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

D-29
철, 금, 우라늄, 구리, 리튬 같은 광물이 많이 매장된 곳 치고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권리와 기억을 침해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칸 동굴들의 파괴와 관련하여 가장 마음에 걸리는 점은 우리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여기에 얽힌 공모자라는 사실이다. 호주산 값싼 철광석은 중국이 전 세계에 저렴한 상품을 계속해서 공급할 수 있었던 주요 이유이다. 호주산 철광석으로 강철을 생산하면, 중국이 그 강철로 공장을 세우고 기계를 만든다. 이 공장과 기계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만들어지고, 배터리가 조립되고, 아이들의 장난감이 제작된다. 오늘도 내일도 필바라에서는 거대한 발파가 반복되고 철광석 수천 톤이 상공에 날아올랐다가 암석 더미 위에 내려앉을 것이다. 이 암석들은 교회 크기만 한 굴착기로 채굴되어 분쇄 및 분류 작업을 거친 뒤 북쪽의 포트헤들랜드로 향하는 열차에 실린다. 포트헤들랜드에는 철광석, 소금, 리튬 등을 선적하는 대규모 수출항이 있다. 필바라 철광석은 대형 선박에 실려 중국, 일본, 한국, 미국 등 전 세계로 수출된다. 웨일스 남부의 포트탤벗 제철소까지도 항해한다.
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pp.298~299,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필바라의 값싼 철광석은 국가 간 1인당 강철 불평등을 점차적으로 바로잡는 중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다른 지역과 생활 수준을 맞추는 데 필요한 고속도로, 철로, 학교, 의료 시설을 건설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 대가로 필바라에서 거대한 산과 계곡을 깎아내고, 문화 유적지를 훼손하고,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사실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철광석을 채굴하는 좀 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 묻게 된다.
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p.299,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인류는 지표면에서 계속 재료를 퍼내어서 새로운 물질로 만드는 화학 작업을 하면서 지구를 변화시키고 있네요. 광합성으로 산소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던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에 비하면 그 영향이 미미할테지만요. 먼 옛날 남조류가 만들어낸 산소가 바다에 가득했던 철 이온와 결합해 산화철이 되었어요. 이 산화철이 석영과 번갈아가며 바다 밑에 시루떡처럼 쌓였어요. 이것이 바로 철광석 지층인 호상철광층(BIF)이 되었고요. 우리가 타는 자동차, 생활하는 건물의 철근, 물류를 실어 나르는 거대한 선박 등을 이루는 철이 사실은 모두 바닷속에서 만들어진 것이었어요. 결국 남조류 덕분에 인류가 숨도 쉴 수 있고 문명도 건설할 수 있었던 거네요.
지구가 몇 십억 년에 걸친 오랜 세월동안 지각변동, 생물과의 상호작용 등을 통해 많은 변화를 거치면서 겹겹이 쌓아둔 모래, 소금, 철, 구리, 석유, 리튬(책 <물질의 세계>에서 다룬 여섯가지 물질)을 비롯한 수많은 광물을 인류는 너무나도 적극적이고 치열하게 활용해서 현대 문명을 유지 및 발전시키고 있죠. 말씀하신대로 그 과정에서 우리가 지구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요. 관련 책들을 읽을수록 두려움과 신비로움이 함께 커져가네요.
말씀하신 ‘두려움’과 ‘신비로움’ 사람들이 잃어가고 있는 감각인 것 같아요.
