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마지막 항해

D-29
에이해브의 그 장엄한 오만과 폭주가 휩쓸고 간 자리에, 멜빌이 오직 이스마엘 한 사람만을 관을 태워 살려둔 이유를 이제야 깨닫게 되네요. 에이해브처럼 우주의 냉혹한 진실을 힘으로 지배하고 정복하려는 오만은 결국 공동체 전체를 파멸로 이끌 뿐입니다. 멜빌은 에이해브의 죽음을 통해 그것을 보여준 뒤, 이스마엘이라는 생존자를 통해 진짜 삶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이해할 수 없는 우주의 비밀과 부조리를 억지로 부수려 하지 않고, 그 신비, 퀴퀘그의 부표에 몸을 맡긴 채 살아남아 기록하는 자가 되는 것. 에이해브라는 거인을 넘어서 어떻게 삶이란 바다에서 자멸하지 않고 이스마엘처럼 살아남을 것인가를 묻는 데 있었던 게 아닐까요.
에이해브의 폭주와 오만을 완벽히 해체한 셈이죠. 우리가 ㅋㅋㅋㅋ 다음, 반드시 던져야 할 철학적 질문은 "그래서, 에이해브가 그렇게 장엄하게 자멸한 뒤 바다에는 무엇이 남았는가?
에이해브라는 거인을 통해 오만과 파멸을 보여준 뒤, 소설의 맨 마지막 장에서 피쿼드호의 모든 인간을 바다 밑으로 침몰시키죠. 그리고 단 한 사람, 이스마엘만을 살려둡니다. 학계에서는 이를 에이해브의 대척점에 선 인간의 또 다른 실존 방식으로 분석해요. 에이해브는 우주의 무의미함, 흰 고래을 견디지 못해 그것을 정복하고 파괴하고 자멸했어요. 반면 이스마엘은 우주의 거대한 비밀과 냉혹함을 인정하고, 그 무의미한 바다 위를 그저 '둥둥 떠다니며, 부유하며 받아들였죠. 멜빌의 진짜 의도는 에이해브의 그 장엄한 폭주를 찬양하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주를 지배하려 드는 에이해브의 방식은 반드시 파멸하지만, 우주의 거대함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살아남는 이스마엘의 방식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이고 하는거죠.
전 이스마엘도 바다에 남았고 부표도 남았죠. 그래서 그 퀴퀘그의 관, Coffin이 상징하는게 있다고 봐요 무엇을 타고 살아남았는지 철학적으로 주목해야 한다는 거죠. 그는 다름 아닌 야만인 친구 퀴퀘그가 죽음을 대비해 짜두었던 '관(Coffin)'을 타고 살아남았습니다. 죽음의 도구가 생명의 도구로 되었다. 정말 놀랍죠. 본래 죽은 시체를 담는 '관'이었던 것이, 배가 침몰하자 이스마엘의 목숨을 구하는 '구명부표'가 되고, 또 그 관 표면에는 퀴퀘그가 온몸에 새겼던 '우주의 비밀을 담은 상형문자'가 그대로 조각되어 있었어요. 정작 퀴퀘그 자신도, 에이해브도 그 문자의 뜻을 풀지 못했구요.
아, 기가 막히네요. 멜빌의 천재성! 에이해브는 우주의 비밀, 상형문자를 억지로 해독하고 지배하려다가 그 비밀의 무게에 눌려 죽었지만, 이스마엘은 그 이해할 수 없는 우주의 비밀, 관을 온전히 껴안고 의지한거네요! 그래서 살았고!!! 구조되었죠.
영웅과 폭군이라는 에이해브의 두 얼굴을 넘어 살아남은 자 이스마엘과 우주의 신비. 모두 의견 나눠주셔서 깊이있는 통찰에 이르렀어요. 이미 완독들 해주셨지만 그래도 표현들을 좀 더 살펴보죠.
나약한 자가 일생에 나누어 겪는다는 가벼운 고통을 위대한 자는 한 번의 깊은 고통으로 응축시키고 짧은 시간에 비우지만, 신의 뜻이라면 순간순간의 강렬함을 축적하여 평생을 고뇌한다.
모비 딕 - 하 133. 추격 - 첫째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작가인 멜빌이 에이해브라는 파멸해 가는 노인을 왜 위대한 존재로 규정하는지 설명해줘요. 평범한 인간들은 평생 나누어 겪을 고통을 한 몸에 응축해 안고 신에게 대항하는 에이해브의 비극적 위대함을 보여줘요.
도덕적 '선(Good)'이 아닌, 존재의 '질량(Magnitude)'으로서의 위대함. 문학 비평에서 에이해브를 '위대한 존재'라고 부를 때, 이는 도덕적으로 훌륭하거나 올바르다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19세기 낭만주의 문학과 그리스 비극에서 말하는 위대함은 '존재와 에너지의 총량'을 의미합니다. 평범한 인간들은 고통이 찾아오면 일생에 걸쳐 조금씩 나누어 겪으며 희석시킵니다. 고통을 견뎌내기 위해 타협하고, 잊어버리고, 무뎌지는 방식을 택하죠. 덕분에 생존하지만, 존재는 평범하고 작아집니다. 반면 에이해브는 고래에게 다리를 잘린 고통, 신에게 버림받은 모욕을 타협하거나 희석하기를 거부했습니다. 그는 그 거대한 고통을 내면에 고스란히 남겨두고 핵분열하듯 압축했습니다. 비평가들은 이를 '고뇌의 질량화'라고 부릅니다. 이 구절은 그가 착해서 위대한 게 아니라, 일반인이라면 이미 멘탈이 부서져 죽었을 거대한 고통의 압력을 단 하나의 자아(Ego)로 버텨내고 있다는 점에서 '위대하다(Grand)'고 규정하는 것이에요.
