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

D-29
1880년대에 지질학자 워런 업튼Warren Upton은 이 잃어버린 호수의 흔적을 조사했다. 그는 능선처럼 구불구불한 고대 해안선을 지도에 표시했다. 이는 엄청난 작업으로 7년이 걸렸다. 걸어서, 또는 말과 수레로 1만 8,000킬로미터를 이동하면서 조사했다. 호수는 정말 거대했으며 남쪽 미네소타에서 서스캐처원까지 북쪽으로 뻗어 있었다. 그는 빙하기의 발견자 중 한 명인 스위스의 지질학자 루이 아가시의 이름을 따서 아가시즈 호수라고 불렀다. 그의 현장 조사는 엄청났으며, 그의 연구를 정리한 논문은 분량이 772쪽에 달했다. 지도를 보면 아가시즈 호수는 거대한 해빙 호수였음을 알 수 있다. 약 2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서서히 물러간 후, 북미 대륙에 우뚝 솟은 거대한 얼음 보호막에 녹은 물이 고였다. 빙하로 인해 호수는 매년 커졌고 가장 컸을 때는 거의 50만 제곱킬로미터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인 카스피해보다 약간 더 컸다. 호수는 불규칙하게 성장했다. 때때로 호수가 터져 엄청난 양의 담수가 바다로 흘러들기도 했다.
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 - 팔레오세부터 인류세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기후의 역사 pp.206~207, 레이다르 뮐러 지음, 황덕령 옮김
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 - 팔레오세부터 인류세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기후의 역사지구의 기후 역사는 리듬과 템포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끝없는 음악 작품과 같다. 기후의 변화하는 리듬을 이해하면 현재 지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미래에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불과 얼음이 번갈아 지배했던 지구 기후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현재 인류에게 닥친 기후 위기를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8,400년 전 어느 날, 결국 댐(자연 댐 역할을 하고 있는 빙하)이 완전히 무너졌다. 물의 압력으로 얼음 속에 갈라진 틈이 생겨 넘쳐흐른 물이 얼음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폭포는 점점 커졌고 마침내 댐이 무너진 것이다. 대규모의 굉음과 함께 엄청난 양의 얼음처럼 차가운 담수가 허드슨해협을 거쳐 대서양으로 단시간에 쏟아져 나왔다. 이 사건은 기후과학자들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아가시즈 호수와 그로 인한 홍수가 지형을 바꾼 것뿐 아니라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1990년대에 연구자들은 노르웨이 해역에서 해양 퇴적물 코어를 채취했다. 길이 5미터의 코어층을 분석한 결과, 약 8,200년 전에 추위를 좋아하는 작은 유공충류인 네오글로보콰드리나 파치더마의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바다의 온도가 최소 2도 이상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일랜드의 동굴에 있는 석순도 같은 현상을 보였다. 온도가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빙핵을 통해 그린란드의 온도가 3도 이상 떨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노르웨이의 도브레에서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소나무가 꽃을 피우지 않고 씨앗을 맺지 않았다. 추위와 함께 가뭄이 닥쳤다. 오만, 아랍에미리트, 베네수엘라에서는 강수량이 줄어들고 사막이 확산되는 징후가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이 그로부터 몇백 년 전에 일어난 아가시즈 호수의 붕괴와 연관 지어 ‘8,200년 사건’이라고 부르는 기간 동안에는 더 춥고 건조해졌다. 그렇다면 왜 기후가 변했을까?