다. BIF: 호상철광상 지구라는 혹성의 성립과 인류의 문명을 탄생시킨 철은 철광산에서 채굴된다. 캐나다, 호주, 남아프리카, 우크라이나, 브라질에는 호상철광산(BIF, Banded iron formation)이라는 거대한 철광상이 분포한다. 권두사진 1-16에는 호주 필바라지역(Philbara region)의 해머즐리에 노출된 철광상이다. 적철광(Fe2O3)과 규암이 교차로 겹쳐 층상구조를 형성하는 퇴적물로 세계 철 자원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철광상이다. 광상이라면 일반적으로 지각변동이나 화산활동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들 호상철광산은 그렇지 않다. 여기에도 조류가 등장한다. 대부분 호상철광상은 25억에서 18억년 이전에 걸쳐 형성된 것으로 점토나 모래입자가 거의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대양성 심해퇴적물로 생각되어진다. 문명을 지탱하는 거대한 철광산은 2가철(Fe2+)이 산소에 산화되어 3가철(Fe3+)로 침전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즉 2가철은 물에 녹기 쉽다. 산소는 2가철에서 전자를 빼앗고는 물에 녹지 않는 3가철로 변화시켜 해저에 침전시킨다. 이러한 산소를 만들어 낸 것이 원핵조류인 남조(시아노박테리아)이다. 남조의 광합성은 물을 분해하는 반응을 포함한다. 때문에 부산물로서 산소를 발생시킨다. BIF가 호상이 되는 것은 바다에서 광합성 활성이 높아 산소에 의한 철산화가 활발한 계절과 낮은 광합성 활성으로 규소가 주로 퇴적한 계절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철은 지구에서 6번째(중량으로는 첫 번째)로 많은 원소지만, 대부분은 지구 전체가 마그마 오션으로 녹아있을 때, 지구 내부로 가라앉아 지구핵을 만들어서 지금은 지구의 다이나모를 구동하는 지자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지구탄생 이후 마침내 형성된 원시바다에 나머지 일부 철은 2가철로서 지구의 핵에서 녹아 나왔다. 막대한 양의 2가철은 이온으로 원시해양에 녹아 바다를 더욱 파랗게 표현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바다에 30억 년 이전에 남조가 출현하여 광합성으로 산소를 발생하였다. 이때 처음 발생된 변화가 무산소의 환원상태에 있었던 해수 중의 금속원소를 산화시킨 것이다. 2가철은 산소와 결합하면 바로 3가철로 산화된다. 해수에 녹아 있던 막대한 2가철이 점차 산화되어 난용해성 3가의 수산화철(Fe(OH)₃)로 변하여 침전되어 갔다. 침전한 수산화철은 마침내 탈수되어 적철광(Fe₂O₃)으로 변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거의 모든 철이 해수에서 제거된 결과, 지금의 바다는 거의 철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현재 바다에서 철은 육지에서 공급된다. 연안은 하천을 통해 유입되지만, 외양은 바람을 타고 육지에서 운반된 먼지입자에 포함된 철이 유일한 공급원이다. 남조가 만든 산소발생형 광합성으로 철저하게 바다에서 제거된 철이 현재 호상철광층으로 출현하고 있다. 이때 바다에서 침강되어 제거된 철은 100조 톤에 달한다고 한다. 현재 채굴 가능한 철광석은 2,300억 톤을 윗돌아 다른 금속에 비하면 단위가 다르게 많다. 30억 년 이전 산소발생형 광합성이 바다에 가져다 준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해양 환경의 대개편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무진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철광산은 인류문명의 발전을 가져다준 원동력이 되었다. 칼과 창의 시대에서 현재 자동차, 철도의 마천루로 대표되는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내고 있다.
