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

D-29
즉 저 하늘 위의 인공위성이 인공우주 시대를 열어젖히고 있다면, 이 땅 위의 생명 가장 깊숙한 곳에서는 인공진화의 시대가 개막하고 있다. 하늘도 땅도 전대미문의 신세계가 펼쳐지는 후천개벽의 신시대라고 하겠다. 그 선두에 가장 오래된 문명 국가 중국이 자리하고 있음이 유별난 점이 아닐 수 없다. 바이오 테크는 크게 세 가지 색깔로 분류된다. 레드, 그린, 화이트다. 레드-바이오는 생명공학을 보건과 의료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린-바이오는 농수산, 축산, 식품에 응용하는 것이다. 화이트-바이오는 환경, 해양, 에너지, 소재 등을 일컫는다. 레드와 그림이 만나 유전자 펴집과 합성생물학에 기초한 인공생명으로 질주하는 풍경을 살펴보았다. 그에 반해 화이트-바이오는 기왕의 지구를 되살리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자연스레 기후와 기술의 융합으로 '지속 가능한 인공 지구'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국판 어스 테크로 이어진다.
이병한의 테크노-차이나 탐문 p.128, 이병한 지음
'탄소와 규소가 융복합되고, 생물과 사물이 통폐합되는, 인공생명의 인위자연이 미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기물-무기물 하이브리드가 새로운 시대의 생명체로 떠오를까요..? 인간은 생명체 뿐만 아니라 새로운 생태계 시스템을 만들게 될까요?
사장이 수줍게 보여준 자신의 이전 작품들은, 주로 인체 기관과 조직들을 모아 제작한 기묘한 형태의 조각 위에 끈적끈적한 점액과 오일, 오물을 얹은 것들이었죠. 사장은 원래 단단한 재료로 조각을 하다가 유동적이고 쉽게 뭉개지는 재료로 넘어갔는데, 그랬더니 형상을 조형하는 방식도, 감각하는 방식도, 상상하는 방식도 바뀌더래요. 사랑은 이런 생각에 도달했죠. 인간의 재료가 달라진다면 인간과 세계의 상호작용도 바뀌지 않을까? 우리가 매끈한 가죽과 살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까끌까끌한 털로 뒤덮인 존재라면, 혹은 석고처럼 단단해 보이지만 잘 부스러지는 존재라면? 인간의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고 매끈한 피부는 인간의 본질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양면의 조개껍데기 (리커버 특별판) p.20, 김초엽 지음
양면의 조개껍데기 (리커버 특별판)2010년대 한국 SF의 새 역사를 썼다고 평가받는 작가 김초엽이 데뷔 8년 차를 맞는 2025년 여름 신작 소설집 《양면의 조개껍데기》로 우리를 찾아왔다. 이번 책에는 인간성의 본질에 관해 다각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총 7편의 중단편소설이 담겼다.
저는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단독으로 구성된 팝업북을 갖고 있는데 알라딘에도 없고 그믐에서도 연결이 안되네요. 그래서 이 글이 수록된 <양면의 조개껍데기>로 문장수집을 합니다. 그래서 페이지는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단독권에 있는 것으로 표시합니다.
사장의 말을 들으며 궁금했죠. 그런 심오한 질문에 대한 답을, 커스텀 인공피부로 찾을 수 있단 말야? 사장은 저의 의문 가득한 눈빛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설명을 계속했어요. 제가 맡을 일은 디자인 단계의 피부를 미니 오가노이드로 만들어 면역반응 및 기능 테스트를 하는 걸, 그리고 배양을 돕는 것이라고 했어요. 다행히 인공피부는 여러 기관 중에서도 배양하기 수월한 편이지만요. 문제는 거기서 다루는 피부들이, 결코 평범하지는 않았다는 거예요. 사장이 보여준 피부 샘플들은 이런 것들이었어요. 물고기, 부엉이, 펭귄, 늑대, 고양이, 모래, 바위....... 흉내만 낸 게 아니었어요. 그건 전부 진짜 같았어요. 물고기 비늘처럼 선명한 무늬가 도드라졌고, 어떤 것은 당장이라도 갈라질 바위처럼 균열이 보였어요. 그리고 동시에 진짜 피부였죠. 인간의 온몸을 덮는 껍데기, 기능성 기관이요. 음, 사장의 표현대로 그건 몹시 실험적이었어요. 그 정도로 과감한 피부라면, 재료가 본질을 바꿀 수도 있을 것 같았죠. 하지만 한 가지 도저히 해소되지 않는 의문 하나가 있었어요.