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 - 팔레오세부터 인류세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기후의 역사 pp.207~208, 레이다르 뮐러 지음, 황덕령 옮김
한 가설에 따르면 아가시즈 호수의 엄청난 담수량이 기록적인 속도로 대서양으로 흘러들어 가면서 멕시코만류의 열염순환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해류와 그에 따른 열의 북상 이동이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멕시코만류는 빙하기 동안 여러 번 멈췄다. 오늘날과 다른 점이라면 더 ’따뜻한 세상‘이었다는 것이다. 얼음과 눈이 빠르게 녹아 생명에 중요한 멕시코만류가 다시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의 훨씬 더 뜨거운 지구에 대한 무서운 시나리오다. “큰 홍수가 40일 동안 땅에 임하니…… 크고 강한 홍수가 땅에 임하여 하늘 아래의 모든 높은 산을 덮었더라”고 <창세기>에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신화와 종교에 등장하는 많은 홍수 중 하나이다. 실제로 일어난 일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일까?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한 홍수는 기후를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신화와 종교적 신념을 통해 우리의 집단적 상상력에 불을 지폈을지도 모른다. 아가시즈 호수가 붕괴됐을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해수면이 몇 미터 상승했다. 페르시아만의 해안선은 10킬로미터 이상 내륙으로 이동했다. 영국이 영국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분리된 것도 이 시기였다. 당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이었을 것이며, 아마도 성경에 나오는 대홍수 신화의 기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 - 팔레오세부터 인류세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기후의 역사 p.208, 레이다르 뮐러 지음, 황덕령 옮김
눈과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 발생하는 현상.. 역시 멕심코만류의 열염순환에 영향을 주는군요. 이 열염순환으로 적도에서 남아도는 열이 극지방으로 갈 수 있는 것인데 빙하가 녹은 담수가 대량으로 대서양으로 흘러들어와서 이 순환을 멈추게 만든 것입니다. 극지방은 더 추워지면서 얼어붙게 되고요. 최근에도 그린란드의 빙하가 급격히 녹으면서 담수가 북대서양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바닷물의 염분이 옅어지고 있죠. 바닷물의 밀도가 낮아져서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멕시코 만류의 순환 속도가 느려진 상태입니다. 열염순환이 멈추어 북반구에 빙하기가 찾아오는 시나리오에 바탕을 두고 만든 것이 영화 <투모로우>이고요.
@예약좌석 지구에서 빙하가 녹아내리며 발생한 대홍수 사건이 전 세계에서 각종 문화권에서 발견할 수 있는 홍수 신화에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지질학적 대격변이 인류의 집단적인 기억 지층에 강한 흔적을 남긴 것이겠죠. 당시 인지 수준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현상에 ‘인간의 오만’이나 ‘신의 심판’ 등과 같은 원인을 덧붙였을 수 있고요.
그러고보니 대홍수 전설은 인류 최초의 문학이라고 하는 <길가메쉬 서사시> 속 우트나피쉬팀의 홍수 이야기에도 나오죠(훨씬 뒤에 쓰인 성서 속 노아의 방주 이야기와 흡사해요). 그리스 신화에도 인도 신화에도 있고요.
1872년 12월 3일 런던 성서 고고학회에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대영박물관 연구원 조지 스미스가 앗씨리아 토판들 중에 들어 있는 대홍수의 내용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해 가을 스미스가 박물관 수장고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점토판을 하나씩 들추다가 성서의 대홍수 이야기와 유사한 대목을 보고 흥미진진하게 읽게 된 것이었다. 영국의 수상 글래드스턴을 비롯한 모든 청중들은 깜짝 놀랐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대홍수라면 당연히 성서에만 나오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1852년 길가메쉬 서사시가 기록된 점토서판은 앗씨리아의 수도 니느웨에 있던 앗슈르바니팔(Assur-bani-pal) 도서관에서 호르무즈 라쌈에 의해 발굴되었다. 그것은 당시 라쌈에 의해 수집된 2만 4,000여 개나 되는 점토판들 중 일부였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나서야 스미스의 '충격적인 해독'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스미스가 발표한 토판은 불완전한 것이었다. […] 1873년 1월, 런던의 《데일리 텔레그래프》지의 편집장 에드윈 아널드 경은 자신이 소속된 회사가 지원하는 비용으로 스미스가 니느웨에 가서 대홍수가 기록된 토판의 나머지를 발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어 스미스는 발굴 여행을 떠났다. 가장 큰 목적은 대홍수 이야기에서 누락되어 있던 17행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는 기나긴 여행 끝에 티그리스 강변에 있는 모술에 도착했다. 발굴이 시작된 지 불과 5일 만에 대홍수 이야기의 나머지 부분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온 영국인들이 기대하고 있던 일이었다. 1873년 5월 21일 《데일리 텔레그래프》지 1면은 스미스의 기적적인 발견 소식으로 장식되었다. 그는 불과 한 달 동안 384개나 되는 점토판 문서들을 찾아냈다. 젊은 영국인은 대홍수의 '잃어버린 토판'뿐만 아니라 바빌로니아 왕조들의 존속 여부가 기록된 파편들을 발굴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조지 스미스와 길가메쉬 서사시, 김산해 지음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국내 처음으로 수메르어 판본과 악카드어 판본으로 구성된 점토서판 원문 모두를 음역하고 한역하여 길가메쉬 서사시를 소개하는 책이다. 두 판본을 연구, 번역하여 한국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쓴 것이 특징이며, 해설을 두어 설명을 보강했다.
