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편안했던 순간들
어릴 적 편안한 기억은 좋은 추억으로 거의 윤색(潤色)된다고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가장 편안했던 순간이 가끔 떠오를 때면
저절로 다시 지금 편안함 속으로 스르르 빠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몸과 마음이 다 이완(弛緩)되니 아주 편안한 상태가 된다.
편안한 기억은 지금의 편안함을 부른다.
거꾸로 지금 편안하면 편안한 기억을 부르기도 한다.
서로 상부상조(相扶相助)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편안함을 위해
편안했던 옛 기억을 소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오줌을 아주 늦게까지 쌌다.
이웃집으로 키를 머리에 쓰고 왕소금을 받으러 간
적도 여러 번이다.
원래 오줌 누는 게 이렇게 시원했었나 하는데,
아버지가 요가 축축해 놀라서 나를 깨운다.
또 혼날 줄 알았지만,
윗도리까지 다 젖은 속옷과 요와 이불을 걷어내고
방바닥까지 점령한 오줌을 닦은 후
-어쩐지 너무 시원하더라-
다른 뽀송한 것으로 얼른 간다.
나는 다시 달콤한 잠에 빠진다.
축축함에서 뽀송함으로의 신속한 전환,
바로 이게 아기들이 맛보는, 기저귀 갈 때의
그 시원함과 상쾌함일까.
이렇게 내가 늦게까지 오줌을 안 쌌다면
이런 기분과 추억을 여태 간직할 수 있었을까.
한겨울 새벽 방바닥이 차가워 잠이 깰 무렵,
아버지는 벌써 일어나 쇠죽을 쑨다.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방바닥이
따뜻해지기 시작한다.
나는 그 편안함 속에서,
노곤함이 유지되어 다시 깊은 잠에 빠진다.
예전엔 다 같이 한방에서 잤으니까,
나는 아버지가 동네 이장(里長)을 보면서 밤늦게까지 안
들어오면 울면서 잠을 못 잔 적도 있으니까
내 덜 깬 새벽잠을 위해
아버지의 이런 쇠죽 끓이기가 그때의 든든하고 따뜻하고
편안함이 되어 내게 지금 다시 올 수 있을까.
오늘은 5일장 보러 가는 날이다.
발걸음이 마냥 가볍다.
무탈하게 돌아오라고, 먼저 간 사람들이
던진 돌무더기로 할머니가 돌을 던지면 나도 따라
돌을 던진다.
돌은 점점 무사함과 함께 수북하게 쌓여간다.
“신령님, 무사히 돌아오게 해 주세요.”
장터 다리 밑, 거지들이 진을 친 가운데
고깃국물이 코를 자극하는 장터국밥이 펄펄 끓는
큰 가마솥이 땅을 파낸 붉은 구덩이에 걸쳐져 있다.
임시 천막 식당에서,
할머니와 나는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목으로 넘긴다.
몸도 마음도 뜨끈해지면서 편안해진다.
할머니와 난, 기다리는 가족들 앞에 펼쳐놓을
장 보따리를 하나씩 등에 지고 무탈을
기원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런데 실은, 힘겹게 물 건너 산 넘어
지금까진 무사했지만,
사람을 홀려 간만 빼 먹는다는
여기 구미호(九尾狐) 고개만 넘으면 다 온 것인데.
어질어질한 겨울 적막 속의 여우 고개와
칼바람이 쌩쌩 할퀴는 무녀(巫女) 집, 초상(初喪) 때 쓰는
각종 제물(祭物)을 두는 곳집이 뒤에서
우리 등을 잡는 듯하여 뒤를 돌아볼 수가 없다.
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아, 우릴 반기는 편안한 집에 지금 도착해 있다면.
눈이 소복하게 쌓인 깊은 겨울밤,
땅을 파 쟁여놓은 무를 가져와 엄마가 큼지막하게 썰어
우리들 입에 넣어준다.
달콤하면서 입이 개운하다.
옆에선 고구마 통가리에서 가져온 익어가는 고구마가
화로 안에서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겨울밤을 지킨다.
마실 온 왕태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에
우린 귀를 쫑긋, 눈을 말똥거리며 듣는다.
지금 내 머리에 그려지는 어릴 적 겨울밤,
이 방 풍경이 편안함 아닐까.
내일은 추석이다.
하교부터 따라온 한길가의 코스모스, 고추잠자리와 같이
집에 당도하니, 아니 집 근처에 들어설 때부터, 아니
마을 어귀부터 집집마다 기름떡 지지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내일은 추석,
우리 마음은 풍요로움과 설렘으로
푸르른 가을하늘까지 둥둥 떠다닌다.
