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

D-29
안녕하세요. ^^ 드디어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 마지막 여정을 시작합니다. 가정의 달 5월을 지나 6월 초입에 접어들었어요. 2월1일부터 느리게 읽기 1부를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긴 시간을 함께 하며 여러 계절을 지났습니다. 벌써 날씨가 여름처럼 더워지고 있어요. 밀도 높은 책 읽기를 통해 시간을 비롯한 물리적 감각을 잊어버리는 경험을 해보면 어떨까요? 우리의 뇌세포를 다양한 방향에서 두드려주는 역동적인 독서가 되길 바랍니다. <지구의 짧은 역사>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1부와 2부에서는 심원한 지구의 역사를 하나씩 들추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부는 그 역사적 맥락이 마침내 우리 인류의 삶과 닿는 구간이 펼쳐집니다. 그만큼 지구 위에서 인간이 보여주는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 또한 무척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토 우지타카의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을 보며 독서의 참된 즐거움을 느낀 적이 있어요. '천천히 읽기'라고 할 수 있는 슬로리딩은 일본의 중학교 선생님이었던 하시모토 다케시가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독서법입니다. '한 권의 책을 넓고 깊게 읽는 과정이 한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독서가 가진 힘을 말해줍니다. 참 스승이었던 그에게 배운 학생들은 훗날 일본 사회를 이끌어가는 역군들로 성장합니다. 감동적이었어요. 책 한 권을 3년에 걸쳐 읽는 정도는 아니어도 <지구의 짧은 역사>라는 책을 3부분으로 나누어 그믐 기간 동안 1부씩 읽습니다. 2부는 휴식기를 가진 후 그 다음 그믐에, 3부는 역시 휴식기를 가진 후 그 다음 다음 그믐에 읽어나갑니다. 3부 속도는 하루에 대략 2페이지 정도 읽으면 됩니다. *첫번째 그믐 2/1-3/1 1부 : 1장 화학적 지구/ 2장 물리적 지구/ 3장 생물학적 지구 (프롤로그 ~ p.113) * 그믐+10(39)일 휴식 후 -> 두번째 그믐 4/10~5/8 2부 : 4장 산소 지구/ 5장 동물 지구/ 6장 초록 지구 (pp.115~167) * 그믐+10(39)일 휴식 후 -> 세번째 그믐 6/17~7/15 3부 : 7장 격변의 지구/ 8장 인간 지구 (pp.201~274) <지구의 짧은 역사>는 하버드 대학에서 40년간 지구과학 연구를 이끌어온 저자인 앤드류 H.놀(Andrew H.Knoll)이 쓴 책입니다. 처음 지구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역사를 거쳐왔는지 하나씩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지구에 대해, 그리고 지금 우리에 대해 더 이해하며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선택했어요. 어려운 단어를 그냥 넘어가지 않고 하나씩 찾아봅니다. 관련 내용을 찾다 보면 각자 마음에 건드려지는 부분이 다를 거에요. 관련 정보나 지식을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는 적극적인 읽기 방법을 권장합니다. 저는 마음이 움직여지는 내용과 관련된 그림을 그려보고 싶네요. ^^ 한국어판을 기본으로 함께 읽기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중국어판, 영어판, 일본어판도 함께 보려고 합니다. 원본은 영어로 쓰였기 때문에 관련 용어를 영어로 짚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중국과 일본에서는 어떻게 번역하고 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 각자 천천히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지구의 짧은 역사>에 대한 소개를 아래 링크를 봐주세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81453992 *신청 기간 : 6월 3일(수) ~ 6월 16일(화) *모임 기간 : 6월 17일(수) ~ 7월 15일(수) *모임 일정 : [1주차] 6/17(수) ~ 6/23(화) [2주차] 6/24(수) ~ 6/30(화) [3주차] 7/1(수) ~ 7/7(화) [4주차] 7/8(수) ~ 7/14(화) [5주차] 7/15(수) 지구를 천천히 마음에 담고 싶으신 분들 참여해주세요. ^^
