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우리 - 유전자, 센트럴 도그마, 인간다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05, 김영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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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그것을 정상이라고 정의하는 건 생물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언제나 모순일 수밖에 없다.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수가 많고(빈번하고) 적음(드뭄)이 존재할 뿐이다. ”
『닮은 듯 다른 우리 - 유전자, 센트럴 도그마, 인간다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23, 김영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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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강녕
“ 누구를 닮는다는 건 유전 형질을 물려받는다는 뜻이다. 자녀가 부모를 닮는 근본적인 이유는 엄마와 아빠로부터 각각 DNA를 절반씩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녀가 자로 재듯 정확히 엄마와 아빠의 절반씩 닮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자녀의 첫 시작인 수정란은 정자와 난자의 절반씩으로 만들어진 세포가 아니라 세포 안에 DNA를 보유하고 있는 핵만이 절반씩 융합하여 만들어진 세포이기 때문이다.
즉 수정란에서 DNA가 존재하는 핵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난자, 즉 엄마에게 속한다. 물론 유전 형질을 나타내는 가장 근원이 되는 분자는 DNA이고, 정자가 실어서 난자와 짝을 이루게 되는 매개체도 DNA이기 때문에 핵을 제외한 난자의 나머지 세포 기관들은 자녀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의 중요성을 폄하할 수는 없다. 알다시피 DNA 복제가 제대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세포질에 속한 리보솜이나 소포체 등의 세포 소기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녀의 첫 시작인 수정란 상태는 엄마 반 아빠 반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으나, 그 이후 세포가 분열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불가피한 DNA 복제 오류 때문에 분열을 거친 세포가 가진 DNA 는 분열하기 전의 세포나 수정란의 DNA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며, 고로 엄밀하게 말하자면 더 이상 엄마 반 아빠 반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 이미 염색체의 염기서열이 바뀐 부분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류가 생긴 DNA는 엄마의 DNA와도 아빠의 DNA와도 같지 않다. 자녀만의 고유한 DNA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DNA 복제 오류가 눈으로 보이는 어떤 표현형을 유발할 확률은 극히 적다. 그러나 다른 건 다른 것이다. 그 부분이 아주 미미하더라도 말이다.
이러한 결과로, 무작위로 일어나는 DNA 복제 오류가 단백질 합성을 위한 템플릿으로 사용될 DNA에서 생겨나 돌연변이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눈에 보이는 암과 같은 질병을 유발하게 된다면, 그 질병은 엄마 때문도 아빠 때문도 아닌, 무작위적인 현상으로 해석해야만 한다. 말하자면, 자녀 고유의 DNA 때문인 것이다. 이 사실을 안다면 아마도 자녀의 질병으로 인해 괜한 자책감에 시달릴지도 모를 많은 부모들은 마음을 조금 놓아도 될 것이다. p.96-97 ”
『닮은 듯 다른 우리 - 유전자, 센트럴 도그마, 인간다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p.96-97, 김영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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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강녕
'나는 누굴 닮았을까' 부분을 다 읽었습니다 센트럴 도그마, 코돈, tRNA 가 나오는 부분에서 뼈문과스럽게 극강의 난이도를 느끼고 좌절할까 싶었으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죽죽 읽어내려가며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챕터 마무리 부분에서 이제까지 설명된 내용을 요약 정리해 주셔서 큰 흐름은 잡고 따라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히어로
감사합니다. 제가 원하는 것도 바로 그거예요. 생물학은 살짝, 문학은 좀 더 깊게.
