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미들마치1 함께 낭독하기

D-29
정말 대단해요. 엘리엇은 복잡하고 다층적인 인간을 그리다니요!
우리 허영심은 우리의 코가 다르듯 서로 다르다. Our vanities differ as our noses do
미들마치 1 15장 작가의 말,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오늘 읽은 부분은 각자의 허영을 살짝 보여주는 표현들이 많지 않았나 한다. 리디게이트의 학문적 성취 허영은 세상에 이익이 되는 것이겠으나 개인적 성취를 우위에 놓아 의견을 달리하는 (혹은 틀린) 사람들을 무시하는 오만을 가지게 하고 '통속적 얼룩' 이라고 표현된 그의 세속적 허영도 지적하고 있다.
허세를 부리지 않고 거슬리지 않게 천박한 기미를 드러내는 빈시 부인 덕분에 로저먼드의 세련미는 더 돋보였고, 그것은 리드게이트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미들마치 1 15장,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빈시 부인은 천박하다 다만 허세를 부리지 않고 거슬리지 않게 그 천박암을 드러낸다. 아마도 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지 않고 애교로 넘어갈만한 솔직한 인간감정이라고 사람들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와 대비되는 딸인 로저먼드는 그런 천박한 통속성을 보이지 않고 세련되게 행동하고 말한다. 유머스러운 농담도 삼간다. 로저먼드는 지역 최고의 명문 레먼부인의 숙녀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인재로서 그런 세속적 욕망을 드러내기엔 너무 '숙녀'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세속적 욕망이 없었을까? 이미 리디게이트의 가문에 대한 소문만으로도 이미 가슴이 벅차오르고 있을 것이다.
리드게이트의 통속적 얼룩은 기질적 편견에 있었다. 고귀한 의도와 공감력을 가졌음에도 그 편견의 절반은 세상의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었다. 지적 열정에 타오르는 그 뛰어난 마음은 가구나 여자에 대한 감정과 판단, 혹은 다른 시골 의사들보다 우월한 자신의 출생이 (스스로 말하지 않아도) 알려지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꿰뚫어 보지 못했다. 현재 그는 가구에 대해 생각할 의도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생각하게 될 때 생물학이나 개혁을 위한 계획에 매진하더라도 가장 좋은 가구만 써야 한다는 통속적 감정을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미들마치 1 15장 작가의 서술 ,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Lydgate’s spots of commonness lay in the complexion of his prejudices, which, in spite of noble intention and sympathy, were half of them such as are found in ordinary men of the world: that distinction of mind which belonged to his intellectual ardor, did not penetrate his feeling and judgment about furniture, or women, or the desirability of its being known (without his telling) that he was better born than other country surgeons. He did not mean to think of furniture at present; but whenever he did so it was to be feared that neither biology nor schemes of reform would lift him above the vulgarity of feeling that there would be an incompatibility in his furniture not being of the best.
이건 원서로 봐야 단어의 흐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통속적 얼룩이라는 말은 처음엔 spots of commonness 라고 표현되어 있다. 나는 왜 이걸 stain 이나 blemish 가 아니라 중의적 표현인 spots이라고 했을까가 궁금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문장이 그의 '얼룩'이 형성된 과정이 거의 생태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가문이나 지적 능력, 당대 사회에서 여성을 대하는 시각이 고착화되어 있어서 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그의 이런 얼룩은 그저 그의 성격을 이루는 점들이 아니었을까. 현대의 우리에게는 그것이 얼룩이겠으나 당대에는 그것이 얼룩으로 안보였을 수도 있지 않을까. 다만 그 spots 이 문장 마지막에 최고급 가구에 대한 부분에 가서는 vulgarity (빈시 부인을 묘사할때 썼던 천박함)으로 바뀐다. 그 부분은 당대에도 천박함으로 보기에 하등 문제가 없었나 보다. 물론 위에 언급한 것이 그저 내 생각이지만 어쨌든 새삼 조지 엘리엇의 당대를 표현한 세련된 아이러니와 날카로운 통찰력에서 나온 블랙 유머는 가히 경이로울 지경이다.
법적 훈련은 다른 종류의 지식이 필요한 문제에서 사람을 더욱 무능하게 만들 뿐입니다. 사람들은 증거에 대해 마치 눈먼 정의의 여신95)이 눈금으로 잴 수 있기라도 하듯이 말하지요. 누구든 특정 주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그 주제에 관한 좋은 증거가 무엇인지 판단하기 힘듭니다. 시체 해부에 관해서는 변호사도 노파보다 나을 게 없습니다. 독의 작용을 어떻게 알겠어요? 시를 세밀히 검토하면 감자 수확량을 조사하는 법을 알게 된다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미들마치 1 16장 리드게이트의 말 중,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읽으며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풍자적 재미를 주는 이 문장들에서 내가 주목한 부분은 마지막 문장이다. "시를 세밀히 검토하면 감자 수확량을 조사하는 법을 알게 된다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라는 표현이 좀 특이해서 찾아봤는데 원문은 다음과 같다. You might as well say that scanning verse will teach you to scan the potato crops. scan 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언어유희 pun 를 보여준 것이다. scan이라는 단어가 현대 영어에서 쓰이는 scan =skim 이라는 것과 많이 다르다고 한다. 원래 scan 이 면밀히 검토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었고 현대에 와서 광학기 스캐너 등의 보급으로 훑어본다는 뜻으로 분화되면서 거의 반대되는변형된 의미도 갖는 특이한 단어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도 싯구절 verse를 scan 한다는 의미는 자세히 분석한다로 쓰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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