스미스가 발견한 악카드어의 기록은 길가메쉬 서사시의 여러 판본들로 치자면 최후대에, 달리 말하면 마지막 개작(改作)에 해당되는 것이었지만 성서의 기록보다 적어도 수백 년이나 앞서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학자들은 대단한 혼란에 빠졌다. 인간이 2000여 년 간이나 믿어왔던 '진실의 혼돈'이었다. […] '대홍수 이전 이야기의 기원은 어디에 있는가', '최초의 인간이 살았다는 파라다이스는 어디인가', '대홍수니 방주니 새들이니 하는 이야기는 언제부터 나온 것인가'라는 의문의 해답을 스미스는 설형문자 비문에서 찾고자 했다. 신화의 시작을 찾아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성서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속에 숨어 있는 유사한 전설들과 비교해보아야 한다고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는 '칼데아의 평원'에 신화의 배꼽이 존재하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이곳은 문명의 요람이며 예술과 과학의 산실입니다만, 2000년 동안 폐허로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고대 기록을 포함한 그곳 문학은 우리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앗씨리아인들이 베낀 문헌들을 제외하곤 말입니다. 하지만 그 흙무더기와 폐허가 된 도시들 아래에서, 더 오래된 대홍수 문서들과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의 전설과 역사가 누워, 시방 탐험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스미스의 유명한 논문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었다.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조지 스미스와 길가메쉬 서사시, 김산해 지음
수메르와 히브리의 창조 이야기, 에덴동산 이야기, 대홍수 이야기가 많은 유사점을 보이는 것처럼, 일본 야마토 시조 천손 니니기 강림신화는 고조선의 시조 환웅의 강림신화와 금관가야 '수로'의 강림신화와 비슷하다고 하네요. 야마토가 고조선의 후손인 금관가야의 후손이기 때문인데, 이처럼 같은 신화가 세부 내용만 변주하여 주변국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도 재밌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북쪽의 빙하가 녹으면서 여러 차례 홍수 재해가 발생했다. 고고학자들은 흑해에서 해수면 아래 91미터 깊이의 진흙 속에 묻혀 있던 집의 잔해를 발견했다. 이것은 흑해가 약 7,500년 전에 급격하게 물에 잠겼다는 이론을 뒷받침해주었다. 그 무렵 지중해의 수위는 내륙 빙상이 녹으면서 서서히 상승했고 오늘날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해협을 가로지르는 좁은 육교가 마침내 붕괴되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좁은 해협을 거대한 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것이다. 당시 해안은 물에 잠기고 마을을 매몰되는 등 성경에 나오는 규모의 재앙이 흑해를 강타했다. 극적인 방식으로 흑해는 호수에서 바다로 변했다. 아마도 그것은 경전에 기록되기 전 대대로 모닥불 주위에 모여 이야기했던 홍수였을까? 북유럽 신화에서도 홍수는 인간을 괴롭힌다. 미드가르드 뱀이 라그나로크 전투에 참여하기 위해 바다 위로 솟아오르면서 거대한 해일을 일으켜 모든 땅이 물에 잠겼다고 한다. 이 신화는 남쪽에서 구전되었거나 아니면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대홍수에 대한 막연한 기억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 - 팔레오세부터 인류세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기후의 역사 p.209, 레이다르 뮐러 지음, 황덕령 옮김
