 복잡하고 화려한 오스만 양식 건물의 곡선과 경사를 감싸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재였어요. 처음엔 은색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산화막이 형성되어 아스라한 회청색이 되었어요. 파리의 함석지붕이 아름다운 문화유산이지만 도시의 열섬현상을 가속화하고 그로 인한 폭염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파리는 사람이 거주하고 생활하는 기본적인 공간인 '집'에서 구조적 결함과 자재의 한계가 결합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사진에서 오스만 양식의 건물 스타일을 볼 수 있어요. 나폴레옹 3세의 기본 개혁 방안에 더해진 오스만의 구체적인 계획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파리의 바탕이 되었다. 오스만은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최초로 도시 전체를 체계적으로 건설했다. 오스만 이전의 유럽의 신도시 건설은 주로 군주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아름다운 도시 건설에 치중하였으나, 오스만은 도시 기반 시설부터 도로 체계, 녹지 조성, 미관 관리, 도시 행정에 이르는 도시의 건설과 운영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간과하지 않고 중세 도시 파리와는 전혀 다른 근대화된 파리를 창조했다. 기차역과 주요 광장들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대로가 만들어졌고 도로 주위에는 오스만 양식 건물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형식의 건물들이 들어섰다. 파리 각지에 크고 작은 녹지가 조성되었고 주택과 함께 각종 공공 시설과 문화 시설이 세워졌다. 또한 상수도망과 하수도망의 건설은 파리 시민의 생활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지고 왔다. 그 밖에 노트르담 성당과 같은 기존의 역사적 건물의 대대적인 수리와 보수가 이루어졌고 오페라 갸르니에 같은 후대에까지 빛날 건물들이 세워졌다. 공들여 보수하고 새로 지은 주요 기념물들은 대로가 끝나는 부분에 위치하게끔 해서 최대한 사람들의 시야에 노출되게 배려하였다. 파리 개조 사업 https://ko.wikipedia.org/wiki/%ED%8C%8C%EB%A6%AC_%EA%B0%9C%EC%A1%B0_%EC%82%AC%EC%97%85 https://en.parisrental.com/blog/buying-and-selling/expats-renting-or-investing-haussmannian-apartments-in-paris-what-to-know?utm_source=Pinterest&utm_medium=organic
리모델링하는 도시들 오늘날 세계의 거의 모든 도시가 그렇듯이, 파리를 건설했던 사람들은 지구의 기후가 안정적일 거라고 믿었다. 물론 유난히 덥거나 추운 날이 있고, 강물은 말랐다가 불어나며, 폭풍과 가뭄이 강타하는 등 대자연 혹은 노한 신 혹은 물리학의 걷잡을 수 없는 변덕 때문에 고약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세상에는 어떤 일정한 상태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믿었다. 그 누구도 극지방의 빙상이 녹아, 몇십 년 안에 해수면이 1.5~3미터는 상승할 것이라 예상하고 해안에 도시를 건설하지는 않았다. 마찬가지로 기온이 2.5~5℃ 올라가거나 폭염이 우리를 픽픽 쓰러뜨릴 것이라 예상하고 도시를 건설한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우리 나름이 골딜록스 존을 건설하고 그 안에서 살았고, 도시들도 그 일부였다. 한마디로 우리 도시가 곧 골딜록스 도시인 것이다. 하지만 다른 모든 것이 그렇듯 이제 도시들도 변해야 한다. 연안 도시들은 해수면 상승에 적응해야 하고, 산악 도시들은 포효하는 강물에 적응해야 하며, 세계 모든 도시는 점점 심해지는 더위에 적응해야 한다. 한마디로 대규모의 도시 조성 프로젝트가 우리 시대에 이뤄져야 한다. 극단적인 더위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도시를 극단적인 더위 속에서도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작업 말이다. 그게 너무 과하다면 적어도 도시가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덫이 돼서는 안 된다. 도시들은 향후 몇십 년 동안 폭발적인 인구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런 작업을 해내야 한다. 일설에 따르면 증가할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30년 동안 매달 뉴욕시를 하나씩은 건설해야 한다.
