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마지막 항해

D-29
완독을 약 15시간 앞두고, 채팅이 먼저 돛을 내렸습니다 . 그러나 항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남은 사흘, 마지막 세 장을 천천히 읽어 피쿼드호의 끝까지 함께 가겠습니다.
와 다행이에요. 분명 종료까지 시간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3일 동안 이어서 읽고 이야기하면 되는 건가요?
저도요,, 너무 아쉬웠는데 반가워요!!
이게 무슨 일입니까.. ㅋㅋㅋ 퇴근하고 밤새서라도 읽고 나누려했는데 그믐 규정을 이제서야 아네요.
안녕하세요. 전 이미 읽은 책인데 저도 참여해도 되나요?
네, 그럼요. 반가워요. 마지막 장을 끝마치는 중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도 인생책이라 함께 하고 싶네요.
네, 반가워요. 이미 여러 번 재독하신 분들이 부럽습니다. 저는 이번에 초독을 시작하며 에이해브 선장과 첫 대면을 하게 되었습니다. 보름만에 읽느라 힘들었지만 뿌듯하네요. 먼저 3장 끝마치도록 하죠. 이미 마치셨겠지만 이곳에 문장과 해석을 남기고 종종 찾아 보도록 해요. 그리고 또 읽고 싶으신 책들 남겨주시면 같이 또 읽을까요. 이번엔 다른 분이 모임지기를 해주시면 좋겠어요. 혹 이번 3일 동안은 서설님이 모임지기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맘대로 정했습니다.ㅋㅋ
하 ㅋㅋㅋ 맘대로 하세요. 뭐 전 그대로 끝까지 읽겠습니다. 아니 다들 완독하셨겠지만 정리들 하죠.
에이해브는 과연 에이해브인가? 이 팔을 들어 올리는 건 나인가, 신인가, 아니면 누구인가? 우리는 저기 양묘기처럼 이 세상에서 빙빙 돌고, 그걸 돌리는 나무 지레는 바로 운명이다.
모비 딕 - 하 132. 교향곡,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 하지만 위대한 태양도 스스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하늘의 심부름꾼에 불과하다면, 단 하나의 별도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서만 회전할 수 있다면, 이 작은 심장은 어떻게 고동치고 이 작은 뇌는 어떻게 생각이라는 걸 하는가? 신이 고동치고 생각하고 삶을 살아가는 것이지, 내가 아니다. 하늘에 맹세코, " 에이해브가 평생을 싸워온 '자유의지'와 '절대적 운명' 사이의 모순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순간입니다. 과연 내 삶의 주인은 나인가, 운명의 손길인가? 저도 오늘도 고민하고 있는 중이에요. 감히.
내가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면 황량한 고독이었네. 선장의 일이란 돌담을 두른 성벽 도시처럼 배타적이라, 성 바깥 푸른 시골의 동정심이 들어올 여지가 거의 없어.
모비 딕 - 하 132. 교향곡,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늘 광기에 가득 차 소리치던 에이해브가 처음으로 스타벅에게 털어놓는 솔직한 '인간적 외로움'이죠. 복수의 가면 뒤에 숨겨진 노인의 쓸쓸한 독백이에요.
작년에 쓰던 낫이 반쯤 벤 풀밭에 던져진 채 녹스는 것처럼 초록빛 벌판에서 녹처럼 자는 거야. 스타벅!
모비 딕 - 하 132. 교향곡,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안데스 산비탈 아래 어딘가에서 건초를 만들고 풀을 베던 사람들은 갓 베어 낸 풀들 사이에서 잠을 잘 거야, 스타벅. 잠을 잔다고? 그래, 아무리 힘들게 일해도 결국에는 다들 벌판에서 자니까. 잠을 자? 그래 ... " 피비린내 나는 바다 한복판에서 에이해브가 꿈꾸는 평화로운 육지의 삶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푸른 벌판에 버려져 녹슬어가는 낫의 이미지는, 결국 파멸을 향해 가느라 평범한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스러져갈 에이해브 자신의 운명을 서정적으로 은유하는거죠.
