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사 책 낭독 (모닝독서 1시간) 제4회: 강대진 외 지음, <고전의 고전>

D-29
그루잠님의 대화: 오늘 처음 참여했는데, 참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챕터1에 대한 글도 참 감사합니다. 챕터1을 읽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쉬움을 쓰신 부분에 대해서 저 역시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18쪽에서, 아킬레우스가 전장에서 이탈한 것을 "깊은 분노와 자기연민"이라고 표현한 것이 다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자기를 향한 동정심이 이탈의 이유라니..) 다만, 분노와 동정심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특히나 소중한 벗 파트로클로스를 잃은 아킬레우스와 가장 아끼는 자식 헥토르를 잃은 프리아모스가 만나 화해하는 장면에 집중한 것이 참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말씀 주신 것처럼, 그 동정심이 일리아스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시선이라는 점에서는 저 역시 의문스럽기는 합니다. 마지막 부분의 분석론을 비판하며 단일론을 주장하는 내용에 대한 님의 글을 보면서 생각해 보았는데요. 저자의 관점으로 보려면 일정 부분들이 편집 및 가필되었다고 보는 것이 불가할 듯도 합니다. 아가멤논을 향한 아킬레우스의 분노와 헥토르를 향한 아킬레우스의 분노가 동정심이라는 하나의 주제 안에서 이어지려면 한 저자의 작품이어야만 한다고 볼 수밖에 없을 듯도 합니다. 책 속에서 마지막에 이 논의에 대한 내용을 넣는 것이 "동정심"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이어진 일리아스를 말하는 측면에서는 꼭 필요하다고 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저 저의 짧은 생각입니다^^) 주신 글 너무 감사합니다. 챕터1을 읽고 그냥 지나쳤는데 더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주셔서 너무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루잠 함께 해주셔서 반갑고 감사합니다. 😊 정성어린 코멘트도요! 언젠간 이준석 선생님의 디른 글도 읽어보면서 좀더 고민해보고 싶어지더라구요. 어제 오늘 읽은 1-2장은 호메로스를 흥미롭게 소개받은 느낌이었어요. 다음 장부터 이어지는 그리스 비극에도 재밌게 다가가보고자 합니다!
이준석 선생님이 쓰신 제2장은 <일리아스> 맨 앞의 네권(제1-4권) 텔레마코스 이야기에 관한 챕터이다. 방대한 <일리아스> 중에서도 서두가 되는 이 부분에 관해 그간 학자들이 그다지 강조하지 않았나보다. 일리아스 전체의 주제인 오디세우스의 '이승 귀환'을 뒷받침하는 매우 중요한 핵심이자 예비가 된다는 저자의 견해에 설득이 되었다.
강대진 선생님이 쓰신 제3-4장은 그리스 비극 작품 오레스테이아와 엘렉트라를 다룬다. 제3장의 전반부는 그리스 비극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입문자에게 도움이 되는 유용한 소개를 모두 담아놓았다. 저자가 설명해주는 그리스 비극 읽기의 틀 안에서 오레스테이아 3부작을 따라가볼 수 있다. 수치 계산으로만 따지면 3600편이나 되는 전체 비극 작품 중에서 오늘날 현존하는 것이 단 33편 뿐이고 이것이 오로지 아테네의 것일 뿐이라는 점도 흥미로웠고, 그렇기에 33편을 다 읽어보고 싶다는 도전 정신도 괜스레 싹튼다. 읽으면서 의문이 들었던 부분은 배우에 관한 설명이었다. 한 작품에 많아봐야 3명의 배우가 출연하기 때문에 주인공을 제외하고는(아가멤논의 경우 클뤼타임네스트라) 나머지 인물들을 배우들이 가면을 바꿔가며 연기했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이유야 있었겠지만 다소 비효율적인 방식이었던 것 같은 데다가, 저자 강대진 선생님이 이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하시는데 (특히 96, 99-100쪽) 이 3부작에서 어떤 의미를 지닌다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좀 과장해서 읽어 보자면, 아가멤논이 귀국하여 집으로 들어갈 때 밟고 가도록 클뤼타임네스트라가 깔아둔 검붉은 카펫이 마치 그 집안의 오래된 살해'들'을 다층적으로 상징하는 것처럼, 한 배우가 다양한 배역의 다층적인 입장들을 연기하는 것에서도 그러한 비극'들'이 실상 하나의 비극으로 수렴한다는 의미라고 보아도 될지 모르겠다.