폭염 살인 - 폭주하는 더위는 어떻게 우리 삶을 파괴하는가 pp.391~392, 제프 구델 지음, 왕수민 옮김
과도하게 더워진 행성에서도 도시들이 번성하려면 넘어야 할 난관이 두 가지다. 첫째, 점점 커지는 도시가 더위에 똑똑하게 대응하게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과거처럼 또다시 50년 동안 교외로 계속 확장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도시는 더 많은 인구가 조밀하게 모여 사는 곳이 돼야 한다. 또 사람들이 자동차 대신 자전거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건물들은 단순히 효율성이 아닌 지속가능성이 있는 건축자재로 지어야 하고, 그와 함께 점점 더 강렬해지는 폭염 속에서도 안전한 곳이 되어야 한다. 이 말은 곧 더 많은 녹지대, 더 많은 나무, 더 많은 물, 더 많은 그늘, 그리고 열을 더 잘 인지하는 도시 설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폭염 살인 - 폭주하는 더위는 어떻게 우리 삶을 파괴하는가 p.393, 제프 구델 지음, 왕수민 옮김
사실 많은 도시에서 이미 도시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일례로 뉴욕시에서는 도시에 그늘을 드리우고 공기를 정화하기 위해 노동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지금껏 1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스페인의 세비야에서는 도시계획자들이 고대의 지하수로 기술을 활용해 에어컨에 의지하지 않고도 도시를 시원하게 바꾸고 있다. 시에라리온의 프리타운에서는 관료들이 도시 공원을 조성해서 시민들이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한편, 노천 시장 위로 플랙시글라스plexiglass(반투명의 특수 아크릴 합성수지) 차일을 쳐서 사람들이 그늘 속에서 쇼핑할 수 있게 한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길거리에 흰색 페인트를 칠해서 햇빛이 더 잘 반사되게 한다. 인도에서는 일명 그린루프green roof 실험이 진행 중이다. 그린루프는 열을 흡수하는 것은 물론 먹을거리를 키우는 텃밭 역할도 해준다. 오스틴에서는 내 아내 시론이 블랜튼 미술관Blanton Museum of Art(아내가 이 미술관의 관장이다) 앞의 쓸모없는 광장을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공공장소로 탈바꿈시켰다. 이곳에 가면 우아하고 거대한 꽃송이처럼 피어오른 12미터 높이의 탄소섬유 조각이 그늘을 드리운다. 그 아래에서만은 선선함을 느낄 수 있다. 플로리다주의 올랜도와 애리조나주의 템피 같은 도시들은 회복성 허브resilience hub(기본적으로 예비전력, 와이파이, 에어컨 시설을 갖춘 공동체 센터로서 극단적인 폭염 기간에 혹은 다른 종류의 비상 상황에서 주민들이 몸을 의탁할 수 있다)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폭염 살인 - 폭주하는 더위는 어떻게 우리 삶을 파괴하는가 p.394, 제프 구델 지음, 왕수민 옮김
페름기는 5,000만 년 정도 이어졌다. 그러다 약 6만 년 정도의 세월을 거치면서(지질학의 시간 개념으로 보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급작스레 모든 게 죽었다. 정확히 말하면 거의 모든 것이, 페름기에 생명체들이 죽은 것은 극단적 더위 탓이었다. 시베리아의 화산들이 격력하게 분출하면서 수십억 톤에 이르는 이산화탄소를 단번에 대기 중으로 쏟아낸 것이 화근이었다. 이 사태로 지구의 기온이 거의 14℃나 껑충 뛰면서 60℃에 달하는 폭염을 지상에 몰고 왔던 것 같다. 열대지방에서는 바다 온도가 40℃까지 올랐으니, 이 정도면 자쿠지 욕조의 물 온도에 맞먹었다. 화산의 아가리에서는 용암도 얼마나 많이 분출되었는지 미국 전체 면적의 땅을 0.8킬로미터 두께의 용암이 뒤덮을 정도였다. 지구가 회복되어 다시 생명력을 되찾기까지는 1,000만 년의 시간이 걸렸다. 페름기 말의 멸종은 우리의 상상력으로는 다 헤아릴 수 없는 무시무시한 사태였다. 한마디로 많은 것들이 다 같이 열사병에 걸려 죽음을 맞은 것이었으니까.
폭염 살인 - 폭주하는 더위는 어떻게 우리 삶을 파괴하는가 p.464, 제프 구델 지음, 왕수민 옮김
지금은 21세기이니 여기 과들루프산맥이 생겨난 것은 우리와는 동떨어진 시절의 일인 것만 같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너무 뜨거운 행성에서의 삶이 얼마나 위험한지 지금껏 아무리 많은 것을 알아냈어도, 또 기술이 제아무리 정교하게 발달하고 역사를 잘 알아도 우리가 지금 걸어 올라가는 길은 그때와 똑같다. 더구나 그 끝은 생물체의 유해 더미 위에 탁 트인 전망대로도 통하지만 골딜록스 존 너머의 사막으로도 통한다. "지금 당장, 우리가 현재라고 여기는 이 놀라운 시점에 우리는 어떤 진화의 길이 계속 우리에게 열려 있고 어떤 길이 영영 닫힐지를 별 생각 없이 시시각각 결정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콜버트가 『여섯 번째 대멸종』에 썼다. "다른 생물체는 지금껏 이런 상황을 감당해본 적이 없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여섯 번째 멸종이야말로 우리가 지구에 길이길이 남길 유산일 것이다."