2026.5.31 새벽 5:18 일출 사진입니다. 지난 주말 속초에 있는 영랑호에 다녀왔어요. 새벽에 깨어 숙소에서 밖을 보니 해가 뜨고 있더라구요. 두번째, 세번째 사진은 1분 뒤인 5:19에 찍은 것이구요. 영랑호는 처음 다녀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영랑호 서쪽으로는 설악산 울산바위를 바로 볼 수 있고 주변과 해안가에서 다양한 형태의 화강암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영랑호는 바다의 일부였던 곳이 사취砂嘴와 사주砂洲로 바다와 분리되어 석호潟湖, Lagoon가 형성된 지형이에요. 바다와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터진 부분이 있었어요. 세번째 사진에서 멀리 다리를 볼 수 있는데 그 아래로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갑니다. 덕분에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기수호汽水湖가 되어 생태학적 가치가 높다고 합니다. 5/30 저녁에는 영랑호 서쪽을 돌고, 5/31 아침에는 동쪽으로 돌면서 주변 풍경을 감상했어요. 동해안은 거친 파도가 부서지는 바닷가만 떠올렸는데 석호와 함께 있는 풍경은 정중동靜中動의 매력과 함께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속초에 갔을 때도 바람이 많이 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튼튼하게 지어진 호텔 안에서도 밖에서 불어대는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이번에도 밤이 되니 바람이 꽤 거칠게 불었습니다. 저녁 무렵에는 영랑호 주변을 산책하며 달리기도 했는데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모습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영랑호 중앙을 가로지르는 부교가 흔들거리고 호수의 물이 파도처럼 너울거리다 부교 위로 튀어오르기도 했어요. 호수 주변에 빽빽이 심어진 나무들 사이로 가로등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는데 저녁에는 불이 들어와 어둠 속에 보석을 하나씩 박아둔 것처럼 보였어요. 나무와 지면 사이로 자동차가 지나갈 때 헤드라이트가 만들어내는 빛의 공간이 이동하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언젠가 소설 속에서 이런 장면을 본 것 같았습니다. 아침에 바라본 호수는 잔잔하고 평화롭기 그지없었습니다. 해는 떠오르고 밤새 바람에 시달린 바위와 호수 주변의 경물을 따뜻한 희망으로 물들이고 있었어요.
호수가에 늘어선 보석같은 가로등 불빛과 지면 사이에 공간이 형성됩니다. 연극 무대의 스포트라이트처럼 주어진 공간을 빛으로 머금어요. 이동하는 자동차는 본체의 헤드라이트로 전방을 주시하며 수평 방향으로 공긴을 꿰어 나갑니다. 해질 녘 서쪽 하늘이 오렌지빛으로 물들어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숲은 어두워집니다. 두 빛이 만나는 순간만큼은 수직과 수평의 조합으로 공기가 흔들립니다.
서대문구청 뒤쪽으로 인공폭포가 있는 곳인데요. 바로 옆에 이런 물레방앗간이 있어요. 밝은 낮에는 뒤로 난 길로 올라가면 안산을 등반할 수 있습니다. 봄이면 다양한 꽃들로 가꿔놓은 정원이 있어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스팟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밤이면 이렇게 물레방앗간 위에 있는 달에 인공 조명으로 빛이 납니다. 주변에 사슴이나 토끼 이런 것들도 빛이 나고요. 뭔가 초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바로 옆에 있는 폭포도 인공폭포라서.. 밤이 되면 낮에는 콸콸 쏟아지던 물이 끊어집니다. 인공자연인 것이죠. 요즘 이런 인공자연이 눈에 많이 띕니다.
이 사진이 바로 옆에 있는 인공폭포인데 밤이라 물을 끊은 것입니다. 물을 껐다 켰다 하니 좀 이상하지만 앞으로 이런 인공자연이 더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홍대입구 근처의 경의선 공원에 있는 시내도 인공적으로 조성되어 있고 시내를 청소할 때는 물을 끕니다. 시내를 청소한다는 것도 자연스럽지는 않죠..?
낮에는 이렇게 멋들어지게 촤아아 물이 쏟아져 내려옵니다. 관광객들이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요.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곳이어요. 청계천 못지 않게 컨셉을 잘 잡았다 생각되요. 안산 위쪽의 황토길도 좋아요
저는 황토길을 보기만 하고 직접 걸어본 적은 없어요. ^^ 어르신들이 양말을 벗고 걸으시잖아요? 씻을 수 있는 시설도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요.
