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

D-29
영랑호에서 해가 저물 무렵, 아직은 하늘이 밝은 상태에 칠흑처럼 어두운 숲 사이로 자동차가 헤드라이트를 켜고 지나가는 풍경. 홍제 폭포에 밤이 되면 물레방앗간 위에 인공 달이 얹혀진 풍경. 하늘이 완전하게 깜깜해지기 전에는 하늘에 달이 떠있고 지붕 위에도 달이 얹혀져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달이 2개 존재하는 상황이죠)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작품 '빛의 제국L'Empire des lumières'이 생각났어요. 한 화면 안에 낮과 밤이 공존하는 불가능한 상황을 표현한 그림입니다. 구름이 평화롭게 떠다니는 맑고 푸른 낮의 하늘 아래 어두컴컴하고 적막한 주택가에 홀로 빛나는 가로등만 남겨둔 지상을 그렸습니다. https://www.guggenheim.org/artwork/2594
하늘이 밝아서 어둠이 더 짙어져 보이게 만듭니다. 역시 대조적인 두 요소를 함께 구성하였을 때의 효과가 큽니다. "The luminosity of the sky becomes unsettling, making the empty darkness below even more impenetrable than it would seem in a normal context." In Empire of Light, numerous versions of which exist (see, for example, those at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and the Musées Royaux des Beaux-Arts de Belgique, Brussels), a dark, nocturnal street scene is set against a pastel-blue, light-drenched sky spotted with fluffy cumulus clouds. With no fantastic element other than the single paradoxical combination of day and night, René Magritte upsets a fundamental organizing premise of life. Sunlight, ordinarily the source of clarity, here causes the confusion and unease traditionally associated with darkness. The luminosity of the sky becomes unsettling, making the empty darkness below even more impenetrable than it would seem in a normal context. The bizarre subject is treated in an impersonal, precise style, typical of veristic Surrealist painting and preferred by Magritte since the mid-1920s. Lucy Flint
기묘한 미가 눈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네요...멋있습니다
중앙에 놓인 가로등과 집의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빛에 집중하게 되죠. 소란스러운 바깥과 분리된 고요한 내면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도 줍니다.
어제 밤 풍경인데도 하늘에 구름이 있어서 그런지 밝게 보여요. ^^ 마그리트 그림을 보던 중이라 그런지 비슷한 느낌으로 보입니다. 구름은 밝은데 나무는 어둡네요.
정말 멋지네요! 영랑호라고 하지 않으면 외국 어디쯤인줄 알겠어요.
예전에는 화강암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지루한 돌덩어리 라고만 생각했어요. <지구의 짧은 역사>를 천천히 읽으면서 화강암이 어떻게 조성되었는지 생각하고 알갱이들을 쓰다듬으며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화강암에 애정을 갖게 되었어요. 2부에서는 안산에서 인왕산으로, 이번에는 속초에서 화강암을 만나면서 아득하고 깊은 시간과 공간이 '나'라는 존재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들어요. 설악산 울산바위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족과 함께 오른 적이 있는데 그때의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 같기도 하구요. 감자 같이 둥그렇게 생긴 흔들바위 앞에서 사진을 찍었던 일도 기억이 선연합니다.
영랑호 근처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영금정 정자전망대로 갔어요. 지천에 분포한 화강암을 배부르게 감상할 수 있었어요. 아래는 표지판 내용입니다. 지금은 너른 바위로 변한 풍경이 원래 석산이었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화강암을 깨어서 모두 운반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 언덕 위에 있는 영금정 정자전망대 영금정은 속초 등대 밑 동쪽 바닷가에 3면이 맞닿아 있고, 한쪽 면이 육지와 닿아 있는 석산으로,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가 마치 거문고 소리처럼 아름답게 들린다 하여 영금정이라 불리어 왔습니다. 일제강점기 말기 속초항만 축항 공사의 석재로 쓰기 위하여 영금정 석산을 깨어 사용하였으며, 이것이 속초가 현대도시로 발돋움 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현재 석산은 없고 그 자리는 넓은 바위로 변했으나 영금정이라는 지명은 그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2008년 속초시에서 기존 군경계초소를 철거하고 신축한 영금정 정자전망대에서는 낮에는 속초항과 설악산을 비롯한 속초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으며, 밤에는 속초의 야경과 밤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야행 명소이기도 합니다. 특히, 새해맞이를 위해 전국의 관광객들이 찾는 일출명소이기도 하며, 주변에는 속초8경 중 하나인 속초등대전망대와 동해바다의 신선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동명활어회센터, 영금정 상가가 있습니다.