양면의 조개껍데기 (리커버 특별판) pp.20~21, 김초엽 지음
어떤 사람들은 지금의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기를 꿈꿔요. 그런 욕망 중 쉽게 승인되는 것들은 거대한 시장을 이루죠. 하지만 승인받지 못한 욕망들도 결국은 어디론가 흘러들어 조그만 웅덩이를 만들어요. 그런 갈망은 쉽게 떨쳐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양면의 조개껍데기 (리커버 특별판) p.24, 김초엽 지음
'승인받지 못한 욕망들도 결국은 어디론가 흘러들어 조그만 웅덩이를 만들어요.' 이 문장에서 멈칫하고 머뭅니다.
아더킨들 중에는 인간 신체를 완전히 벗어나 다른 종이 될 방법을 찾아 세계 각지의 바이오해커들을 물색하는 극단적 변형주의자들도 있어요. 그렇지만 보통은 메이크업이나 옷차림, 가벼운 신체 변형 정도로 타협하죠. 생활 방식을 좀 더 자신에게 맞게 바꾸기도 하고요. 이를테면 늑대처럼 옷을 입고 털 달린 마스크를 쓰고 날고기를 많이 먹는다든지, 부엉이 눈 같은 컬러 렌즈를 끼고 야행성 생활을 한다든지. 후자에 속한 이들이 우리 가게의 고객들이었죠. ... 다른 존재가 되고 싶다는 갈망, 혹은 진짜 내가 되고 싶다는 갈망이란 대체 뭘까요? 그것은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서 한 사람의 뼈를 이루게 되는 걸까요.
양면의 조개껍데기 (리커버 특별판) pp.25~26, 김초엽 지음
욕망의 형태 역시 처음에는 추상적이고, 마치 조각을 빚듯 구체화하기 전에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거라고 했죠.
양면의 조개껍데기 (리커버 특별판) p.27, 김초엽 지음
영랑호에서 해가 저물 무렵, 아직은 하늘이 밝은 상태에 칠흑처럼 어두운 숲 사이로 자동차가 헤드라이트를 켜고 지나가는 풍경. 홍제 폭포에 밤이 되면 물레방앗간 위에 인공 달이 얹혀진 풍경. 하늘이 완전하게 깜깜해지기 전에는 하늘에 달이 떠있고 지붕 위에도 달이 얹혀져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달이 2개 존재하는 상황이죠)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작품 '빛의 제국L'Empire des lumières'이 생각났어요. 한 화면 안에 낮과 밤이 공존하는 불가능한 상황을 표현한 그림입니다. 구름이 평화롭게 떠다니는 맑고 푸른 낮의 하늘 아래 어두컴컴하고 적막한 주택가에 홀로 빛나는 가로등만 남겨둔 지상을 그렸습니다. https://www.guggenheim.org/artwork/2594
하늘이 밝아서 어둠이 더 짙어져 보이게 만듭니다. 역시 대조적인 두 요소를 함께 구성하였을 때의 효과가 큽니다. "The luminosity of the sky becomes unsettling, making the empty darkness below even more impenetrable than it would seem in a normal context." In Empire of Light, numerous versions of which exist (see, for example, those at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and the Musées Royaux des Beaux-Arts de Belgique, Brussels), a dark, nocturnal street scene is set against a pastel-blue, light-drenched sky spotted with fluffy cumulus clouds. With no fantastic element other than the single paradoxical combination of day and night, René Magritte upsets a fundamental organizing premise of life. Sunlight, ordinarily the source of clarity, here causes the confusion and unease traditionally associated with darkness. The luminosity of the sky becomes unsettling, making the empty darkness below even more impenetrable than it would seem in a normal context. The bizarre subject is treated in an impersonal, precise style, typical of veristic Surrealist painting and preferred by Magritte since the mid-1920s. Lucy Flint
기묘한 미가 눈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네요...멋있습니다
중앙에 놓인 가로등과 집의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빛에 집중하게 되죠. 소란스러운 바깥과 분리된 고요한 내면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도 줍니다.
어제 밤 풍경인데도 하늘에 구름이 있어서 그런지 밝게 보여요. ^^ 마그리트 그림을 보던 중이라 그런지 비슷한 느낌으로 보입니다. 구름은 밝은데 나무는 어둡네요.
정말 멋지네요! 영랑호라고 하지 않으면 외국 어디쯤인줄 알겠어요.
