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의 피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6월 20-21일에는 제2부 '우리는 어떻게 다를까?' 중 제1장 '아이와 어른?'를 함께 읽고 나눕니다. 문학적인 부분에서는 카라마조프 가의 둘째 아내 소피아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생물학적인 부분에서는 아이와 어른의 차이를 들여다봅니다. 노화를 들여다봅니다. 이 그믐 방에서는 그닥 나눌 내용이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언제나 그랬듯 도스토옙스키나 생물학, 혹은 저의 저서에 대해서 궁금한 것들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주말이니 충분히 쉬면서 몇 페이지만 들춰보셔요~
태아가 발달하고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여정 중 수많은 세포 분열을 거듭하면서 DNA 복제 과정의 불가피한 오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염색체의 어느 부분에선가는 염기서열이 바뀔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포 분열을 거듭함에 따라, 하나의 세포가 가진 DNA는 수정란이 가진 DNA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수정란 상태를 벗어난 자녀는 점점 더 엄마와 아빠의 반반으로 이뤄졌다고 말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복제 오류는 무작위로 일어나기 때문에 만약 단백질 합성을 위한 템플릿으로 사용될 DNA에서 오류가 일어나고, 하필 그 부분이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여서 자녀가 암에 걸리게 되면, 그 암에 걸린 자녀는 엄마나 아빠를 전혀 닮지 않은 표현형을 보이게 되는 셈이다. 이와 비슷한 경우는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다. 암처럼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뿐 DNA 복제 오류는 끊임없이 염색체의 염기서열을 조금씩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닮은 듯 다른 우리 - 유전자, 센트럴 도그마, 인간다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김영웅 지음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언젠가 알츠하이머도 유전이라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요, 암이나 알츠하이머 등이 책 내용에 있는 것처럼, 위에서 말씀 주신 것과 같이 일종의 우연, DNA 복제 오류로 나타나는 것이라면 어느 세대에서 암이나 알츠하이머 등이 발생하면 그 다음 세대에는 발생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인지도 궁금해졌습니다.
알츠하이머가 유전이라는 말은 일부만이 진실입니다. 대부분의 알츠하이머는 유전이 아니라고 보고되어 있어요. 누가 알츠하이머에 걸릴 것인지도 불분명하답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바둑을 두면 된다, 그러면 알츠하이머에 안 걸린다, 등등의 말들도 신뢰할 만한 과학적 근거는 없답니다. 공부 많이 한 학자들도 알츠하이머에 걸리거든요. 그래서 예방 같은 걸 할 수가 없기 때문에 확률로 항상 얘기하는 거랍니다. 담배 피지 마라, 술 마시지 마라 등등의 조언들 역시 담배나 술이 그런 질환을 유도한다는 게 아니라 확률을 높인다는 거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알츠하이머가 수백 년, 수십 년 전보다 많아졌죠. 그러나 기타 노인성 질환도 다 증가했답니다. 이는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있어요. 사람이나 애완동물이 아닌 야생동물들은 노화라는 과정 자체를 거치지 않죠. 잡아 먹거나 잡혀 먹으니까요. 사람이나 사람이 키우는 동물들만 자연적인 위협으로부터 보호받기 때문에 노화를 겪게 되는 거랍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오래 살수록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겠죠? 하루만 하는 사람보다 백 년 사는 사람이 확률이 높다는 당연한 논리입니다.
늘 알기 쉽도록 너무나 친절하게 말씀을 주시니 알게 되는 것도 많고 읽는 즐거움이 점점 배가됩니다!!
어제의 독서 분량에서도 무척 재밌는 내용이 많았는데요, 읽다 보니 핵산, 전사, 번역, mRNA, tRNA 등 학교에서 배웠던 용어들이 많이 나와 왠지 반가우면서도 배울 때 좀더 열심히 배울 걸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러한 어찌보면 아주 정교한 기계로도 구현하지 못할 것 같은 센트럴 도그마의 전 과정이 진화를 거쳐 효율적인 방법으로 발전해 온 것이 아니라 알려 주신 대로 태곳적부터 이어져 오는 것이라는 것도 신기합니다.
ㅋㅋ 정말 신기하죠. 센트럴 도그마. 우리가 아는 단세포 동물인 박테리아(세균)도 똑같은 방법으로 단백질을 합성한답니다. 생명의 중심을 흐르는 원리인 거죠.
