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밀을 읽으며 춥다는 느낌보다 습하다는 느낌이 강해서 겨울이라 느끼지 못했는데 새삼 새롭네요!
P.174 ‘홍콩의 지독한 습기가 바닷바람에 섞여 끈적하게 달라 붙었다.’
[주단/책증정] 장원석 제작자 추천, IMF 비화를 담은 장편소설 《밀》 함께 읽기
D-29
사부작수집
주단
습하고 끈적이는 느낌이 이 책과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네요. 좋은 여름 문장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주단
오늘은 질문 하나 드려볼게요.
이번 10–12장을 읽다 보면, 사람 사이의 관계가 결국 다 이해관계였나 싶어질 때가 있어요. 쓸모가 있을 땐 곁에 두고, 다하면 정리되는 모습이 자꾸 보 이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계산처럼 보이는 관계 속에서도, 이건 진심이었다 싶은 장면이 혹시 있으셨나요? 인물이든 아주 짧은 장면이든 소설 속에 그런 순간이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마키아벨리1
성규가 브래드에게 전화를 걸다가 무의식으로 1번을 길게 누르고 장우의 번호가 뜨는 장면. 돈으로 이루어진 관계이지만 오랜 세월 같이하면서 생긴 정을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습니다. 장우를 생각하는 마음이 진심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다시시작
저도 성규는 그냥 인간같지 않더라고요
주단
그쵸, 성규는 냉정하고 서늘한 면이 강한데 그런 성규가 무의식중에 장우를 찾는 장면이라 더 묘하게 읽혀요.
주단
멋진 여름 문장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둘이 계산으로 맺어진 사이인데 손가락이 먼저 장우를 찾은 거죠. 진심인지 습관인지 모호한 그 지점이 오래 남더라고요.
사부작수집
차동원을 만나고 장우에게 차동원이 성규가 결국 너도 필요할 때 까지만 쓰다가 언젠가 너도 쓰레기처럼 버릴거야 라고 말하고 장우가 “그런 말은 필요 없어. 형, 나는 형이 죽지 않고 살기를 바래요. 그래서 만나러 온 거야” 라는 부분이 이건 장우의 진심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차동원은 협상하러 왔냐는 말로 받아치더라고요. 저 말은 진짜 장우의 진심이었을 것 같은데…
주단
장우 쪽은 진심이었는데 차동원은 협상으로 받아치니까, 같은 말이 서로 다르게 닿는 게 씁쓸했어요. 좋은 장면 골라주셨어요.
밍묭
장우가 차동원을 찾아갔을 때를 꼽을 것 같아요. 좋은 일로 만난 관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장우가 동원을 생각하는 마음이 돋보였던 장면이었어요.

쪽빛아라
'서로 도움이 못 돼도 관심은 가져야지. 마음은 줘야지. 그게 친구지. 너나 나나 그게 없어졌어.'
장우의 이 마음은 진심이 느껴졌네요. 자기 손으로 끌어들인 친구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착잡하기도 한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문장이었네요.
주단
자기 손으로 끌어들인 친구라 더 착잡하다는 말이 공감이 가요. 관심이 사라지는 순간 관계도 끝난다는 정서가 많은 분들께 깊이 와닿는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주단
오늘도 질문 하나 드려볼게요.
《밀》을 읽는 동안, 마음이 유독 크게 움직였던 대목이 있으셨나요? 공감했든, 화가 났든, 씁쓸했든, 어딘가 답답했든요.
어느 장면이었는지, 그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 한 줄만 들려주셔도 좋아요.

마키아벨리1
전에도 이야기 나왔지만 차동원이 돈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성규가 10만원 수표를 주는 장면이요. 재벌이나 자본가들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보는 지 잘 알려주는 장면이라 생각됩니다. 차동원의 이후 배반이 이해가 되지만 너무 눈에 잘 띄는 행동을 한 것이 잘 못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단
사람을 수표 한 장으로 값을 매기는 태도가 성규라는 인물을 그대로 보여주죠. 차동원의 배반이 이해되면서도 눈에 띄는 행동했다는 데 공감해요.
밍묭
'서로 도움이 못 돼도 관심은 가져야지. 마음은 줘야지. 그게 친구지. 너나 나나 그게 없어졌어.'
뒤돌아서는 두석을 바라보며 장우가 속으로 하는 말인데, 정말 공감되더라고요. 관심이 없어지는 순간 그 관계는 끝나는 것 같아요.
주단
두석을 보며 장우가 속으로 삼키는 말이 참 쓸쓸하죠. 관심이 사라지는 순간 관계도 끝난다는 말씀이 이 책을 관통하는 이야기 같아요.
사부작수집
'누군가에게는 끝내고 싶은 지옥이었고, 누군가에게는 감추고 싶은 과거였으며, 누군가에게는 삶의 이유였던 시간.'
위 한 줄로 "밀"을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 골랐고 공감, 화, 씁쓸, 답답이 다 담겨있지 않나요?
주단
인물의 심정이 잘 드러나면서도 그 시대를 보여주는 말 같기도 하고, 절묘한 부분을 잘 짚어주셨어요. 숨어있던 문장을 환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주단
여러분, 《밀》 함께 읽기도 어느덧 마지막 주예요.
이번 주는 15장부터 끝까지 읽으며 이야기의 매듭을 함께 짓습니다.
첫 주 새벽 두 시 트렁크 장면에 놀라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 써 마지막이네요. 그동안 나눠주신 이야기가 참 깊었어요. 위치에 따라 근심의 무게가 다르다는 말씀, 의리라는 관계의 허상, 같은 시간이 누구에게는 지옥이고 누구에게는 삶의 이유였다는 문장까지. 여러분 덕분에 저도 이 책을 몇 번이나 다시 들췄어요.
끝까지 관심 가지고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질문에 성의 있게 답해 주신 분, 공감 가는 문장 올려주신 분, 늦게 합류해 따라와주신 분 모두요. 이 모임이 굴러온 건 그 마음들 덕분이에요.
한 가지 부탁을 드려요. 다 읽으신 뒤, 온라인서점에 서평이나 한줄평을 남겨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여러분의 한 줄이 이 책을 다음 독자에게 데려다줄 거예요.
마지막 한 주도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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