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그런가요? 찾아보니 Constance Garnett, David McDuff 영역도 그렇고 위의 Ignat Avsey 영역보다 더 러시아 원문에 가깝다보니 직역이 좀 심하다고 평가받는 Pevear & Volokhonsky 영역에 의하면 'it has always happened that the more I hate people individually, the more ardent becomes my love for humanity as a whole'이라고 나와 있었는데 한국어번역은 반대로 되어 있네요.. 한국어 번역이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긴 한데.. 전 오히려 반대 어순이 좀더 위선적인 모순을 담은 의사에 대한 도스토옙스키 특유의 비아냥댐이 느껴졌어요.
맞습니다.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인류를 위한 사랑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거나 아니면 자기 자신만을 향한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결국 그런 사람이 사랑하는 것은 자신이 내면에 품고 있는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추상적 idea를 사랑하는 거니까요.
아.. 지금 보니까 제가 말한 부분의 앞쪽에 비슷한 문장이 있네요. I am amazed at myself: the more I love mankind in general, the less I love people in particular, that is, individually, as separate persons. 이건 한글 문장과 같은 순서네요.
카라마조프의 피
D-29

borumis

borumis
그리고 사랑도 그렇지만 증오나 편견도 실은 각각의 개별적 사람들을 접하지 않고 사람들을 한 그룹으로 뭉뚱그려서 생각하는 것에서 기원하고 (인종이든 성별이든 계급이든 국적이든) 더 심해지는 것을 보면 우리는 사람들이나 어떤 사실을 단순화해서 분류하는 것에서 오는 오류나 여파를 항상 경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히어로
맞아요. 개인의 다양성을 무시한 채 한 덩어리로 보는 순간 폭력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영어번역본으로도 읽어보면 의미가 있을 것 같네요. 멋지십니다.

borumis
전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 영어가 한국어보다 쉬워서 그래요^^;; 영어로도 Pevear & Volokhonsky 판은 좀 어려워서 Avsey 번역으로 다시 읽어봤구요;;; 대신 아직 한국어로는 못 읽어봤어요;; 지만지의 김정아 번역이 좋다고 하는데 비싸서ㅜㅜ 도서관에 들어오길 기다려봐야겠네요;;

히어로
저는 서른 중반에 미국 가서 11년간 살았는데 영어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ㅜㅜ 역시 어릴 때 배워야 하는 것 같아요. 그건 그렇고 영어로 읽을 때가 좀 더 의미가 뚜렷하게 느껴질 때가 있더라구요. 카라마조프는 꼭 영어로 읽어봐야겠어요. 어떤 책 추천이실까요?

borumis
러시아문학 원전에 가장 가까운 번역은 앞서 말했던 Pevear & Volokhonsky 부부의 공동번역인데요.. 저는 그 직역이 너무 껄끄러워서;;; 실은 다른 번역가들의 책으로 읽어보고 좀 아리까리할 때 P&V 번역을 참조해요..;;; 그나마 도스토옙스키는 P&V 번역으로 읽을만하지만.. 톨스토이는 오히려 가넷같은 의역이 많은 옛날 번역가가 더 느낌이 좋을 때도 있어서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히어로
이런, 제가 한 장을 빼먹고 왔었네요^^ 죄송합니다.
6월 26일 오늘은 제3부 '인간은 왜 특별할까?' 중 제1장 '가장 완전한 동물이라서?'를 함께 읽고 나눕니다. 1부에서 우린 서로 닮은 점을, 2부에서 서로 다른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인간의 특별함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인간은 특별할까요? 그렇다면 어떤 관점에서요? 생물학적으로 특별할까요? 진화적으로 우월할까요?
생물학적으로는 생물 분류도를 살펴봅니다. 사람은 진핵생물이고 척추동물이며 포유동물이고 영장류이며 대형 유인원이고 사람종에 속한답니다. 이 사실만 간단히 이해하시면서 지구상 모든 생물 중 사람이 어느 지점에 속하는지을 메타적으로 인지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꽃의요정
“ 생물학적 기본지식이 있다면 소수자를 더 깊고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다.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허무맹랑한 구분 따위에 휘둘리지 않고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근거에 기반을 두어 그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또 존중할 수 있다. ”
『닮은 듯 다른 우리 - 유전자, 센트럴 도그마, 인간다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10p, 김영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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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히어로
6월 27-28일은 제3부 '인간은 왜 특별할까?' 중 제2장 '가장 진화한 동물이라서?'를 함께 읽고 나눕니다. 인간은 가장 진화한 동물일까요? 이에 대한 답만 아셔도 아주 좋은 상식 하나 알게 되실 거랍니다^^ 더불어 진화라는 게 무엇인지 개념을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사회적으로 사용하는 진화랑 생물학적으로 사용하는 원래 의미의 진화랑 다르답니다. 이번 기회에 명확히 아시면 좋겠습니다. 다윈의 공통조상설도 알아두시면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소리없이
오늘 책읽기를 마쳤습니다.
책에서 언급된 <사람, 장소, 환대>, <그림자를 판 사나이>도 읽어 보고 싶어지네요.
여러 모로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히어로
두 책 모두 아주 좋은 책입니다. 시간 되면 꼭 읽어보셔요~

