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에서 내려온 소년과 소녀
『홍루몽』의 첫머리 부분에서는 서사 세계의 전제가 되는 신화적 틀이 제일 먼저 언급되고 있다. 『홍루몽』은 『석두기石頭記』라는 제며으로 불리는 데서도 보듯이 작품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것은 하나의 돌을 둘러싼 인연담이다. 여와女媧라는 여신이 삼만육천오백한 개의 돌을 깎아서 하늘을 떠받칠 적에 채 쓰지 못하고 남겨진 돌이 한 개 있었다. 이 돌은 아무 데도 쓰이지 못하는 자신의 기구한 신세를 한탄하여 때마침 지나가는 선인에게 울고불고 매달리면서 '저를 하계의 인간 세상에 데려다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부탁을 함에 그 소원이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한편으로 천상 세계에는 경환선녀警幻仙姑라는 여신이 다스리는 「태허환경太虛幻境」이라는 몽환경이 있는데, 그곳에서 경환선녀를 모시는 신영시자神瑛侍者가 어느 때 번뇌에 사로잡혀 그 또한 하계의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고 싶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또한 일찍이 신영시자가 뿌려준 감로甘露의 물 덕택에 영원한 생명을 얻어 아리따운 여자로 변신한 신비로운 식물, 강주초絳珠草 또한 신영시자와 함께 하계로 내려가 자신이 받았던 감로만큼에 해당하는, 자신의 한평생 품은 모든 눈물로써 그 은혜를 되갚겠다고 간청하였다. 두 사람의 소원을 받아들인 경환선녀는 이 둘을 다른 선녀들과 함께 하계의 인간 세상으로 내려보내기로 하였던 것이다.
바로 이 신영시자가 『홍루몽』의 중심인물로서 가씨 집안의 자제인 가보옥이 되어서, 앞서 돌에서 아름다운 구슬로 변모한 '통령보옥通靈寶玉'을 입에 머금고 하계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또한 그 강주초는 가보옥의 사촌 여동생인 임대옥林黛玉으로 다시 태어났고, 다른 선녀들도 각자 가씨 집안과 인연을 맺는 존재로 다시 환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천상에서 하계의 인간 세상으로 내려온 소년·소녀들이 현세現世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던 것인가? 아득한 세월이 흐르고 난 뒤에, 가보옥과 함께 모든 사건의 자초지종을 지켜보았던 '통령보옥'이 원래의 돌로 되돌아와, 그러한 자초지종을 자신의 몸에 새겨넣었으니, 바로 이 이야기가 『홍루몽』의 원형이 되었다는 식의 설정인 것이다. 이렇게 사전에 신화적 틀을 설정한 뒤에, 바야흐로 본격적으로 『홍루몽』세계의 막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
『중국 5대 소설 수호전·금병매·홍루몽 편』 pp.394~397, 이나미 리쓰코 지음, 장원철 옮김

중국 5대 소설 수호전·금병매·홍루몽 편『삼국지연의』, 『서유기』,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은 중국 5대 소설로 불리며, 중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앞의 네 작품은 명대에 간행되어 4대 기서로 높게 평가 받았으며, 18세기 중엽인 청나라 중기에 『홍루몽』이 간행되면서 4대 기서와 함께 5대 백화 장편소설로 일컬어지게 되었다. 이 책은 그중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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