마지막 빙하기에는 빙하가 후퇴하면서 엄청난 양의 자갈, 모래, 점토가 노르웨이 해안 바깥으로 밀려와 대륙붕에 쌓였다. 약 8,200년 전 어느날, 스코틀랜드 크기의 해저지층이 붕괴되어 심해로 가라앉았다. 그 후 재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벌어졌다. 해안을 따라 석기시대 사람들은 바다가 물러나고 물고기가 해안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았지만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재앙이 닥쳤다. 거대한 쓰나미가 해변으로 밀려왔고 피오르에서는 해일의 높이가 25미터에 달했다. 연구원들은 노르웨이 서해안 전역의 습지와 호수에서 파도의 흔적을 발굴했다. 올레순 외곽에서는 습지를 시추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쓰나미에 휩쓸린 거대한 통나무들이 쌓여 있었던 것이다. 순뫼레 지역에서는 작은 청어 떼가 파도에 휩쓸려 내륙의 호수에서 발견되었다. 이 대규모 붕괴를 ‘스토레가 해저 산사태’라고 부른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홍수의 기원은 더 오래된 것일까?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스칸디나비아에도 아가시즈 호수와 유사한 지역적 변형이 있었다. 1만 300년 전, 거대하고 넓은 네드레 글롬 호수가 붕괴되어 외스테르달렌 계곡으로 물이 범람했다. 이 격렬한 사건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흔적은 렌달렌에 있는 수 킬로미터 길이의 유툴호게트 협곡이다. 옛사람들은 트롤이 만들었다고 믿을 정도로 거대한 협곡이지만 트롤이 아니라 물이었다.
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 - 팔레오세부터 인류세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기후의 역사 pp.209~210, 레이다르 뮐러 지음, 황덕령 옮김
@ifrain 님과 @향팔 님 덕분에 빙하기가 끝나면서 발생한 지각 변동이 어떻게 해서 각 지역에 전승되어 오던 홍수 신화로 연계되었는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노아의 방주와 관련된 홍수는 지역적으로 가까운 이라크(길가메쉬 서사 지역)와 그리스 신화 홍수와 함께 빙하기가 끝나면서 발생한 흑해의 홍수를 모티브로 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네요.
A) 기원전 14,000년 ~7,000년 전 사이 빙하기가 끝나고 간빙기로 진입할 때 얼음이 대규모로 녹으면서 지중해의 물이 흑해로 쏟아져 들어오고 빙하 호수가 터지면서 전 세계의 해안선이 바뀌었지요. B) 메소포타미아 대홍수가 일어난 시기는 기원전 2900년 경입니다. 간빙기가 시작되고 나서도 수천 년이 지나 해수면이 더 이상 상승하지 않는 시기였죠. 대륙의 빙하는 간빙기에 들어서면서 튀르키예 타우루스 산맥의 겨울 눈이 봄만 되면 녹아내려 폭우를 생성했고요. 간빙기의 따뜻한 기후 속에서 산에 쌓여 있는 눈이 매년 평야를 덮치는 국지적인 기상 현상이라고 일으킨 것이죠. 지금 우리가 접하는 홍수도 어마어마한 재앙으로 느껴지는데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넘어오던 시기에 해안선이 상승할 정도로 물이 들어차는 것은 그 위력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 시기에 살았던 고대인들은 천지가 뒤바뀌는 현상을 그대로 목격할 수밖에 없었겠죠. 영토를 잃은 고대인들이 유럽과 아시아로 피난을 가면서 자신들이 보고 들은 것을 전파했을 거예요. 그 이야기가 세대를 거쳐 전해져내려왔을 테고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A)와 B) 두 시기는 수천 년의 간격을 두고 있지만 길게 보면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대인들의 충격적인 경험이 인류의 무의식 속에 깊이 각인되는 효과가 발생한 것이죠.
