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백사는 파리 남쪽 퐁텐블로숲의 백사로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가 퐁텐블로 모래로 만들어졌다. 벨기에의 몰,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흐트, 독일의 리페, 캐나다, 미국, 브라질 등지에도 백사가 존재한다. 백사는 희귀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흔하지도 않다. 아예 없는 나라도 있는데 영국도 한 세기 전에야 로칼린에서 백사가 발견됐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로칼린으로의 여정이 시작됐다. 로몬드호Loch Lomond를 지나서 글렌코Glen Coe로 들어갈 때까지 장대비가 자동차 유리창을 세차게 때려댔다. 페리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가 그치더니 만물을 따뜻하게 소생시키는 햇살이 비췄다. 페리가 린네호를 가로질러 출발할 무렵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지평선에는 아주 먼 거리까지 긴 균열이 있었고, 그 양쪽에는 산들이 우뚝 서 있었다.
그 균열은 일종의 지질학적 흉터로, 먼 옛날 스코틀랜드를 둘로 갈라놓은 단층선이었다. 북동쪽으로 인버네스까지 뻗어있는 이 빙하 협곡의 이름은 그레이트글렌단층Great Glen Fault이다. 3억 년에서 4억 년 전 사이에 남쪽 땅으로부터 북쪽 땅이 갈라져 나왔는데, 그 땅은 북쪽으로 약 103킬로미터 떨어진 협곡 위로 올라갔다.
이는 지질학자들이 단층의 한쪽에서 나온 암석을 다른 쪽의 암석과 비교해 알게 된 사실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판 구조론의 발견에 선도적 역할을 했다. 판 구조론은 놀랍도록 참신한 발상이었다. 대륙의 표층부가 서로 맞서면서 부서지고 여기에는 산을, 저기에는 협곡을 솟아오르게 한다. 화산과 지진이 생기고 거기서 마그마가 뿜어져 나와 새로운 암석이 만들어진다. 지구의 역사 대부분은 이런 지각 변동이 핵심이었다. 그러니까 지금껏 지구를 수놓은 것은 생물학적 작용보다는 지질학적 작용이었다는 이야기이다. ”
『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pp.60~61,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저자이자 영국의 저널리스트 에드 콘웨이는 우리가 알지 못했고 볼 수 없었던 물질이 가진 경이로운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무더운 유럽의 가장 깊은 광산부터 티끌 하나 없는 대만의 반도체 공장,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소금호수까지. 전 세계 곳곳을 탐험하는 과정 속에 인간의 새로운 미래를 가져다 줄 대체 불가능한 여섯 가지 물질의 비밀이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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