소리없이
네~ 책에서 제목을 읽은 직후 책 구해서 읽고 있는 중입니다. 모임 열어 주신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서이음
생업에 바빠 며칠 독서를 못했습니다. 뒤늦게 다시 읽기 시작합니다.
@히어로 님, 질문이 있습니다! XX나 XY염색체가 아닌, XXY 혹은 X염색체를 가진 희귀증후군에 속하는 사람들이 남자 천 명 당 한 명, 여자 2천~5천명 당 한 명꼴로 있다고 책에 써 있는데요, 이 확률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확률인가요? 혹은 생존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확률인가요?
저는 이런 증후군에 대해 대학 때 심리학 수업에서 처음 배웠고, 그분들이 나오는 비디오 영상을 봤었는데요, 당시 느낌이 너무 신기해서 지금까지도 기억이 생생해요. 25년쯤 전이니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도 지금보다 더 강해서였을까요. '와, 저 사람들은 정말 남자인지 여자인지 겉모습만으로는 전혀 모르겠다. 만약 누가 그를 보고 남자라고 하면 아, 남자구나. 그런데 되게 여자같다..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고, 같은 사람을 두고 여자라고 한다면 아, 여자구나. 그런데 되게 남자같네..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딱 이런 인상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희귀한 성염색체 관련 증후군이 매우매우 희박한 확률일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천명에 한 명이면 엄청 흔한 거 아닌가 해서요. 그 정도 생겨나지만 자연적으로 유산이 많이 된다는 그런 의미일까요? 아니면 주변에 흔히 있는데, 본인도 모르고 주변사람도 모르고 그런 건가요?? 제가 그때 비디오에서 본 분들은 정말 독특한 인상이라 도저히 모를 수가 없을 거 같았거든요...

borumis
아주 좋은 질문이신데요.. 실은 유전질환에 대한 빈도는 항상 완전히 정확하지는 않는 게 말씀 대로 생존해서 살아가는 사람에 따라 빈도가 바뀔 수 있기도 하고 또 생존과 상관없이 진단되고 발견되는 가능성 그리고 mosaicism 등의 복합적 기준에 따라 빈도가 차이 나기도 합니다. 터너신드롬 (X 염색체가 하나뿐인) 같은 경우 2000~3000 live birth 중 1명 꼴로 나타나는데요. 이 live birth는 모체 내에서 살아남아 태어난 경우를 말합니다. 하지만 터너증후군은 99% 정도가 태어나기 전에 자연적으로 유산됩니다. 반면 일단 태어난 이후에는 여러가지 건강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생존가능성이 높고요. 클라인펠터 또한 자연적 유산이 많지만 그나마 덜 자연유산되는 건지 아니면 더 자주 발생하는 건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좀더 빈도가 높아서 약 750-1000 live birth 중에 1명 정도인데요. 문제는 그렇게 많이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 진단이 안되고 모른 채로 살아갑니다. 사후에 발견한 경우도 꽤 있어요. 요즘에는 산전진단이나 불임치료 등으로 진단이 많이 늘어난 편이지만요.
아 그리고 아까 mosaicism도 말했지만 터너증후군도 클라인펠터증후군도 실은 다른 모든 유전질환이 발현되는 양상이 다 다릅니다. 환경의 영향도 있고 어떤 유전자가 어디서 부분적으로 작용하는지에 따라 다르기도 하구요. 예를 들어 클라인펠터 증후군은 겉으로 얼핏 보기엔 남자같은 표현형이지만 중에서도 아주아주 희귀한 경우는 SRY유전자라는 Y 염색체 위의 아주 작은 유전자가 음성이어서 같은 클라인펠터 증후군이어도 여성 표현형을 갖고 여성으로 살아가며 임신까지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실은 우리가 자폐증이든 다운신드롬이든 당뇨병이든 어떤 질환의 대표적인 케이스만 대충 알고 제한된 모습만 알고 있는 경우가 있지만 실은 어떤 질환은 케바케로 사람마다 매우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아래 논문은 SRY 음성 클라인펠터 증후군으로 딸을 가진 어머니에 대한 논문입니다.
https://pubmed.ncbi.nlm.nih.gov/11173857/
서이음
오...답변 감사합니다! 보르미스님의 설명을 듣고 보니, 생물학적 다양성을 이해하면 소수자에 대한 관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더 잘 와닿는 것 같아요!!