우린 어쩌면 과거에 정크 DNA라고 불렸던 99%의 DNA의 존재 목적도 한 가지 알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발생할 수밖에 없는 DNA 복제 오류를 감당하면서 세대 간 유전이 정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바로 정크 DNA의 역할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닮은 듯 다른 우리 - 유전자, 센트럴 도그마, 인간다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67p, 김영웅 지음
지금 카뮈의 '시지프 신화'도 읽고 있는데 후반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이야기가 많이 나와 평소 보다 더 집중해서 읽고 있습니다(도스토옙스키의 다른 작품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이런 우연 좋긴 한데, '시지프 신화'는 신과 인간의 존재에 대해 다뤄 생물학적인 부분도 찾아 보려고 노력중입니다. ㅎㅎ
저도 시지프 신화를 읽으려고 책장에 두고 있는데 기회가 되지 않아 아직 미루고 있네요. 제가 알기론 시지프 신화에는 생물학적인 부분이 안나와요. 신학적, 철학적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내용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다 읽고 알려주세요~
네, 생물학적인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고, 신학과 철학에 대한 주제를 머리 터지게 다룹니다(그래서 모임 멤버들의 머리도 다 터졌습니다). 카뮈는 정신적/육체적 자살에 대해 반대하면서도 키로프의 자살에 대해서는 납득하는 입장을 보여 주기도 하고요. 책 읽는 것 자체가 시시포스의 바위 굴리기 같은 여정이었습니다. 휴~
ㅋㅋㅋ 키릴로프의 죽음에 대해서는 정말 할 얘기가 많은 것 같아요. 인신론이란 사상이 말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은근히 매력적이라니까요^^ 그러나 키릴로프의 죽은 모습을 묘사하는 도스토옙스키의 문장에서 그의 죽음이 어떤 궁극적인 의미를 띠는지는 우린 이미 알고 있죠. 무의미함, 무가치함을 폭로하는 듯하니까요.
번역 과정을 거치고 단백질 접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단백질도 상황에 따라 다른 옷을 입으면서 다른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수정 과정은 가장 고등동물이라고 여겨졌던 인간의 유전자 숫자가 인간 게놈 프로젝트 이전에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타 동물들의 유전자 숫자보다 많지 않았다는 놀라운 사실에 대한 하나의 설명이 된다. 가장 복잡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인간의 다양성은 단지 유전자 숫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나의 유전자가 하나의 단백질을 만들지라도 그 단백질을 이런저런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생명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하나의 중요한 사실이 되는 것이다.
닮은 듯 다른 우리 - 유전자, 센트럴 도그마, 인간다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김영웅 지음
같은 유전자로 만들어진 같은 단백질이더라도 번역 후 수정 과정으로 이렇게까지 다양하게 역할을 한다면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받았다고 해서 부모와 자녀가 유사성을 보이는 것이 도리어 불가능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을 잘못 이해한 것일지요?
물론 번역 후 수정이 중요하고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부모에서 물려받은 유전자가 하드웨어라면 번역 후 수정 과정은 소프트웨어랄까요? Fine-tuning이 되고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본바탕이 되는 하드웨어 또한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죠. 유전학이나 생물학은 어디까지 모 아니면 도 이런 이분법적이고 결정적인 '결론'으로 생각하기보다 끊임없이 계속 상호작용하며 역동적으로 영향을 서로 주며 진화하는 '진행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게 나을 거에요.
우와 멋진 대답입니다^^
오! 친절한 말씀 감사합니다!!
네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어요. 반 쯤은 사실이기도 하고요. 수정이라는 건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수정이 잘 안 되면 부모와 자녀 사이의 차이가 날 확률이 생기지만, 수정이 잘 되면 오히려 부모의 유전자가 그대로 자녀에게로 가게 되겠죠.
방탕함과 음탕함, 그리고 낭만주의적인 습성을 보이는 사람은 카라마조프의 피가 흐르지 않아도 우리 주위에 이미 충분히 있지 않은가. 물론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런 것까지도 예상하고 소설을 구성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주위에 있는 표도르나 드미트리 같은 사람 안에 카라마조프적인 그 무엇, 즉 카라마조프의 피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넌지시 일깨워주고자 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카라마조프적’이라는 단어의 뜻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하고 생각해야 할 아주 중요한 사항일 것이다.
닮은 듯 다른 우리 - 유전자, 센트럴 도그마, 인간다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김영웅 지음
이 갱생의 시나리오가 어쩌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표도르와 아젤라이다로부터 물려받은 카라마조프의 피의 저주로부터 해방받고 구원을 얻는, 말하자면 생물학적인 유전의 불가피한 운명으로부터 벗어나는 사건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보나 드미트리의 변화는 소설 전체를 압도하는 ‘카라마조프적’인 그 무엇에 저항하고 역행하는 의미인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닮은 듯 다른 우리 - 유전자, 센트럴 도그마, 인간다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김영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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