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시지프 신화를 읽으려고 책장에 두고 있는데 기회가 되지 않아 아직 미루고 있네요. 제가 알기론 시지프 신화에는 생물학적인 부분이 안나와요. 신학적, 철학적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내용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다 읽고 알려주세요~
카라마조프의 피
D-29

히어로

꽃의요정
네, 생물학적인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고, 신학과 철학에 대한 주제를 머리 터지게 다룹니다(그래서 모임 멤버들의 머리도 다 터졌습니다). 카뮈는 정신적/육체적 자살에 대해 반대하면서도 키로프의 자살에 대해서는 납득하는 입장을 보여 주기도 하고요.
책 읽는 것 자체가 시시포스의 바위 굴리기 같은 여정이었습니다. 휴~

히어로
ㅋㅋㅋ 키릴로프의 죽음에 대해서는 정말 할 얘기가 많은 것 같아요. 인신론이란 사상이 말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은근히 매력적이라니까요^^ 그러나 키릴로프의 죽은 모습을 묘사하는 도스토옙스키의 문장에서 그의 죽음이 어떤 궁극적인 의미를 띠는지는 우린 이미 알고 있죠. 무의미함, 무가치함을 폭로하는 듯하니까요.

소리없이
“ 번역 과정을 거치고 단백질 접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단백질도 상황에 따라 다른 옷을 입으면서 다른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수정 과정은 가장 고등동물이라고 여겨졌던 인간의 유전자 숫자가 인간 게놈 프로젝트 이전에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타 동물들의 유전자 숫자보다 많지 않았다는 놀라운 사실에 대한 하나의 설명이 된다. 가장 복잡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인간의 다양성은 단지 유전자 숫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나의 유전자가 하나의 단백질을 만들지라도 그 단백질을 이런저런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생명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하나의 중요한 사실이 되는 것이다. ”
『닮은 듯 다른 우리 - 유전자, 센트럴 도그마, 인간다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김영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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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같은 유전자로 만들어진 같은 단백질이더라도 번역 후 수정 과정으로 이렇게까지 다양하게 역할을 한다면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받았다고 해서 부모와 자녀가 유사성을 보이는 것이 도리어 불가능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을 잘못 이해한 것일지요?

borumis
물론 번역 후 수정이 중요하고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부모에서 물려받은 유전자가 하드웨어라면 번역 후 수정 과정은 소프트웨어랄까요? Fine-tuning이 되고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본바탕이 되는 하드웨어 또한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죠. 유전학이나 생물학은 어디까지 모 아니면 도 이런 이분법적이고 결정적인 '결론'으로 생각하기보다 끊임없이 계속 상호작용하며 역동적으로 영향을 서로 주며 진화하는 '진행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게 나을 거에요.

히어로
우와 멋진 대답입니다^^

소리없이
오! 친절한 말씀 감사합니다!!

히어로
네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어요. 반 쯤은 사실이기도 하고요. 수정이라는 건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수정이 잘 안 되면 부모와 자녀 사이의 차이가 날 확률이 생기지만, 수정이 잘 되면 오히려 부모의 유전자가 그대로 자녀에게로 가게 되겠죠.