'바다 위의 울산바위' 라.. 파괴되기 전에 절경絕景이었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 - 지명유래 - 영금정(靈琴亭)은 동명동의 등대 동쪽에 위치한 넓은 암반에 붙여진 명칭으로 1926년 발간된 <면세일반>에서 처음 기록을 볼 수 있다. 영금정이라는 이름은 파도가 석벽에 부딪힐 때면 신비한 음곡(音曲)이 들리는데 그 음곡이 거문고 소리와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이같은 전설을 통해 이 일대가 바다 위의 울산바위처럼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돌산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일제시대 말기에 속초항의 개발로 모두 파괴되어 지금의 넓은 암반으로 변했기에 안타까움을 전해준다. 한편, 김정호의 <대동지지>를 비롯한 조선시대 문헌에서는 이곳 일대를 비선대(秘仙臺)라고 불렀다. 선대들이 밤이면 남몰래 하강하여 목욕도 하고 신비한 음곡조(音曲調)를 읊으며 즐기는 곳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그만큼 이 일대의 경치가 신비한 아름다움을 가졌음을 뜻한다. 속초시장
이웃 벽돌 책 방에서 읽고 있는 <쇳돌>에 속초항 이야기가 나오네요. 일제의 철광석 수탈 목적으로 지어진 항구.. 그래서 영금정 석산도 파괴된 것이고요.
아버지는 아바이마을 옆 동명항으로 출근했다. 속초항의 외항인 동명항에 양양광업소의 작은 출장소가 있었던 이유는 철광석을 배로 보내기 위해서다. 동명항이 건설되기 전에는 속초항에서 배가 떠났다. 속초항은 일제강점기 때 철광석 적출항이었다. 양양 장승리에서 채광된 철광석은 속초항을 통해 일본 야하타제철소로 들어갔다. 전쟁이 지속되면서 일본은 수탈 규모를 더 키우기 위해 군사기지가 있는 원산항을 이용해 철광석을 가져갔다. 양양에서 원산까지 이동하기 위해 양양역과 속초역을 신설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1부 10장 속초항, 이라영 지음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광산노동자의 가족이자, 양양광업소의 마지막 노조위원장의 자녀인 저자가 자신의 가족(그리고 광산업에 종사했던 이들)의 삶에서 출발해 기록한 광산, 폐광, 그리고 폐광 이후의 이야기다.
일제는 속초역과 속초항을 통해 양양의 철광석은 물론이고 지역민들을 강제로 데려갔다. 일제강점기에 양양의 철광석을 가져갔던 야하타제철소는 수많은 식민지 조선인이 강제동원된 기업이다. 청일전쟁 승리 후 일본이 청국에서 받은 전쟁 배상금으로 설립된 야하타제철소는 그 시작부터가 전쟁이었다. 동시에 이 야하타제철소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의 산업화를 증명하는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유산군(제철, 제강, 석탄, 조선 산업)에 포함된 기업 중 하나다. 근대화와 산업화가 제국주의 침략 전쟁과 매우 밀착되었다는 증거다. 이 제철소에는 경상도, 전라도 지역민들이 강제동원되어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기도 했다. 일본은 나아가 사도광산도 2022년 1월 세계유산에 등재신청했다. '기술교류를 통한 산업화'라는 말에는 자원 착취와 사람 착취가 말끔하게 지워진다. 일본은 현재도 이 착취의 역사를 명시하지 않은 채 산업유산에 대한 전시를 하는 등 기술 중심의 산업화 역사를 쓰는 중이다. 강제징용된 산업전사는 버려졌으나 기술은 역사로 남는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1부 10장 속초항, 이라영 지음