폭염 살인 - 폭주하는 더위는 어떻게 우리 삶을 파괴하는가 pp.464~465, 제프 구델 지음, 왕수민 옮김
@ifrain 와우, 도대체 왜 새 아파트마다 개울과 폭포를 설치하는지 답을 얻음. 그냥 보기 좋으라고 한 줄 알았더니 이런 이유가 있었군요. 투기꾼의 시야를 넓히게 되었네요. 제가 마포구에서 자원봉사를 많이 하는데, 그 수많은 나무 심기의 이론적 근거를 발견하게 되었네요.
북경에서는 아파트 안에 호수와 기암괴석들이 있었어요. ^^ 그것도 15년도 더 전의 일이지만..
'보건복지부에서는 도심 근처의 공공 스케이트장에 시신들을 보관하려 했지만...' 이런 재난 상황에서는 장례식장과 화장장이 미어터지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냉장 설비를 갖춘 식품 트럭을 빌리거나 구입하기도 했다' 사람도 죽으면 결국 고기 덩어리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은 시각적 충격이네요.
1993년 유럽연합EU은 '근로시간 지침Working Time Directive'를 통해서 모든 노동자들에게 최소 4주(20일) 이상 유급 휴가를 보장하도록 법제화했어요. 프랑스, 오스트리아, 북유럽은 법정 유급 휴가만 기본적으로 25~30일이라 공휴일까지 합치면 쉬는 날이 35~40일이나 됩니다. 그래서 유럽인들인 휴가를 더운 여름철에 몰아 거의 한 달 동안 통째로 보내는 문화가 있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도시의 상점, 공장, 동네 병원 등은 8월 한 달간 문을 닫고 휴가를 떠나는 '8월 대탈출August Exodus' 현상이 일어난다고 해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가 국가들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서유럽, 북유럽의 가정집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휴가도 휴가지만 여름이 길지 않고 건조한 기후인 것도 에어컨 없이 그럭저럭 버틸 수 있는 이유였고요. 또 주택이나 도심의 오래된 건물인 아파트도 두꺼운 석조 건물이 않아서 열전도율이 낮습니다. 두꺼운 돌벽이 자연 단열재 역할을 해주거든요. 마지막으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도시의 미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럽에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가 법으로 금지된 경우가 많은 것도 에어컨 설치가 어려운 이유였어요. 건물 내부에 별도의 공조실을 만들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요.
21세기에 인류는 전 세계의 모든 화산에서 뿜어지는 양을 더한 것보다 100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뿜어내고 있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254,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우리는 관측한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주로 화석 연료를 태운 결과임을 안다. 그 연소가 대기에 화학적 표식을 남기기 때문이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256,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탄소-14는 방사성을 띠며, 수천 년에 걸쳐서 붕괴하여 질소로 변한다. 살아 있는 생물의 몸에는 어느 정도 들어 있지만, 수백만 년 된 화석 연료에는 거의 들어 있지 않다. 대기 이산화탄소의 탄소-14 비율은 인구가 불어나면서 에너지와 난방을 위해 때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의 양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 대기 이산화탄소 증가의 주된 원천이라고 볼 때와 딱 들어맞는 양상으로 낮아져 왔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p.256~257,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2026. 6. 16 사진입니다. 홍제천 주변 산책길에 다양한 편마암을 볼 수 있습니다. 선의 형태가 추상회화와 다를 바를 바가 없죠. 평균 나이 20억 년 정도 되는 작품들입니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 오래 전 형성된 과거가 곳곳에 돌출되어 함께 숨쉬고 있어요.
정말 다양한 형태의 편마암이 있어요. 잘려나간 면의 방향에 따라 우리가 볼 수 있는 무늬도 달라집니다.
편마암의 무늬와 수직 방향으로 자르면 옆면이 보이면서 층층이 쌓인 줄무늬를 볼 수 있어요. 케이크나 시루떡의 단면을 보는 것 처럼요. 무늬와 평행한 방향으로 자른다면 넓게 퍼진 광물이 얼룩덜룩한 반점이나 물결무늬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도처럼 보이기도 하죠. 떡 위에 고물이 흩뿌려진 것처럼 보이겠죠. 편마암이 형성될 때 습곡 작용도 함께 일어난 경우 비스듬히 자르면 소용돌이 치는 것과 같은 자유로운 곡선 형태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한때 말랑말랑했던 고체의 움직임이 굳어져서 고정된 형태로 우리에게 보이는 것입니다.
2026. 6. 17 멜론케이크인데 편마암의 엽리葉理, Foliation 처럼 보이나요? 퇴적암에서 보이는 줄무늬는 층리層理, Bedding 라고 합니다.
@SooHey 님 두 분 꽃자랑 보기 좋습니다! 케이크는 별로 즐기진 않지만 보니까 먹고 싶네요. ㅋ
@stella15 님 주변의 꽃 사진도 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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