소리없이
“ 방탕함과 음탕함, 그리고 낭만주의적인 습성을 보이는 사람은 카라마조프의 피가 흐르지 않아도 우리 주위에 이미 충분히 있지 않은가. 물론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런 것까지도 예상하고 소설을 구성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주위에 있는 표도르나 드미트리 같은 사람 안에 카라마조프적인 그 무엇, 즉 카라마조프의 피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넌지시 일깨워주고자 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카라마조프적’이라는 단어의 뜻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하고 생각해야 할 아주 중요한 사항일 것이다. ”
『닮은 듯 다른 우리 - 유전자, 센트럴 도그마, 인간다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김영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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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 이 갱생의 시나리오가 어쩌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표도르와 아젤라이다로부터 물려받은 카라마조프의 피의 저주로부터 해방받고 구원을 얻는, 말하자면 생물학적인 유전의 불가피한 운명으로부터 벗어나는 사건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보나 드미트리의 변화는 소설 전체를 압도하는 ‘카라마조프적’인 그 무엇에 저항하고 역행하는 의미인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
『닮은 듯 다른 우리 - 유전자, 센트럴 도그마, 인간다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김영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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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 생물학적인 기본지식이 있다면 소수자를 더 깊고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다.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허무맹랑한 구분 따위에 휘둘리지 않고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근거에 기반을 두어 그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또 존중할 수 있다. ”
『닮은 듯 다른 우리 - 유전자, 센트럴 도그마, 인간다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김영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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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강녕
“ - 프롤로그 -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 일상은 꽤 많은 궁금증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안타까운 점은 대부분의 궁금증이 답 없이 궁금증 자체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미 이렇게 '답 없는 궁금증'에 익숙해져 버린 게 아닌가 싶다. 생물학자로서 나는 이런 '답 없는 궁금증' 해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답이 있으면 답을 말하고, 정확한 답이 없으면 '최선의 설명'에 다가갈 수 있는 단서나 힌트를 제공하려고 했다. (중략) 이 책은 과학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 과학만큼 큰 비중으로 문학을 다룬다. 때로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가 가득한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우리의 생물학 여행에 훌륭한 파트너가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p.10-11
이런 고민을 담아 3부 인간의 특별함을 다룬 부분에서는 서로 다른 두 권의 책을 통해 생물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 권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이라는 현대문학 소설이고, 또 다른 한 권은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라는 인문서적이다.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생물학에 기초한 인간의 특별함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나는 인간의 특별함을 우월함이 아닌 인간다움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았는데, 이것은 개인적으로 이 책을 쓰며 가장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된다. p.15 ”
『닮은 듯 다른 우리 - 유전자, 센트럴 도그마, 인간다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p.10-11/15, 김영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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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강녕
“ - 나는 누굴 닮았을까 -
생물학적으로 이 소설을 살펴보면 대단히 흥미로운 지점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이 소설 속에서는 여러 번 '카라마조프적'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마치 카라마조프의 피가 흐르는 사람, 즉 아버지 표도르를 포함하여 네 아들의 피에 어떤 공통된 속성이 흐르는 것 같은 인상을 풍기는 표현이다. 여기서 문학적 수사인 '피'는 생물학적으로는 '유전'을 의미하고, 분자생물학적으로는 'DNA'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카라마조프라는 유전자가 DNA 상에 존재할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카라마조프 가문에 흐르는 공통된 습성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인지 차차 살펴보려고 한다. p.24
정자와 난자가 생성되는 과정인 생식세포 분열은 체세포 분열과는 목적이 전혀 다르다. 체세포 분열의 목적은 중식이다. 세포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생식세포 분열의 목적은 증식이 아닌 유전정보 전달이다. 다시 말해, 유전정보가 담긴 DNA를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매개체가 바로 생식세포인 셈이다. 그 목적을 달서하지 못하면 생식세포는 폐기된다. p.28-29
이제 우리는 모든 인간의 첫 시작인 수정란이 물리적인 관점에서는 엄마의 난자가 훨씬 더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부피는 물론 핵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모두 엄마의 것이기 때문에 자녀는 아빠보다 엄마를 더 닮게 되는 것일까? (중략)
'카라마조프적'이라는 표현의 의미를 카라마조프가에 흐르는 그 무엇, 소위 '유전'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카라마조프가에서 대를 이으며 전해지는 DNA일 것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라는 소설의 맥락에서 이 DNA 는 곧 아버지 표도르의 정자 안에 들어있던 DNA이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그 DNA 만이 아버지로부터 네 아들들에게 공통적으로 전달 된 유일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장차 네 아들이 될 수정란의 탄생에는 표도르의 DNA만 존재했던 게 아니라 그의 세 아내의 DNA와 세포질 전부, 즉 핵만 제공한 정자와는 달리 난자의 경우는 세포 전체가 사용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과연 우린 '카라마조프적'이라는 표현을 표도르의 DNA만으로 해석하는 입장을 고집할 수 있을까? 표도르의 DNA와 일대일로 완벽하게 짝을 이룰 난자의 DNA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말일까? 표도르의 DNA는 다른 DNA보다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갖기라고 했단 말일까? p.33
공교롭게도 네 아들의 어머니는 한 명이 아니라 세 명이다. 네 아들이 같은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면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가정의 형과 동생 관계로 이해하면 쉬울 텐데, 그리고 네 아들의 어머니가 차라리 모두 다르다면 또 한편으론 이해하기가 한결 간편할 텐데 말이다. p.35-36 ”
『닮은 듯 다른 우리 - 유전자, 센트럴 도그마, 인간다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p.24/28-29/33/35-36, 김영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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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강녕
조금 늦게 읽기 시작해 부지런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생물학적 지식이나 관심이 덜한 저로서는 아무래도 카라마조프를 비롯해 도스토옙스키나 다른 문학들과 관련한 여러 상념을 떠올리며 읽게 되네요 ㅎㅎ
아빠는 한 명인데 엄마가 세 명, 그리고 아들이 네 명이라는 조합이 상당히 애매하고도 흥미롭습니다 우리가 함께 본 뮤 지컬에서도 아빠와 엄마가 같은 유일한 페어, 이반과 알료샤가 아빠에게 학대받던 엄마를 기억하며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 있었는데요, 두 형제가 처음엔 같았지만 이후에 알료샤는 신을 따르고 이반은 자신의 생각을 따르며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고 이야기했었죠
한편 떠오르는 또 다른 사례가 있어요 바로 조선시대 임금들입니다 중전, 희빈, 숙원을 비롯한 수많은 처첩 비빈과 상궁, 무수리에 이르기까지 숱한 아내들과 그들에게서 태어난 수십 명의 자녀들을 지녔던 그 가족의 유전적 조합과 특징은 어땠을까 싶어요 카라마조프적으로는 존속살인 1건만 발생했지만, 형제의 난 같은 경우 아버지나 형제, 배다른 어머니와 친척들을 수없이 죽인 역사가 겹쳐지네요