해방 후 전쟁과 분단을 거치며 원산까지 가는 길이 끊어지자 철광석은 다시 속초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되었다. 이번에는 일제에 의한 수탈이 아니라 남한의 손꼽히는 수출 품목이 되어 양양을 떠났다. 철광석은 1950~60년대 남한의 대표적인 수출 상품이었다. 1968년 박정희 정부 주도로 포항제철이 생긴 후에는 양양의 철광석이 포항제철로 옮겨졌다. 속초에 있는 양양광업소 사무실은 장승리에서 속초항으로 옮겨진 철광석을 다시 일본이나 포항제철로 보내는 일을 담당하기 위해 필요했다. 나중에는 외항으로 동명항이 새로 만들어졌고, 철광석은 그 후 동명항을 통해 포항으로 이동했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1부 10장 속초항, 이라영 지음
세상 모든 것이 강철로 만들어지진 않지만,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이 강철로 제작한 기계로 만들어진다. 부유한 선진국에서는 이런 생각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철강업은 지저분하고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제철소를 폐쇄하고 국내 생산을 줄이는 추세이며, 탄소 배출이 덜 문제시되는 나라에서 완제품을 수입한다. 그들은 방열복을 입은 노동자들이 뜨거운 쇳물을 용광로에 집어넣는 사진을 보면서 철강업은 이제 과거의 일이라고들 말한다. .... 모래가 세상을 직조하는 실이고, 소금이 세상을 변형하는 마법의 재료라면, 철은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있게끔 만든다. 장소를 이동하는 일, 건물을 짓는 일, 상품을 만드는 일, (이건 문제지만) 서로를 죽이는 일을 가능하게 한다. 철과 강철은 이 모든 일을 아우르는 공통 맥락 속에 있다.
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p.241,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실제로 철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심지어 우리 몸을 흐르는 적혈구 속에도 있다. 지구의 핵을 구성하는 주요 원소이고, 지각을 구성하는 두 번째로 많은 원소이다(알루미늄이 지각의 8퍼센트, 철이 5퍼센트이다). 해마다 지표면을 파고 폭파해서 퍼올리는 물질들의 순위를 살펴보자. 모래와 자갈이 430억 톤, 석유와 가스가 81억 톤, 석탄이 77억 톤, 철광석이 31억 톤이다. 다른 물질과 마찬가지로, 철에 대한 욕구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팬데믹 사태로 2020년에는 잠깐 하락했었으나 2021년 전 세계 철광석 생산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pp.242~243,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2000년대 초반, 어느 중국 기업이 독일 도르트문트에 있는 티센크루프ThyssenKrupp의 제강소를 매입한 뒤 공장 시설을 하나하나 분해하여 양쯔강 하류의 부지로 실어 날라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하지만 중국은 인류가 철을 만드는 법을 처음 발견한 이래로 러시아와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해왔던 일을 따라 한 것 뿐이다. 그것은 바로 기술을 수입해 와서는 그 위에 제국을 건설하는 일이었다. 실제로 이렇게 해서 사강그룹沙钢集团의 본거지인 상하이 북부에 다시 세운 공장은 세계 최대의 제철소로 우뚝 올라섰다. 사강 제철소의 용광로 13기는 업계의 패자 티센크루프보다 두 배나 많은 철을 생산한다(미국의 제철소들도 많아 봤자 용광로 4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강 제철소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이 지난 10년간 생산한 철은 미국이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생산한 철의 총량보다 더 많다. 중국은 물질 세계의 다른 분야에서 그랬던 것처럼, 철강업에서도 역시 정점에 오르면서 거의 전적인 지배력을 가졌다. 사강 제철소가 들어선 지역은 철의 도시로 세계 어느 곳의 제철소와도 비교가 안 되는 규모의 생산 시설을 갖췄다.