하인은 외칩니다, '죽은 사람들이 산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 이 대목에서 우리는 '죽은 사람들'이라는 복수 형태에 주목해야 합니다.
고전의 고전 - 서양 고전학자들이 들려주는 문사철 탄생의 순간 10 제3장. 강대진, <오레스테이아> 아이스퀼로스, 113쪽, 강대진 외 지음
오레스테스가 죽는 장면을 이렇게 화려하고 아름답게 그려놓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오레스테스가 한편으로 영광을 얻으면서, 다른 한편 일종의 '죽음'을 맞으리라는 암시 아닐까요?
고전의 고전 - 서양 고전학자들이 들려주는 문사철 탄생의 순간 10 제4장 <엘렉트라> 144쪽, 강대진 외 지음
확실히 그리스 비극에는 인간의 깊은 감정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다. 특히 오늘날에도 인기가 많은 오레스테이아 3부작이 말그대로 여전히 인기가 많은 이유는 잔혹한 복수심과 살해, 거기서 오는 극적인 승리감과 어두운 비애의 감정이라는 '아이러니'가 우리 인간의 공감을 사기 때문일 것이다. 언니 엘렉트라가 동생 크리소테미스가 진실을 말하는 것을 한심하게, 딱하게 여기는 상황의 '비극적 아이러니'(147-150쪽), 그리고 아이기스토스가 시신의 천을 걷어내는 순간 모든 사건의 전말을 깨닫게 되는 대목(152-3쪽) 등은 문학 작품이 독자의 감성을 어루만지는 절정의 장면이 아닐까.
에우리피데스는 관객의 몰입을 방해해 현실 인식과 세계 변혁을 유도하는 전략을 브레히트의 이론보다 2,500여 년 전에 실천했다. 그의 작품은 비극이 아니라 희비극, 멜로드라마로 불러야 한다는 제안이 있을 만큼, 전통적 비극의 틀을 의도적으로 해체한다. 니체는 에우리피데스가 비극을 몰락시켰다고 비판했지만, 저자 강대진은 이를 에우리피데스의 체계적인 전략으로 재해석한다. 그의 작품에서 감동을 찾기보다 그 현대성과 급진성, '포스트모더니즘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도 역시 독자가 그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분명치 않지만..
에우리피데스는 독자가 이야기에 몰입하지 못하게 자꾸 신경을 분산시키는 작가입니다. 어려운 말로는, 중심이 없다는 점에서 거의 '포스트모던'한 해체적인 작품입니다.
고전의 고전 - 서양 고전학자들이 들려주는 문사철 탄생의 순간 10 제4장, 강대진 "<엘렉트라> 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데스" 156-157쪽, 강대진 외 지음
희생 짐승의 가슴 부위를 좀 더 크게 가르고 더 자세히 보려는 순간, 오레스테스가 뒤에서 그를 쳐 죽였습니다. 살해 장면도 자못 자세히 묘사됩니다. 큰 칼로 목덜미를 내리쳐서 척추가 부서지고, 희생자는 버둥대고 헐떡이다가 피투성이로 죽었다는 것입니다. (...) 엘렉트라는 시체를 향해 조롱을 퍼붓습니다. 그리스 비극 사상 가장 추악한 연설이라는 평을 듣는 대목입니다.
고전의 고전 - 서양 고전학자들이 들려주는 문사철 탄생의 순간 10 제4장, 강대진 "<엘렉트라> 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데스" 185쪽, 강대진 외 지음
이 작품은 맨 마지막까지도 감정을 차단하고 분산시킵니다. 예상했던 대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고 계속 뜻밖의 사건이 이어집니다. 주인공도 다른 데서 보던 전형적 인물이 아닙니다. 관객들의 시선을 중심 흐름에서 벗어나게 하고, 계속 토 론과 설명이 등장하며 이야기에 몰입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천재의 작품입니다. 여기서는 감동을 찾지 말고 에우리피데스가 얼마나 현대적인지 보아야 합니다. 말하자면 구슬을 쭉 꿰어서 목걸이처럼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입니다. 그런데 이제 현대에 이르러 그 목걸이의 끈을 끊고, 구슬을 부숴서 구슬의 깨진 한쪽 면이 반짝이는 순간을 즐기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에우리피데스가 그런 경향의 시조입니다.
고전의 고전 - 서양 고전학자들이 들려주는 문사철 탄생의 순간 10 제4장, 강대진 "<엘렉트라> 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데스" 189쪽, 강대진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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