자연스레 '자연'이란 무엇인가, 근본적인 물음에 당도하게 된다. 바야흐로 무위자연과 인위자연Post-Nature이 공존하는 신자연Next-Nature 상태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도래하는 신자연을 상징하는 학문이 바로 합성생물학일 것이다. 자연은 이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의 대상이다. 다시금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가 합성생물학의 최첨단에 자리한다. 지금까지 BGI는 인간뿐 아니라 크고작은 동식물의 DNA를 해독해왔다. 이 '게놈 게스트북'에는 벼, 기장, 자이언트판다, 누에, 사스 바이러스, 심지어 이누크Inuk라고 명명된 4000년 전의 고대인까지 포함돼 있다. 생물의 언어는 DNA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식물이 DNA에서 기원한다. 이 DNA를 모두 해독해낼 수 있다면, 원리적으로 이 세상의 모든 생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코딩Coding과 디코딩Decoding과 리코딩Recoding으로, 피조물 인간이 창조의 주체로 진화해가는 것이다. 이미 BGI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 중 70퍼센트에 이르는 생명체의 DNA 해독을 끝냈다고 한다. 앞으로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DNA를 해독해서, 생명을 디지털로 디자인하는 것(인위자연)이 목표다. 그렇게 적용된 디지털 디자인 기술로 유전성 질환을 완전히 종식시키겠다는 것이다. 돌연변이가 완전히 사라진 인공진화의 신세계로 진화의 역사가 전개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병한의 테크노-차이나 탐문 pp.126~127, 이병한 지음
과거의 자연이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신비롭고 거대한 섭리를 내포한 것이었다면 이제 인간은 생명의 설계도를 직접 편집하면서 자연을 창조하고 디자인하는 대상이 된 것 같습니다. <지구의 짧은 역사>를 읽으며 암석으로 이루어진 산맥이 지구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자 도서관으로 비유한 부분을 보며 감탄했었는데요. 여기서도 DNA를 생명의 언어이자 책에 비유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읽어낸 언어를 바탕을로 다시 디자인해서 새로운 생명의 스크립트를 작성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어요.
BGI의 궁극적이니 목표는 사람들이 다양한 생물에 신경 쓰도록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사람에게는 의료 행위를 하지만, 사람이 아닌 것에는 환경보호의 측면에서 접근한다. 이제 사람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물과 생태계 전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권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것처럼, 오로지 식량으로 공급되기 위해 사람에게 죽임을 당하는 동물이 있다는 건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일이다. 모든 종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미래를 향하기 위해서라도 인공진화의 가속 페달을 더욱 가열차게 밟아야 한다는 뜻이다. 모든 생물의 조직은 탄소로 이루어져 있고, AI의 주요 조직은 실리콘 즉 규소로 구성되어 있다. 그 탄소와 규소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탄소와 규소가 융복합되고, 생물과 사물이 통폐합되는, 인공생명의 인위자연이 미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연과 자동과 자율이 무한대의 피드백을 거듭하는 새로운 인공진화의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이병한의 테크노-차이나 탐문 pp.127~128, 이병한 지음
즉 저 하늘 위의 인공위성이 인공우주 시대를 열어젖히고 있다면, 이 땅 위의 생명 가장 깊숙한 곳에서는 인공진화의 시대가 개막하고 있다. 하늘도 땅도 전대미문의 신세계가 펼쳐지는 후천개벽의 신시대라고 하겠다. 그 선두에 가장 오래된 문명 국가 중국이 자리하고 있음이 유별난 점이 아닐 수 없다. 바이오 테크는 크게 세 가지 색깔로 분류된다. 레드, 그린, 화이트다. 레드-바이오는 생명공학을 보건과 의료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린-바이오는 농수산, 축산, 식품에 응용하는 것이다. 화이트-바이오는 환경, 해양, 에너지, 소재 등을 일컫는다. 레드와 그림이 만나 유전자 펴집과 합성생물학에 기초한 인공생명으로 질주하는 풍경을 살펴보았다. 그에 반해 화이트-바이오는 기왕의 지구를 되살리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자연스레 기후와 기술의 융합으로 '지속 가능한 인공 지구'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국판 어스 테크로 이어진다.
이병한의 테크노-차이나 탐문 p.128, 이병한 지음
'탄소와 규소가 융복합되고, 생물과 사물이 통폐합되는, 인공생명의 인위자연이 미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기물-무기물 하이브리드가 새로운 시대의 생명체로 떠오를까요..? 인간은 생명체 뿐만 아니라 새로운 생태계 시스템을 만들게 될까요?
