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들 잘 들었어요. 저도 미처 알지 못한 방향으로 생각하게 해주시고 계세요. 와!
에이해브의 외침이 들리는 듯해요.
지구의 양극이 무역풍을 곧게 밀어가듯, 내 영혼의 고정축, 양극이 내 파멸의 항해를 곧게 밀고 간다. 나는 이 거대한 우주의 법칙에 나의 파멸을 완전히 동기화하겠다!"
에이해브에게 양극은 단순한 지리적 위치가 아니네요. 자기 영혼을 지옥 끝까지 밀고 가는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 의지의 푯대이다.. 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모비딕 마지막 항해
D-29

kontentree
잔해
에이해브가 신이 아니라 양극에 대고 맹세하는 장면은 좀 심하죠. 그는 인간적인 온기나 도덕적 이성을 상실했어요.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는 차가운 얼음 덩어리인 양극처럼, 자신의 마음을 타인의 고통에서 완전히 얼려버리겠다는 독재자의 이해안되는 주장으로 솔직히 들리긴 합니다. 철학적인 비평들은 물론 반대하는게 아니구요.
여섯모서리
잔해 님의 해석에 멜빌이 부여한 미학적 장엄함을 조금만 생각해 주세요. 에이해브가 양극을 부르는 것은, 자신의 복수가 일시적인 감정적 분노가 아니라 우주의 자전축만큼이나 거대하고 필연적인 법칙의 수행임을 선언한다고 해야하나.. 알아요 저도 너무 거창한거요. 그래도 달리 설명할 길이.. 인간의 의지가 우주의 물리적 법칙과 동격을 이루는 이 순간, 에이해브는 그리스 비극의 제왕을 넘어 하나의 우주적 현상이 될 수 있기에 그런 의도로 설정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가 질문하고, 주장하네요. ㅋㅋㅋㅋ

kontentree
뒤틀린 틈새에서 이끼가 자라다니. 내 머리엔 비바람이 남긴 녹색 얼룩 같은 건 없지! 인간과 물질의 세월에는 이런 차이가 있네. 죽은 나무가 모든 면에서 살아 있는 내 살보다 낫다
『모비 딕 - 하』 135. 추격 - 셋째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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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tentree
유기적 자연 vs 메마른 광기
에이해브는 부러진 돛대 틈새에서 자라난 '녹색 이끼'를 보며 충격을 받습니다. 죽은 나무, 물질은 비바람을 맞으면 이끼라는 새로운 생명을 피워내며 자연과 순환하지만, 에이해브의 육체와 머리, 인간의 세월은 비바람을 맞을수록 오직 메마르고, 굳어지고, 불모화될 뿐입니다. 자연은 죽음 속에서도 재생하지만, 광기에 사로잡힌 인간은 살아있으나 안에서부터 죽어간다는 실존적 단절을 말해요.
renee
유기적 자연은 비바람 속에서 이끼라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며 우주와 순환하지만, 에이해브의 육체는 고착화된 증오로 인해 불모의 상태로 치닫고 그는 살아있으나 사실상 물질보다 못한 영적 사체네요.
영혼의너그러움
"그럼 놈이 나를 추격하고 있겠군. 내가 놈을 추격하는 게 아니라."
생태적 불모성이 정신분석학적으로 봐야 할 지점이 바로 "놈이 나를 추격하고 있겠군"이라는 주객전도의 순간입니다.
헤겔의 주노 변증법처럼, 에이해브는 자신이 능동적 사냥꾼, 주체인 줄 알았으나, 사실은 모비 딕이라는 절대적 타자가 쳐놓은 운명의 궤적에 종속된 수동적 피사체, 객체였음을 자각한 것이에요. 주체성의 분열이자 붕괴죠.
여섯모서리
파도야, 두드려라, 못을 박아라! 네놈들의 머리까지 때려 박아라! 하지만 뚜껑이 없는 것을 박고 있구나. 관도...내 것이 될 수 없다.
오직 삼밧줄만이 나를 죽일 수 있으니까!
『모비 딕 - 하』 134. 추격 - 셋째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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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모서리
에이해브는 배를 때리는 파도를 향해 비웃습니다. 그는 페달라의 예언, 오직 삼밧줄만을 신봉해요. 자연의 위협에 대한 조롱은, 결국 자기가 던진 작살 밧줄에 목이 감겨 죽음으로써 아이러니로 완성되어요.
여섯모서리
하지만 그 자각이 에이해브를 나약하게 만들지는 않아요. 그는 자신이 추격당하고 있음을, 파도가 "뚜껑 없는 관에 못질"을 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물마루에 선 파도처럼 솟구칩니다. 니체가 말한 아모르 파티의 극치. 자신이 부서질 파도임을 직감하면서도 가장 높은 정점을 향해 돌진하는 비극적 초인의 숭고함이 여기에 있죠.
잔해
에이해브의 광기를 미화하는 경향도 있죠. 초인적 자아의 실체는 결국 전체주의적 독재이에요. 선원들을 향해 "너희들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내 팔이며 내 다리다"라고 말하기도 해요. 그는 타인의 개별적 실존과 윤리적 책임감을 흡수하여 자신의 수족으로 도구화하죠. 이성적 사유를 접고 순수한 충동에만 몸을 맡긴 독재자가 공동체를 파멸로 이끄는 전형적인 파시즘입니다.
잔해
내 가 놈을 앞지른 건가? 어떻게 추월을 했을까? 그럼 놈이 나를 추격하고 있겠군. 내가 놈을 추격하는 게 아니라. 좋지 않아.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모비 딕 - 하』 134. 추격 - 셋째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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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
주체와 객체의 붕괴 - 헤겔의 주노 변증법
에이해브는 소설 내내 자신을 능동적인 사냥꾼, 주체 로, 모비 딕을 수동적인 사냥감, 객체로 설정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고래를 지나쳐왔음을 깨닫는 순간, 공간적·존재론적 위치가 뒤바뀝니다. 고래가 자신을 쫓아오고 있다는 공포는, 권력을 쥔 주인이 사실은 노예에게 종속되어 있었다는 실존적 자각입니다.
미메시스적 욕망과 괴물과의 동화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네가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너를 들여다본다"고 했습니다.
에이해브는 자신이 고래를 쫓는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모비 딕이라는 거대한 심연이 설계한 거미줄, 항로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던 거라 할 수 있어요.