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pp.251~252,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지구상에 호주 필바라 같은 곳이 또 있을까? 기온은 섭씨 45도를 넘는 게 일상이고, 도로 표지판은 가장 가까운 주유소가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고 경고한다. 유칼립투스와 여러 관목으로 뒤덮인 이 뜨거운 땅은 형형색색의 만화경 같은 모습이다. 협곡 아래에는 바위 무화과와 네온핑크색 솜털이 달린 양꼬리풀이 자라고 있다. 짙은 붉은색의 병솔나무, 대가 크고 보라색 꽃을 피우는 애슈버턴콩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눈에 봐도 분명한 필바라 토양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계곡도 산도 붉은 바위 천지이고 곳곳에서 붉은 먼지가 날린다. 호주인들이 와일드 웨스트Wild West라고 부르는 길고 곧은 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붉은 먼지가 부츠와 옷, 차창에 달라붙는다. 필바라 토양이 '녹'처럼 보이는 이유는, 실제로 그 흙이 녹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토양은 철분을 함유하고 있으나 필바라처럼 거대한 땅 전역에 철분이 농축되어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p.287,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필바라의 바위를 자르면 굉장히 놀라운 단면이 드러난다. 마치 원주민들의 공예품처럼 보이기에 지질학적 태피스트리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철, 처트chert, 셰일, 실트암, 돌로마이트dolomite로 이루어진 연속적인 층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꿈틀거린다. 지질학에서 이보다 매력적인 장면은 좀처럼 만나기 힘든데, 이 단층은 지구 역사에서 가장 빠른 시기인 선캄브리아기에 있었던 해양 활동의 흔적이다. 이런 종류의 철광석이 피처럼 붉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피를 뜻하는 그리스어 하이마haima에서 이름을 따온 적철석hematite은 우리 정맥 속에 흐르는 피처럼 산화 상태의 철 원자를 함유한다. 러시아의 자석산에서 발견되는 검은 자철석magnetite, 화석 표면뿐만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도 발견되는 갈색 갈철석limonite 등 다른 종류의 철광석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어떤 철광석도 적철석처럼 매혹적이진 않다.
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pp.287~288,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그러나 오늘날 돌을 쪼개거나 파내는 행위의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호주 뉴먼 외곽의 웨일백산을 보자. 이 산은 현대 광산의 위대한 아이콘 중 하나이다. 웨일백산 자체는 오래전에 사라졌고 길이 6킬로미터, 너비 3킬로미터의 구멍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지의 표면은 커다란 채굴기의 의해 파헤쳐지고 덩어리로 분쇄된 뒤 1.6킬로미터 길이의 거대한 열차로 운반된다. 이렇게 해서 중국이나 일본으로 선적된 철광석들은 상하이의 마천루, 도쿄에서 오사카를 연결하는 고속철도의 선로가 되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21세기 아시아는 필바라 지역의 철로 건설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호주는 세계 최대의 철광석 매장량과 생산량을 자랑한다. 매년 경쟁국인 브라질보다 두 배 이상, 중국보다 세 배 이상 많은 양을 채굴한다. 여기에는 절대 작지 않은 의미가 있다. 1990년대 이래로 베이징의 주요 전략 목표 중 하나가 세계 최고의 철광석 산업국이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강 생산, 콘크리트, 플라스틱, 기계 조립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수십억 위안과 수십억 노동 시간을 들여 성과를 냈지만, 이 분야에서만은 예외였다. 전 세계 국가가 거래 가능한 상품 대부분을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나 철광석만은 어쩔 수 없었다. 중국도 철광석만큼은 호주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결국 아무리 노력해도 지리적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의 철광석 매장량은 필바라에 대적하지 못한다.
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pp.288~289,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풍요롭게 살고 있는 오늘날, 광물이 어디에서 오는지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우리 일상을 함께하는 철이 어느 땅에서 시작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한때 번성하던 광산은 왜 문을 닫게 될까. 양양광업소의 규모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수입산 철광석의 증가 때문이었다. 수입산 철광석의 증가로 이제는 직업 유지 자체가 어려워졌다. 국내 유일의 자철 광산이던 양양광업소도 수입 철에 의해 가격 경쟁에서 밀리자 기업 입장에서는 계속 채굴을 하느니 문을 닫는 게 나았다. 포항제철 50주년이었던 2023년에 전쟁기념관에서 포항제철 역사에 관한 기념 전시가 마련되었다. 나는 이 전시에서 포항제철에 납품된 철광석의 역사적 사실이 누락되어 있어 크게 놀랐다. 철광석 생산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는 관람객이라면 마치 그동안 한국에서 생산한 철은 모두 호주에서 온 철광석으로 만들었다고 오해할 것이다. 이러한 누락은 기초 광물을 생산하는 수많은 노동자의 존재 자체를 완벽하게 지워버린다.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1부 16장 땅속의 시간과 공간의 정치, 이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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