30억년의 조류 자연사 - 조류를 통해 본 생물진화 지구 환경 pp.272~273, Isao Inoue 지음, 윤양호 옮김
중국이 철강석 공급망 통제권을 쥐려고 애쓰는 이유가 세계 제조업을 지배하면 갖게 되는 힘을 알기 때문이죠. 미국은 철강, 자동차 등 탄탄했던 제조업을 방치하여 개발도상국들에 넘겨버리고 매끄러우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금융 산업 등을 독점하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환경오염을 감수하고서라도 공장을 유치해야 하는 개발도상국들에 환경세와 탄소 배출 비용을 떠넘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부메랑이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제조업의 근육을 상실해버린 상태가 되었어요. 제조공장이 있어야 바로 제품을 생산하고 개선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습니다. 수천 개의 중소기업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어야 제조업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고요. 이제는 미국내 부품 공급업체들과 현장 노동자들이 극도로 빈곤한 상황입니다. 미국 제조업이 붕괴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정치, 사회적으로도 분열이 극대화되고 있습니다. 뒤늦게 문제점을 깨달은 미국이 대만의 TSMC나 한국의 삼성, 현대의 공장을 자국에 유치하려고 압박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죠.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시기나 지정학적 전쟁을 거치면서 제조업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의약품, 마스크, 반도체 등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면서 국가 안보에도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을 경험했습니다.
영금정에서 아바이마을(청호동)과 동명항이 매우 가깝네요. 아바이는 함경도 사투리로 할아버지를 뜻하는 ‘아바이’에서 마을 이름이 유래했다고 해요. 1.4 후퇴 당시 함흥, 원산 등의 함경도에서 국군을 따라 내려온 피난민들이 곧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속초항 청초호 부근 백사장에 임시로 정착하면서 형성된 마을이라고 합니다. 이북에서 내려온 피난민들 중에는 함경도의 발달된 어업 기술을 가진 선원들이 많아서 명태, 꽁치, 오징어잡이가 활성화되었고요. 아바이마을 초기에 지어졌던 피난민 가옥들은 속초 시립박물관 실향민 문화촌에 복원되어 있다고 합니다. 드라마 가을동화를 촬영한 곳이라고도 하네요.
함흥이라고 하니 성심당 창업주 고故 임길순 암브로시오 선대 사장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2022년 성심당문화원 개관특별전에서 보았던 100점의 구술 드로잉 작품들 중 일부입니다. —————————————————————- 임길순씨 고향 : 함남 함주군 함흥시 부인 한순덕 여사 : 흥남시(함흥시 임길순씨 마을과 16km 사이라고) 임길순(암브로시오)와 한순덕(말가리다)은 카톨릭 교우로서 인연이 되어 결혼하였다. 임길순(성심당 창업주) 원래 고향이 함흥이고, 본관은 풍천이며 미음과 예의범절 봉사정신이 참으로 훌륭한 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함흥에서 과수원과 가게(요새로 말하면 수퍼)를 운영해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편이었다고 한다. 부인 한순덕 여사는 조실부모, 오빠까지 사별하며, 할머니가 어머니인줄 알고 자라왔다는 것이다. 결혼 즉시 할머니도 보셔다 함께 살았고, 1.4후퇴시 딸4, 내외분 6명이 배에 탄줄만(나 필자) 알았는데 그 할머니도 모시고 왔으니 7분임을 알았을 때 임길순님의 고귀한 마음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큰 따님 증언) 개마고원 *장진호 전투는 미군에게 큰 타격을 받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중공군에 포위되어 수천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고 절반은 적군에게 죽었고 절반은 강추위에 얼어 죽었다고 한다. 1950년 6.25 전쟁이 공산당 일변도로 선전포고도 없이 파죽지세로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갔으나 UN군의 참전으로 엿장수 