서설
인간의 오만이 깨지는 순간이죠. 복수라는 명분 하에 자유의지로 항해하고 있다고 믿었던 에이해브의 모든 행위가, 사실은 사냥감의 거대한 입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수동적 끌려감 이었음을

서설
"신이여 우리를 지켜 주소서.
하지만 내 몸속의 뼈는 이미 축축해져서 겉이 아닌 안쪽에서 살을 적신다.
그의 명령에 따르는 건 신을 거역하는 게 아닐까.
『모비 딕 - 하』 134 추격 - 셋째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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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
‘축축해진 뼈’의 신체 비평 Somatic Criticism
스타벅스의 공포는 단순히 정신적인 것이 아니에요. 멜빌은 이를 "뼈가 안쪽에서부터 살을 적신다"라는 신체적 은유로 표현해요.
외적 조건, 바다, 폭풍 이 아니라, 에이해브의 광기에 전염되어 내면에서부터 영혼과 육체가 썩어 들어가고 있음을 표현한거죠.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과 도덕적 패러독스
스타벅스는 선량하고 이성적인 기독교인입니다. 그런 그가 맞이한 종교적·윤리적 모순은 합법적인 권력, 선장의 명령 에 순종하는 행위가, 어떻게 가장 거대한 악, 신을 거역하는 것이 되는가?입니다.
맹목적인 순종과 시스템에 대한 순응이 어떻게 인간을 영적 파멸로 이끄는지 보여줘요.

kontentree
스타벅스는 에이해브를 쏠 수 있는 기회가 123장 머스킷총 에서 있었음에도 법과 질서라는 도덕적 관습 때문에 총을 내려놓았어요.
그러나 그가 깨달은 진실은, 악당의 명령에 복종하는 방관자 역시 신의 뜻을 거역하는 공범일 뿐이라는 회한이죠.
잔해
에이해브의 내가 추격당하고 있다 는 자각과 스타벅스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죄악 이라는 고백은 정확히 맞물려 있습니다.
피쿼드호라는 사회 시스템 전체가 가짜 주체인 에이해브의 광기에 속아 파멸로 가고 있었아요.
특히 스타벅스의 '축축해진 뼈'는 부당한 권력을 알면서도 저항하지 못하고 시스템의 노예로 남은 지식인의 정신적 부패를 보여주는 징표죠. 그는 도덕적 나침반이 있었음에도 방관함으로써 에이해브보다 더 큰 죄로도 볼 수 있을 듯 해요.
여섯모서리
조금 정형화일 수도요. 에이해브가 고래에게 추격당하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의 그 우주적 전율을 보세요. 그는 자신이 사냥감으로 전락했음을 직감하면서도 항해를 멈추지 않아요. 이것이 바로 비극적 초인의 면모입니다. 또한 스타벅스의 공포는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에이해브라는 거대한 블랙홀 같은 의지, Willpower 앞에 선 평범한 인간이 느낄 수밖에 없는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중입니다. 두 사람 모두 운명에 걸린 실존들이라 생각합니다.
renee
에이해브는 자신이 추격자라는 마지막 이성적 착각마저 빼앗긴 채 운명으로 들어가고 있고, 스타벅스는 선량한 복종이 도리어 자신을 안에서부터 무너뜨리는 중이었음을 깨닫네요. 멜빌은 결전을 앞두고 이 두 사람의 내면을 완전히 벗김으로써,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깊은 고독과 도덕적 마비를 같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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