132장, 괴물의 가면을 벗은 인간 에이해브의 눈물 바다는 마치 하늘과 연주를 하듯 감미롭고 웅장한 풍경을 자아내고, 이 기적 같은 날씨 속에서 에이해브 선장은 평생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사람다운 눈물을 떨구죠. 그리고 부선장 스타벅에게 자신의 고독을 고백해요. 그는 고향에 두고 온 젊은 아내와 어린 아들을 떠올리며, 자신이 왜 이 차가운 바다에서 평범한 행복을 버린 채 낫처럼 녹슬어가야 하는지 회한에 잠깁니다. 하지만 스타벅이 "지금 당장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애원하는 그 순간, 에이해브는 다시 눈을 번쩍 뜨며 거대한 운명의 벽을 체감합니다.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줄 알았는데, 실은 '운명'이라는 거대한 지레가 나를 돌리고 있다는 깨달음. 에이해브는 결국 구원의 밧줄을 뻗는 스타벅의 눈을 외면하고, 다시 바다 너머 어두운 악마적 분신, 페달라의 눈을 응시합니다.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닫아버린 셈이에요. 지독한줄만 알았던 에이해브가 던지는 서글픈 인간적 고뇌와 "에이해브는 과연 에이해브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에이해브는 자기가 모비딕을 쫓는 게 아니라, 우주가 창조되기 전부터 짜인 어떤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일 뿐이라고 고백하는 거잖아요. 하늘의 심부름꾼, 나무 지레 라고 여기선 표현했구요. 자신이 신에게 도전하는 거대하고 주체적인 영웅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 순간에 자신을 '운명의 부하'라고 스스로 말하는 부분이 기억나요. 우리 삶도 내 의지라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거대한 흐름에 떠밀려 가는 건 아닐까 하는 무력감도 들고요.
좋은 말씀 들으니 생각을 이리저리 해보게 되네요.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읽었어요. 에이해브가 정말 운명의 꼭두각시일까요? 아니면 운명이라는 핑계 뒤로 도망치는 것은 아닌지.. 사르트르 같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말하는 자기기만, Bad faith 이 떠올랐습니다. 에이해브는 지금 스타벅의 간절한 눈빛을 보며 마음이 흔들렸고, 고향의 아내와 아이에게 돌아갈 수 있는 '선택권, 자유의지가 분명히 자신에게 있다는 걸 직감한 거죠. 하지만 그 선택을 받아들이는 순간,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온 복수의 항해가 전부 틀린 선택이 되어버리잖아요. 그 무거운 책임감을 감당할 수 없으니, 오히려 "이건 내 의지가 아니라 10억 년 전부터 정해진 운명이야. 그러니 난 멈출 수 없어"라며 자신의 선택을 운명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비겁한 인간의 방어기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와 두 분 말씀 들으니 132장의 텍스트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요. @잔해 님의 '자기기만'이라는 해석을 들으니, 에이해브가 스타벅에게 말한 '초록빛 벌판에서 녹슬어가는 낫'의 비유가 다르게 다가오네요. 에이해브가 정말 영혼 없는 꼭두각시거나 완벽하게 미친 괴물이었다면, 굳이 육지의 평화로운 삶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릴 필요가 없었겠죠. 그는 자신이 무엇을 버리고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는지 완벽하게 알고 있는 인간인 거예요. 따뜻한 인간성, 가족, 평화를 품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차가운 악마적 복수심을 선택해야만 하는 그 모순. 멜빌은 제목을 왜 하필 교향곡(Symphony)이라고 했을까요? 어울릴 수 없는 '인간 에이해브'와 '괴물 에이해브'의 두 마음이 한 몸에서 부딪치며 내는 비극적인 불협화음, 그 자체가 교향곡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서설 님 '불협화음의 교향곡'이라는 표현 소름 돋네요... @잔해 님 말씀대로 에이해브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운명을 핑계 댄 것일 수도 있겠군요. 그럼 에이해브가 던진 질문, "에이해브는 과연 에이해브인가?"라는 말은 결국 "나는 내 삶의 진짜 주인으로서 행동하고 있는가, 아니면 내가 만들어낸 집착의 노예로서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으로 치환되네요. 소설 속 선장의 독백이 아니라, 우리에게 비추는 거울로 느껴져요
오 세 분의 대화를 들으니 더 깊이 이해가 되요. 에이해브의 눈물을 '자기기만'과 '불협화음의 교향곡'이란 해석 짱입니다! 에이해브가 '운명의 피해자'인지 아니면 '집착을 운명이라 믿는 선택자'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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