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우로페를 납치해서 우아한 뿔에 매달고 헤엄치는, 흰 황소로 변한 제우스라도, 곁눈질로 그녀에게 뜨거운 추파를 보내며 크레타 섬에 마련한 사랑의 보금자리를 향해 황홀한 속도로 달려가는 최고의 신 제우스라도!
저토록 거룩하게 헤엄치는 찬란한 흰 고래를 능가하지는 못했다.
”
『모비 딕 - 하』 133. 추격 - 첫째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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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모서리
흰 황소로 변한 제우스와 에우로페 신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는 페니키아의 공주 '에우로페(Europe)'를 유혹하기 위해 눈부시게 하얗고 아름다운 황소로 변신했다 해요. 에우로페가 그 아름다움에 반해 황소의 뿔에 올라타자, 제우스는 그 녀를 태우고 바다를 가로질러 크레타 섬으로 납치해 갔다고 해요.
- 이 에우로페의 이름에서 '유럽'이라는 지명이 유래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매혹적인 신의 변신마저도 찬란한 흰 고래를 능가하지는 못했다라며 모비딕을 신화적 존재 이상의 절대적이고 거룩한 신성으로 격상시킵니다. 처음 등장한 모비딕은 괴물이 아니라, 범접할 수 없는 자연으로 묘사되요.
kontentree
평온한, 매혹적일 정도로 평온한, 오, 고래여! 지금껏 그런 식으로 무수한 사람을 현혹하여 파멸시켰으면서도 여전히 너를 처음 보는 이들의 눈앞에서 미끄러지듯 수면을 가르는 고래여.
『모비 딕 - 하』 133. 추격 - 첫째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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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tentree
피쿼드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모비딕과 첫 대면을 했죠. 처음 모습은 그리스 신화 속 매혹적인 장면을 압도하며 등장합니다. 하지만 곧 본색을 드러낸 폭력적인 모습을 암시하죠.
kontentree
놈은 보트 밑에서 문이 열린 대리석 무덤처럼 번득이는 아가리를 쩍 벌렸다.
흰 고래는 그런 식으로 잔인한 고양이가 생쥐를 다루듯 삼나무로 만든 가벼운 보트를 흔들어 댔다.
『모비 딕 - 하』 133. 추격 - 첫째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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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tentree
자연의 '매혹적인 이중성'을 보여주는 문장
경이로움 ➡️ 공포
모비딕은 처음에 '터키 양탄자'나 '한낮의 초원' 같은 눈부신 평화로움으로 등장하지만, 순식간에 보트를 부수며 '대리석 무덤'과 '잔인한 고양이'로 돌변합니다. 자연이 가진 매혹적이면서도 냉혹한 이중성을 가장 문학적으로 보여주죠.
매혹적이기에 더 잔인한 파멸의 덫 같습니다.
그 아가리( 죄송합니다. 본문을 살릴 수 밖에 없네요^^) 속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에이해브는 자신을 걱정하는 선원들을 밀쳐내며 이렇게 말해요.
" 에이해브는 지구에 사는 몇백만 명 속에 홀로 서 있다. 그의 주변에는 신도 인간도 없어! 추워, 춥구나. 몸이 덜덜 떨린다."
서설
그 금화는 내 거야. 애초부터 내 것이 될 운명이었어. 나뿐이야. 너희들은 아무도 저 흰 고래를 제일 먼저 발견할 수 없었을 거야
『모비 딕 - 하』 133. 추격 - 첫째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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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
'자기기만' 토론을 확증하죠
에이해브가 고래를 최초로 목격하고 박수치며 금화를 챙기는 장면입니다. 앞서 우리가 토론한 운명이라는 핑계 뒤로 도망치는 심리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자기가 기어코 먼저 찾아내 투사하려 했으면서, 그것을 애초에 내 운명이었다고 외치는 집착과 확증 편향을 보여주네요.
renee
자기 암시와 추동력, 비슷한 말인것은 같아요.
에이해브는 지금 미쳐버릴 것 같은 고독과 두려움 속에 있습니다. 바로 앞, 132장 교향곡에서 스타벅스의 눈을 보며 고향과 가족을 떠올리고 내가 왜 이 잿빛 머리카락을 가지고 이런 고생을 하나 하며 흔들렸던 노인입니다.
그런 그가 다시 복수극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는 이건 내가 선택한 미친 짓이 아니라, 거역할 수 없는 우주의 운명이다라는 자기 암시가 필요했을거고 도망치기 위한 핑계라기보다 무너져가는 의지를 세워 사투로 나아가게 만드는 추동력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