보스포루스 해협이 붕괴되고 지중해의 바닷물이 흑해로 쏟아져 들어갔던 상황을 보여주는 짧막한 교육용 애니메이션(캘리포니아대학교 지질학과 제작)이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지금은 흑해가 된 민물 호수 주변에 살던 신석기 시대 농부들이 피난을 가야했던 것이죠. The Post-glacial Flooding of the Black Sea https://animations.geol.ucsb.edu/3_downloads/M2IceAge/fBlackSeaFlood/BlackSeaFloodStory.mp4 출처 https://animations.geol.ucsb.edu/2_infopgs/IP2IceAge/fBlackSeaFlood.html
저는 모르고 있었지만 지질학과에서는 이미 이렇게 가르치고 있었군요! 보스포루스 해협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니 그곳에서 먹었던 고등어 샌드위치가 생각납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절대 먹지 않았을 기묘한 조합의 샌드위치였는데 그곳에서는 매우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 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 낡은 외투를 입고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터키의 옛 노래
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먼 북소리'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기대와 스릴, 유럽에서의 하루하루는 깜짝 놀랄 광경과 아연한 경험을 하루키에게 선사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영국에 이르기까지의 역정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 있다.
타마리아인의 삶과 사회의 패턴은 그들끼리 공유하는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있다. 지구인의 정신 세계는 그들처럼 외골수는 아니지만, 우리에게도 이야기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 도식 중 하나다. 진화심리학의 선구자인 인류학자 존 투비John Tooby와 심리학자 레다 코스미데스Leda Cosmides는 그 이유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후천적인 개인의 경험에서 얻은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생명체'가 진화하여 인간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타임스스퀘어에 모인 군중들과 경쟁을 하건, 신생대 아프리카의 평원에서 집단 사냥을 계획하건 간에, 경험은 우리에게 이야기보따리 같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 만일 우리가 입자를 볼 수 있는 초인적인 시력을 갖고 있다면, 입자의 궤적이나 양자역학적 파동함수를 통해 생각과 기억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러나 평범한 인간에게는 경험의 팔레트가 이야기로 채색되어 있기 때문에, 우주를 입자가 아닌 이야기로 채색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 사실이건 허구이건, 상징적이건 직설이건 간에, 스토리텔링은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감각을 통해 세상을 인지하고, 일관성과 가능성에 기초하여 자연의 패턴을 찾고, 이미 알려진 패턴을 조합하여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 내고, 이야기를 통해 표현한다. 이것은 우리의 삶을 준비하고 존재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상황을 헤쳐 나가는 주인공들은 가상의 세계를 보여 주고, 우리는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반응을 상상하고 행동을 개선한다. 먼 미래의 어느 날,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한다 해도 우리의 과학적 이야기에 담긴 진실을 그들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므로, 지구인에 대해 장황하게 소개할 필요가 없다. 피카드 선장과 타마리아인의 사례처럼, 우리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들려주면 외계인은 지구인이 어떤 존재인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pp.257~259,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지난 수천 년 동안 세계 각지의 문화권에서는 자기 종족의 우월함과 현실을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을 그들만의 이야기에 담아서 전수해 왔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神話로서, 대부분이 신성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신화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 지역의 문화(종족의 기원, 의식儀式의 가치,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는 방식 등)를 수호하는 초자연적 존재에 관한 이야기'쯤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비극과 환희, 역사와 환상, 모험과 자기 성찰이 반영된 신화는 오랜 세월 동안 넓은 지역에 퍼지면서 개인과 사회의 기본 틀을 세우고 가치를 보존하는 문화 유산으로 자리 잡았다. 역사학자들은 신화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오랜 세월 동안 연구해왔다. 20세기 초에 스코틀랜드의 인류학자 제임스 프레이저 경Sir James Frazer은 신화를 '고대인이 이해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 낸 이야기'로 정의했고, 스위스의 정신분석가 카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원형原型, archetype(모든 사람의 무의식에 내재된 심리적 행동 유형)의 개념에 기초하여 신화를 '경험의 공통적 특성에 대한 서술'이라고 했다. 