borumis
네.. 그리고 소수자 뿐만 아니라 단지 인간이 아닌 모든 생명체에 대한 생각도 더 확장되어요. 실은 저는 주변에서 다들 문과적성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진로검사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어릴적부터 엄마가 구독하는 National Geographic 잡지에서 동물 기사 읽는 걸 즐기고 고등학교 때 거기서 기생충에 대한 기사를 읽고 공생에 대해 새로운 관점이 생기면서 갑자기 엄마아빠한테 나 아프리카에 가서 기생충을 연구하고 싶다고 해서 둘다 식겁했는데.. 결국 막판에 다른 계기가 생겨서 기생충은 아니고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또 결국 나중에는 인간 유전자 뿐만 아니라 세균 유전자를 연구하게 되었는데요 (실은 기생충, 진균, 바이러스에 더 관심이 더 많았지만 한국 항균제 내성이 워낙 높아지면서 저희 대학/대학원 교수님들은 세균 쪽이 대세라;;그쪽을 추천해주시더라구요.. 그때는 메르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이었죠 하하) 세균이든 바이러스든 (아 근데 또 바이러스는 생물이 아니라고 하는 입장도 있지만;;) 엄청난 변이에 진화에 다양성을 거듭해서 단순히 진화의 빈도나 생존력 등으로 생각해보면 오히려 인간보다 더 월등하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요. 우리 세포 속의 미토콘드리아 등도 예전에는 따로 놀다가 세포 속에 기생하게 된 다른 별개의 유전자를 가진 생물이었고.. 여러가지 생물에 대해서 공부하게 되면 정말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인문학적으로도 다른 입장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서 전 작가님이 왜 공학도면서 문학도 좋아하시는지 알 것 같았어요. 저도 더 많은 글을 쓰고 싶지만 오늘까지만이라는 점이 아쉽네요.

히어로
상세한 답변 감사합니다^^

히어로
두 가지를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보통은 태어날 때 염색체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스스로 모른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러므로 대략적인 확률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특정한 외형적인 문제가 있으면 모를까 뭔가 몸이 이상할 때 우리도 염색체가 잘못되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잖아요. 우리 주위에도 존재한다는 거죠. 본인이 알든 모르든. 우린 이미 그런 분들을 여러 번 만났을 가능성이 많은 거죠.

수북강녕
“ 표도르가 퇴폐적인 호색한이라면 드미트리는 정열적인 호색한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중략) 도스토옙스키는 드미트리에게 표도르와 아젤라이다의 특징을 하나도 잃지 않고 잘 섞어서 고스란히 발현되도록 의도했던 것 같다. 그가 생물학에 대한 전문지식은 없었겠지만, 유전이라는 생물학적인 속성만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던 듯하다. 물론 성격이나 습성, 취항이나 정서 등이 몇 번 염색체에 어느 부분에 유전자 형태로 각인되어 있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지만 말이다. (중략) 방탕함과 음탕함, 그리고 낭만주의적인 습성을 보이는 사람은 카라마조프의 피가 흐르지 않아도 우리 주위에 이미 충분히 있지 않은가. 물론 도스토옙스키는 이런 것까지도 예상하고 소설을 구상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주위에 있는 표도르나 드미트리 같은 사람 안에 카라마조프적인 그 무엇, 즉 카라마조프의 피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넌지시 일깨워주고자 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카라마조프적'이라는 단어의 뜻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하고 생각해야 할 아주 중요한 사항일 것이다. p.102-103
이 갱생의 시나리오가 어쩌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표도르와 아젤라이다로부터 물려받은 카라마조프의 피의 저주로부터 해방 받고 구원을 얻는, 말하자면 생물학적인 유전의 불가피한 운명으로부터 벗어나는 사건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모로 보나 드미트리의 변화는 소설 전체를 압도하는 '카라마조프적'인 그 무엇에 저항하고 역행하는 의미인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p.104 ”
『닮은 듯 다른 우리 - 유전자, 센트럴 도그마, 인간다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p.102-103/104, 김영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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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강녕
주말에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를 다시 한 번 보았습니다 책을 읽고 가서인지, (이전 관극에선 살짝 급작스럽다고 느껴졌던) 드미트리의 갱생 장면이 크게 와닿았어요 관련하여 드미트리에게 솔로 넘버 2개를 부여한 연출님과 음악감독님의 그림도 이해가 되었고요
이 작품을 볼 때마다 "과연 누가 주인공?"인가 늘 생각해 보는데, 도스토옙스키가 우선 전반부는 드미트리를 주인공으로 썼고 미완성 후반부는 알료샤를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었다는 것이 이해되는 관극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허용된다'는 명제와 관련하여 이반과 스메르가 매우 돋보이는 인물이라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공연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요 (도스토옙스키의 다른 작품인 <악령>에서도 주인공이 스타브로긴인가 표트르인가, 그보단 실제로 스테판인가를 늘 생각해 보곤 합니다)
재관람에서 다시 눈여겨보았는데요, 뮤지컬에서는 알료샤가 간질 발작을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대화와 동작이 분명히 있고, 이반(<<<심지어 드미트리까지)도 오른손을 움켜쥐며 뭔가 뜻대로 되지 않는 신체의 뒤틀림 같은 것을 제어하려고 노력하는 동작이 등장합니다 극화하면서 의도한 부분일 거라고 @흰구름 님과 이야기 나누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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