마음대로 되지 않고 전세가 역전되어 UN군이 10월 28일 함흥에 진주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쁨도 잠시, 그해 11월 말 장진호 계곡에서 중공군과 맞닥뜨린 미군은 강추위와 싸우며 버텨내지 못하고 함흥에서 40일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업친데 덥친 격으로 미군이 철수하면서 원자폭탄을 터트린다는 소문이 돌았고 임길순은 이 상황을 심상치 않게 여기고 하루라도 빨리 월남 피난길을 택하기로 하고 가족들에게 피난 보따리를 싸서 유일한 탈출구인 흥남부두를 향해 가야만 했던 것이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레너드 라루 선장은 쌍안경으로 흥남부두에 피난가기 위해 추위에 떨며 서있는 군중을 살펴 보다가 십자가 나무에 흰 깃발을 만들어 X.P자(이불 홋청을 뜯어 나무 십자가에 달아 만든 깃발)를 써 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궁금하여 알아보니 임길순 일행이 천주교 신자임을 알리려는 것이었고, 특히 공포에 휩싸여 어른들과 가족의 손에 이끌려가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본 라루 선장은 ‘우리 배에 있는 모든 짐을 버리고 여기 모인 사람들을 한 명도 빠짐 없이 다 태워라!’ 라고 명한 뒤 23일 출발하여 (오후) 28시간을 항해한 끝에 부산항에 도착하게 되었으나 전국에서 모여든 피난민으로 거제도에 닻을 내리게 된다. *훗날 이 일은 한번에 가장 많은 인명을 구조한 사례가 되어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1만4,005명)
관련 영상이 있네요. 한 번도 사람을 태운 적이 없는 화물선에 “최대한 많은 피난민들을 싣고 떠나겠습니다.”라고 라루 선장이 말했습니다. [다큐온] 6.25한국전쟁 사상 가장 위대한 작전으로 손꼽히는 대규모 해상철수작전 ‘흥남철수작전’ “1950년 흥남철수의 비밀 1부” (KBS 210619) https://youtu.be/9-Oiksr8EzQ?si=SLMxgM_8nPjtWlQt [다큐온]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정원 200배 넘게 태울 수 있었던 비밀! 사라진 라루선장은 어디로 갔을까?/ 1950년 흥남철수의 비밀 2부 (KBS 210626) https://youtu.be/Ps5OtO9GDmM?si=a9pvFIK0NGA1o4xq
흥남 철수, 하면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로 시작하는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가 생각나고, 어렸을 때 읽은 김형민의 글 <내 평생의 찰떡>도 같이 떠올라요. 실제로 그날 그곳에 있었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썼다고 하더라고요. 그 중의 일부를 옮겨봅니다.
흥남부두는 지옥이었어. 세상이 또 한 번 뒤집히려고 하지 않겠니. 한 번 뒤집혔을 때 살판났던 사람들은 그대로 죽을 판이 된 거지. 수십만 명의 피난민들이 울고불고 악을 쓰고 헌병들은 배에 오르려는 사람들을 인정사정없이 때리고 심지어는 총도 쐈다. 배는 한정되어 있고 타려는 사람은 정원의 열 배는 되었을 테니까. 아니 백 배일 수도 있고. 할아버지는 본의 아니게 반공 유격대의 '수괴'였잖냐. 그래서 직계 가족들은 태울 수 있도록 조치를 받았나 봐. 그런데 지금도 황망한 것이 글쎄, 할아버지가 우리를 태우지 않고설랑 "여기 있으면 반드시 죽을" 교회 동료들을 태우겠다는 거야. 장손인 큰형, 그러니까 네 큰아버지만 같이 가는 걸로 하고 말이다. 여자하고 애들이니 죽이지는 않을 것이고 다시 유엔군이 북진하면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심산이었지. 이건 육지에 서 있어도 바다에 빠지는 느낌이라. 내가 살면서 그렇게 울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네 고모 둘하고 둘째 큰아버지하고 나하고 할머니하고 다섯 명이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울었어. 그렇게 넋을 잃고 다섯 명이 울고 있는데 우리 집에 머물던 장교 하나가 우릴 알아봤어. 왜 울고 있느냐고 묻기에 사정을 설명했더니 험악한 욕지거리를 내뱉는 거야. "아무리 목사라지만 동료 구하자고 지 새끼 내버리는 인간이 어디 있어!" 그 장교가 우리를 데리고 가서는 헌병 장교한테 목사 가족이고 여기 있다간 꼼짝없이 죽을 목숨이니 배를 태워 주시오 부탁을 했고 용케 자리가 났어. 배에 오르는데 성경 학교 때 배운 노아의 방주라. 부둣가에 새까맣게 몰려들어 울부짖는 사람들 얼굴 하나하나가 지금도 기억난다. 울기도 지쳐서 꺽꺽거리던 여자들, 아이들, 두 손 들고 살려 달라고 부르짖던 아저씨들…….