신(우주)과 대등해지기 위한 '자격 조건' 철학적으로 볼 때, 인간이 선도 악도 없는 냉혹한 우주(모비 딕)나 절대자(신)에게 맞서려면 그에 걸맞은 명분과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인간이라는 미미한 피조물이 어떻게 신에게 대항할수 있겠습니까? 멜빌은 그 에너지가 바로 '순간순간의 강렬함을 축적하여 평생을 채운 고뇌'라고 말합니다. 에이해브는 자신이 겪은 개인적 불행을 인류 전체가 직면한 부조리한 운명의 고통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즉, "내가 이 압축된 고통을 느끼고 있는 한, 나는 신에게 고통받는 단순한 피험자가 아니라 신과 일대일로 맞짱을 뜨는 대등한 적수다"라는 선언입니다. 이 구절이 에이해브의 폭주에 '장엄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철학적 기둥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앞선 결론이죠. 독선과 참혹함말이에요. 그것과 연결고리가 있어요. 진짜 비평적 지점은 바로 이 구절이 에이해브가 왜 괴물 같은 독재자가 되었는가까지 동시에 설명해줘요. 에이해브는 자신의 고통을 위대한 자의 응축된 고뇌라고 생각하는 순간, 스타벅스나 다른 선원들이 가진 평범한 고통, 가족에 대한 그리움, 생존에 대한 공포를 나약한 자들이나 겪는 가벼운 고통으로 격하하고 경멸하게 됩니다. 너희들의 자잘한 고통은 내 거대한 고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영웅적 자아도취가 시작돠는 것이죠. 그를 신에게 맞서는 위대한 영웅으로 만들어주는 동시에,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을 하찮게 여기고 사지로 몰고 가는 잔인한 폭군으로 만드는 양면을 관통하지요.
에이해브를 면죄부 주는 문장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고통을 타협 없이 극단으로 압축했을 때 도달하는 숭고한 높이, 위대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 위대함에 도취된 인간이 얼마나 무섭게 타인을 소외시키는가, 비극이죠.. 를 선언하는 복선이네요.
한번 확인하고 넘어가고 싶어요. 그 위대함은 에이해브 자신만의 평가가 아닌 객관성을 갖는 것인지요. 이 답이 불멸의 고전으로 가르는 갈림길 같아서요.
에이해브가 방구석에서 혼자 난 위대해라고 외친 게 아니라,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관찰자인 이스마엘이 그의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뇌의 무거운 질량과 카리스마를 목격하고 숭배한 것입니다. 텍스트 자체가 그의 위대함을 공인하고 있어요.
에이해브의 위대함 혹은 광기죠 이것은 피쿼드호 선원 전체의 영혼을 집어삼키고 자신과 동기화시킬 만큼 실제적 힘을 가졌어요. 이성적인 1등 항해사 스타벅스마저도 에이해브의 눈빛과 말 한마디에 압도당해 자기도 모르게 복종하구요. 에이해브는 단순한 미치광이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이 도달할 수 있는 의지력(Willpower)의 극치를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신과 자연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다른 인간들은 지레 겁먹고 타협할 때, 홀로 끝까지 눈을 부릅뜨고 대등하게 맞서는 그 영적인 Scale로 주변을 압도하는 것이에요.
"그의 온몸에서는 청동으로 주조한 고대 로마의 조각상 같은 위엄이 풍겼다. 그는 모든 인간적인 슬픔의 왕관을 쓴 비극적 제왕이었다.
모비 딕 - 하 애이해브의 묘사,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이스마엘이 목격하고 증언하는 위대함 만약 에이해브가 혼자만 미쳐 날뛰는 노인이었다면, 옆에서 지켜보는 이스마엘은 그를 비웃거나 한심하게 바라봤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스마엘은 에이해브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압도당하며 그를 이렇게 묘사했죠.
여기서 문학 이론인 '숭고(The Sublime)'의 미학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아요. 현대 철학이나 미학에서 에이해브의 위대함을 설명할 때 에드먼드 버크나 칸트의 '숭고(Sublime)' 개념을 가져옵니다. 숭고란 단순히 '아름답고 착한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두렵고, 파괴적인 대상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소름 끼치는 장엄함을 뜻합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에이해브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를 향해 작살을 치켜들고 "너는 나를 태울 수는 있어도, 굴복시킬 수는 없다!"라고 외칩니다. 현실의 도덕적 잣대로 보면 미친 범죄적 폭주가 맞지만, 존재론적 관점에서 보면 우주의 거대한 자연법칙과 1대 1로 맞짱을 뜨는 인간의 모습은 공포를 자아내는 동시에 기괴할 정도로 장엄한 '숭고함'을 획득합니다. 학자들이 그를 '위대하다'고 인정하는 이유가 바로 이 숭고미 때문입니다.
결국 에이해브의 위대함은 혼자만의 자아도취가 아니에요. 멜빌은 "이 인간이 벌이는 짓은 끔찍한 파멸의 범죄가 맞다. 하지만 이 인간이 가진 영혼의 크기와 신에게 들이받는 의지의 장엄함만큼은 인류 역사상 그 누구보다 거대하다"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던 거라 생각되요.
그의 위대함은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라, 그 끔찍한 폭주 속에서도 스타벅스를 무릎 꿇리고 번개와 맞서 싸우며 증명해 낸 '실존하는 장엄함'이었다. 그래서 그의 파멸이 단순한 사고사가 아니라 거대한 '비극'이 되는 것이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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