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적 존재로서의 고래
멜빌은 모비 딕을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밀턴의 실락원에 나오는 '타락한 천사 Fallen Angel '로 묘사합니다.
인간들이 꽂아 넣은 작살들이 몸속에서 녹슬어 가며 괴로워하는 고래의 모습은, 인간의 악의와 증오를 온몸으로 짊어진 우주적 존재의 장엄함.
고래는 악당이 아니라, 인간의 추악한 도전을 받아내고 있는 신화적 그림이라 생각해요.
모비딕 마지막 항해
D-29
잔해
잔해
그럴 수 없을 땐 죽는 건 에이해브만으로 충분하다... 보트에서 제일 먼저 뛰어내리는 자가 있다면, 그자에게 작살을 던지겠다. 너희들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내 팔이며 내 다리다.
『모비 딕 - 하』 135. 추격 - 셋째 날. ,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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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
그는 선원들을 도망치지 못하게 위협하며 생명과 영혼을 지워버리고, 오직 자신의 복수를 수행할 도구로 여기는 한나 아렌트가 말한 전체주의적 지배의 문학적 은유입니다.
영혼의너그러움
이를 드러내고 웃는 고래야, 나도 웃어 주마!
그래 봐야 곰팡내 진동하고 소금에 잔뜩 절여진 죽음이겠지만.
오, 플래스크, 죽기 전에 빨간 버찌를 한 알만 먹고 죽었으면!
『모비 딕 - 하』 135. 추격 - 셋째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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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너그러움
세 가지 인간 군상이 맞이하는 죽음의 태도
멜빌은 에이해브, 스터브, 플래스크의 죽음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며 인간이 허무 앞에 취할 수 있는 태도를 나열합니다.
알베르 카뮈가 말한 부조리한 영웅의 냉소적 미학입니다. 스터브와 플래스크는 에이해브처럼 거창하게 신을 저주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 죽음이 고작 소금에 절여진 곰팡내 나는 허무 임을 알기에, 고래를 향해 같이 비웃어주고 '버찌 한 알'이라는 사소한 물질적 욕망을 품으며 죽어요. 거대한 비극을 희극으로 맞는 인간의 유머이죠.

kontentree
배가 완전히 파괴되는 순간 멜빌은 하급 선원들과 에이해브의 최후를 극단적으로 대비시키죠.
이들의 죽음의 태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여섯모서리
"나는 너를 향해 돌진하고 끝까지 너와 맞붙어 싸우리라. 지옥 한복판에서라도 너를 향해 작살을 던지고..."
에이해브는 "태양에 등을 돌린다"고 선언하며 우주의 도덕 질서와 신의 세계로부터 떠닙니다. "인생 최고의 슬픔 속에 인생 최고의 위대함이 있다"는 유언은, 우주가 자신을 파괴할 수는 있어도 자기 안의 불꽃 같은 의지만은 끝내 정복하지 못했다는 영웅적 자긍심의 완성이에요. 프로메테우스적 자아입니다.
잔해
반면 스터브와 플래스크의 최후는 지독하게 세속적이고 냉소적입니다.
여섯모서리
나는 태양에 등을 돌린다. 고독한 삶의 고독한 죽음! 인생 최고의 슬픔 속에 위대함이 있다. 모두 파괴할 뿐 정복하지 않는 고래여, 어느 것도 내 것일 수 없으니, 창을 받아라!
『모비 딕 - 하』 135. 추격 - 셋째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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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
모비 딕은 선장님을 노리는 게 아니에요. 미친 듯이 놈을 노린 건 선장님, 당신이라고요!
『모비 딕 - 하』 135. 추격 - 세번째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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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
스타벅스가 외치는 이 소설 전체의 가장 큰 진실입니다. 인간은 자연 재해나 운명의 가혹함을 마주할 때 "우주가 나를 벌한다"며 의미를 부여하지만, 실상 우주는 인간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에이해브가 싸우는 괴물은 고래의 모습을 한 '자기 자신의 광기'일 뿐임을 말하죠.
잔해
천상의 새는 대천사처럼 비명을 지르며
깃발에 싸인 채 그의 배와 함께...
그 배는 악마처럼 천상의 생명 한 조각을 끌어다 투구처럼 쓰고서야 지옥으로 가라앉으려는 모양이었다.
『모비 딕 - 하』 135. 추격 - 셋재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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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
타슈테고가 물에 잠기는 돛대에 끝까지 깃발을 못 박을 때, 우연히 날아들던 바다새가 함께 못 박혀 수장됩니다.
이 대천사는 무고한 생명입니다. 광기는 자신들의 파멸로 끝나지 않고, 순수하고 거룩한 존재까지 함께 데리고 가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어요.
renee
에이해브는 순결한 자연의 생명까지 투구처럼 쓰고 죽음으로 갑니다. 권력의 파괴력은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네요.
그리고 그 모든 혼돈 뒤에 오는 마지막 문장은 침묵을 선사해요. 바다는 5천 년 전 태초의 모습 그대로, 인간의 눈물과 증오를 기억하지 않은 채 무심히 굽이칩니다. 코스믹 니힐리즘 Cosmic Nihilism 입니다.
renee
이제 작은 바닷새들이 아직도 입을 다물지 않은 심연 위에서 울부짖으며 날아다녔고, 이윽고 모든 것이 무너졌고,
바다라는 광대한 수의는 5천 년 전에 그런 것처럼 쉬지 않고 굽이쳤다
『모비 딕 - 하』 135. 추격 - 셋째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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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ee
리셋. 피쿼드호가 침몰하고 에이해브가 지옥을 외쳐댔음에도, 바다는 5천 년 전 태초의 모습 그대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무심히 출렁입니다.
인간의 서사, 증오, 눈물, 광기가 자연이라는 광대한 수의 Shroud 밑으로 몇 초 만에 소멸해 버리는 허무를 말해요.
renee
궁극의 구원론입니다. 이스마엘은 친구 퀴퀘그의 관, Death 을 붙잡고 살아남습니다. 죽음의 상징이 생명의 뗏목이 되는 이 아이러니는, 에이해브처럼 증오로 들이받는 자는 죽고, 타인의 죽음, 관 을 포용하고 기억하는 자, 이스마엘 만이 살아남는다는 멜빌의 마지막 메시지입니다. 또한 자식을 잃은 슬픔에 헤매던 레이철호가 고아, 이스마엘 를 건져 올리는 대목은, 상실과 상실이 만나 서로를 치유하는 연대를 암시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잔해
몸을 구부려 엉킨 밧줄을 풀었지만, 고리 진 밧줄이 날아가면서 그의 목을 휘감았고...
아무 소리도 없이 선원들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보트에서 튕겨 나가 깊은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모비 딕 - 하』 135. 추격 - 셋째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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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
그토록 거창하게 우주를 저주하던 에이해브의 죽음은 황당할 정도로 침묵, Silence 과 우연, Chance 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는 고래의 이마에 받쳐 죽은 게 아니라, 자기가 던진 작살 밧줄에 목이 감겨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조용히 끌려 들어갔습니다. 인간의 그럴듯한 서사를 단숨에 지워버리는 자연의 허무주의적 냉소가 씁쓸하죠.
renee
떨어져 나온 관 같은 구명부표가 부력 덕분에 솟구쳐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레이철호였는데, 잃어버린 아이들을 찾기 위해 왔던 길을 더듬어 올라가다가 엉뚱한 고아를 발견한 셈이었다.
『모비 딕 - 하』 135. 추격 - 셋째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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