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인간 군상이 맞이하는 죽음의 태도
멜빌은 에이해브, 스터브, 플래스크의 죽음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며 인간이 허무 앞에 취할 수 있는 태도를 나열합니다.
알베르 카뮈가 말한 부조리한 영웅의 냉소적 미학입니다. 스터브와 플래스크는 에이해브처럼 거창하게 신을 저주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 죽음이 고작 소금에 절여진 곰팡내 나는 허무 임을 알기에, 고래를 향해 같이 비웃어주고 '버찌 한 알'이라는 사소한 물질적 욕망을 품으며 죽어요. 거대한 비극을 희극으로 맞는 인간의 유머이죠.
모비딕 마지막 항해
D-29
영혼의너그러움

kontentree
배가 완전히 파괴되는 순간 멜빌은 하급 선원들과 에이해브의 최후를 극단적으로 대비시키죠.
이들의 죽음의 태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여섯모서리
"나는 너를 향해 돌진하고 끝까지 너와 맞붙어 싸우리라. 지옥 한복판에서라도 너를 향해 작살을 던지고..."
에이해브는 "태양에 등을 돌린다"고 선언하며 우주의 도덕 질서와 신의 세계로부터 떠닙니다. "인생 최고의 슬픔 속에 인생 최고의 위대함이 있다"는 유언은, 우주가 자신을 파괴할 수는 있어도 자기 안의 불꽃 같은 의지만은 끝내 정복하지 못했다는 영웅적 자긍심의 완성이에요. 프로메테우스적 자아입니다.
잔해
반면 스터브와 플래스크의 최후는 지독하게 세속적이고 냉소적입니다.
여섯모서리
나는 태양에 등을 돌린다. 고독한 삶의 고독한 죽음! 인생 최고의 슬픔 속에 위대함이 있다. 모두 파괴할 뿐 정복하지 않는 고래여, 어느 것도 내 것일 수 없으니, 창을 받아라!
『모비 딕 - 하』 135. 추격 - 셋째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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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
모비 딕은 선장님을 노리는 게 아니에요. 미친 듯이 놈을 노린 건 선장님, 당신이라고요!
『모비 딕 - 하』 135. 추격 - 세번째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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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
스타벅스가 외치는 이 소설 전체의 가장 큰 진실입니다. 인간은 자연 재해나 운명의 가혹함을 마주할 때 "우주가 나를 벌한다"며 의미를 부여하지만, 실상 우주는 인간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에이해브가 싸우는 괴물은 고래의 모습을 한 '자기 자신의 광기'일 뿐임을 말하죠.
잔해
천상의 새는 대천사처럼 비명을 지르며
깃발에 싸인 채 그의 배와 함께...
그 배는 악마처럼 천상의 생명 한 조각을 끌어다 투구처럼 쓰고서야 지옥으로 가라앉으려는 모양이었다.
『모비 딕 - 하』 135. 추격 - 셋재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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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
타슈테고가 물에 잠기는 돛대에 끝까지 깃발을 못 박을 때, 우연히 날아들던 바다새가 함께 못 박혀 수장됩니다.
이 대천사는 무고한 생명입니다. 광기는 자신들의 파멸로 끝나지 않고, 순수하고 거룩한 존재까지 함께 데리고 가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어요.
renee
에이해브는 순결한 자연의 생명까지 투구처럼 쓰고 죽음으로 갑니다. 권력의 파괴력은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네요.
그리고 그 모든 혼돈 뒤에 오는 마지막 문장은 침묵을 선사해요. 바다는 5천 년 전 태초의 모습 그대로, 인간의 눈물과 증오를 기억하지 않은 채 무심히 굽이칩니다. 코스믹 니힐리즘 Cosmic Nihilism 입니다.
renee
이제 작은 바닷새들이 아직도 입을 다물지 않은 심연 위에서 울부짖으며 날아다녔고, 이윽고 모든 것이 무너졌고,
바다라는 광대한 수의는 5천 년 전에 그런 것처럼 쉬지 않고 굽이쳤다
『모비 딕 - 하』 135. 추격 - 셋째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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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ee
리셋. 피쿼드호가 침몰하고 에이해브가 지옥을 외쳐댔음에도, 바다는 5천 년 전 태초의 모습 그대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무심히 출렁입니다.