그들이 살았던 오늘 - 이제 역사가 된 하루하루를 읽다 1950년 12월 14일 | 흥남 철수, 김형민 지음
그들이 살았던 오늘 - 이제 역사가 된 하루하루를 읽다1년 365일의 날짜를 이정표 삼아, 우리의 마음에 '오늘'처럼 남은 이야기를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동시대를 위로하고 인간의 자존심이 무엇인지 보여 준 이들, 관습과 편견을 뒤집은 전설 같은 일들, 언젠가 또 세상을 시끄럽게 할 사건들. 그렇게 웃고 울고, 기뻐하고 아파하고, 선택하고… 그러다 시대를 바꾸기도 했던 365일 '오늘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배에서 내려 버린 거야. 가족 두고는 도저히 못 가겠다고 큰아버지만 혼자 배에 남기고 덜렁 하선해서는 온 부둣가를 헤매다가 한창 시가전 벌어지고 있는 흥남 시내까지 들어갔다 돌아오신 거야. 그때 낯익은 홍원 사람 하나가 "목사님 식구들은 딴 배에 탔슴다" 하더라는 거야. 할아버지는 우리가 탄 배에 탔고 큰아버지는 열여섯 나이에 완전히 따로 떨어져서 한동안 만나지 못했지. 너는 미국을 욕하길 좋아하지만 그때 흥남부두에 있던 피난민들 거지반을 구한 건 미군이었다. 국군 헌병들이 배에 오르려는 피난민 머리를 두들겨서 물에 떨어뜨릴 때 말린 것도 미군이었고 포탄이 부두 근처까지 떨어지는데도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고 끝까지 남았던 배도 미군 수송선이었어. 내가 탄 배도 미군 배였는데 미군 장교가 쏼라쏼라 악을 쓰니까 배에 있던 사람 중에 영어를 알아듣는 사람이 좋아서 펄쩍 뛰더라. "배가 뒤집히더라도 일단 실어!" 뭐 그런 얘기였다는군. 노예선에 탄 흑인 노예같이 빽빽이 들어차서 똥오줌도 선실에 누면서 배멀미에 토해 가면서 당도한 게 거제도였어.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얘기하면 오늘 밤 샐 거고 딱 하나만 얘기해 줄게. 거기 포로 수용소가 있었잖니. 내 생각에 당시 남이고 북이고 한반도 통틀어서 의식주 분야에서 평균 이상을 누렸던 게 그 포로들인 것 같아. 미국이 포로 밥 굶길 만큼 가난하지는 않았잖아. 그리고 한 번씩 포로복도 지급해서 헌 옷들은 죄 갖다 불태워 버리곤 했어. 그때 내가 옷이 없어서, 정말로 입을 옷이 다 떨어져서 포로수용소에서 헌 옷 실은 차가 나오는 걸 하루 종일 기다린 적이 있어. 차가 나오니까 애들도 따라 뛰기 시작했지. 저거 못 얻으면 고추 내놓고 다녀야 한다 생각하니까 미친 듯이 달리게 되더군. 넘어져도 아픈 줄도 모르고 발딱 일어나서 차를 따라갔지. "기브 미 기브 미!" 외치면서 말이야. 난 초콜릿 달라는 말은 해 본 적 없다. 근데 그때는 "기브 미 즈봉(일본말로 바지), 기브미 샤쓰!"를 번갈아 외치면서 트럭 뒤의 먼지를 따라붙었어. 그래서 POW* 크게 찍힌 옷 한 벌을 얻어 입을 수 있었지. *prisoner of war의 약자. 전쟁 포로.