동네 개들도 우리 마음을 아는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다.
초여름 저녁녘,
소가 좋아하는 칡덩굴, 쇠비름을 실컷 뜯기고 이랴이랴,
조조, 와와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녘 하늘은 황홀하게 붉은 노을빛으로 물들고 있고
야호 하는 메아리는 ‘메산’에 부딪혀 내게 다시 돌아온다.
써레질 해놓은 논에 비치는 저녁놀과 함께 소와 내
모습의 그림자는 그야말로 한 폭의 명화(名畫)가 따로 없다.
깊어 가는 겨울밤,
우린 큰 마당에서 숨바꼭질에 열심이다.
사방은 흰 눈으로 뒤덮여 있고 북녘 하늘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숨 막힐 듯한 별과 별똥별이
지상의 눈 위로 내리꽂히는 그곳은 정말이지 대낮보다 더
환해 우리 놀이에 즐거움과 편안함을 베푼다.
편안한 마음의 고향이 여기가 아니고 어디랴.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2
D-29
Bookmania
Bookmania
나는 주로 글이 이런 방향 같다. 섹시한 여자와의 로맨스, 가끔 옛 추억, 그리고 신랄한 인간과 세상에 대한 비판.
Bookmania
시골에 완전히 내려와 느낀 것 중 하나는 엄마의 조급증이 많아 사라졌다는 거야.
Bookmania
해도 해도 끝이 없을 것이니까.
Bookmania
나를 자꾸 낮게 만드는 인간은 내게 좋은 인간이 아니다. 그런 인간과는 멀리하는 게 상책이다.
Bookmania
참 나쁜 남자.
Bookmania
그리고 놀라며 가슴 아파했어.
Bookmania
그런데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
Bookmania
"그 사람 왜 그러는 건데?"
Bookmania
자존심이 많이 상했고 비참했단다.
Bookmania
'나는 관계 말고 나 자신에게 얼마나 더 노력을 해야 하나?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것인가?'
Bookmania
굴곡진 인생
그땐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아도 지금은
그 반대로 하늘을 훨훨 날 것만 같다.
반비례 함수 관계인 게 인생 아닐까.
대신 밋밋한 생활은 한동안 그걸 또 유지한다.
골이 깊으면 능선(Ridge)도 날카로운 법이다.
기쁘면 그게 영원히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슬프다고
그게 또 영원히 지속되는 것도 아닌 게 인생 같다.
굴곡과 기복이란 무늬로 얼룩진 게 인생 아닐까.
그러니 기쁘다고 너무 기뻐할 필요도
슬프다고 죽상만 하고 있을 이유도 없는 것 같다.
내가 지금 이렇게 힘든 건 시험(試驗)에 드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이렇게 좋아도 되나?” 하는 건 미리
태풍 속의 고요라고 앞으로 닥칠 불행을 예고할지니,
들뜨기만 하지 말고 만일에 대비해야.
날이 밝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100도라는 비등점(沸騰點)에 다다라야
비로소 물은 끓기 시작한다.
오늘은 비가 와도 내일은 해가 뜬다.
어제 비가 왔지만, 오늘은 해가 뜨고
좀 시원한 걸 보면 안다.
겨울의 삼한사온(三寒四溫)과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반드시 오고야 마는 걸 보면
뭐든 영원한 건 없고 바뀐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나는 우주이고,
우주는 곧 나이기 때문인 것 같다.
굴곡진 인생길, 약한 인간으로서
하던 걸 그저 꾸준히 하는 수밖에.
내일 세상의 종말이 와도 오늘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수밖에.
Bookmania
집에서 책에 빠져 그속에 있으니까 너무 좋다.
Bookmania
작가는 늘 자기와 남과의 관계, 자신에 대한 문제로 늘 고민하는 것 같다.
Bookmania
"언니, 이번엔 진짜 이혼하고 싶어."
Bookmania
이혼이야 그때 해도 안 늦지.
Bookmania
사랑한다고 해도 남은 안 바뀌니까 그냥 받아들이고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선택하면 된다. 이게 다다.
Bookmania
좋은 남자를 만나는 것은 그냥 운이다.
Bookmania
중요한 것은 누구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이며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이걸 알아야 하는 거야.
Bookmania
사람에게 엮이는 게 제일 골치 아픈 일이다. 특히 작가는 예민해서 그게 보통 큰 문제가 아니다.
작성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