인간의 서사, 증오, 눈물, 광기가 자연이라는 광대한 수의 Shroud 밑으로 몇 초 만에 소멸해 버리는 허무를 말해요.
renee
궁극의 구원론입니다. 이스마엘은 친구 퀴퀘그의 관, Death 을 붙잡고 살아남습니다. 죽음의 상징이 생명의 뗏목이 되는 이 아이러니는, 에이해브처 럼 증오로 들이받는 자는 죽고, 타인의 죽음, 관 을 포용하고 기억하는 자, 이스마엘 만이 살아남는다는 멜빌의 마지막 메시지입니다. 또한 자식을 잃은 슬픔에 헤매던 레이철호가 고아, 이스마엘 를 건져 올리는 대목은, 상실과 상실이 만나 서로를 치유하는 연대를 암시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잔해
몸을 구부려 엉킨 밧줄을 풀었지만, 고리 진 밧줄이 날아가면서 그의 목을 휘감았고...
아무 소리도 없이 선원들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보트에서 튕겨 나가 깊은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모비 딕 - 하』 135. 추격 - 셋째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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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
그토록 거창하게 우주를 저주하던 에이해브의 죽음은 황당할 정도로 침묵, Silence 과 우연, Chance 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는 고래의 이마에 받쳐 죽은 게 아니라, 자기가 던진 작살 밧줄에 목이 감겨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조용히 끌려 들어갔습니다. 인간의 그럴듯한 서사를 단숨에 지워버리는 자연의 허무주의적 냉소가 씁쓸하죠.
renee
떨어져 나온 관 같은 구명부표가 부력 덕분에 솟구쳐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레이철호였는데, 잃어버린 아이들을 찾기 위해 왔던 길을 더듬어 올라가다가 엉뚱한 고아를 발견한 셈이었다.
『모비 딕 - 하』 135. 추격 - 셋째 날.,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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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tentree
죽음의 관에서 피어난 부활, 그리고 구원
"저만 가까스로 살아남아서 이렇게 말씀드리러 왔습니다."
모두가 죽고 이스마엘만 살아남아 욥기로 증언을 시작합니다. 그를 살린 것은 야만인 친구 퀴퀘그가 새겨놓은 우주의 비밀이 적힌 '관, Coffin'이었습니다. 죽음의 상징인 관이 유일한 생명의 뗏목, 구명부표 이 되는 역설. 에이해브처럼 증오한 자들은 모두 죽고, 타인의 죽음과 영혼을 포용하고 기억하는 자, 이스마엘 만이 살아남는다는 멜빌의 최종 구원론입니다.
마지막에 그를 건져 올린 배는 자식을 잃고 헤매던 레이철호입니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 같은 배가 고아, 이스마엘 를 구하는 이 마지막 문장은, 상실이 서로를 구원하는 연대의 미학이죠.
이렇게 드디어 비극의 막이 내립니다.. 정말 수고하셨고 뿌듯합니다. 축하드릴 정도로 정말 열심히 공부하셨어요.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잔해
에이해브의 마지막은 비참한 자멸이네요. 선원들을 선동해 수장시켜 놓고, 자신은 유언 한 마디 못 남긴 채 밧줄에 목이 감겨 끌려 들어갔지요. 스터브와 플래스크의 '버찌를 먹고 싶다'는 소박한 허무주의가 오히려 에이해브의 그 가짜 장엄함보다 훨씬 솔직하고 인간적입니다.
여섯모서리
멜빌이 구축한 '비극적 숭고'를 오독할 수도 있겠어요.
에이해브의 죽음이 침묵 속으로 사라진 것은 우주가 그를 조롱한 게 아니라, 인간의 언어로 담을 수 없는 거대한 신화의 영역으로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지옥 한복판에서도 작살을 던지겠다 는 그의 의지는, 물질로 이루어진 우주 전체를 향해 인간의 정신은 꺾이지 않는다 고 외친 승리로 보면 이 작품을 쓴 이유가 이해되지 않나요.
바다가 5천 년 동안 흘러도 에이해브는 그 바다에서 수장되지는 않을 겁니다.
renee
두 분의 대화가 모비 딕의 양극단을 짚어주네요. 멜빌은 에이해브를 통해 인간 의지의 끝자락에 있는 최고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바다라는 광대한 수의를 통해 인간의 그 모든 지난한 노력들이 덧없다고 이야기해요. 결국 이 소설의 진짜 승리자는 에이해브의 복수도, 스타벅스의 복종도 아닌 죽음의 관을 붙잡고 살아남아 이 모든 비극을 우리에게 증언해 준 고아 이스마엘입니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다 이스마엘을 구한 레이철호의 마지막 항해처럼, 우리도 어려운 삶에서 서로의 상실을 구원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멜빌이 도달한 지점이 아닌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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