그들이 살았던 오늘 - 이제 역사가 된 하루하루를 읽다 1950년 12월 14일 | 흥남 철수, 김형민 지음
문익환 목사 부친이 문재린 목사라는 양반인데 네 할아버지하고는 절친한 사이셨다. 익환 밑에 동환은 네 둘째 큰아버지하고 잘 아는 사이고. 그 동환 밑에 또 무슨 환이 있었는데 피난지에서 같이 교회를 다녔지. 근데 그 집안에 문성근 같은 배우도 있지만, 그래서 그런지 그 사람 끼도 참 충만했던 기억이 난다. 다들 배곯고 헐벗었던 어느 날 교회에서 소풍을 갔어. 그때 그 문 씨 친구가 깍지를 딱 끼고 열렬하게 기도를 시작하는데 "저에게 복을 주시려면 멋들어진 한복 하나 주시옵고, 저에게 벌을 주시려거든 양복 한 벌을 주시옵고. ……" 사람들이 뒤집어져서 웃는데 찬송가 506장을 능청스럽게 부르는 거라. 원래 가사가 이거거든. "내 평생에 소원 내 평생에 소원 대속해 주신 사랑을 간절히 알기 원하네." 이걸 이렇게 바꿔 부르더라고. "내 평생에 찰떡 내 평생에 찰떡 찰떡에 기름을 발라서 한 조각 먹길 원하네." 처음엔 웃다가 나중엔 사무치게 같이 불렀다. 얼마나 배가 고픈지, 얼마나 찰떡 기름이 혓바닥 위에서 아른거리는지. 굶어서 배가 고픈 건지 웃어서 배가 아픈 건지 모르겠더라. 나중에는 애들이 울먹이기까지 했지. 내 평생에 찰떡 내 평생에 찰떡 찰떡에 기름을 발라서 한 조각 먹기를 원하네……. 너희들은 몰라. 정말로 모른다.
그들이 살았던 오늘 - 이제 역사가 된 하루하루를 읽다 1950년 12월 14일 | 흥남 철수, 김형민 지음
크리스마스 기적이라 불리는... 흥남에서 출항한 빅토리호는 28시간만에 부산항에 도착하니 12월 24일 저녁이었다. 부산은 이미 피난해온 사람으로 넘쳐날 지경이어서 빅토리호는 선수를 경남 거제로 돌렸다. 이튿날, 12월 25일 장승포 항구에 도착(80km 이내의 수로)했는데 내린 피난민은 14,000여명이 넘는데도 거제 주민의 동족애는 눈물겨웠다. 우리 피난민 소식을 미리 들었던 그분들은 주먹밥을 준비해 나눠주며 환영해 맞았다. ※저자인 본인이 거제를 알고나서의 소견 : 김영삼 대통령의 고향이자 임길순씨와 같은 함주군 출신으로 같이 피난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 또한 제2의 고향이나 다를바 없는 곳이다.(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승선한 문재인 대통령의 어머니는 뱃속에 문재인 대통령을 잉태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거제도에서 내린 천주교 신자 200여명을 옥포성당에서(공소) 임길순(암브로시오)는 각자 끼니와 거처를 마련해야 한다는 딱한 말씀을 200명 앞에서 하였지만 다행히도 한 신자가 도움을 주어 모두 같이 잠시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반찬으로 먹게 된 것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된장에 버무려진 콩잎 반찬으로 생전 처음 먹어본 음식이었다. 이때 신자분의 일년치 농사 양식을 다 먹게 되었다고 한다. 잘 먹었습니다. 콩잎 반찬이 맛있어요! 차린게 없는데 잘 드셨다니 고맙습니다!