사장이 수줍게 보여준 자신의 이전 작품들은, 주로 인체 기관과 조직들을 모아 제작한 기묘한 형태의 조각 위에 끈적끈적한 점액과 오일, 오물을 얹은 것들이었죠. 사장은 원래 단단한 재료로 조각을 하다가 유동적이고 쉽게 뭉개지는 재료로 넘어갔는데, 그랬더니 형상을 조형하는 방식도, 감각하는 방식도, 상상하는 방식도 바뀌더래요. 사랑은 이런 생각에 도달했죠. 인간의 재료가 달라진다면 인간과 세계의 상호작용도 바뀌지 않을까? 우리가 매끈한 가죽과 살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까끌까끌한 털로 뒤덮인 존재라면, 혹은 석고처럼 단단해 보이지만 잘 부스러지는 존재라면? 인간의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고 매끈한 피부는 인간의 본질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양면의 조개껍데기 (리커버 특별판) p.20, 김초엽 지음
양면의 조개껍데기 (리커버 특별판)2010년대 한국 SF의 새 역사를 썼다고 평가받는 작가 김초엽이 데뷔 8년 차를 맞는 2025년 여름 신작 소설집 《양면의 조개껍데기》로 우리를 찾아왔다. 이번 책에는 인간성의 본질에 관해 다각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총 7편의 중단편소설이 담겼다.
저는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단독으로 구성된 팝업북을 갖고 있는데 알라딘에도 없고 그믐에서도 연결이 안되네요. 그래서 이 글이 수록된 <양면의 조개껍데기>로 문장수집을 합니다. 그래서 페이지는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단독권에 있는 것으로 표시합니다.
사장의 말을 들으며 궁금했죠. 그런 심오한 질문에 대한 답을, 커스텀 인공피부로 찾을 수 있단 말야? 사장은 저의 의문 가득한 눈빛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설명을 계속했어요. 제가 맡을 일은 디자인 단계의 피부를 미니 오가노이드로 만들어 면역반응 및 기능 테스트를 하는 걸, 그리고 배양을 돕는 것이라고 했어요. 다행히 인공피부는 여러 기관 중에서도 배양하기 수월한 편이지만요. 문제는 거기서 다루는 피부들이, 결코 평범하지는 않았다는 거예요. 사장이 보여준 피부 샘플들은 이런 것들이었어요. 물고기, 부엉이, 펭귄, 늑대, 고양이, 모래, 바위....... 흉내만 낸 게 아니었어요. 그건 전부 진짜 같았어요. 물고기 비늘처럼 선명한 무늬가 도드라졌고, 어떤 것은 당장이라도 갈라질 바위처럼 균열이 보였어요. 그리고 동시에 진짜 피부였죠. 인간의 온몸을 덮는 껍데기, 기능성 기관이요. 음, 사장의 표현대로 그건 몹시 실험적이었어요. 그 정도로 과감한 피부라면, 재료가 본질을 바꿀 수도 있을 것 같았죠. 하지만 한 가지 도저히 해소되지 않는 의문 하나가 있었어요.
양면의 조개껍데기 (리커버 특별판) pp.20~21, 김초엽 지음
어떤 사람들은 지금의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기를 꿈꿔요. 그런 욕망 중 쉽게 승인되는 것들은 거대한 시장을 이루죠. 하지만 승인받지 못한 욕망들도 결국은 어디론가 흘러들어 조그만 웅덩이를 만들어요. 그런 갈망은 쉽게 떨쳐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양면의 조개껍데기 (리커버 특별판) p.24, 김초엽 지음
'승인받지 못한 욕망들도 결국은 어디론가 흘러들어 조그만 웅덩이를 만들어요.' 이 문장에서 멈칫하고 머뭅니다.
아더킨들 중에는 인간 신체를 완전히 벗어나 다른 종이 될 방법을 찾아 세계 각지의 바이오해커들을 물색하는 극단적 변형주의자들도 있어요. 그렇지만 보통은 메이크업이나 옷차림, 가벼운 신체 변형 정도로 타협하죠. 생활 방식을 좀 더 자신에게 맞게 바꾸기도 하고요. 이를테면 늑대처럼 옷을 입고 털 달린 마스크를 쓰고 날고기를 많이 먹는다든지, 부엉이 눈 같은 컬러 렌즈를 끼고 야행성 생활을 한다든지. 후자에 속한 이들이 우리 가게의 고객들이었죠. ... 다른 존재가 되고 싶다는 갈망, 혹은 진짜 내가 되고 싶다는 갈망이란 대체 뭘까요? 그것은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서 한 사람의 뼈를 이루게 되는 걸까요.
양면의 조개껍데기 (리커버 특별판) pp.25~26, 김초엽 지음
욕망의 형태 역시 처음에는 추상적이고, 마치 조각을 빚듯 구체화하기 전에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거라고 했죠.
양면의 조개껍데기 (리커버 특별판) p.27, 김초엽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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