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

D-29
'조상찾기 서비스'라는 게 있었군요. ^^ AncestryDNA가 전 세계 유전자 검사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네요. 사람들이 이 서비스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이유는 '나를 알고 싶다'는 욕망을 건드렸기 때문인 것 같고요. 예전에 애보리진Aborigine인데 가족은 모두 흑인이고 자신만 백인으로 태어난 사람(Artist)을 본 적이 있어요. 호주에서는 원주민의 검은 피를 지우겠다고 혼혈 아이를 백인 가정에 입양시키는 등 강제로 혼혈 정책을 시행했다고 하네요. 1910에 시작해 1970년까지 이어졌으니 꽤 최근까지 호주 원주민들은 공포와 비극 속에서 살아야 했어요. AncestryDNA | How to Activate your AncestryDNA Test https://www.youtube.com/watch?v=MfOV2vBXh9o American Roots Marathon: The Land Of Opportunity | Finding Your Roots | Ancestry https://www.youtube.com/watch?v=a48CJ2jZW40
이성과 논리에 기반한 과학에 상상과 직관의 세계인 신화를 접목시키는 것은 세상을 더욱 깊이 있는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미시적인 부분에 매몰되지 않고 거대한 전체를 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도 보입니다. 앤드류 놀 박사님도 역시 <지구의 짧은 역사>에서 신화를 언급한 점을 보면 평소 다양 시각으로 인간의 본질에 대해 깊이 고민해오셨을 것 같아요.
흙, 물, 불 기초 원소로부터 사람이 만들어졌다는 신화는 아주 많이 확장 해석해보면 흐름이 비슷할수도 있네요. 재미있는 의견이시네요
239-240페이지에 관해서도 조금 얘기해보자면 대부분의 사람이 DNA에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조금 지니고 있다는 부분이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역사는 우리 유전자에 살아 있다는 문장과 함께 해당 문단이 끝나는데, 한 때 해외에서 조상찾기 서비스가 유행했던 게 떠오르네요. (조상찾기 서비스는 DNA검사를 통해 자신의 인종적 뿌리 내지 조상을 분석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스스로의 역사, 기원을 알고 싶다는 욕구는 누구나 어느정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대멸종은 진화 역사를 빚어내는 데 분명히 주된 역할을 해 왔다. 현대 세계가 포유류로 가득한 것은 어느정도는 공룡이 멸종했기 때문이다. 어류는 백악기 말 대멸종으로 암모나이트가 사라진 뒤에야 다양해졌다. 현재 산호초에 현대의 산호, 연체동물, 게가 있는 것은 그들이 고대 산호초의 판상산호, 완족류, 삼엽충과 경쟁해서 이겨서가 아니라, 대멸종으로 그런 집단이 전멸했기 때문이다. 우림속을 돌아다니거나 산호초에서 스노클링을 할 때, 지구의 반복되는 대멸종의 생존자들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런 일이 다시금 일어날 수 있을까? 거대한 운석과 대규모 화산 활동은 드물지만,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는 전혀 없다. 기원전 43년 알래스카에서 분출한 화산은 혹독한 겨울을 불러왔고 유럽 전역의 작황을 망침으로써 로마 공화정의 몰락에 기여했다. 또 1815년에 인도네시아에서 탐보라 화산이 분출하면서 산꼭대기가 날아가고 지역 주민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멀리 뉴잉글랜드까지 "여름 없는 해"가 되었다. 그리고 폼페이 화산도 있다. (나폴리 자체는 거의 4,000년 전에 분출한 화산의 잔해 위에 있다.) 대형 운석 충돌은 분명히 더 드물지만,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에서 일어난 엄청난 폭발은 혜성이나 운석이 내려오다가 공중에서 분해되면서 벌어진 일인 듯하다. 이 폭발로 인구가 드문(다행히도) 시베리아에서 약 8,000만 그루의 나무가 쓰러졌다. 다행히도 지구를 황폐화할 정도의 대규모 화산과 대규모 충돌은 수백만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이므로, 나는 그런 것들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우려하는 것은 당신이 거리를 걸을 때 보는 것이다. 당신과 당신의 자녀가 살아가는 기간 내에 지구와 생명에 심각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인류 집단 말이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 225 - 227,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저는 가끔 현시대의 멸종에 대해 상상해보곤 하는데 사회적 학습의 영향 때문인지 그 멸종의 원인은 주로 인간 때문이라고 저절로 생각이 들거든요. 저자도 이 챕터의 마지막 문장으로 인류 집단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고 있는데요, 사실 저는 인류의 만행보다 갑작스런 어떤 원인 - 화산이든 운석충돌이든 - 이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화산보다 운석충돌이 더 희박해보이지만 어느 영화처럼 갑자기 지구로 돌진해오는 운석을 막지 못해 지구가 순식간에 최후를 맞이한다든가 아니면 지구 둘레를 빼곡히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의 어떤 오류적 문제로 인해 생각지 못한 참담한 일이 벌어진다든가... ㅎㅎㅎ 써놓고 보니 SF 소설같네요. 암튼, 그동안의 지구의 역사를 쭉 봤을때 저자의 말대로라면 대멸종은 진화 역사를 빚어내는 데 분명히 주된 역할을 해 왔으니 만약 지금의 인류세가 멸망한다면 또 어떤 진화된 주인공의 역사가 진행될지 두려우면서도 매우 궁금해집니다.