화제로 지정된 대화
히어로
6월 24일 오늘은 제2부 '우리는 어떻게 다를까?' 중 제3장 '다양성'을 함께 읽고 나눕니다. 문학적으로는 스메르쟈꼬프와 그의 어머니인 백치 리자베타를 살펴봅니다. 표도르의 정식 아내도 아니었고, 실제 표도르가 리자베타를 성폭행하여 스메르쟈꼬프를 낳았는지도 작품 속에서는 명확하게 써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들 그렇게 보게 되지요. 법적으로는 그렇다쳐도 생물학적으로는 정식 아내인지 아닌지가 상관없습니다. 똑같은 것이지요. 스메르쟈꼬프는 결국 표도를 죽인 살인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살인은 스메르쟈꼬프만의 짓은 아니라고 우리는 생각하게 되지요. 아마 나머지 세 아들도 심적으로는 모두 가담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생물학적으로는 선천성 질환에 대해 살펴봅니다. 흔히들 선천성 질환이라면 유전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닌 경우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다운증후군이 있겠지요. 그들 부모는 다운증후군이 아니고, 다운증후군은 아이를 갖지 못하니까요. 이번에 이 차이를 숙지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장을 끝으로 생물학 렌즈로 표도르 가문을 살펴보는 건 끝을 맺습니다. 결국 카라마조프적인 그 무엇은 생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이라는 게, 싱겁지만 결론이랍니다^^ 그러나 저는 카라마조프를 인간이라고 읽는답니다. 이에 대해서 3부가 마련되었습니다. 내일부턴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수북강녕
아직 2부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간질-발작'으로 대표되는 카라마조프의 특징도 궁금했습니다
뮤지컬에서 공식적으로 '발작' 키워드를 대표하는 사람은 스메르이지만, 스메르의 어머니가 아닌 소피아 역시 발작을 자주 했음이 드러나고 어머니의 피(라고 쓰고 이제 이걸 DNA라 읽을지 유전자라 읽을지 망설여지네요)를 물려받은 알료샤(와 이반)도 발작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죠
뇌에 비정상적인 전류가 흘러 발작을 일으키는 것을 뇌전증, 간질이라고 하는데, 유전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확률이 낮다고 들었습니다 카라마조프가의 돈 DNA, 광대 DNA, 호색 DNA, 무정 DNA 외에도 간질 DNA도 궁금한 지점입니다
소리없이
저도 책을 읽을 때 이 부분이 꽤 흥미롭고 도스토옙스키가 인간을 그리려 했다면 이러한 특징으로 대변하고자 했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궁금했습니다.
히어로
알료샤가 간질이 있었나요? 저는 금시초문입니다만. 그리고 이반의 최후를 발작이라고 하니 새롭게 들립니다. 저는 그걸 간질과 연결시킨 적은 없거든요. 오히려 정신분열 쪽으로 생각했었어요. 아무튼 그걸 발작이라고 가정한다면, 공교롭게도 소피아를 의심할 수밖에 없죠. 그러나 스메르쟈꼬프는 간질이라고 분명하게 언급되죠. 그러면 백치인 리자베따를 의심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딱딱 맞게 해석이 된다고 해서 언제나 진실인 것은 아니예요. 과학은 검증과 재현가능성이 증명되어야 하거든요. 그러나 여기선 그렇게 할 수는 없으니 그렇게 생각해 보는 것만 해도 훌륭한 렌즈로 재해석하는 과정이 되겠습니다. 간질 DNA도 사실 넣을까 하다가 말았어요. 스메르쟈꼬프를 너무 겨냥하는 것 같아서 말이죠.^^
borumis
스메르와 알료샤의 어머니가 간질이 있었다고 나오지만 알료샤는 발작을 했는지 모르겠네요;; 어쩌면 뮤지컬에서만 그렇게 각색한 걸지도..
소리없이
표도르의 죽음은 각 등장인물 속에 숨겨졌던 사상들을 마침내 붉은 피처럼 선명하게 드러나게 만들어 저자의 메시지를 효과적이고 적나라하게 전달하는 통로가 되어 주었던 게 아닌가 한다.
『닮은 듯 다른 우리 - 유전자, 센트럴 도그마, 인간다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김영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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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지난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모임에서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기 전에는 까라마조프적이라는 말을 들을 때 사람들이 소설 속 인물의 특징적인 면을 부각하려고 만든 용어인 줄 알았는데 소설 속에 직접 이 말이 쓰여져 있는 것이 꽤 인상깊었습니다.