borumis
저도 그게 신기했어요. 이반과 알료샤는 어머니가 같았지만 어머니와 함께 한 나이대가 다르죠. 태아일 때는 몇 주 차이도 큰 차이가 나타나고 어릴 적에는 한두살 차이라고 해도 큰 차이가 보이듯 어머니와 함께 보낸 시기가 차이를 보이면서 그 영향도 다르게 나타날 것 같아요. 게다가 어머니는 신앙심이 깊고 순수한 반면 아버지는 사악함의 대표.. 둘이 아이를 가지면 어떻게 될 지 마치 문학적 상상 속에서 발달심리학적 실험을 한 것 같기도 합니다.

히어로
언제나 표현형은 유전과 환경의 조합으로 해석해야 안전하다고 배웠어요. 이반과 알료샤는 같은 부모를 가지지만,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달라졌다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겠지요.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예요. 왜냐하면 같은 부모와 같은 환경에서 자라난 첫째와 둘째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는 경우도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 않나요? 사람은 유전과 환경을 초월하는 고유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borumis
ㅎㅎㅎ 맞아요. 저도 남동생과 전혀 다른 성격이라.. 대학교 때 uniparental disomy, variable expressivity, incomplete penetrance 등 여러가지 유전학적 기전을 배우고나서 유전이 다가 아니라는 것의 이론을 배우긴 했지만 그 전에도 엄마가 농담으로 '넌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라고 한 말을 의심해보기도 했어요.ㅋ

히어로
ㅋㅋㅋ 그 다리 가설 정말 유명한 썰이죠. 아마 어마어마한 사람들의 기원이 그 다리일 것 같아요. 어디 있는 다리인지 참... ㅋㅋㅋ

히어로
네 생물학 책인데 생물학을 가능한 배제하고 이 모임을 진행하려니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네요^^ 상념 좋습니다. 그런 걸 마음껏 나누려고 이 모임방을 연 것이기도 하니까요. ㅋㅋ 맞아요. 말씀하신 조선시대 임금들과 그들의 아내들, 첩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카라마조프 가는 양반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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