임길순 가족이 거제 장승포에 내려서 찾아간 곳은, 우선 교우를 만나는 것이 이 난관을 해결하는 첩경이라 생각되어 옥포성당 공소를 찾아가서 다행히 거제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김태수 씨를 만났다. 임길순 "하느님! 제 왼쪽의 김태수 형제님의 안내로 여기에 모여 기도 드리나이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중략(추모경)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김태수 형제님을 만났습니다. 김형제님께 지혜를 주시어 저의 가족을 돌보아 주시고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이 모든 것과 부족한 생각까지 헤아려 주시기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주먹밥과 콩잎 반찬에 감동했어요. 먹어야 에너지를 얻고 또 살아갈 수 있으니..
거제에서 진해로 신세를 지고 있는 김태수씨의 사진관은 사람들이 북적이곤 했다. 거제에도 수용소가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일감이 전보다 꽤 늘었기 때문이었다. 김태수씨는 임길순 가족들에게 흔쾌히 자신의 집 방 한 칸을 빌려주었다. 가족을 이끌고 온 임길순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마음속 깊이 김태수 님의 선처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거제 -> 진해는 약 40km 정도 전쟁통에 피난을 온 임길순의 가족은 먹고 살 길이 막막했다. 김태수씨의 도움으로 잠시나마 살아갈 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할 수 있었지만 계속 신세를 질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거제를 떠나 진해로 터전을 옮기기로 결정하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김태수씨는 우리 가족의 결정에 따라주었다.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도울테니 연락을 달라고 하였다. *현재 고故 김태수 님의 아들은 창원에서 미래산부인과 원장으로 계시며 성심당과의 연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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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전집 느리게 읽기 (1) 브람스를 좋아하세요...[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
안 노란 책을 찾아라!
안노란 책 리뷰 <지금, 그리고 그때>안노란책 리뷰 <슬픔의 물리학>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안노란 책 리뷰 <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 > 앤 드 마르켄안노란 책 리뷰 <메데이아> 에우리페데스안노란 책 리뷰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하임 마이어호프
새벽엔 느낌 좋은 소설로 하루 시작해요
[느낌 좋은 소설 읽기] 3.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느낌 좋은 소설 읽기] 2. 오버스토리 [느낌 좋은 소설 읽기] 1. 모나의 눈
아티초크의 멋진 책!
[아티초크/책증정] 세계 여성 시인선 100『슬픔에게 언어를 주자』와 함께해요.[아티초크/시집증정] 감동보장!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 아틸라 요제프 시집과 함께해요.[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
‘인생 록 음악’ 추천!
[그믐밤] 49. 국제 암석의 날 기념, ‘인생 록 음악’ 추천해주세요[김영사/책증정] 대화도 음악이 된다!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 함께 읽어요[그믐밤] 33. 나를 기록하는 인터뷰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새폴스키의 책을 읽습니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6.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8. <행동>
동구권 SF 함께 읽어요!
[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 탐험단 시즌 2 : 장르의 해부학 읽기 3. 신화 4. 회고록과 성장물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 4회차[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2회차 『로빈슨 크루소』(다니엘 디포, 1719)[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
히어로와 함께
카라마조프의 피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
3권의 책 종류
『육식의 종말』완독 하기! (책 증정)[김영사/책 증정] 장안의 화제! 노화과학을 다룬 <우리는 왜 죽는가>를 함께 읽어요 [인플루엔셜/책증정] 진정한 앎은 무엇인가? <지식의 탄생> 읽고 함께 이야기해요!
청명하다, 꾸준히 읽는 중
독서기록용_웍과 칼독서기록용_필요의 탄생독서기록용_제자리에 있다는 것독서 기록용_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
삼국지를 가슴에 품다
삼국지 전권독파 - 요시카와 에이지 버전으로[모집] 평생의 숙제 인간관계, 삼국지의 영웅들에게 답을 묻다 (w. 『최소한의 삼국지』)
혼자이기에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부커상을 받았어요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서울국제작가축제X비채]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함께읽기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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