소리없이
도스토옙스키가 직접 언급을 한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까라마조프적이라는 것을 인간적이라고 해석하는 것에는 전반적으로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소설의 인물의 이름이 자신의 이름과 같은 표도르라는 것도 도스토옙스키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여러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흥미롭습니다.
히어로
카라마조프적 이라는 표현이 어느 장면에서 쓰였는지 조사해서 살펴보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이 책을 쓰면서 나름대로 샅샅이 뒤졌지만, 다 찾아내지는 못했겠죠. 그걸 다 찾아내고 모아서 읽어보면 도스토옙스키의 의도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이북 같은 거라면 쉽게 찾아낼 것 같네요. 독서모임에서 이 문장들을 모은 것만 같이 다시 읽고 해석해도 아주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소리없이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으면서는 제목의 유사성으로 인해 한때 재밌게 읽었던 요셉과 그 형제들이 떠올랐습니다. 좀 다른 맥락이기는 하지만 한 가계가 혹은 한 집단이 다양한 인간 세계의 집합체를 의미한다는 점 때문인지 마의 산도 떠올랐습니다.
borumis
실은 간질 유전자는 워낙 많아서 데이터베이스가 따로 있어요.
대표적인 게
https://github.com/bahlolab/genes4epilepsy
정신분열도 유전적 경향이 많지요. 남편 사촌 중 한 분이 정신분열증이 있어서 남편은 계속 자기도 혹시 발병하는 게 아닐까 젊은 시절 내내 걱정했다고 하네요. 저도 실은 아버지 조울증 등의 이유로 자식을 갖고 싶지 않았어요.
borumis
“ 단지 기독교의 하느님을 믿고 안 믿고의 차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이반이 생각하는 사랑과 알료샤가 생각하는 사랑이 각각 다르다는 점에 훨씬 중요한 차이가 존재할 것이다. 이반의 사랑은 추상적이다. 인류 전체를 사랑한다는 것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 이에 반하여 알료샤의 사랑은 구체적인 한 사람을 향한 실천적 사랑이다. ”
『닮은 듯 다른 우리 - 유전자, 센트럴 도그마, 인간다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60, 김영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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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혈통을 다룬 부분에서 이반과 알료샤를 이론적 사랑과 실천적 사랑으로 구분한 점이 전 흥미로웠어요. 안그래도 이 소설의 초반 2부 4장 '신심 약한 귀부인'도 이런 문제를 다루죠. 전 옥스포드 클래식 영문판으로 읽어서 한글로는 안 갖고 있는데 그 문장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the more I have detested people individually, the more passionately I have loved people in general.' 한글로는 어떻게 번역했을지 모르겠네요.
히어로
민음사 번역본에는 이렇게 되어 있답니다. "인류 전체를 더 많이 사랑하면 할수록, 개별적인 사람들, 즉 사람들 개개인은 점점 덜 사랑하게 된다" 주절과 종속절이 다르게 번역되어 있네요. 민음사 번역본이 러시아 원문에 가깝다고 하는 게 사실이라면 영어 번역 문장이 주절과 종속절을 바꾼 게 아닌가 싶어요. 한 사람을 향한 실천적인 사랑을 굉장히 중요하게 평가했답니다. 인류를 위한 사랑은 사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고요.
borumis
오, 그런가요? 찾아보니 Constance Garnett, David McDuff 영역도 그렇고 위의 Ignat Avsey 영역보다 더 러시아 원문에 가깝다보니 직역이 좀 심하다고 평가받는 Pevear & Volokhonsky 영역에 의하면 'it has always happened that the more I hate people individually, the more ardent becomes my love for humanity as a whole'이라고 나와 있었는데 한국어번역은 반대로 되어 있네요.. 한국어 번역이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 긴 한데.. 전 오히려 반대 어순이 좀더 위선적인 모순을 담은 Pavlovich에 대한 도스토옙스키 특유의 비아냥댐이 느껴졌어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인류를 위한 사랑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거나 아니면 자기 자신만을 향한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결국 그런 사람이 사랑하는 것은 자신이 내면에 품고 있는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추상적 idea를 사랑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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