예전에는 화강암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지루한 돌덩어리 라고만 생각했어요. <지구의 짧은 역사>를 천천히 읽으면서 화강암이 어떻게 조성되었는지 생각하고 알갱이들을 쓰다듬으며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화강암에 애정을 갖게 되었어요. 2부에서는 안산에서 인왕산으로, 이번에는 속초에서 화강암을 만나면서 아득하고 깊은 시간과 공간이 '나'라는 존재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들어요. 설악산 울산바위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족과 함께 오른 적이 있는데 그때의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 같기도 하구요. 감자 같이 둥그렇게 생긴 흔들바위 앞에서 사진을 찍었던 일도 기억이 선연합니다.
영랑호 근처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영금정 정자전망대로 갔어요. 지천에 분포한 화강암을 배부르게 감상할 수 있었어요. 아래는 표지판 내용입니다. 지금은 너른 바위로 변한 풍경이 원래 석산이었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화강암을 깨어서 모두 운반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 언덕 위에 있는 영금정 정자전망대 영금정은 속초 등대 밑 동쪽 바닷가에 3면이 맞닿아 있고, 한쪽 면이 육지와 닿아 있는 석산으로,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가 마치 거문고 소리처럼 아름답게 들린다 하여 영금정이라 불리어 왔습니다. 일제강점기 말기 속초항만 축항 공사의 석재로 쓰기 위하여 영금정 석산을 깨어 사용하였으며, 이것이 속초가 현대도시로 발돋움 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현재 석산은 없고 그 자리는 넓은 바위로 변했으나 영금정이라는 지명은 그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2008년 속초시에서 기존 군경계초소를 철거하고 신축한 영금정 정자전망대에서는 낮에는 속초항과 설악산을 비롯한 속초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으며, 밤에는 속초의 야경과 밤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야행 명소이기도 합니다. 특히, 새해맞이를 위해 전국의 관광객들이 찾는 일출명소이기도 하며, 주변에는 속초8경 중 하나인 속초등대전망대와 동해바다의 신선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동명활어회센터, 영금정 상가가 있습니다.
'바다 위의 울산바위' 라.. 파괴되기 전에 절경絕景이었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 - 지명유래 - 영금정(靈琴亭)은 동명동의 등대 동쪽에 위치한 넓은 암반에 붙여진 명칭으로 1926년 발간된 <면세일반>에서 처음 기록을 볼 수 있다. 영금정이라는 이름은 파도가 석벽에 부딪힐 때면 신비한 음곡(音曲)이 들리는데 그 음곡이 거문고 소리와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이같은 전설을 통해 이 일대가 바다 위의 울산바위처럼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돌산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일제시대 말기에 속초항의 개발로 모두 파괴되어 지금의 넓은 암반으로 변했기에 안타까움을 전해준다. 한편, 김정호의 <대동지지>를 비롯한 조선시대 문헌에서는 이곳 일대를 비선대(秘仙臺)라고 불렀다. 선대들이 밤이면 남몰래 하강하여 목욕도 하고 신비한 음곡조(音曲調)를 읊으며 즐기는 곳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그만큼 이 일대의 경치가 신비한 아름다움을 가졌음을 뜻한다. 속초시장
이웃 벽돌 책 방에서 읽고 있는 <쇳돌>에 속초항 이야기가 나오네요. 일제의 철광석 수탈 목적으로 지어진 항구.. 그래서 영금정 석산도 파괴된 것이고요.
아버지는 아바이마을 옆 동명항으로 출근했다. 속초항의 외항인 동명항에 양양광업소의 작은 출장소가 있었던 이유는 철광석을 배로 보내기 위해서다. 동명항이 건설되기 전에는 속초항에서 배가 떠났다. 속초항은 일제강점기 때 철광석 적출항이었다. 양양 장승리에서 채광된 철광석은 속초항을 통해 일본 야하타제철소로 들어갔다. 전쟁이 지속되면서 일본은 수탈 규모를 더 키우기 위해 군사기지가 있는 원산항을 이용해 철광석을 가져갔다. 양양에서 원산까지 이동하기 위해 양양역과 속초역을 신설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1부 10장 속초항, 이라영 지음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광산노동자의 가족이자, 양양광업소의 마지막 노조위원장의 자녀인 저자가 자신의 가족(그리고 광산업에 종사했던 이들)의 삶에서 출발해 기록한 광산, 폐광, 그리고 폐광 이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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