또한 미국의 비교신화학자 조지프 켐벨Joseph Campbell은 모든 신화들이 '단일 신화monomyth'라는 하나의 원형에서 파생되었다고 주장했다. 주인공이 썩 내키지 않는 임무를 부여받고 장도에 올라 온갖 시련을 극복하면서 임무를 완수한 후 고향으로 돌아와 영웅으로 거듭난다는 내용의 단일 신화는 듣는 사람에게 현실감과 활력을 불어넣는다. 최근에 하버드대학교의 언어학자 마이클 위첼Michael Witzel은 신화의 원형을 파악하려면 개개의 신화를 파고드는 대신 전체적인 전통에 스며든 다양한 신화를 시작에서 종말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묶음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어학과 집단유전학, 그리고 고고학에 기초하여 '이런 이야기들에 내재된 공통된 특성은 10만 년 이상 전에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신화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pp.260~261,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그는 언어학과 집단유전학, 그리고 고고학에 기초하여 '이런 이야기들에 내재된 공통된 특성은 10만 년 이상 전에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신화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10만 년 이상 전이면 신생대 제4기 홍적세(플라이스토세)에 해당합니다. 구석시 시대이고요. 이 시기를 전후로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 국경을 넘어가기 시작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아프리카 대륙에 살고 있었고 네안데르탈인이 혹독하게 추운 유럽에 살고 있었을 시기입니다. 유전체학Genomics 연구에 따르면 인류가 가진 언어의 공통 기원을 추적하였을 때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생물학적.신경학적 능력이 최소 13만 5,000년 전에 완성되었을 거라고 보고 있어요. 아프리카에서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 전에 이미 뇌구조, 후두, 성대 등 발성 구조가 말하기에 적합하도록 진화했다고 합니다. 유전체학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569269&cid=61233&categoryId=61233
네안데르탈인이 살았던 지역을 볼 수 있는 지도 이미지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은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전역이 주 근거지였어요. 뿐만 아니라 레반트 지역(지금의 이스라엘, 시리아 등 중동), 우즈베키스탄, 시베리아의 알타이 산맥 같은 중앙아시아의 깊숙한 곳까지 진출했네요.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Range_of_NeanderthalsAColoured.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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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초크의 멋진 책!
[아티초크/책증정] 세계 여성 시인선 100『슬픔에게 언어를 주자』와 함께해요.[아티초크/시집증정] 감동보장!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 아틸라 요제프 시집과 함께해요.[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
‘인생 록 음악’ 추천!
[그믐밤] 49. 국제 암석의 날 기념, ‘인생 록 음악’ 추천해주세요[김영사/책증정] 대화도 음악이 된다!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 함께 읽어요[그믐밤] 33. 나를 기록하는 인터뷰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새폴스키의 책을 읽습니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6.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8. <행동>
동구권 SF 함께 읽어요!
[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 탐험단 시즌 2 : 장르의 해부학 읽기 3. 신화 4. 회고록과 성장물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 4회차[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2회차 『로빈슨 크루소』(다니엘 디포, 1719)[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
히어로와 함께
카라마조프의 피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
3권의 책 종류
『육식의 종말』완독 하기! (책 증정)[김영사/책 증정] 장안의 화제! 노화과학을 다룬 <우리는 왜 죽는가>를 함께 읽어요 [인플루엔셜/책증정] 진정한 앎은 무엇인가? <지식의 탄생> 읽고 함께 이야기해요!
청명하다, 꾸준히 읽는 중
독서기록용_웍과 칼독서기록용_필요의 탄생독서기록용_제자리에 있다는 것독서 기록용_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
삼국지를 가슴에 품다
삼국지 전권독파 - 요시카와 에이지 버전으로[모집] 평생의 숙제 인간관계, 삼국지의 영웅들에게 답을 묻다 (w. 『최소한의 삼국지』)
혼자이기에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부커상을 받았어요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서울국제작가축제X비채]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함께읽기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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