지구 상에 어떤 극악한 만행을 저지른 생명체도 한 번에 없앨 수 있는 것이 운석 충돌이겠죠. ^^ 전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보장할 수도 없고요. 공룡 시대에 굴을 파고 살던 초기 포유류가 살아남은 것을 보면.. 지금 인간의 눈치를 보며 생존을 유지하고 있는 생명체가 지구를 점령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호모 사피엔스는 출현한 이래로 죽 주변 세계를 변모시켜 왔으며, 지금은 유례없는 방식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 지구와 생명이 장기적으로 연주하는 교향적 무곡의 최신 악장인 셈이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p.243~244,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Homo sapiens has shaped the world around us since our inception and now does so in unprecedented ways, the latest movement in the long symphonic dance of Earth and life.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208,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45억 년 동안 지구의 환경에 존재했던 수많은 생명체들이 조화롭게 소리를 맞추어 웅장한 악장을 연주해온 가운데 교향곡 후반부에 강력한 독주자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것이로군요. 인류는 자신감 넘치는 자세로 ‘지구 교향곡’에 지울 수 없는 선율을 더하고 있습니다. 무곡은 서로의 스텝을 맞추어야 하는데 인류가 지구의 발등을 밟아버리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지구가 역으로 인류의 발등을 밟으려 합니다. 서로의 호흡에 맞춰 춤을 추기 위해 인류는 지구의 리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어요.
지구의 역사를 24시간으로 압축하면 인간의 역사는 일요일 자정 3분 전부터 시작한다고 하죠... 지구의 안 짧은 역사를 생각하면 인간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참 짤막한 선율을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만큼 유래 없는 선율이라고도 생각되네요. 요즘 클래식을 꽤 많이 듣는데, 지루하고 긴 전주를 견디는 이유는 오로지 교향곡의 하이라이트를 듣기 위해서 입니다. 인간의 역사도 제게는 그런 하이라이트처럼 느껴지네요...ㅎㅎ
클래식 음악의 크라이막스와 지구 역사에서 인류의 막판 대활약(?)을 비유하신게 절묘하네요!
우리 조상들이 아프리카의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했듯이, 환경 변화가 우리 현생 인류의 진화에 관여했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지구 역사를 보면, 생물은 단순히 환경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생물은 환경을 변모시키는 데 기여하며, 인간도 이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물론 우리가 다르긴 하지만, 그 차이는 우리가 지구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커서 그렇다. 호모 사피엔스는 출현한 이래로 죽 주변 세계를 변모시켜 왔으며, 지금은 유례없는 방식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243쪽,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1만 3,000년 전~1만 년 전 북아메리카가 온대 기후대에 들어감에 따라서 식물들은 북쪽으로 이주했고, 그럼으로써 오늘날 보는 것과 다른 군집이 형성되었다. 많은 과학자들은 환경 변화와 낯선 식생 때문에 포유류 개체군이 급감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환경 스트레스가 정말로 포유류 멸종의 무대를 마련했을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그 이전에 100만 년 동안 비슷한 기후 변동이 되풀이하여 일어났음에도 종이 대폭 줄어드는 현상은 나타난 적이 없었다. 그러니 다른 무언가가 있었던 듯하다. 그 무언가란 바로 호모 사피엔스였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245쪽,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지금은 농경이 사냥과 채집을 대체함으로써 오히려 일은 더 많이 하면서 영양 섭취량은 줄어들고 식량 사정도 더 불안정하게 되었다고 보는, 즉 이 문화적 전환을 한탄하는 관점이 유행하고 있다. 아마 그럴지도 모르지만, 스마트폰을 쓰고 영화를 즐기고 암에 걸리고도 살아남는 우리 같은 이들은 농업 혁명이 일으킨 사회적 재편의 덕을 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더 적은 사람들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다른 이들은 예술, 발명, 상업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247쪽,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그리하여 지금의 간빙기가 시작되었다. 이 시기를 “후빙기”가 아니라 “간빙기”라고 부르는 이유는 지난 100만 년 동안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면서 일어나는 주기적인 변화에 따라서 10만 년을 주기로 빙하로 뒤덮이는 추운 시기와 따뜻한 간빙기 사이를 오갔기 때문이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244,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I call this interval “interglacial rather than “postglacial” because for the past million years, Earth has oscillated between glacial cold and interglacial warmth on a 100,000-year timescale dictated by metronomic variations in Earth’s orbit around the sun.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209,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그 무언가란 바로 호모 사피엔스였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아프리카와 유라시아에 살고 있었지만, 신대륙에 들어간 것은 마지막 빙하기가 수그러들 무렵이었다. 최근에 고고학자들은 1만 6,500년 전~1만 6,300년 전에 아이다호의 샐먼강 주변에서 인류가 살았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아마 아시아 동북부로부터 최초로 이주한 이들이 태평양 연안을 따라서 내려간 흔적일 것이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245,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That something was Homo sapiens. While humans have a long history in Africa and Eurasia, they didn’t arrive in the New World until the waning stages of the last ice age. Recently, archaeologists reported evidence that humans lived along the Salmon River in Idaho 16,500 to 16,300 years ago, recording a first wave of migration from northeastern Asia, probably along the Pacific coast.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210 ,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a first wave of migration’ 이주의 흔적을 물결wave 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물결’이라는 단어 안에 생명의 역동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에너지가 퍼져나가는 일렁거림을 연상시키기도 하고요. 단발성으로 부딪히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밀려오는 연속된 이미지를 상상하게 합니다. 북아메리카를 적시는 호모 사피엔스의 물결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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